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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7호]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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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기념촬영으로 끝나선 안 된다

제2차 미·북 정상회담 회의론 고개… 톱다운 방식 아닌 실무협상 필요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내 카펠라호텔에서 합의문에 서명한 후 웃고 있다. photo 뉴시스
“우리는 수십 년간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고 들었는데 쟁점은 북한의 말이 아니다. 우리가 봐야 할 것은 성과다. 성과를 거두면 대북 경제제재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12월 6일 공영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제2차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밝힌 내용이다. 볼턴 보좌관은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은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한 말을 이행할 또 한 번의 기회”라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위해 문을 열어뒀고, 북한은 그 문으로 걸어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북 초강경파로 분류되는 볼턴 보좌관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언급하면서 비핵화 성과와 대북제재 해제 문제를 동시에 언급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볼턴 보좌관의 의도는 지난 12월 4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월스트리트저널(WSJ) 최고경영자(CEO) 카운슬 행사에서 “그들(북한)은 지금까지는 약속에 부응하지 않았다”면서 “그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또 하나의 정상회담이 생산적일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라고 밝힌 대목에서 잘 알 수 있다. 볼턴 보좌관의 발언은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한 가혹한 제재 조치가 가해질 것이란 경고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부분적인 제재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일종의 ‘당근’도 제시했다.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철저한 대북제재 이행만을 일관되게 강조해온 볼턴 보좌관이 이례적으로 ‘제재 해제’ 검토를 언급한 것은 김정은과 북한 정권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제재 해제 가능성 언급을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완화’라는 트럼프 정부의 기본 입장의 변화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정책 기조로 삼고 있는 만큼 백악관 안보보좌관으로서 현재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한과의 협상을 재개하려면 최소한의 양보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한 것이다.
   
   북한과의 협상을 총괄하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 11월 21일 자신의 하원의원 시절 지역구였던 캔자스 지방 방송국인 KQAM과의 인터뷰에서 “미·북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 의제(agenda)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한 부분”이라면서 “나는 2019년 초 두 지도자 간의 정상회담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비핵화 문제는 먼 길이 될 것이며 정해진 시간표는 없다”면서 “우리는 김정은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비핵화하기 위해 했던 약속을 실행하게 하도록 그들(북한)과 계속 협상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서 두 축인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의 이런 발언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과의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해결의 실마리가 어느 정도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내년 1~2월 미·북 정상회담 가능할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월 3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별도로 가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은 합의를 이행하기를 바라고, 김정은이 바라는 바를 이뤄주겠다”는 메시지를 김 위원장에게 전해줄 것을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의지를 김정은에게 제시한 것은 미·북 고위급회담과 실무접촉이 이뤄지지 않은 채 겉돌고 있는 것을 타개하려는 의도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 김정은이 이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내놓는다면 미·북 정상회담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회담→미·북 고위급회담→미·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수순을 밟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김정은이 트럼프 정부의 제재 유지 기조에 반발하며 호응하지 않을 경우 내년 1~2월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김정은은 미국의 제재 완화를 끌어낼 수 있는 핵 신고와 검증, 보유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반출·폐기 등 비핵화 조치를 제시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이런 조치를 약속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거쳐 미·북 정상회담으로 가는 ‘톱다운(Top Down·정상 간에 합의한 뒤 실무진에서 후속협상을 하는 방식)’ 외교의 해법에 효과가 있을지 여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톱다운 방식은 싱가포르 미·북 공동선언을 이끌어내는 동력이었지만 미국에서 한반도 전문가들을 비롯해 언론과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까지 강력하게 비판했다. 싱가포르 선언이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데다 미진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미국 조야(朝野)의 시각은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이 충분한 사전 준비 교섭 없이 바로 정상을 대면시켰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과도하게 양보했다는 것이다. 미국 조야의 이런 입장에 따라 트럼프 정부는 싱가포르 선언 이후 장관급과 실무 레벨의 협의에 무게를 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북한 정권은 “최고지도자 간의 새로운 방식의 합의를 실무적 전문가급에서 줴버리고 낡은 방식으로 되돌아가려 한다”며 트럼프 정부를 비난했다. 양측의 이런 입장에 따라 싱가포르 선언 이후 미·북 대화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까.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하려면 실무접촉에서 양측이 어떤 합의를 하느냐가 관건이다. 최고지도자가 ‘무엇을 하느냐’를 결정한 이후 실무자들이 ‘어떻게 하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트럼프 정부는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싱가포르 선언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이 부족해 완전한 비핵화를 합의문에 넣지 못했다”라고 실토한 것처럼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 정부가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요구사항을 낮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왼쪽 두 번째)이 지난 7월 6일 평양 백화원초대소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안내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싱가포르 전철 밟아서는 안 된다’
   
