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우드워드의 책 ‘공포’에서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가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뽑는 과정이다. 마이클 플린 전 보좌관이 물러나고 차기 후보를 찾을 때 트럼프는 언론 반응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고 한다.

트럼프는 당시 두 명의 후보를 면접했다. 허버트 맥매스터와 존 볼턴이었다. 3성 장군 맥매스터는 전쟁영웅이자 학자였고, 볼턴은 유엔대사 출신의 강경파 보수 논객이었다. 맥매스터를 인터뷰한 후 트럼프는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트럼프는 교수, 강의, 지식인을 질색하는데, 맥매스터는 그 모든 특성을 다 갖고 있었다. 스티브 배넌 당시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맥매스터에게 면접 때 군복을 입고 오라고 했다. 하지만 맥매스터는 양복을 입고 나타났다. 트럼프는 맥매스터를 만난 후 그가 말이 너무 많은 데다 양복이 싸구려라며 마땅치 않아했다. 트럼프는 볼턴에 대해선 그의 콧수염을 싫어했다고 한다.

당시 트럼프의 선택은 맥매스터였다. 사위 쿠슈너가 언론이 맥매스터를 좋아한다고 알린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 선택은 꽤 오랫동안 효과가 있었다. 훌륭한 군인이자 학자인 맥매스터가 백악관에서 트럼프를 보좌한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안도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결국 가르치기 좋아하는 맥매스터를 견디지 못하고 1년2개월 만에 내보냈다.

트럼프의 세 번째 안보보좌관은 볼턴이다. 콧수염은 여전히 그의 트레이드마크이고 워싱턴의 제일가는 강경파라는 평도 그대로다. 최근 그는 백악관 내부 갈등과 관련해 자주 거론됐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고성을 지르며 싸웠다든지, 그가 뽑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가 해고해버리는 식이다.

하지만 일은 다른 모양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를 보면, 볼턴은 작은 규모의 회의와 신속한 결정으로 트럼프의 마음을 잡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 스타일을 정확하게 파악해 그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 국방장관과의 관계는 늘 미묘하다. 특히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의 관계는 더 그렇다. 국가안보보좌관이 외교 안보 전체를 이끄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은근 합세해서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견제하기도 한다.

트럼프 정부에선 뒤늦게 정부에 들어온 볼턴보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영향력이 돋보인다. 기자회견이나 인터뷰를 들어보면 폼페이오는 트럼프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조심한다. 그리고 대통령이 원하는 일을 해내기 위해 분투한다.

북핵 문제의 경우엔 폼페이오의 프로젝트라고 할 정도로 주도권을 잡고 있다. 볼턴은 거들기만 할 뿐 적극 개입하지 않는다. 북한과의 대화 국면은 폼페이오가 운전대를 잡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폼페이오호가 흔들릴 경우에 대비해 볼턴이 그 뒤에 버티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트럼프와 장관들과의 관계는 기업 회장과 각 부문별 사장 관계와 비슷하다고 한다. 실적을 못 내는 사장들은 잘린다는 것이다. 중간선거 후 집권 후반에 들어선 트럼프는 최근 장관을 최대 5명까지 교체할 수도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자신을 스타로 만들었던 TV 프로그램 ‘어프렌티스’에서처럼 조만간 장관들에게 “당신 해고야”를 외칠 것이다.

강인선 조선일보 워싱턴지국장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