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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4호] 201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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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원의 밀리터리 리포트] 육사·육군 배척시대 요즘 軍心은?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 정경두 국방장관 후보자 photo 뉴시스
“조화라도 보내서 포용력을 보여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지난 8월 24일 저녁 서울 강남 모병원 장례식장의 이석구 전 기무사령관 부친상 빈소에서 조문객들 사이에 이런 말들이 나왔다. 조문객들의 언급은 송영무 국방장관의 조화가 빈소에 없었던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당시 이 전 사령관 부친상 빈소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등 청와대 고위인사들, 정경두 합참의장, 육·해·공군 참모총장, 해병대 사령관 등 군 수뇌부 인사들의 조화가 가득했다. 하지만 군 수뇌부 중 송 장관 조화만 없었다.
   
   이 전 사령관은 기무사 ‘계엄령 문건’ 보고 논란 중 국회 국방위에서 송 장관과 정면으로 충돌하며 진실 공방을 벌인 뒤 제2작전사령관 부사령관으로 사실상 ‘좌천’된 직후 부친상을 당했다. 사실상 경질됐음에도 청와대 쪽에선 문 대통령을 비롯, 여러 개의 조화가 왔지만 정작 국방장관의 조화만 없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송 장관은 일부 측근들과 협의해 이 전 사령관에게 조화를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송 장관 측근 중엔 ‘거짓말하는 장군은 장군이 아니다. 그런 사람에게 왜 조화를 보내야 하는가’라며 강한 입장을 보인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송 장관과 이 전 사령관은 국회 국방위에서 기무사 계엄령 문건의 보고 시간 등을 놓고 정면 충돌했는데 송 장관 측은 이 전 사령관이 거짓말을 했다는 입장이다. 이 전 사령관이 상을 당했을 때까지도 정면 충돌의 앙금이 풀리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 8월 30일 송 장관이 경질되고 정경두 합참의장이 후임 국방장관 후보로 지명되는 개각이 단행됐다. ‘미니스커트 발언’ 등 잦은 실언으로 ‘설화’를 몰고 다녔던 송 장관은 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 부실보고 논란으로 결정타를 맞고 결국 1년1개월 만에 하차하게 됐다.
   
   송 장관은 경질 발표 직전까지도 최소한 연말까지는 재임할 듯한 분위기로 국방개혁2.0 추진과 해외출장 일정 등을 소화했다. 페이스북에서도 연말까지 국방개혁을 적극적으로 챙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일각에선 송 장관의 구설과 흔들리는 리더십에도 불구하고 송 장관과 문 대통령의 오랜 인연 때문에 유임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경질된 것은 송 장관을 유임시키기엔 리더십의 상처가 너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 7월 하순 국회 국방위에서 송 장관이 자신의 부하인 기무사령관은 물론 대령인 기무사 국방부 부대장과 진실 공방을 벌이면서 리더십에 크게 손상을 입은 것이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후문이다. 지난 8월 8일엔 송 장관의 유임설에 대한 일부 언론 보도 내용을 청와대가 정면 반박하는 듯한 입장을 밝히면서 송 장관은 결정타를 맞았다.
   
   정경두 합참의장의 국방장관 발탁에 대해 군내에선 대체로 무난하다는 분위기다. 경남 진주 출신인 그는 공군 전력기획참모부장, 합참 전략본부장 등을 거치면서 F-15K전투기를 도입한 공군 차기전투기(F-X) 사업, 한국형전투기(KFX) 개발 사업 등 대형 전력증강 사업에 깊숙이 관여했다. 치밀하고 합리적인 스타일이어서 군 전력증강을 비롯한 국방개혁 과제를 꼼꼼하게 챙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지난 7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경두 합참의장이 인사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정 후보자는 이양호 전 국방부 장관(1994~1996) 이후 공군 출신으로는 24년 만에 국방장관 후보자가 됐다. 하지만 정 후보자 앞에 깔려 있는 길은 반듯한 포장도로가 아니라 울퉁불퉁한 비포장 자갈길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군 안팎의 상황이 그만큼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기무사 계엄령 문건 파문 등 군의 위상 및 신뢰를 크게 흔드는 악재들이 계속 터져나옴에 따라 동요하고 있는 군심 수습 문제다.
   
   국군기무사령부를 해체하고 안보지원사령부를 창설하는 과정에서 부대원 750여명이 원부대로 복귀하고 있고, 기무사 계엄령 문건 수사가 한창 진행되면서 군내 분위기가 상당히 어수선한 상태다.
   
   지난 8월 15일 기무사 예하 보안정책 연구소 책임자인 김모씨(예비역 대령)는 일부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능지처참’ ‘도륙학살’ ‘보복응징’이라는 단어들이 (기무사) 전체 부대원들의 현재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준다”고 밝혀 파문이 일었다.
   
   김씨는 이메일에서 “(원대 복귀는) 각자의 삶에 사형선고와 같은 치명적인 조치이기 때문에 좌절과 절망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가족들까지 포함하면 2000명이 넘는 인원이 망연자실해 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 8월 23일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국군기무사령부 모 중사’라는 명의의 청원 1건이 등록됐다. 이 청원인은 “국가의 안보와 군대의 기능이 살아 있다면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창설과 이에 따른 원대복귀 및 인사명령은 재검토되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는 눈물을 머금고 가족들과 이사 준비를 할 것이고, 우울증에 시달리며 조직과 국가에 배신감을 느끼며 평생을 살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대복귀 명령을 받고 야전부대에 배치된 한 기무사 전직 간부는 “기무사 중령에서 대령급은 부사단장, 부연대장 등으로 많이 임명됐는데 진급 때 경쟁력을 갖기 힘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역하는 사람들도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개각에서 방위사업청장에 처음으로 감사원 출신이 임명된 것도 군내에서 우려와 불만을 초래하고 있는 사안이다. 청와대는 전제국 방사청장 후임으로 왕정홍 전 감사원 사무총장을 임명했다. 왕 신임 청장은 경남 함안 출신으로 재정·금융 분야 감사 전문가로 통한다. 국방·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업무 경험이 거의 없어 전문성이 부족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에 이어 방사청장까지 감사원 출신이 임명되면서 현 정부도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처럼 말로는 방산 육성 및 지원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방산을 부정적으로 보고 비리 척결에 중점을 두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정 후보자가 합참의장에서 장관으로 직행함에 따라 후임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 인사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수뇌부 인사의 초점은 비육사 출신이 합참의장 또는 육군참모총장에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비육사 출신이 육참총장이 될 경우 사상 첫 사례가 된다. 이 또한 현 정부의 육사 배제 기조에 따라 나오는 얘기다. 이런 기류가 지속되면서 군 안팎에선 일부 육사 출신을 중심으로 “공부 잘했지만 가난하거나 직업군인 되겠다고 육사 간 게 무슨 죄냐”는 울분의 목소리도 나온다.
   
   군의 한 관계자는 “정 후보자는 합참의장 시절 ‘예스맨’에 가깝게 비교적 무난한 처신을 한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는 군의 핵심 가치와 기본 임무를 손상하는 군 안팎의 도전에 대해선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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