   더욱이 미국 조야에선 2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 등 정치권은 미·북 정상회담에 한목소리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의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이 단순히 지연을 위한 김정은의 핑곗거리에 불과하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장을 나와야 한다”면서 “2차 정상회담의 주요 목적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가 아니라면 회담은 열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드너 의원은 “2차 정상회담의 목표도 비핵화여야 한다”면서 “회담은 약속을 반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김정은이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실제로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도 “2차 정상회담 개최를 북한의 가시적 비핵화 조치와 연관 지어야 한다”면서 “북한은 아직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벤 카딘 상원의원은 “비핵화 첫 단계에도 들어서지 못한 상황에서 2차 정상회담을 개최하려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현 상황에서 2차 정상회담 개최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봅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도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2차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도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의 비핵화 태도에 의문을 제기하며 북한과의 정상회담보다 비핵화 세부사항 조율을 위한 실무회담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북한과 과거 협상했던 미국의 전직 관리들도 2차 정상회담은 실무협상을 통해 서로의 요구와 주고받을 조치를 명확히 한 뒤에 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는 “2차 정상회담은 양측 간 실질적 진전을 이룬 후에 여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또다시 두 정상의 사진 촬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정상회담의 성공은 사전 작업량에 비례하는데, 현재 그런 절차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많다”면서 “미국 정부 관리들 가운데 누구도 미·북 협상에 대해 낙관한다고 말하는 것을 듣지 못했으며, 트럼프 정부 내에서는 2차 정상회담을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셉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대표는 “실무협상 단계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향후 안전보장, 경제발전 지원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파괴무기 조정관도 “정부 관리들이 미·북 간 합의가 마련될 때까지 2차 정상회담이 연기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세바스천 고르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도 “북핵 협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관리들은 북한과의 진전이 대통령의 희망처럼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번 메데이로스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김정은을 다시 만나는 것이 트럼프를 이용해 시간을 벌고 제재 완화를 노리는 김정은의 전략을 승인해주기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북제재 완화하면 핵 개발 자금 늘릴 것”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2차 정상회담이 열려도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2차 정상회담이 개최돼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같은 거래가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제재를 완화할 경우 북한 정권이 핵무기 개발 자금을 늘릴 것”이라면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김정은의 입장만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석좌는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한반도 전문가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 정권이 트럼프 대통령을 폼페이오 장관이나 다른 관리보다 더 많은 양보를 제공할 인물로 보고 있다”면서 “북한 정권은 2차 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정부 관리들과 분리시키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미·북 간 어떤 형태의 만남이 이뤄지든, 본질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이행”이라면서 “북한으로부터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를 받는 것이 어떤 종류의 비핵화 진전에도 반드시 선행돼야 할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는 나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상 미국의 대북제재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합의 파기에서 보듯 한순간에 북한에 강경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의회는 이미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여부와 관계없이 대북제재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상원은 지난 12월 5일 인도·태평양 지역 내 미국의 장기 전략과 정책을 포괄적으로 담은 ‘아시아 안심 법안(the Asia Reassurance Initiative Act·아리아)’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아리아 법안에는 미국의 대북 정책과 관련된 내용도 있다. 그 내용을 보면 북한이 불법 활동을 중단할 때까지 대북제재를 완전히 이행하고, 대북제재 해제의 경우 30일 이내 의회에 관련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법안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가 대북 협상의 목표라면서 법안 발효 90일 이내 국무장관이나 국무장관이 지정한 인사가 재무장관과의 협의하에 북한의 위협과 핵 및 탄도미사일 역량 위협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취한 조치를 기술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대북 협상에 관한 평가보고서의 의회 제출도 의무화했다. 특히 평가보고서에는 북한의 평화적 비핵화와 핵 및 탄도미사일 위협 제거를 위한 잠정적 로드맵이 담겨야 하며, 이 로드맵이 실행되기 위해 북한이 취해야 하는 구체적 행동에 관한 평가도 기술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번 법안을 대표 발의한 가드너 의원은 “상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가 지난 3년간 초당적인 이 법안 통과에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하원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상정됐으며, 하원 외교위 심의를 거치고 있다.
   
   
   미 의회 대북제재 법안 추가 상정 계획
   
   상원은 연내 처리되지 못한 대북제재 법안들은 모두 내년 다시 상정할 계획이다. 현재 상원에 계류 중인 대북제재 법안은 ‘리드액트(LEED Act)’와 ‘브링크 액트(BRINK Act)’ 등 2건이다. 리드액트는 북한에 대한 포괄적인 유류 및 무역 금수조치를 담은 법안이고, 브링크 액트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자 금융기관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법안이다. 가드너 의원은 “북한이 계속 비핵화 약속을 지키길 거부할 경우 미국이 할 수 있는 것은 매우 많고 의회도 틀림없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이 내년 초 개원하면 2차 정상회담 반대 등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일부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아무튼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두고 ‘힘든 일(hard task)’이라고 말했듯이 톱다운 방식이 북핵 문제 해결의 최선책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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