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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3호] 201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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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드] 시진핑 평양행 과연?

남·북·미·중 4자 관계는 언제든 변할 수 있다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9월 9일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싱가포르 영자신문 스트레이츠타임스가 지난 8월 18일 보도했다. 스트레이츠타임스의 시진핑 평양 방문 예상 보도는 일본 NHK TV가 8월 23일 후속으로 받아씀으로써 다시 주목을 받았다.
   
   중국 외교부 루캉(陸慷) 대변인은 8월 20일 “시진핑 국가주석의 다음 달(9월) 조선 방문을 확인해 달라. 중국은 조선반도 무핵화(無核化) 과정에 대해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우선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부터 하겠다. 우리 중국 정부가 일관되게 반도의 무핵화와 평화안정에 부단한 노력을 해온 점은 국제사회가 함께 목도해왔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 중국과 조선은 우호를 바탕으로 한 이웃나라이며, 중국과 조선의 양당(兩黨·중국공산당과 조선노동당)은 그동안 우호의 왕래를 지속해왔다. 질문에 대해 답하자면, 나는 귀하에게 제공할 수 있는 소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시진핑의 평양 방문 여부는 워싱턴 시각 8월 24일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트위터로 다시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전날 평양 방문 계획 발표와 관련해 트위터를 통해 “북한에 가지 말라고 했다. 왜냐하면 북한의 비핵화가 충분히 진전되지 않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라고 브레이크를 걸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우리가 무역 문제에서 중국에 대해 취하는 보다 강력한 자세 때문에 중국이 비핵화의 진전을 위해 도와주던 자세가 이전만 못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또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우리와 중국의 무역 문제가 해결된 뒤 가까운 장래에 북한으로 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는 “나는 김 위원장에게 따뜻한 안부를 전한다. 곧 김 위원장과 만날 것을 기대한다”고도 했다.
   
   트럼프가 하고 싶었던 말은 ‘시진핑이 평양을 방문해서 북·중 관계 강화를 과시하려는 데 대해 못마땅하다’는 것 아니었을까.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월 25일 트럼프의 트위터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의 말은 기본 사실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무책임한 것이다. 우리는 이에 대해 엄중한 항의를 이미 전달했다. 중국의 조선반도 핵문제에 대한 입장은 시종일관 명확하다. 우리는 조선반도의 무핵화(無核化)를 실현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중국은 조선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중요하면서도 건설적인 역할을 해왔다. 중국은 그동안 유엔 안보리의 조선 제재 결의안을 엄격하게 집행해왔다.”
   
   이런 분위기에서 시진핑의 평양 방문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시진핑이 9월 이후에 평양을 방문하게 된다면 9월 9일의 북한 정권수립 기념일, 10월 6일의 북·중 수교기념일, 10월 10일의 북한 노동당 창건일 등을 계기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9월 9일 북한 정권수립 기념일은, 북한 정부 수립이 주로 소련의 주도로 이뤄진 날이라는 점에서 별로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지금까지 북한 정권수립 기념일에 정상급 축하사절을 보내지 않았다.
   
   김정은이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중국을 방문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시진핑이 답방 형식으로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는 논리도 북·중 양국 외교일지를 보면 별로 설득력이 없다.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은 1992년의 한·중 수교로 북·중 관계가 틀어지는 바람에 8년간의 외교공백 끝에 2000년 5월 비공식적으로 베이징을 방문해서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과 만났다. 이후 2001년, 2004년, 2006년 잇달아 중국을 방문해서 장쩌민과 회담했지만 장쩌민은 당 총서기로 선출된 직후인 1990년과 2001년에 두 차례 평양을 방문했을 뿐 답방이라는 형식으로 북한 방문을 하지는 않았다. 후임 후진타오(胡錦濤)의 시대로 들어선 뒤인 2010년의 경우에도 1년에 세 차례나 김정일의 중국 방문이 이뤄졌지만 후진타오의 평양 방문은 2005년과 2009년 두 차례 실행됐을 뿐 김정일의 빈번한 중국 방문에 특별히 답방이라는 형식을 취하지는 않았다.
   
   후진타오의 후임인 시진핑은 국가부주석 시절이던 2008년 6월 17일부터 사흘간 평양을 방문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난 일이 있다. 당시 평양 순안공항에서는 꽃술을 든 북한 부녀자들과 어린이들이 열렬히 꽃을 흔들었다. 당시 시진핑의 평양 방문은 자신이 부주석이 된 후 첫 해외순방이었다. 시진핑은 평양 방문을 시작으로 동남아 5개국 순방을 했다. 시진핑의 한국 방문은 다음 해인 2009년 12월에야 이뤄졌다.
   
   아이러니한 것은 시진핑이 국가부주석 자격으로 처음 서울을 방문한 2009년 12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시진핑 부주석을 접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진핑으로서는 1년 반 전에 평양에 갔을 때 받은 열렬한 대접과, 서울에서 받은 냉대를 깊이 기억했을 것이다. 시진핑은 다음해인 2010년 10월 8일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국가부주석 자격으로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열린 북한 노동당 창당 6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일도 있었다. 이후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주로 당 대 당 관계를 기본으로 유지돼왔다.
   
   시진핑과 김정은의 관계는 2012년 11월 시진핑이 중국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된 뒤인 2013년 2월 김정은이 제3차 핵실험을 감행함으로써 냉랭한 관계에 빠졌다. 시진핑은 당시 “감히 중국 지도부의 권력교체기에 핵실험을 하다니…”라면서 분노했다고 중국 외교부 소식통들은 전한다. 시진핑은 이후 5년간 평양으로 가지도 않았고, 김정은을 베이징으로 초청하지도 않았다.
   
   중국의 태도가 바뀐 것은 올해 들어서다. 김정은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선언하고,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갑자기 유화 국면으로 돌변하자 부랴부랴 김정은을 베이징으로 초청해서 많은 선물을 안겨주었다.
   
   북한과 중국 관계뿐만 아니라 남북한 관계와 북·미 관계, 미·중 관계는 항상 급변할 가능성을 안고 있고 실제 그 변화는 어지러울 정도다. 이 4자 간의 관계를 보다 냉정하게 보려면 어느 쪽이 독립변수이고 어느 쪽이 종속변수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의 자존심과 관계없이 이 4자 간의 관계에서 미·중 관계가 독립변수이고 한·미, 한·중, 미·북, 북·중, 남·북 관계는 종속변수로 보는 것이 보다 냉정한 자세일 것이다. 이를 무시한 과거의 중간자 역할론이라든가, 요즘의 운전자 역할론은 아무래도 무리라고 보는 것이 보다 냉정한 자세일 것이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 4자 관계에 대해 중국 외교부 아주국 동북아처 팡쿤(方坤) 처장은 지난 8월 27일 이렇게 말했다. “한국이 중국에 대해 남북한 가운데 한쪽을 선택하라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으며, 마찬가지로 중국이 한국에 대해 미국과 중국 가운데서 한쪽을 택하라고 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그러므로 중국은 한국에 대해 선택을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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