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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30호] 201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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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10·4 평양방문단의 북한 읽기

범사련 사무총장 임헌조 “아직은 경직된 표정 잘사는 남측에 대한 열등의식 보여”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이태호 “세 번째 방문 변화 속도 우리보다 빨라 세대 굉장히 젊어져”

진행 배용진  기자 

▲ (좌) 임헌조. (우) 이태호.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10월 4일 남북이 평양에서 ‘10·4선언 11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를 개최했다. 우리 측에서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방북단장으로 정부, 국회·정당,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인사 등 총 160명이 참가했다.
   
   10월 4일부터 6일까지 평양에 다녀온 이번 방북단에는 임헌조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 사무총장과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이 포함돼 있다. 임 사무총장과 이 위원장은 보수와 진보 양쪽 시민단체의 대표적 활동가로 꼽힌다. 똑같이 보고 온 평양과 북한에 대해 이들은 서로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지난 10월 2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주간조선 회의실에서 두 사람이 마주 앉았다.
   
   
   임헌조 이번이 첫 평양 방문이었다. 운동권 출신 중 뉴라이트로 전향한 사람 중에선 내가 방북 1호더라. 그래서 내가 뉴라이트운동을 했기 때문에 터부시할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반겨줬다. 나중에는 북측에서 ‘뉴라이트 인사분들 많이 오시라’고도 하더라.
   
   이태호 2005·2007년에 평양에 갔었고 이번이 세 번째로 11년 만에 평양에 다녀왔다. 개성, 금강산 제외하고 평양만이다. 평양 자체로만 보면 많이 바뀌었다. 순안공항도 현대식 건물로 바뀌었고, 시내로 가는 길에 송전탑이 많아진 것도 눈에 띄었다. 거리에 차들도 많아졌고.
   
   임헌조 그게 많아진 건가.
   
   이태호 많아졌다. 택시도 생겼고, 그전엔 택시가 없었다.
   
   임헌조 이번이 첫 방북이라 비교 평가할 수는 없지만 예전에 방북한 분들 얘기 들으면 발전했다는 얘기를 많이 하시더라. 다만 평양 순안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갈 때 보니 차창 밖으로 논밭이 보이는데 트랙터가 하나도 없고 추수를 낫으로 하는 걸 봤다. 장마당이 활성화되면서 북한 경제가 많이 활성화됐다고 얘기들을 하는데, 내가 느끼기엔 그래도 많이 어렵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태호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옷차림도 훨씬 나아졌다. 무엇보다 건물이 달라졌는데, 고층건물이 많아졌다. 류경호텔도 아직 다 가동된 건 아닌데 외장은 다 했다. 소매상·음식점도 많이 생겼고. 적어도 평양은 외형적으론 확실히 발전했고 전력 사정도 좋아졌다. 사람들 옷차림이나 표정들도 자연스러워졌다. 이번에 평양 동물원에 갔는데, 북한에서 남측 인사들이 참가한 행사를 치르면 보통 평양 주민들과 격리된 채로 진행된다. 그런데 이번 동물원에선 일반 관람객과 같이 들어갔다.
   
   
   - 관람객들과 이야기도 나눠봤나.
   
   이태호 그렇게는 못 했다.
   
   임헌조 이번에 태풍 때문에 돌아오는 일정이 늦춰졌다. 그래서 마지막 날 빈 시간에 새로운 일정을 하나 추가한 게 동물원 방문이다. 동물원 일정은 갑자기 추가된 거니까 연출이 아닌 ‘은막 뒤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냥 우리나라 서울대공원과 똑같았다.
   
   
   - 11년 만에 가니까 확연한 변화가 있다고 했는데, 북한(적어도 평양) 변화의 원동력을 뭐라고 보나.
   
   이태호 북한이 사회주의를 표방하긴 하지만 사실상 시장경제에 편입됐다고 봐야 한다. 배급시스템에만 의존하는 경제는 더 이상 아니다. 장마당이 활성화돼 장사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교환이 일어나고 상품 생산도 일어나면서 배급시스템을 보완하는 구조, 흐름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본다.
   
