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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32호] 2018.11.12

맞을수록 큰다? 이재명의 역설

박혁진  기자 

▲ 지난 10월 29일 이재명 경기지사가 분당경찰서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photo 이태경 조선일보 기자
6·13지방선거를 통해 광역단체장으로 발돋움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허니문 효과를 누리기도 전에 경찰서 문턱을 여러 차례 넘나들었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들 때문이다. 그의 부인 김혜경씨도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렇게 사생활과 관련된 의혹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온 정치인이 과거에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에게 제기된 의혹은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이 지사 관련 의혹이 제기될 때부터 현재까지 일련의 과정을 보면 눈에 띄는 점이 하나 있다. 야당의 침묵이다. 휘발성 있는 스캔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는데도 야당은 말이 없다. 자유한국당이 6월 지방선거 운동 기간 때 이른바 ‘형수 욕설’ 녹음파일을 통해 잠깐 이슈화했지만 선거가 끝난 후 이내 입을 닫았다. 왜 야당은 이런 ‘호재’에 침묵하는 것일까.
   
   
   야당은 왜 침묵할까
   
   이것은 이 지사와 관련한 의혹의 진원지가 여권 내부라는 점과 연관이 있다. 즉 내부에서 총질을 하는 마당에 굳이 그 바닥에 발을 담글 필요가 없다는 것이 현 야당의 속내다. 배우 김부선과의 불륜, 형 강제입원, 철거민 폭행, 검사 사칭 등 현재 이 지사에게 제기된 의혹은 이번 지방선거를 전후해서 처음 나온 것들이 아니다. 지난 대선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캠프 측 인사들이 떠들고 다니던 내용들이었다. 기자가 2016년 말 여의도 국회 앞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던 문재인 캠프 측 인사도 이런 말을 했다. “이재명은 김부선 때문에 안 돼.” 이 인사는 후에 문재인 선거 캠프의 네거티브팀에서 일했고 지방선거 때는 김경수·전해철 측 인사를 후방지원했다.
   
   당시 문재인 캠프 내부 인사들이 농담처럼 주고받았던 몇몇 의혹들은 2018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된 선거였던 만큼 당내 경선이 더 뜨거웠고, 그중에서도 이재명 후보와 전해철 후보 간 싸움은 여야 후보 간 싸움보다 더 치열했다. 특히 핵심 친문으로 분류되는 전 후보 측 지지자들이 이 후보와 관련된 의혹을 친여 성향 팟캐스트를 통해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약점이 많은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갈 경우 이 후보를 방어하다 전체 선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였다. 해당 팟캐스트는 아예 이재명 후보 검증 방송을 연속으로 내보내며 ‘현미경 검증’을 시도했고, 결국 후보 간 고소·고발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 이 후보가 경찰서 문턱을 넘나들게 된 하나의 단초가 됐다. 당시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가 낫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는 민주당 후보가 결정이 되고 본선이 치러지면서도 계속 이어졌다. 이 후보는 당의 전폭적 지지를 받지 못했다. 드루킹 사건에 휘말렸던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와 대조적이었다. 당의 중진들이 경남으로 내려가 김 후보를 도울 때, 이 후보를 돕는 당내 의원은 많지 않았다. 당시 상황에 대해 한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보다 김 후보의 지역 상황이 더 좋지 않았고, 지방선거 이후 있을 전당대회에서 친문표를 의식한 탓도 있었다”면서 “그렇다 하더라도 이 후보를 지나치게 홀대했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요즘 이재명 지사를 둘러싼 민주당 지지자들의 다툼은 끝난 것일까. 과거처럼 극한 대립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이 지사에 대한 공격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있었던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지사는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본인이 당대표 선거와 아무런 연관이 없었지만, 당대표 후보에 출마한 김진표 후보가 그를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김진표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이 지사에 대해 “이재명 지사와 관련된 이슈들이 증폭돼 당과 대통령에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 “괴롭지만 이 시점에서 본인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김진표 후보가 ‘친문’ 지지층의 표심을 붙잡기 위해 선수를 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지사에 대한 비토 정서가 강한 친문 지지층을 겨냥한 행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2018년 초부터 이재명 지사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던 팟캐스트는 요즘도 이 지사와 관련된 주제들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재명 지사나 부인 김혜경씨가 경찰 조사를 받을 때마다 이를 방송으로 다루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최근에는 경기동부연합까지 도마에 올렸다. 경기동부연합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대표의 정치적 기반인 단체다. 이 팟캐스트에서는 경기동부연합이 사실은 대학 캠퍼스 간 연합 단체의 성격보다는 성남이란 지역적 기반을 바탕으로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지사 역시 성남이 고향은 아니지만 성남을 지역적 기반으로 해서 자라왔다고 언급했다. 방송의 대부분은 경기동부연합에 대한 분석이지만, 방송을 듣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성남시장 출신인 이재명 지사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진보진영에서도 비판이 많았던 경기동부연합이란 프레임 안에 이 지사를 넣으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민주당 내 반(反)이재명 세력은 최근 ‘혜경궁닷컴’이란 사이트까지 만들었다.
   
