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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1호] 2019.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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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북핵, 결국 파키스탄 모델로 가나?

NYT “북핵 인정하느냐 마느냐, 트럼프 결정적 선택의 순간에 직면”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탄도미사일의 탄두 부분을 보며 간부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photo 노동신문
북한의 핵 개발 일등공신 중 한 명을 꼽으라면 전병호 전 노동당 군수담당 비서라고 말할 수 있다. 북한의 군수산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원회 위원장을 오랜 기간 역임한 전병호는 1996년 사위 윤호진 남천강 무역회사 대표와 함께 비밀리에 파키스탄을 방문했다. 당시 전병호는 파키스탄과 이른바 ‘핵과 미사일 기술교류협정’을 맺었다. 이 협정은 북한이 파키스탄에 노동미사일 개발기술과 장비를 제공하고, 파키스탄은 북한에 고농축 우라늄 기술과 장비를 넘겨준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으로 망명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도 “전병호가 1990년대 파키스탄과 핵 거래를 성사시켰다”고 밝혔다.
   
   
   전병호의 파키스탄 공략
   
   전병호는 1998년 파키스탄 주재 북한대사관의 강태윤 참사를 시켜 제항기르 카라마트 당시 참모총장 등 파키스탄 군 수뇌부에 350만달러와 보석 등을 뇌물로 전달했다. 그러면서 전병호는 파키스탄에 항공기로 미사일 부품을 보내면 핵 관련 문서와 부품 등을 그 항공기가 북한으로 싣고 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전병호는 2011년 10월 발표한 수기(자서전)에서 “김일성이 한평생 품을 들여 자주적 국방공업을 창설했고 김정일이 핵을 만들어 민족의 존엄을 만방에 떨치었기에 북한의 인민들이 온갖 복락을 다 누리며 살 수 있었다”고 서술했다. 전병호가 2014년 7월 9일 사망하자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국방위원회는 공동 명의의 부고를 통해 “우리 조국을 인공지구위성 제작 및 발사국, 핵보유국으로 전변(轉變)시키는 데 특출한 공헌을 했다”고 평가했다. 김정은은 직접 장의위원장을 맡아 전병호의 장례를 국장으로 치르는 등 최고로 예우했다.
   
   전병호의 부고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 정권은 이미 2012년 4월 13일 김정은 체제 출범에 맞춰 개정된 헌법의 서문에서 핵보유국임을 적시했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겠다”고 강조하면서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또다시 천명했다. 김정은은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는 책임 있는 핵강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우리 국가의 자주권과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나라나 위협도 핵으로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핵 보유가 인정된 국가는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 등 5개국뿐이다.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은 NPT 체제 밖에서 핵 개발에 성공해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것처럼 북한 정권의 목표도 이들 세 나라처럼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겠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북한 정권이 세 나라 중에서도 핵 개발에 도움을 받았던 파키스탄의 길을 가려고 한다는 점이다. 파키스탄은 1998년 5월 28일과 30일 6차례 핵실험을 하면서 핵보유국을 선언했다. 당시 유엔 안보리는 파키스탄의 핵실험 이후 비난 결의안만 채택했을 뿐 제재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 결의안 채택에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이 파키스탄에 대한 독자적인 경제 제재에 나섰다. 미국의 경우 1998년 6월 18일 파키스탄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관을 통한 모든 차관 중단, 신규 군사장비 판매 및 기존 판매 장비 인도 중단, 미국 정부의 신규 신용제공 중단,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모든 원조 중단 등의 제재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미국은 2001년 9·11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에 대한 공격 등 국제적인 테러 대응 협력을 위해 파키스탄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2001년 9월 23일 파키스탄에 대한 제재를 완전 해제했다. 미국은 또 파키스탄에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협력해온 대가로 최근까지 200억달러 규모의 경제 지원까지 해왔다. 파키스탄은 핵보유국을 선언한 이후 국제사회의 압박을 버티면서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자제하는 등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적극 나섰고, 결국 핵보유국의 입지를 확보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의도가 파키스탄처럼 핵보유국이 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북한의 의도는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김정은의 메시지는 북한을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여준다면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 석좌는 “미국이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북한은 어느 시점에 핵무기 생산이나 확대를 멈출 수는 있다”면서도 “북한의 이런 입장은 비핵화와는 거리가 먼 신호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의 신년사는 비핵화 의지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미국이나 유엔 등이 요구해온 핵 폐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김정은의 의도는 핵 개발에 따른 제재를 거의 받지 않고 NPT에도 서명하지 않은 채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은 파키스탄의 전례를 따르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북한은 지금까지 핵무기를 폐기하겠다는 어떠한 실질적 의사를 보여준 적이 없다”면서 “신고와 검증 등을 수용하지 않으려는 북한의 의도는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지난해 6월 2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한 북한 특사 김영철로부터 김정은의 친서를 받고 있다. photo 백악관

   파키스탄은 어떻게 핵보유국이 됐나
   
   북한 정권은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북핵 전략을 변경했다. 그동안 요란한 핵실험 등을 통해 핵 개발이 불가역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이를 기정사실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런 전략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트럼프 대통령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 정권은 핵실험 등은 일절 하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핵물질과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은밀하게’ ‘조용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파키스탄을 비롯해 인도와 이스라엘이 핵능력을 강화해온 방법이기도 하다. 북한 정권이 그동안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중단한 덕분(?)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가 진척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김정은도 친서를 보내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립서비스만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일 백악관에서 열린 새해 첫 각료회의에서 “방금 김 위원장에게 훌륭한 편지를 받았다”면서 “나는 김 위원장과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친서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밝힌 ‘완전한 비핵화 의지’ ‘핵 생산·시험·사용·전파 금지’ 등 유화적 메시지가 담겼을 것이 분명하다.
   