   
   - 다른 방북인사들의 반응은 어땠나.
   
   이태호 많이 달라졌다는 반응이었다. 평양 시민들과 대화까진 못 해도 서로 인사할 정도로는 가까이 만났다. 한 번은 자연사박물관에 방문했는데, 에스컬레이터를 통해서 평양 시민들은 내려오고 우리는 올라가는데 뒤를 돌아봤더니 난간에서 우리 사진을 찍고 있더라.
   
   임헌조 반미구호가 거리에든 공연이든 전혀 없어서 놀랐다. 여러 차례 방북한 분들도 하나같이 그 말씀을 많이 하더라. 2005년, 2007년에는 반미구호가 많았다고 한다. 또 하나는 사진 촬영을 제재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이전엔 사진을 찍어도 공항에서 휴대폰을 압수해 지웠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안 해서 나는 사진을 900여장이나 찍어왔다(웃음).
   
   이태호 중국산 전기자전거가 눈에 많이 띄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아서 몇 번 찍었다. 자전거가 두툼해서 ‘아 북한 자전거는 투박하네’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전기자전거였다.
   
   

“미국 내부 의견 갈려 그래서 북한이 못 믿는 것
우리가 주도권 가져야”

- 현재 비핵화와 함께 경제협력이 화두다. 북한이 경제발전을 어떤 식으로 하겠다는 방향이나 비전이 보이던가.
   
   이태호 경제발전에 가장 관심을 두고 있다는 건 곳곳에서 드러난다. 유엔 제재를 해제하거나 경제협력을 하는 데 관심이 많다는 건 누가 봐도 사실이다. 그런데 사실 이번에 느낀 건, 생각보다 북측이 민간교류에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사람 간 교류와 협력보다는 경제협력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 예를 들어서 환경 협력을 해도 환경단체와 협력하기보다는 산림과 관련해 국가 간 협력을 하고 산업 협력 차원에서 나무를 대규모로 심는 식이다.
   
   임헌조 비슷하게 느꼈다. 공연이나 구호에 그들이 ‘어떻게 북한을 건설해서 지금까지 어려움을 극복해왔는지, 어떻게 갈지’를 얘기하는 내용이 많았다. 그런 걸 보면서 나는 1970년대 우리의 새마을운동이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같은 느낌을 받았다. 반미자주 선군정책보다는 ‘내부의 국민 번영이 다급한 문제’라는 비전을 내놓고 국민을 설득해서 힘을 모으려 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이태호 북한 과자에 국제표준화기구(ISO) 기준을 필했다는 글씨가 보였다. 예전엔 이게 없었다. 이 제품을 상품으로서 제대로 만들겠다는, 국제기준에 맞추겠다는 노력으로 보였다.
   
   임헌조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직성이 느껴졌다. 미·북 간의 경제 문제라든지 유엔 제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지 않나. 그런 데서 온 문제로 보인다.
   
   
   -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경직성을 말하는 건가.
   
   임헌조 국민들 표정에서도 경직성이 엿보인다.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잘사는 남측에서 온 인사들에 대한 열등의식이 보였다. 얘기하다 그런 부분이 나오면 그쪽에서는 교육받은 대로 ‘아무런 걱정 없이 자유로운 우리 조국에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한다. 그러면 나는 ‘아, 여기서 대화를 마무리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웃음).
   
   이태호 서먹한 건 사실이다. 2005년, 2007년 사이 우리 측 인사들이 북한에 오가며 생긴 편안한 매너들이 지금은 사라졌다. 옛날에 만났던 사람들 몇 외에는 그런 매너가 없더라. 세대가 많이 바뀌었고 굉장히 젊어졌다. 우리보다 오히려 더 빨리 바뀌는 것 같다. 물론 지도자가 바뀌었으니까 그렇겠지만. 우리가 실무적으로 만났던 세대들은 지금 되게 고위급이 되어 있더라.
   
   임헌조 하나 보면서 짠했던 건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여학생이 무거운 가방을 메고 종이를 들고 외우면서 학교에 가는 모습이 버스 차창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풍경 아닌가.
   