   
▲ 지난 10월 29일 이재명 경기지사가 분당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분당경찰서 앞에서 이재명 지사의 구속을 요구하는 사람들과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각각 집회를 벌이고 있다. photo 이태경 조선일보 기자

   이재명 지지율 반등의 이유
   
   이런 일련의 흐름들을 보면 당내 친문 세력들의 이재명 지사에 대한 공격들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친문 세력이 이 지사에 대해 반감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대선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은 ‘정동영 vs 친노’의 구도로 치러졌다. 이때 이 지사는 정동영 후보를 도왔다. 지금도 정동영 평화민주당 대표는 친노계에서는 ‘배신의 아이콘’으로 꼽힌다. 이 지사는 그런 정동영 후보를 도왔을 뿐만 아니라 경선 과정에서 있었던 이른바 ‘박스떼기’의 당사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 지사에 대한 친문 일부 세력의 공격이 계속되는 일차적 이유는 이런 ‘구원(舊怨)’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론 차기 대선 구도와 연관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지사는 지난 대선 경선에서 한때 문재인 후보를 위협할 정도로 지지율이 급상승하기도 했고, 현재도 여권 차기 대선 유력 주자로 꼽힌다. 이미 본인도 한 차례 대선을 경험한 만큼 경기도지사를 발판으로 차기 내지 차차기 대권에 도전할 것이 확실하다. 반면 당내 패권 세력으로 불리는 친문계에서는 아직까지 뚜렷하게 떠오르는 주자가 없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10월 29일~11월 2일까지 닷새간 전국 성인남녀 2506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후보 월례조사를 보면 이 후보는 범여권 후보 중 이낙연 국무총리(18.9%)에 이어 2위(11.3%)를 차지했다. 전통적 친문 주자인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8.2%,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3.1%의 지지율을 얻었다.
   
   이 지사가 여권 내 각종 폭로에 휘말릴 때만 해도 이 지사가 정치인으로 다다를 수 있는 최종 종착역은 경기도지사일 것이란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이 지사에 대한 지지율 상승세는 그야말로 ‘반전’이라고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보면 이 지사에 대한 선호도는 지난 10월에 비해 4.2%포인트 상승했으며, 순위로는 3계단이 올랐다. 순위에 오른 후보들 중 가장 큰 상승폭을 보인 것. 매를 맞을수록 그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올라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각종 의혹에 휘말려 경기도지사에 주저앉을 것처럼 보였던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은 당분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치권 전반의 시각이다. 일단 자신과 관련된 각종 의혹들을 어느 정도 방어해내면서 여론전에서 승리했다. 그 바탕에는 정공법이 있다. 신체 주요 부위에 점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경찰 수사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로 맞불을 놓으려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물음표를 던졌던 대중들이, 의혹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이재명’이라며 호의를 보이고 있다. 지난 대선 때부터 각종 사안에 대해 주저주저하지 않고 선명한 모습을 보였던 그가 이번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위험을 돌파하면서 그의 정치적 이미지를 굳건히 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한 수도권 의원은 “지금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이 도지사 임기 중간중간 터져나오면 대중 입장에서는 ‘또’라는 질문과 함께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차라리 임기 초반 한 번에 털고 가는 것이 이 지사 입장에서는 훨씬 유리하다”고 해석했다.
   
   
   공약 실행되면 파괴력 있을까
   
   그가 도지사 선거 당시 내걸었던 공약들이 실제 정책으로 집행되는 과정에서 또 한 번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이 지사에게는 유리한 포인트다. 공공개발이익 환원제나 분양원가 공개, 표준시장단가 적용 확대나 청년배당 등은 정상적으로 집행만 된다면 유권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길 요소가 많은 정책들이다. 경기도 한 관계자는 “이재명 지사가 내건 공약의 대부분은 성남시장 재임 시절 이미 실험이 끝난 것들이 많다”며 “지자체 단위가 다르기 때문에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오랜 기간 준비해온 정책들인 만큼 자신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를 들어 공공개발이익 도민환원제는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인허가권이란 행정시스템을 활용해 공공에서 개발이익을 환수하고, 이를 각종 기반시설이나 복지혜택으로 돌리는 것을 말한다”며 “이미 성남시에서 판교신도시 남단인 분당구 대장동 210 일원 91만2000여㎡를 택지로 공영개발해 얻은 이익 5503억원 중 920억원을 인근 도로·터널 개설 등에 썼고, 2761억원을 수정구 신흥동 일원 옛 1공단 용지 매입과 공원 조성 사업비로 투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권 후반으로 갈수록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한국 정치 지형상 문재인 대통령과 정반대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이 지사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재명 지사는 강력하고 선명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어, 다소 부드러운 이미지의 문재인 대통령과는 정반대 리더십”이라며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아지고 그 반사이익을 이 지사가 누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시장 등의 여건을 살펴볼 때 이 지사가 추진하고 있는 분양원가 공개도 추후 주목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그에게 제기된 의혹만도 5건이 넘고 그중 몇 건은 이제부터 법정 다툼이 시작된다. 집권여당 소속 광역단체장이지만 사실상 여당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수사기관을 상대하는 이 지사의 정치적 종착점은 어디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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