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70주년이 되는 해다. 자신들이 천하의 중심이라고 자처하던 청(淸) 왕조가 인력과 짐승의 힘이 아닌 증기기관의 동력을 만들어 인류 최초의 산업혁명을 선도한 영국을 앞세운 서양의 무력에 굴복한 것이 1840년 아편전쟁이었다. 아편전쟁의 패배로 2000여년 중국 전통사회를 유지해오던 왕조체제는 1912년 쑨원(孫文)의 국민혁명에 붕괴됐다. 아편전쟁 이후 100여년이 흐른 1949년 10월 1일 중국공산당 리더 마오쩌둥(毛澤東)은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을 누르고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수립을 선언했다.

30여년 동안의 중국 내전에서 국민당을 지원했던 미국 국내에서는 ‘Who lost China(누가 중국을 잃어버렸나)’라는 논쟁이 벌어졌다. 논쟁의 끝은 미국의 정치·경제 리더들 사이에 마치 중국이 이 세계에 없는 나라인 것처럼 여기는 인식을 형성했다. 미국이 중국을 그렇게 인식하고 있는 동안 중국은 한국전쟁에 개입했고, 소련 의존 일변도의 군사·외교 정책을 유지했다.

그런 인식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 1969년 미 대통령에 당선된 리처드 닉슨과 닉슨의 외교안보 고문 헨리 키신저 미 하버드대 국제정치학 교수였다. 닉슨과 키신저는 주적(主敵)인 소련을 효과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중국을 끌어들이는 미국판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을 추구했다. 1949년 10월 중국공산당이 승리를 선언한 이래 ‘억제(Containment)’를 주제로 하던 미국의 중국정책을 닉슨 행정부가 처음으로 ‘개입(Engagement)’으로 전환한 것이다.

지난 10월 4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미국의 보수적인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 나가 ‘미 행정부의 중국정책’이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우리는 앞으로 중국을 재건축하려고 한다(We rebuild China)”고 선언한 것은 단순한 엄포가 아니었다. 펜스 부통령은 “중국은 미국의 하이테크기술을 훔쳐 경제성장을 해왔으며, 그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민주주의 정치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펜스 부통령의 연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최고의 중국 전문가”라고 평가한 허드슨연구소 소속 국제정치학자 마이클 필스버리(Pillsbery)의 역저 ‘100년간의 마라톤(The Hundred Year Marathon)’의 주장을 받아들여 작성된 것이었다. 필스버리의 주장은 “1970년대 초 닉슨 대통령이 중국과의 화해를 통한 개입정책을 시작한 이래 중국은 계속해서 미국을 속여왔으며,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설 이후 100년이 되는 2049년에는 미국을 밀어내고 세계의 패권국가가 되려고 기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鄧小平), 그리고 현재의 시진핑(習近平)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중국 지도자들은 전술을 달리하면서도, 전략적으로는 미국을 속이고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추구하는 손자병법식 기만전술을 구사해왔다는 주장이었다.

공산당 지도부 대책 논의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정책이 이전의 오바마와 부시, 클린턴 대통령의 중국 정책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자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지난 12월 19일부터 사흘간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심각하게 대책을 논의했다. 마이클 필스버리의 말대로 상대방과 전투가 벌어지면 우선 기만전술을 쓰는 것이 기본인 중국의 손자병법에 따라 중국공산당 중앙경제공작회의의 발표문은 조용하고 평범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2019년은 신중국 수립 70주년이 되는 해다. 전면적인 샤오캉(小康·중산층이 잘 확보된 중진국) 사회 건설에 관건적인 한 해가 될 것이다.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을 지도이념으로 삼고, 2017년의 19차 당대회 정신을 관철하기 위해… 안정된 가운데 전진하는 ‘온중구진(穩中求進)’을 경제공작의 기조로 삼되, 새로운 발전 이념과 고질량(하이 퀄리티) 발전, 공급 사이를 구조 개혁의 기본 라인으로 삼아 시장 시스템 개혁 심화와 고수준의 개방, 현대화된 경제체제 구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중국공산당 중앙경제공작회의는 2019년도 경제공작의 중요 임무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미국을 의식한 평범한 ‘중점 공작 임무’를 발표했다. 첫째 제조업의 고품질 발전, 둘째 국내시장의 확대 촉진, 셋째 농촌 진흥 전략의 내실화, 넷째 지역 간 협조체제 발전, 다섯째 경제체제 개혁 가속화, 여섯째 전방위 대외 개방, 일곱째 민생의 보장과 개선 등이었다. 공식 발표문 끄트머리에 붙어 있는 결의문에는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중앙 주위에 전체 당과 국가가 긴밀하게 단결해서 상하가 같은 마음으로 난관을 극복하고, 경제 사회 발전의 우수한 성적으로 인민공화국 정부 수립 70주년을 맞이하자”고 촉구했다.