   이태호 그렇지(웃음). 북한도 교육열은 우리 못지않다. 거기도 공부 열심히 해야 좋은 대학에 가니까. 우리끼리 보고 ‘이렇게 체제가 달라도 저거 하나만큼은 똑같다’며 웃었다.
   
   임헌조 길거리 버스정류장 바로 옆에는 매점이 있었다. 우리가 지나가면 신기하게 쳐다보고 우리도 쳐다보고 했다.
   
   이태호 아마 버스 다니는 시간을 조정해서 그랬겠지만 11년 전에는 버스정류장에도 사람이 없었다. 반면 이번엔 버스나 전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모습이 그냥 보였다. 사람들도 많고 길에 다니는 사람도 많았다. 그냥 연출했다고 보기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할머니가 머리에 짐을 이고 걷는 모습, 리어카를 끌고 가는 모습, 아이들 모습 등등.
   
   임헌조 두 칸짜리 지상 전철이 있는데 출퇴근 시간에는 꽉 차 있었다. 우리의 만원 버스를 보는 것 같았다.
   
   
   - 정부가 대북 화해협력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어떻게 보나.
   
   임헌조 북한 문제는 전 세계인이 관심을 갖는 사안이다. 따라서 전 세계인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 지점에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얘기하는 건 합리적인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남·북·미가 이 문제를 게임으로 오해해 몇 푼 더 따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본다.
   
   
   - 왜 그런가.
   
   임헌조 미·북 정상이 얘기했듯 이게 세계인들이 다 보는 글로벌 이슈이기 때문에 북한이 전향적으로 나서면 한반도 비핵화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한 해외투자, 남북 간 경협 역시 더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서로를 믿지 못하는 게 문제인데, 서로 카드를 쥐고 게임을 하려고 하면 상황이 악화될 것이다. 처음에 관심 있게 지켜보던 전 세계 사람들이 지치면 부정적인 인식이 퍼지면서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워진다.
   
   
   - 이 위원장의 생각은.
   
   이태호 결정적인 건 지금 CVID 문제다. 주는 것 없이 검증은 가혹하게 가니까 저울질이 안 맞는 거다. 국제적 기준이라고 하는 큰 맥락에선 동의한다. 그런데 NPT(핵확산금지조약) 시스템의 한계를 봐야 한다. 첫째는 핵보유국들이 여태까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핵을 가지려 하거나 핵이 없는 국가에 비핵화 시 완전한 관계 개선을 설득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핵보유국은 핵을 보유하지 않은 나라에 대해 확실한 안전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어떤 나라도 핵을 가졌던 나라가 완벽하게 발가벗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은 그 정도의 사찰을 받지 않았고, 리비아는 완전히 비핵화됐지만 망해버렸다.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선 완전한 관계 개선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더 센 쪽이 더 선의를 보여야 한단 얘기다.
   
   

“미는 대화 전략 세워져 있을 것 우리 정부가 나서서
고춧가루 뿌리는 게 아닌지”

- 2차 미·북 정상회담 전망은 어떻게 보나.
   
   이태호 지금 북·미 대화가 조금 교착되고 있는 상황인데 잘 풀릴 거라고 본다. 물론 북한이 의심스럽지만, 낙관주의를 가질 필요는 있지 않을까. 낙관주의가 없으면 이 문제는 너무 걸림돌이 많다. 결국 국제기준이 중요한데, CVID가 국제 군축 시스템 안에서 기준은 아니다.
   
   임헌조 미국이 경제제재를 먼저 풀어야 한다고 보는 것인가.
   
   이태호 제재도 ‘비핵화를 다 하면 풀겠다’는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풀어주자는 것이다.
   
   임헌조 그러면 그 돈이 핵 만드는 데 가면 어떡하나.
   
   이태호 물론 걱정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아무리 돈이 오가더라도 적어도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 핵은 고도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봉쇄하면 그걸 빌미로 핵을 고도화했지. 그러면 협상하는 동안은 적어도 멈출 것 아니겠나.
   
   
   - 우리 쪽 불확실성이 크지 않나.
   
