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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이정동 청와대 경제과학특별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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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3호] 2019.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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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정동 청와대 경제과학특별보좌관

“혁신은 좌우가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 지금은 3차 버블 필요한 때”

배용진  기자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새해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기존의 소득주도성장에서 혁신성장에 방점을 찍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2일 신년사에서 ‘경제’를 25번, ‘혁신’을 21번 언급했다. 반면 소득주도성장은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도 최근 춘추관 기자간담회에서 “적어도 2월 초까지는 혁신성장에 방점을 둘 것”이라고 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우던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고용 참사’로 불릴 만큼 일자리를 포함한 여러 경제 통계에서 참담한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혁신성장의 구체적 방안으로 정부가 내세우는 ‘제조업 혁신 전략’에는 ‘축적의 시간’(2015), ‘축적의 길’(2017) 저자인 이정동(52) 청와대 경제과학특별보좌관(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의 흔적이 엿보인다. 이 교수는 문재인 정부 제조업 혁신 전략의 단초를 제공한 전략가의 한 사람이다. 이 교수는 지난해 9월 청와대에 초청받아 1시간가량 ‘축적의 길’을 바탕으로 강의한 적이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가을 이 책을 읽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지난해 8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인해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서울구치소 안에서 읽은 책”이라며 이 책을 언급한 적이 있다.
   
   당초 이 교수를 만난 건 그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새해 산업정책의 방향과 움직임을 엿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인터뷰 내내 임명직 발탁 가능성을 언급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인터뷰 9일 뒤인 지난 1월 23일, 이 교수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경제과학특별보좌관으로 내정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그를 “국내외에서 손꼽히는 기술경제 및 혁신정책 분야 전문가”라며 “산업과 과학기술 분야를 아우르는 전문성과 식견을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정책 제언을 통해 어려운 경제상황을 타개하고 혁신성장을 실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특별보좌관은 정부 정책을 외곽에서 지원하는 자리로, 이 교수의 경우 사무실은 제공받지만 따로 급여나 자문료는 제공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청와대 경제과학특보로 내정된 뒤 기자에게 “(만나서 말한 내용은) 특보가 되기 전 학자로서 말한 견해로 받아들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 1월 14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고용 대란’이라고 불린 일자리 감소의 원인에 대해 “고용이나 성장은 결과변수지 투입변수가 아니다”라며 “성장은 혁신이 얼마나 왕성하냐에 따라 따라오는 사후적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혁신이 왕성하다고 해서 반드시 성장이 따라오는 것도 아니다”라며 “그것도 국제관계나 환율 등 운때가 잘 맞아야 하는 거지만 선제조건인 혁신이 생기지 않으면 운때가 와도 잡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건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먹고사는 것에 대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 정부는 경제정책 기조로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세 개 축으로 내세우다가 최근에는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개념을 내세우고 있다. 세 개 축을 동시에 시도하는 게 가능하다고 보나. “혁신성장을 연구하는 내관점에서 보자면, 그러면 혁신이 위기에 처한다. 경제성장의 출발인 혁신이 안 생긴다. 혁신은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려고 시도를 하고, 그 성과와 문제를 보고 다시 만들어보는 것이다. 그런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일자리가 생기고, 그중에서 소수의 성공한 사람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지난 20년간 한국 사회에 새로운 시도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 새로운 시도가 사라졌다는 증거가 있나. “있다. 최근 20년 동안 우리 제조업 주력상품이 바뀌지 않았다. 30년 전 씨 뿌린 반도체에 지금도 목을 매고, 조선이 조금 살아나니까 좋아한다. 이게 20년 동안 반복됐다. 기업 순위를 봐라. 새로운 모델, 새로운 상품으로 성공한 기업이 있나. 우리 사회에서 새로운 시도 자체가 사라져왔다. 그게 가장 큰 문제다.”
   
   - 새로운 시도와 성장의 연관관계가 뭔가. “일단 새로운 시도를 해야 이게 성공할지 실패할지 테스트를 할 수 있다. 돈은 그 다음에 따라오는 것이다. 우선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게 혁신성장의 필요 조건이다. 새로운 시도가 없는 상황에서 성장이 이뤄진다? 거짓말이다. 그러면 지금까진 어떻게 성장했나. 환율이 받쳐주고, 중국 시장, 거대한 블랙홀 같은 마켓이 갑자기 생겨났다. 이게 20년 동안 혁신 없이도 우릴 따뜻하게 먹고살게 해줬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안 된다. 중국이 턱 밑까지 따라왔다.”
   
