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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용원의 밀리터리 리포트]  쓸쓸한 이재수 빈소 “조화도 청와대 허락받고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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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7호]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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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원의 밀리터리 리포트]쓸쓸한 이재수 빈소 “조화도 청와대 허락받고 보냈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 지난 12월 9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세월호 유족 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오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의 빈소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photo 뉴시스
“어떻게 현역 군인들이 한 사람도 빈소에 조문을 하지 않을 수 있지요?”
   
   세월호 유가족 사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 숨진 고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장례식이 지난 12월 11일 끝난 뒤 나오고 있는 말들이다.
   
   군인들은 다른 집단에 비해 이른바 전우애로 뭉친 의리가 있는 집단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권 눈치를 봐 조문도 안 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5일장을 치렀던 이 전 사령관 빈소를 계속 지켰던 사람들에 따르면 고인의 빈소에는 현역 장성은 한 사람도 조문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다만 대령 1명, 중령 1명 등 일부 영관장교들은 조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령은 현역 군복을 입고 나타나 주목을 받았다. 육군 정복을 입은 그는 “어떻게 이곳에 올 생각을 했느냐”는 물음에 망설이다 “소신대로 살려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정경두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도 일부만 조화를 보냈을 뿐 일절 조문을 하지 않았다. 정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 김용우 육군참모총장 등이 조화를 보냈을 뿐이다. 한 소식통은 “군 수뇌부 조화도 청와대에 물어봐 ‘오케이 사인’을 받은 뒤 보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방부 산하기관장들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생전에 이 전 사령관과 가까웠던 기관장들도 조문은 물론 조화도 보내지 않았다”며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기무사의 후신인 안보지원사령부 쪽도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 전 사령관의 한 지인이 안보지원사 측에 사령관 조화를 요청했는데 “안보지원사는 이제 기무사와 단절된 조직이기 때문에 (조화를) 보내드릴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3000여명이 훨씬 넘는 안보지원사 현직 요원 중 그의 빈소를 조문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현역 간부들의 경우 부인 등 가족을 보내 조문해 표시가 나지 않았을 수 있지만 현역 군인들의 조문은 매우 드물었던 셈이다.
   
   이에 따라 빈소 주변에선 이 전 사령관에 대한 동정론이 많이 나왔다. 특히 그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으러 법원에 출석할 때 수갑을 찬 채 이동하는 모습은 ‘명예를 중시하는 예비역 장성에 대한 인격살인 아니냐’며 적지 않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그는 포토라인에서 “‘모든 공은 부하에게, 책임은 내게’라는 말이 있다. 그게 지금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끄럽지 않다는 생각인가’라고 묻자 단호하게 “그렇다”고도 했다.
   
   이 전 사령관은 현역 시절 꼼꼼하게 일처리를 해 아랫사람들이 힘들어한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합리적인 성품을 가진 장군으로 알려져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와 서울중앙고 동기동창, 육사 37기 동기생으로 유명했다. 말 그대로 가장 가까운 절친이었다.
   
   그가 강원도 최전방 부대에서 연대장을 맡고 있을 때 박지만씨가 서향희 변호사와 결혼했다. 결혼식 전 함이 들어갈 때 함잡이(마부)를 한 게 이 전 사령관이었다. 당시 함진아비(말)는 육사 37기 동기생인 신원식 전 합참차장이 맡았다. 신 전 차장은 최근 해박한 지식으로 남북 군사합의의 문제점을 질타하는 등 예비역 장성의 대표 논객으로 활약하고 있다.
   
   박지만씨는 지난 12월 10일 이 전 사령관의 빈소를 찾아 “이재수 장군은 생도와 군생활을 같이한 절친한 친구”라고 회상하면서 “제가 사랑했던 분들이 아무런 말 한마디 없이 갑자기 저를 떠나는 것이 상당히 괴롭다. 제 친구가 보고 싶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전 사령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도 그의 평소 성격과 그가 처한 막다른 환경 등이 복합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사령관을 잘 아는 한 예비역 장성은 “육사교장을 했으면 맞았을 사람이 정치적인 자리인 기무사령관을 맡았다가 결국 변을 당했다”고 아쉬워했다.
   
   생전 이 전 사령관의 심경은 변호인 등에게 전달한 A4 용지 15쪽 분량의 문건에 잘 나타나 있다. ‘세월호 관련 수사 개시 이후 개인적 소회’ ‘세월호 민간사찰 의혹이 성립될 수 없는 이유’ 등 두 가지 주제로 정리돼 있다. 그는 ‘세월호 관련 수사 개시 이후 개인적 소회’에서 “(세월호 사고 당시 기무사 활동은) 일 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사령관 재임 기간에 수행했던 업무 중 가장 힘들고 보람 있었던 업무로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었다”며 “국가위기 시 불철주야 고생한 부대와 부대원들에게 너무나 가혹하게 질책하는 것을 보며 정말 안타깝고 허탈한 생각마저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야전부대 원복(원대복귀)조치 등 불이익을 받은 부대원들에게 사령관으로서 전혀 힘이 돼주지 못하는 현실에 스스로 무력감과 자괴감이 들어 오랜 기간 잠을 이룰 수 없었다”며 “아직도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썼다. 한 예비역 장성은 이와 관련 “세월호 사찰 의혹 사건과 관련해 예비역들은 영장이 기각됐지만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 등 현역들은 아직 구속 상태에 있다”며 “형평성 차원에서 현역들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권 눈 밖에 나면 진급은 끝난다’
   
   이 전 사령관의 자살 사건은 사건 자체 외에 빈소에 현역 군인들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던 일 또한 두고두고 회자되며 국민들의 군에 대한 인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현역이나 예비역들 사이에선 이에 대해 “(현역 군인들로선)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많다. 진급이 생명과도 같은 직업군인들은 ‘정권 눈 밖에 나면 진급은 끝난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는 보수·진보를 떠나 역대 정권에서 비슷하게 나타났던 모습이다. 하지만 현 정부의 경우 과거보다 더 군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갑질 논란’으로 만신창이가 돼 전역한 박찬주 전 2군사령관(예비역 대장)이 대표적인 예다. 박 전 사령관 사건으로 현역 장성들은 물론 예비역 고위 장성들도 크게 위축됐다고 한다.
   
   국회에서 유례없는 ‘하극상 논란’을 빚으며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인 송영무 전 국방장관과 이석구 전 기무사령관, 전 100기무부대장의 충돌도 근본적으로는 현 정부의 압박 때문에 빚어진 사태라는 분석도 있다. 군의 한 소식통은 “당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관계자들이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쿠데타 모의 문건인 것처럼 예단해 언급했었다”며 “그런 상황이니 송 전 장관이나 이 전 사령관이나 각자 살기 위해 몸부림쳤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 현역 장성은 “이 전 사령관 빈소에 현역 군인들이 거의 조문을 하지 않았다고, 지금 현역 장군·장교들을 다 정권 눈치나 보는 사람들로 생각하는 것 또한 하나의 매도”라고 주장했다.
   
   군은 통수권자 명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가장 기본적인 인륜지사까지 정권 눈치를 보는 듯한 군인들의 모습에 국민들의 실망감 또한 커진 것 같다. 한 관계자는 “앞으로 군 고위 관계자들이 남북 군사합의 등과 관련해 ‘대북 군사 대비 태세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더라도 이를 사실이 아니라 정권과 코드 맞추는 얘기를 하는 것으로 국민들은 생각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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