   이태호 물론 불확실성이 있다. 서로가 불확실성이 있다. 하지만 북한이 비대칭 위협을 지녔다 해도 남북 간 GDP 격차가 50 대 1이고 우리 군사비가 북한 GDP보다 많다. 구조적 불균형이다. 미 육참총장도 얘기했지만 킬체인은 불가능하고, 전쟁이 발발하면 쌍방에 큰 피해를 낳는다. 결국 외교적·경제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상호위협감소 조치가 필요한데, 비대칭위협일 때는 협력적 상호주의란 개념이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쓴 방식인데, 핵을 포기하는 대신 돈으로 준다든가 외교관계를 맺는 방식이다. 리비아에선 실패했지만. 상호위협감소는 진짜 군사위협을 서로 감소시키는 것이다. 그럼 여기서 좀 더 내려놔 그쪽에서 전력을 축소할 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
   
   임헌조 보수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서 합리적 의심을 계속 한다. 북은 전략적 목적에 따라 핵을 만들 수밖에 없다. 실상은 그 목적을 위해 달려오면서 남측 여러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거나 갈등을 빚게 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베트남이 미군 철수 이후 몇 년 안에 공산화된 사례 때문인지 많은 국민이 의구심과 불안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 정부가 북한을 달래고 북의 입맛에 맞는 정치를 하기에 앞서 그런 부분에 대한 의심을 풀어주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갈등이 더 심해지는 것이다. 요즘 가짜뉴스가 이슈인데, 가짜뉴스 이면에는 국민의 걱정이 있다.
   
   이태호 나도 걱정이 된다. 그런데 북핵은 현실이다. 북한이 핵 야심을 애초부터 갖고 있었고 호시탐탐 핵 개발을 하려고 했다고 치자. 그럼 막아야지. 막아야 하는데 어느 때 핵 개발이 더뎠고 어느 때가 빨랐냐는 거다. 협상이든 군사적 압박이나 제재든 목적은 핵을 막는 것이다. 어느 나라가 핵 개발 야심이 있냐 없냐는 논쟁의 요소가 아니라 그냥 상수다. 우리도 아무 제재가 없다면 핵을 가지고 싶다는 얘기가 불쑥불쑥 나오지 않나. 중요한 건 북의 그 야심을 통제하는 방법이 뭐냐는 거다. 통계적으로 보면 핵 개발은 2006년, 2009년 이후 점점 빨라졌고 특히 최근 4년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다. 문재인 정부도 지금 평화통일 얘기하지만 여기에 대해선 같은 인식이다.
   
   임헌조 미국은 소련과의 사이에서, 중국과의 사이에서 냉전을 해체하고 핑퐁 외교를 통해 죽의 장막을 걷어낸 경험이 있다. 미국은 정권이 바뀌어도 핵심 대외정책은 바뀌지 않는다. 미국은 지금 한반도에서 마지막 남아 있는 냉전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적 방침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최근 보도를 보면 미국과 한국이 엇박자를 내면서 미국이 짜증을 내는 듯한 장면이 자주 보인다. 사실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전략이 있고, 이 전략을 따르면 미국도 좋고 북한도 좋을 수 있는데 괜히 우리 정부가 나서서 고춧가루를 뿌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태호 지금 남한 여론에는 북핵 검증과 관련해서 순서의 차이는 있지만 포괄적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자는 공감대가 있다. 그런데 미국은 북핵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내부적으로 정리가 안 되어 있다. 트럼프가 공화당 내부 지지를 확고히 받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민주당이 한반도 문제를 굉장히 평화적으로 풀자는 것도 아니다. 미국 내에도 ‘북한은 악마’라는 여론이 너무 강하다. 그러니 트럼프가 경제 번영에 대한 영상을 보여주고 ‘사랑하고 있다’고 얘기해도 북한 입장에선 확신을 갖기가 어렵다. ‘벌써 핵을 갖고 있는데 무슨 양보냐’고 할 수 있지만 어쨌든 우리가 북에 비해선 압도적 물리력과 경제력을 갖고 있고, 미국은 확고한 자기 입장을 갖지 못한 면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니셔티브(주도권)를 갖는 게 중요하다.
   
