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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40호] 2019.01.07

선방? 헛방? 나경원 전투력 도마 위에

최승현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조국 민정수석과 악수하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photo 뉴시스
자유한국당이 청와대 특별감찰반 의혹과 관련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시켜 공세를 퍼부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면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지 못한 것은 물론 특별감찰반 출신 김태우 수사관이 기존에 언론을 통해 폭로한 내용까지 제대로 추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취임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나경원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12년 만에 민정수석 불러냈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은 12년 만이었다. 그만큼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를 통해 시작된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여권의 부담이 크다는 의미였다. 2018년의 마지막 날이었음에도 주요 방송사들이 일부 내용을 생중계할 만큼 세간의 관심도 컸다. 한국당은 국회 운영위원들도 대거 교체하며 대비했다. 당 ‘청와대 특감반 의혹 진상조사단’ 소속인 송언석·이만희·이양수·최교일·강효상·전희경 의원을 급히 투입했고 진상조사단장인 김도읍 의원도 합류시켰다.
   
   하지만 조국 수석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향해 14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야당 의원들의 질의는 전혀 날카롭지 못했다.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듯 서로 비슷한 질의를 계속 쏟아내면서 여권의 비아냥을 샀다. 무리한 질의로 역공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이만희 의원은 김정주 전 환경부 산하 환경기술본부 본부장이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문건 때문에 퇴사했다는 취지로 녹취를 공개했다. 김 전 본부장은 “저는 환경 분야에서 20년간 종사해온 김정주이고 블랙리스트의 가장 큰 피해자”라며 “환경부와 기술원 노조,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의원의 집요한 괴롭힘과 인격적 모독, 폭행, 허위사실 유포로 정든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르면서 도저히 사퇴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서 사퇴했고, 지금도 그때의 충격으로 약을 먹지 않고서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갑자기 “저분은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 비례대표 23번인데 무슨 낙하산 인사 피해자라고, 폭로라고 하는 거냐”라고 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이어서 “확인해보니 이 의원이 말씀하신 김정주란 분은 3년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쳤다”며 “퇴임사까지 정상적으로 마치고 퇴임한 걸로 확인했다”고 했다. 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자리를 지키는 데 고통과 인내와 인격적 모멸감을 느껴야 한다면 그 또한 블랙리스트에 해당할 수 있다”고 응수했지만, 이미 여당 의원들은 물론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실소가 터져나오는 상황이었다.
   
   의혹의 실체와 상관없는 발언도 논란이 됐다. 전희경 의원은 조 수석을 향해 한 방송사의 TV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전참시)’을 빗대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참여연대로 구성된 시대착오적인 수구좌파 정권의 척수”라고 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일부 사안에 대해선 오전과 오후에 비슷한 질문이 계속 이어졌다.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금품수수 의혹이 대표적이었다. 청와대와 여당 측은 “박근혜 정부 시절 검찰에서도 기소하지 않은 사안”이라는 빈약한 논리로 일관했지만 이를 새로운 근거로 반박하지 못했다. 본격적인 질의에 들어가기 전 의사진행발언 과정에서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을 비롯한 민정라인 비서관들의 불출석을 문제 삼으면서 시간을 허비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한국당 한 중진의원은 “우리 당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이기는 했는데 본인들도 해당 사안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있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조목조목 사실관계를 따져야 조 수석과 임 실장이 실언(失言)이라도 하게 되는데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했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가장 큰 문제는 워낙 여러 분야에 걸쳐 있는 문제인 만큼 역할 분담이 명확하게 돼 있어야 하는데 그게 전혀 안 돼 있었다는 점”이라며 “결과적으로 조 수석만 띄워주는 결과를 가져온 것 아니냐”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운영위가 끝난 직후인 1월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불법 사찰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국정조사 청문회와 특검을 통해 불법 사찰의 진상을 남김 없이 파헤쳐 나갈 것”이라고 했다.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을 출석시켜 문재인 사찰정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청와대와 민주당은 ‘3否(부) 3變(변) 3擁(옹) 봉쇄전략’으로 국민은 물론 국회와 야당을 농락하려 했다”며 “그러나 공익제보자의 폭로가 상당 부분 사실임을 규명하는 성과를 보였다”고도 했다. 당 안팎에서는 부정적 평가가 상당하지만 나 원내대표는 성과를 강조한 것이다.
   
   
   “세밀한 준비 못 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11일 원내대표 경선에 승리하면서 ‘들개’라고 자칭하며 대여(對與) 투쟁의 전면에 나섰던 전임 김성태 원내대표와는 차별화된 리더십을 선보이겠다고 했었다. “이전에는 목소리 큰 투쟁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국민들이 우리 주장에 더 귀 기울일 수 있도록 공감형 투쟁을 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첫 번째 관문이 이번 청와대 특감반 의혹 진상 규명이었다. 특위를 구성해서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는 일부 성과를 올리면서 당내 기대가 높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본경기’라고 할 수 있는 국회 운영위에서 조국 수석까지 출석시킨 가운데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는 비판적 평가를 받으면서 좀 더 치밀하고 적극적인 대여 투쟁 방식이 고민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 한 중진의원은 “발 빠르게 특위를 구성하고 김태우 수사관의 특감반 감찰·동향 조사 활동 문건 ‘리스트’를 공개하면서 여권을 상당히 압박했고 조국 수석을 운영위까지 출석시킨 것도 나 원내대표의 공”이라며 “다만 운영위를 앞두고 세밀한 준비를 하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고 했다. 영남지역 한 중진의원은 “솔직히 국회 상임위 질의를 통해 새로운 사실관계를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미 드러난 의혹들을 갖고 조국 수석과 임종석 비서실장을 압박할 수 있는 전략을 짜는 게 현실적이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했다.
   
   한국당은 특감반 의혹과 관련해 국정조사와 특검을 주장하고 있지만, 바른미래당에서도 미온적 반응을 보이면서 추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1월 2일 당 회의에서 “운영위를 겪으면서 형사적 처벌이 가능한 청문회와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검찰은 보여주기식 압수수색을 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검사 도입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금 상황에서 국정조사를 한들 추가적인 것이 나오기는 어렵고 검찰 수사 상황을 지켜보면서 판단하는 게 맞다”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아예 스스로 ‘판정승을 했다’고 주장하며 ‘운영위를 통해 특감반 의혹 문제가 해소됐다’고 하고 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야당 요구로 진행된 운영위를 통해 문재인 정부에서는 민간인 사찰이나 블랙리스트는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히 밝혀졌는데도 한국당이 다시 특검, 국조를 하자고 우기고 있다”며 “비리 수사관에 대한 미련을 깨끗이 버려주길 바란다”고 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2018년의 마지막날이라는 상징성도 컸는데 운영위에서 제1야당이 지리멸렬한 모습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너무 커서 난감하다”며 “국정조사와 특검을 주장하기는 하지만 다른 야당에서도 시큰둥한 상황에서 향후 대여 투쟁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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