   미국 언론들은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교묘한 수법을 구사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북한과의 협상을 이끄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고위관리들의 배제를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부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김정은이 편지의 자구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조언을 받았을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추어올리고 세심히 배려하는 내용을 담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독재자가 보내온 ‘연애편지’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면서 ‘리틀 로켓맨’(Little Rocket man·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붙인 별명)을 협박하기 위해 트위터를 썼던 트럼프 대통령이 종이편지라는 더 낡은 방식의 의사소통 수단을 통해 김정은과 ‘아름다운’ 관계로 발전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김정은의 친서가 북한 비핵화에 가시적인 진전을 보여주는지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이라면서 “친서에 메시지가 있다면 그것은 한때 ‘최대의 압박’이라고 불렸던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전략을 더욱 약화시켰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정은은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모두 여섯 차례 친서를 보냈다. 김정은의 친서는 지난해 미·북 간 위기를 돌파하거나 미국 내에서 불거진 북한 비핵화 회의론을 잠재우는 데 적절한 효력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미·북 간 협상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덕담들’이 오가는 식으로 전개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물 건너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니컬러스 번스 전 미국 국무부 정치담당 차관은 “김정은은 무엇이 파키스탄을 보호했는지를 잘 알고 있다”면서 “북한의 핵을 인정해주는 국가들이 있고, 이들이 교역하는 한 북한의 핵무기를 해체하겠다는 계획은 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번스 전 차관은 “파키스탄이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은 전략을 북한이 모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핵전력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고 도발 등 별다른 위기를 조성하지 않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노력은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강조하도록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 이후 지금까지 “김정은과 관계가 좋고 미·북 대화가 잘되고 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과의 전쟁을 막았다”는 등 자신의 업적만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해왔다. 이런 발언들을 볼 때 북한 정권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맞춤형’ 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 북한의 영자신문인 평양타임스가 김정은의 올해 신년사를 1면에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트럼프 심기 살피는 김정은의 편지 외교
   
   김정은의 이런 전략이 먹혀든다면 최악의 경우 북한이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려면 북한 핵문제를 해결했다는 ‘성과’가 필요하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 핵시설 폐기 등 북한 정권의 조치에 따라 제재를 어느 정도 해제하는 등 상응조치를 결정함으로써 새로운 도박을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북핵 해결보다는 미국의 안전을 보장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켰다고 주장하면서 미국 국민들의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말 그대로 ‘트럼프 리스크(risk)’가 상존한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6일 “북한과 2차 정상회담 개최 장소를 협상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발표할 것”이라고 밝히자, 미국 조야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 정권이 미국과 고위급 실무회담에는 응하지 않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2차 정상회담을 가지려는 것은 너무 성급하기 때문이다. 2차 정상회담이 고위급 실무자 간의 구체적인 조율 없이 개최될 경우 자칫하면 1차 회담에서처럼 추상적인 합의만 도출할 수 있다. 미국의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와 핵 물질은 추후에 다룰 과제로 미룬 채 핵 동결을 통해 미국 본토에 대한 핵 위협을 제어하는 선으로 목표를 후퇴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결정적 선택의 순간에 직면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내려야 할 결정은 북한의 핵무기를 완전히 없앤다는 ‘북한 핵무기 제로(zero)’ 목표를 철회하느냐 여부”라고 분석했다. NYT는 “북핵 제로 목표의 철회는 북한을 파키스탄·인도·이스라엘처럼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껏 역대 어떤 대통령들도 공개적으로 얘기하지 않았던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경우 NPT체제가 붕괴될 수 있다. 미국은 이란과 시리아 등 북한처럼 핵을 보유하려는 국가들의 도전과 위협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 분명하다. 미국 조야가 안보에 최대 위협이 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인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실제로 미국 의회는 지난해 말 ‘아시아 안심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법에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한의 비핵화(CVID)가 협상의 목표가 돼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라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 법은 또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와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명시된 핵과 미사일 개발 등 불법 활동에 북한이 더 이상 관여하지 않을 때까지 대북 제재를 계속해서 부과하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라고 못 박았다. 미국 의회가 대통령에게 대북 제재 해제 등을 독단적으로 하지 말 것을 요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의회는 또 지난해 통과시킨 2019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서도 북한 비핵화의 모든 과정과 조치를 행정부가 의회에 보고하도록 명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을 인정하기 어려운 다른 이유로 이스라엘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도 꼽힌다. 이스라엘은 주적인 이란이 북한과 핵, 미사일 거래를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정·재계 주요 요직에는 유대계 인사들이 포진해 있고 미국 역대 정부는 이스라엘의 입장을 존중하고 지지해왔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경우 이란도 북한처럼 핵보유국이 되려는 야심을 보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아무튼 국제사회, 특히 미국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자 하는 북한 정권과 김정은의 기대가 ‘허황된 꿈’이라는 점을 강력하게 강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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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nciuus  ( 2019-01-14 )    수정   삭제
돼지는 3년안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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