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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2호] 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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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웹(Web) 시대에서 댑(Dapp) 시대로”

김대현  기자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정부는 블록체인(Block Chain)과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흐름을 관리할 자신이 없는 것 같다. 블록체인이 가진 산업적 가능성에 주목해야 하는데 아직도 ‘암호화폐가 화폐냐 아니냐’라는 1년 전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병두(60)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월 5일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혁신성장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일침을 가했다. 민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정무위원회는 암호화폐 등 금융과 연관된 법률안을 다루는 상임위원회다. 참고로,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육성하는 데 필요한 일종의 연료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블록체인 업계는 물론 민 의원조차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불가분(不可分)의 관계”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부가 블록체인을 바라보는 관점은 민 의원과 관련 업계의 일반론과는 사뭇 거리감이 있다. 특히 이낙연 국무총리와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 정부 고위인사들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개념적 이해가 부족하다는 말까지 듣고 있다. 이 총리와 최 위원장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구조적으로 분리될 수 없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 국회 본회의장과 국정감사 자리에서 “ICO(암호화폐 공개)는 금지하고 있지만 이와 별도로 블록체인 기술은 육성하겠다는 원칙이 있다”는 식의 ‘모순된’ 입장을 피력했다. 이 발언은 마치 “휘발유(암호화폐)는 위험해서 사용을 금지했지만 승용차(블록체인) 개발에는 주력하고 있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 작년 말까지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의 맹아(萌芽)로 각광받았다. 해외 블록체인 기업과 투자자들이 앞다퉈 국내로 몰려왔고 이들의 기술력과 자금은 국내 암호화폐거래소로 연결돼 호황을 맞기도 했다. 그러나 암호화폐의 대표 격인 비트코인 가격이 급상승하며 시장에서 투기적 양상이 나타나자 정부는 즉각 제재에 나섰고, 이후 암호화폐 시장의 주도권은 스위스와 싱가포르 등의 해외로 넘어갔다.
   
   그동안 이뤄진 정부의 제재는 전방위적이었다. 먼저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유사수신행위 규제법’을 개정해 국내 모든 ICO를 금지했다. ICO는 블록체인 기반 업체들이 투자금을 모집하는 방법인데, 이를 차단함으로써 자금줄이 막히게 됐다. 이어 은행권은 지난 1월 말 금융위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에 제공해오던 가상계좌 발급을 전면 중단했다. 이로 인해 암호화폐 거래소에는 국내 신규 투자자 유입이 차단됐고 현재 국내 거래소 대부분은 매출 감소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대해 민 의원은 “법무부의 경우 심지어 ‘암호화폐는 화폐가 아닌데도 화폐처럼 여기는 것’을 일종의 범죄로 보고 단속에 나섰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입지가 크게 위축됐다”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세계 주요 20개국 정상들이 모이는 G20 회의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가능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지난 3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암호화폐 기술이 금융체계 포용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인정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암호화폐 거래소가 보안 등 안전장치가 취약하고 탈세 등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왔다. 그럼에도 이날 회의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강력한 규제안이 도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는 긍정적 시그널로 받아들였다. 민 의원의 설명을 들어보자.
   
   “암호화폐에 대한 G20의 컨센서스는 암호자산이 새로운 비즈니스 수단으로서 기능할 것이라는 점이다.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하는 식의 기능적 측면이 있다고 본 거다. 실제 프랑스나 스위스 같은 경우 이런 기술적 측면을 어떻게 열어줄 것이냐를 논의하는 수준까지 생각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이제 암호화폐가 화폐냐, 아니냐의 논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이미 웹(WEB)의 시대에서 댑(DApp)의 시대로 지형이 바뀌고 있다.” 댑(DApp)은 탈(脫)중앙화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decentralized mobile application)을 말하는 것으로, 암호화폐 거래 등에 쓰인다. 예컨대 네이버가 운영하는 메신저 라인(LINE)이 얼마 전 발행한 암호화폐 링크를 얻으려면 라인이 제공하는 댑에 참여해 리뷰 등을 남겨야 한다.
   
   프랑스는 지난 9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육성을 위한 ‘기업성장 및 변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암호화폐를 규제하겠다’던 프랑스가 블록체인 활성화 법안을 만들며 입장을 바꾼 이유는 블록체인 기반의 기술혁명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프랑스가 제정한 법률에는 암호화폐에 대한 기본 정의부터 발행 주체, 감사 및 보증수단, 승인취소 등 기본적 내용이 담겨 있다. 핵심은 ICO가 가능해져 암호화폐 거래가 비교적 자유로워진다는 점이다.
   
   이에 앞서 스위스는 금융시장감독국(FINMA) 차원에서 일찍이 ICO 가이드라인을 만듦으로써 세계적인 암호화폐의 성지(聖地)가 됐다. 국내 기업은 물론이고 전 세계 블록체인 기반 기업 상당수는 스위스 현지에 재단을 설립하고 ICO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 블록체인 기업인 아이콘루프 등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수천억원에 이르는 투자금 모집에 성공한 바 있다. 이밖에도 기관투자자와 개인전문투자자들에게 ICO의 길을 터준 싱가포르와 에스토니아, 몰타 등이 ICO 기반 국가로 주목받고 있다.
   