   임헌조 평양 갔을 때 보면서 든 생각인데, 전문가들이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는 건 합당하지만 거기에 천착해 의심을 위한 의심, 또는 합리적 대안을 내놓는 사람들까지 공격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예컨대 트럼프가 김정은과 협상을 하고, 심지어 ‘사랑에 빠졌다’고 말한다고 해서 미국을 천사의 나라로 칭송하던 사람들이 ‘양키 고 홈’ 하거나 ‘트럼프는 미쳤다’고 하는 식 말이다. 어떤 진영이든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향적으로 정책을 내놓고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남북한이 전향적으로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어 주도권을 쥐고 문제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통일협약시민추진위원회 숙의토론회
   14~24세 “북한은 적대와 극복의 대상” 공론화 후 늘어
   
   이번에 방북한 임헌조 범사련 사무총장과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은 통일협약시민추진위원회(이하 통추위)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통추위는 보수와 진보를 망라한 시민단체, 종교계 인사들과 전문가 그룹이 모인 한시적 민간단체로 통일부와 협력해 11월까지 ‘사회적 대화 프로그램’을 실험적으로 진행한다.
   
   통추위는 지난 9월 ‘평화와 통일을 위한 사회적 대화’라는 이름으로 숙의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의제로는 ‘북한을 보는 시각’ ‘한반도 미래상’ 두 개가 제시됐다. 조사는 지난 8월부터 9월까지 진행됐다.
   
   주간조선이 단독입수한 이번 토론회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숙의 의제 첫 번째인 ‘북한을 보는 시각’에 관해서는 ‘북한은 적대와 극복의 대상인가’ 혹은 ‘존중과 협력의 대상인가’라는 두 개의 선택지가 주어졌다. 숙의 전 점수는 6.88점(총 10점 만점)이었지만 숙의 후에는 7.13점으로 존중과 협력의 대상이라는 답변이 0.25점 높아졌다.
   
   이번 조사에서 특이한 점은 미래세대(만 14~24세)의 경우 다른 세대와 달리 숙의 후 오히려 ‘적대와 극복’ 동의도가 증가했다는 점이다. 0.17점으로 변화폭은 다른 세대에 비해 적지만 ‘존중과 협력’ 동의도가 높아진 다른 세대와 달리 오히려 ‘적대와 극복’이 높아졌다. 이에 대해 이태호 공동위원장은 “표본수가 80명 미만으로 적고 강사 컨디션 등 변수가 많아 녹취록 등의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봤다.
   
   숙의 의제 두 번째인 ‘한반도 미래상’에 대해서는 남과 북이 ‘한 체제로 통합해야 할지’ 혹은 ‘두 체제로 공존해야 할지’의 두 선택지가 주어졌다. 숙의 결과 두 체제가 공존해야 한다는 응답이 사전 4.79점에서 사후 5.4점으로 0.61점 증가했다. 미래세대 역시 5.54에서 5.97점으로 ‘공존해야 한다’는 응답이 증가했다.
   
   숙의토론회는 관련 전문가들의 강의와 자료를 접하고 토론을 반복하는 숙의 과정을 통해 숙의 전과 후의 변화를 측정하는 조사방식이다. 지난해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재개 여부를 결정한 공론조사와 같은 조사방식이다. 다만 조사 결과를 정책 결정에 실제로 반영한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와 달리 이번 조사는 일종의 테스트로만 진행됐다.
   
   통추위는 이번 조사를 위해 지난 9월 11일부터 29일까지 지역별로 4회, 대상별로 2회 등 총 6회의 토론회를 열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영남권·호남권·충청권 4개 권역의 시민 201명, 활동가 141명이 포함됐고 진영별로는 88명, 미래세대로는 76명이 토론회에 참석했다. 일반시민은 성별·연령별·지지정당별로 대표성을 고려해 참여단을 선정했다.
   
   통추위는 일종의 ‘파일럿 프로그램’인 이번 조사를 기반으로 내년에 본조사를 진행해 통일국민협약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통일국민협약은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했고 현재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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