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4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전원책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 ⓒphoto 뉴시스
지난 10월 4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전원책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 ⓒphoto 뉴시스

자유한국당이 조직강화특별위원으로 전원책 변호사를 영입하면서 인적 쇄신에 승부를 걸었다. 보수 논객으로 방송을 통해 널리 이름을 알린 전 변호사는 최근 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김용태 사무총장의 거듭된 설득 끝에 조강특위 제안을 받아들였다. 전 변호사는 김 사무총장이 당연직 위원장인 조강특위를 사실상 자신이 전권을 갖고 이끌어가겠다는 조건을 걸고 참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결국 한국당 ‘물갈이’의 키를 전 변호사가 쥐게 된 셈이다.

“아무도 희생하지 않고선 보수 미래 없다”

전 변호사는 조강특위 합류 방침이 알려진 직후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가졌다. 핵심 메시지는 2가지로 요약된다. ‘강력한 인적쇄신’과 ‘중도와 보수의 대통합’이다. 전 변호사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박근혜식(式) 이미지 정치, 명망가 정치, 우상(偶像) 정치로는 보수의 미래가 없다”며 “아무도 희생하지 않고 당을 일신(一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온실 속 화초, 영혼 없는 모범생, 열정 없는 책상물림들만 가득했던 한국당의 인재 선발 기준을 송두리째 바꾸겠다”며 “거친 들판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자라난 들꽃 같은 젊은 인재들을 등용하겠다”고 했다. 전 변호사 영입 과정에서 김병준 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지역 당협위원장의 30~40% 정도 선에서 교체 수위를 조정하는 게 어떻겠냐”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전 변호사는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며 “좀 더 파격적이고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하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변호사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는 인적쇄신의 기준에 관한 질문에 “자신의 이념과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를 해야 정치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국가의 중요 어젠다를 충분히 이해하고 논리를 세울 수 있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정치인은 정직해야 하고, 용기를 가져야 하며,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전 변호사는 바른미래당 등을 포함한 통합 전당대회를 통해 중도와 보수가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한다는 입장도 전했다. “바른미래당과의 통합 문제는 내 권한 밖의 일이지만, 보수통합이 대세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벌써부터 바른미래당에서는 반발이 나왔다. 손학규 대표는 “통합 전당대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손 대표는 10월 2일 취임 한 달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만든 정당이고 탄핵의 대상”이라며 “한국당은 국민들로부터 보수정당으로 인정받고 있지 않다”고 했다. 한국당 일각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우리 당 출신 일부 바른미래당 의원에 대해선 감정적 앙금이 너무 깊어서 함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통합전대가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설혹 그런 일이 생긴다고 해도 모두들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당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

전 변호사 영입에 대해 당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전 변호사가 보수에서 몇 안 되는 명망가 중 한 사람이고 보수를 되살려야 한다는 절박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 느껴진다”고 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계파에 상관없이 전 변호사가 명확한 기준을 세워 인적쇄신에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 변호사가 이끄는 조강특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 친박계 의원은 “전 변호사가 당에 들어와 계파 논리에 휩쓸려 어느 한쪽을 향해 칼끝을 들이민다면 당이 또다시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며 “친박, 비박, 친홍, 비홍, 복당파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계파적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물갈이’ 작업을 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 비박계 의원은 “전 변호사가 어떤 식으로 기준을 만들어도 계파적 입장에서 이런저런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전 변호사가 향후 영입할 조강특위 위원들이 치밀하게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 변호사가 당협위원장 대폭 ‘물갈이’를 예고한 것에 대해 한 중진 의원은 “기존 당협위원장을 무조건 교체하겠다고 나서면 당내 파열음만 커질 것”이라고 했고, 한 초선 의원은 “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했기 때문에 기존 당협위원장들이 책임질 부분이 있지만 지역 경쟁력을 감안하면 남겨둬야 할 사람도 상당하다”고 했다. 전 변호사가 당내 세력이 없다는 점은 조강특위를 이끄는 과정에서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개인적 친소 관계가 인적쇄신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식의 평가가 나오기 시작하면 전 변호사는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다. 전 변호사는 뉴시스 인터뷰에선 “지금 제가 ‘홍준표는 안 된다, 김무성은 안 된다’ 이런 말을 함부로 하면 어찌되겠느냐”면서 “홍준표·김무성 전 대표와 개인적으로 친하지만 친소 관계로 흔들리지는 않는다”고 했다. “저는 친할수록 더 냉정해지는 사람이기 때문에 친소 관계로 인해 제가 흔들릴까 하는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도 했다.

조강특위 구성도 예상보다 시간 걸려

전 변호사는 당 지도부와 협의해 실질적인 조강특위도 구성권도 가져갔다. 그러나 전 변호사가 접촉했던 인사 중 일부가 조강특위 참여 제안을 거부해 난항을 겪기도 했다. 10월 4일 현재 조강특위에는 전 변호사를 포함해 김용태 사무총장, 김석기 전략기획부총장, 김성원 조직부총장 등 당연직인 당내 인사 3명만이 포함돼 있는 상태다. 조강특위 전체 구성인원은 7명이다. 전 변호사는 이문열 소설가, 이진곤 전 당 윤리위원장, 이영애 전 판사 등에게 영입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작가는 “제가 자신 있는 일도 아니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아 완곡하게 ‘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생각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영애 전 판사도 고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곤 전 위원장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전 변호사는 청년·여성 몫으로 조강특위 위원 1명을 영입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데 이 또한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같은 조강특위 위원이라고 해도 전 변호사가 실질적인 위원장처럼 전권을 갖고 가는 상황이라 외부 명망가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그래도 전 변호사가 열심히 사람을 찾아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당초 전 변호사가 목표로 잡았던 조강특위 구성 완료 시점은 다소 늦춰질 전망이다. 그러나 전 변호사는 10월 4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인선은 다 끝났고 남성 두 분, 여성 한 분을 모시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오늘 명단 발표는 못 한다”고 해 아직 확답을 받지는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나머지 조강특위 위원 인선에 대해서는 전 변호사에게 일임했기 때문에 우리도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어쨌든 조강특위가 출범만 하면 바로 각 지역 당협위원회별로 현지 실태조사 계획을 의결하고 당무감사위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최승현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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