그러나 중앙경제공작회의가 끝난 나흘 뒤인 12월 25일에 발표된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논평은 이 회의가 얼마나 심각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지금이 아국 발전의 중요한 전략적 시기임을 정확히 인식하자’는 제목 아래 “중앙경제공작회의의 정신을 관철하자”고 촉구한 이 논평이 전한 분위기는 발표문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현재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것은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대변국(大變局)이다. 국내외 형세에 심각하고 복잡한 변화가 발생해서 아국 발전의 중요한 전략적 기회가 아직도 존재하는가에 의심을 던져주고 있다. 이 전략적 시기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아국 발전은 현재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하는 화위위기(化危爲機), 전위위안(轉危爲安)의 시기에 놓여 있다.… 하나의 국가, 하나의 민족은 주체적이고 주동적이어야 하며, 우세를 확보해서 미래를 열어야 한다.… 현재 세계의 대변국에는 풍험(風險)과 도전이 충만해 있지만, 평화와 발전이 이 시대의 주제가 되어야 한다. 우리 중국은 현재 각종 세계적인 난제를 해결하는 데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경제의 글로벌화는 전 세계 역사의 대추세로, 결코 역전될 수 없는 추세다. 우리 중국은 과학기술 영역에서 중요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이 우리 시장에 의존하는 대세는 결코 역전될 수 없는 추세다.… 올라타야 할 것은 추세이며, 결코 상실해서 안 되는 것은 시간이다. 정확한 인식으로 확고한 자세를 유지하고,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지도 아래 중국호의 커다란 바퀴가 멀리 굴러갈 수 있도록 추동할 뿐만 아니라, 중화민족이 광명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난 12월 14일 베이징의 한 증권사 객장 모습. ⓒphoto 뉴시스
지난 12월 14일 베이징의 한 증권사 객장 모습. ⓒphoto 뉴시스

“천하대변의 국면”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느끼는 그런 위기의식을 반영해서인지 중국의 주역 전문가들의 온라인 웹사이트에도 2019년 중국의 국운(國運)이 위기에 처해 있으며, 천하대변(天下大變)의 국면이 다가오고 있다는 예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주역을 바탕으로 한 역술에 정통한 명대(明代)의 관리가 지었다는 ‘황금책(黃金策)’에도 2019년의 괘들이 불길하게 예상돼 있다는 말들이 많다. 이런 식이다. ‘천지만물에 관한 괘는 귀신을 만날 괘로 매우 불길하며, 사람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두 번째 괘는 재난이 빈발하고 도적이 창궐하는 괘이며, 관리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세 번째 괘는 재산이 바닥나는 화가 닥칠 것이며, 재상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네 번째 괘는 고난과 우려가 겹쳐 반복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황금책’과 같은 역서(易書)를 바탕으로 주역 전문가들은 2019년 기해(己亥)년에 관한 네 가지 예측을 내놓아 중국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새해에는 국제 경제 형세가 거대한 변화를 겪을 것이며, 외환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다. 중국의 하이테크 제품 생산이 좌절될 것이며,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이고, 이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는 관리들의 인사이동도 크게 이뤄질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중국 최고지도자들은 혼란을 통제하기 위해 지휘권을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중국 주역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미국의 투자 자문회사 매킨지(Mc-Kinsey & Company)도 2018년 겨울 리포트 ‘우리는 2019년 중국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나’를 통해 중국 시장의 불안정성을 예측했다. 매킨지는 고든 오어(Gordon Orr)가 대표 작성한 리포트에서 “지난 20년간 유지되어오던 미국과 중국의 경제 균형은 이미 깨졌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균형이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세계 2대 경제체제인 미국과 중국의 분리가 얼마나 진행될 것인지, 비즈니스 업계가 비즈니스 모델을 어느 정도로 바꿔야 할지, 그들이 타깃으로 하는 고객들을 어떻게 다시 설정해야 할지 현재로서는 예측이 불가능한 정도라고 매킨지 리포트는 예고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변화와 우려, 불확실성이 장기 투자의 수준을 낮추어놓을 것이라는 점이다. 또 시장의 성장과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도 불안을 가중시킬 것은 분명하다고 예상했다.

대중정책 수정 필요

매킨지리포트는 이와 함께 “한국 삼성그룹이 이미 많은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중국을 개조하려는 미국의 압력 때문에 점차 중국에 투자된 외국 기업과 공장이 터키, 인도, 동유럽 국가들로 이전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매킨지의 이 보고서는 국제정치경제학에서 말하는 국가 간 산업이전 이론이 현재의 중국에 적용될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동안 중국의 하늘에 머물러 있던 경제발전의 기러기가 이제 중국 남쪽이나 서쪽의 국가들로 옮겨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예측한 것이다.

현재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제일 높은 우리 경제와 안보, 국제정치의 기본구조도 이제는 수리를 해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이 2019년 예측의 기조라는 점을 우리 정부는 인식할 필요가 있다. 보다 발 빠른 대책을 수립해야 할 분위기라는 것이다. 미·중 관계를 바탕으로 한 국제 경제와 정치 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과연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증진에만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있어도 좋은지 반문해야 할 때이기도 하다.

박승준 아시아리스크모니터 중국전략분석가 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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