   민 의원은 블록체인으로 인해 최근 기업들의 자금조달 방식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년 동안 신생기업들이 벤처캐피털이나 엔젤투자를 통해 펀드레이징(자금조달)한 것보다 ICO로 자금조달한 게 더 많다. 왜 이런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느냐에 주목해야 한다. 일시적인 것인지, 지속가능한 변화인지는 정부가 판단해야 할 몫이다.”
   
   ICO를 한 기업들 가운데 현재까지 발행원가를 유지하며 성공적으로 기업을 영위하고 있는 비율은 약 10% 안팎. 전 세계 3000여개 암호화폐 가운데 300개 정도만 그 가치가 유지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중소벤처 육성을 위해 한 해 약 5000억원을 투입하고도 성공확률이 3~5%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ICO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세계 최고의 보안성을 자랑하는 메신저 텔레그램은 올 초 ‘리버스 ICO’(기존 사업자가 코인을 발행하는 방식)를 통해 그램이라는 코인을 발행했고 약 17억달러(1조8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그 뒤를 이어 라쿠텐, 코닥 등이 리버스 ICO를 통해 대규모 투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블록체인 워킹그룹 만들자”
   
   민 의원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육성에 국회가 주도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정부의 소극적 태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당국에 암호화폐를 허용할 여지가 있는지 모르겠다. 현재로선 그런 흐름이 보이지 않는다. 관련 업체나 협회 측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금융위 등 소관부처가 이들의 얘기를 전혀 듣지 않고 있다. 청와대가 나서야 할 문제라는 생각마저 든다. 내가 청와대 윤종원 경제수석에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해 조치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말했더니 이렇다 할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 국회 수석전문위원실도 블록체인에 대해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아닌, 국회의원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시작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현재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관한 입법안은 총 10여개가 제출돼 있다.<표 참조> 이 중 가장 앞선 법률안의 하나가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제안한 전자금융거래법 일부 개정안이다. 해당 개정안에는 가상화폐의 정의 및 거래를 규정하고 거래소 운영에 관한 규정도 담겨 있다. 민 의원은 “ICO를 인정하고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해 법적으로 풀어주는 게 현재 발의된 법안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암호화폐 관련 논의가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국정감사 기간 중 총 6명의 국회의원이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상대로 관련 질의를 진행한 바 있다. 그럼에도 법안이 통과되려면 정부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예산 증액 등의 사안은 정부가 동의해야 한다고 법에 명시되어 있다. 예산을 반영하지 않더라도 정부가 시행령이나 세칙을 만들지 않으면 법률로서 의미가 없다. 관건은 여러 논의와 에너지가 정무위로 얼마나 모아지느냐에 달려 있다.”
   
   지난 10월 11일 정무위 국정감사에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어준선 코인플러그 회장이 참고인으로 출석해 “정부가 은행의 가상계좌 개설을 차단하는 바람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0월 26일 열린 두 번째 국감에서 “암호화폐 거래소가 실명인증 및 자금세탁방지(AML) 장치를 갖췄다면 신규계좌 발급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11월 중에 블록체인협회와 관련 전문가를 국회로 불러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또 12월에는 법안 심사소위를 공개 형태로 진행해 해당 법안에 대한 공론을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다시 민 의원의 얘기를 들어보자. “금융위가 11월 중으로 암호화폐 관련 해외 실태조사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만약 타성적으로 알아보는 수준이라면 재조사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 방식을 네거티브로 바꾸겠다고 천명한 이상 당국자들도 관심을 보여야 한다.”
   
   민 의원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육성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아직은 크게 뒤처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싸이월드나 아이러브스쿨을 예로 들며 초기 유튜브나 페이스북의 원조가 대한민국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이들 업체가 규제로 인해 활성화되는 데 실패했다고 한다. 블록체인도 현재 관련 특허의 90%를 중국과 일본이 선점하고 있다. 국내 ICO나 암호화폐 거래는 앞다퉈 해외로 빠져나갔고 블록체인 기술력마저 미국의 75%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법에 의한 규제가 아니면서 사실상의 규제를 하고 있는 것은 정부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민 의원은 “블록체인은 지속가능한 새로운 기술력”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나는 한국형 혁신성장의 비전으로 ‘ABC Korea’를 제시한 적이 있다. AI(인공지능), Block-Chain, Contents/Culture(콘텐츠)가 핵심이다. 데이터가 자원인 시대, 데이터 독점기업이 나타나고 있는 요즘 블록체인은 이러한 독점을 막을 대안이자 초연결사회의 기반 기술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민 의원은 “블록체인은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사행성 도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의 난관을 뚫고 새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간다면 신뢰를 쌓게 될 것이다. 블록체인이 소위 바다이야기와 같은 도박이라면 이처럼 전 세계 많은 기업인과 IT 전문가들이 뛰어들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 의원은 인터뷰 말미에 “정부와 국회 그리고 관련 협회가 합동으로 ‘워킹그룹’을 만들어 사기와 투기, 자금세탁을 차단하는 한편 블록체인산업 발전방안을 강구해나가자”고 제안했다. 그는 “부작용을 우려해 길을 막아버리는 것은 신산업을 육성하자는 혁신의 정책기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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