   이 교수는 책에서 중국 경제에 대해 “덩치가 엄청난 데다 주법도 희한한 근육질 스케이트 선수가 우리 바로 옆에서 가쁜 숨을 내쉬고 있다”고 비유한 적이 있다. 제조업 역량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시행착오를 쌓을 ‘축적의 시간’이 필요한데, 중국은 막대한 내수시장과 다양한 니치마켓(틈새시장)을 바탕으로 급속도로 이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부족한 시간을 막대한 공간으로 극복하는 셈이다.
   
   - 작년에 회자된 유니콘 스타트업(1조원 이상 기업가치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시도의 성공 사례라고 보면 되나. “그렇다. 지금보다 더 많이 생겨야 한다. 단순히 비즈니스 모델을 갈고닦아 성공하는 것과는 다르다.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기술 기반의 새로운 시도가 중요하다. 그래야 깊은 축적으로부터 나오는 글로벌챔피언들이 생겨난다.”
   
   - 지난해 9월 청와대 강연은 어떤 자리였나. “직장인 대상으로 외부 강사들을 매달 초청해서 교육하는 식의 자리였다. 일반 기업들도 외부 사람 불러서 직장인 교양강좌 같은 걸 하지 않나. 거기(청와대)도 조직이고 직장이니까. 나 말고도 강사가 여러 사람 있었고, 나는 그중 하나로 초청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수시로 행정관·비서관 등이 강연에 들어왔다 나갔다 했다. 전혀 격식을 갖춘 자리는 아니었다.”
   
   - 정부가 최근 내세우는 ‘일터 혁신’은 어떻게 보나. “늘 주장했던 게 ‘고수를 키워야 한다’ ‘밀려나고 있는 고수들을 챙겨야 한다’는 건데. 우리 기업문화 자체가 고수가 성장하기에 나쁜 환경이다. 대부분이 순환보직에 50대면 회사에서 나와야 한다. 대기업에 입사한 뛰어난 인재가 5년이면 모두 평준화된다. 이런 환경을 바꿔야 한다. 작은 일을 하더라도 인정받고, 제너럴리스트보단 스페셜리스트를 키워내는 환경으로 바뀌어야 한다.”
   
   - 정부가 제조업 혁신의 구체적 방안으로 스마트 공장, 스마트 산업단지를 내세운다. “지금은 어떤 변화든 시도를 할 때다. 하지만 변화를 추동하는 방식이 중요한데,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안 된다. 시간·개수를 정해놓고 빨리 달성하는 기존의 방식은 더 이상 안 통한다. 과거 산업정책을 세울 때는 대부분 답이 나와 있는 상황에서 추진을 했다. 선진국이 해온 전략을 따라 빠르게 추격하면 됐으니까. 그런데 우리가 지금 당면한 상황은 기존에 해봤던 일을 빨리 하면 되는 게 아니다. 선진국도 안 해본 걸 우리가 해야 하는, 미지의 세계에 가는 상황이다. 변화를 추진하는 방식이 선진적인, 혁신 친화적인 방식이어야 한다.”
   
   - 혁신 친화적인 방식이 어떤 방식인가. “잔 발걸음으로 일단 시도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고치면서 점차 고도화시키는 것이다. 아무도 안 가본 세계에 가듯 조금씩 더듬어 가면서. 제프 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할 때 ‘어떻게 일으켜야겠다’는 확실한 계획을 세우고 인수했겠나. 일단 해보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고치고, 안 되면 욕먹으면서 고치는 것이다. 우린 이런 새로운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 끊임없이 태스크포스 만들고 해외 선진국 가서 배우고 따라하라는 식이다.”
   
   이 교수는 “50년 전 GE나 듀퐁 등 위대한 회사들에 투자하는 것과 그냥 주식 종합주가지수에 투자하는 것 중 후자가 훨씬 수익률이 높다”며 “주식시장은 능력 있는 회사들이 진입해 정말 능력 있는 회사는 살아남고 커지며 능력 없는 회사는 퇴출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합주가지수는 ‘창조적 파괴’의 신진대사를 요약한 지표”라며 “어떤 기업도 이 구조를 따라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 대기업의 혁신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 하면 그룹 내부를 종합주가지수처럼 만들지를 고민해야 한다. 삼성·현대차처럼 우리 경제를 대표하는 기업 그룹이라면 그 안에서 스스로 많은 아이디어들을 시도하고 있어야 한다. 단순히 성공하냐 실패하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다양한 시도를 해서 ‘된다’ ‘안 된다’를 확인하고 거기서 경험을 얻는 게 중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소위 글로벌 챔피언 기업들이 우리가 보기에는 얼토당토않은 일들을 계속 시도하는 이유도 다양한 변이(variation)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 실패하면 리스크가 있지 않나. “그러니까 사업 아이템 자체가 크면 안 된다. ‘이번 분기에 1000억원 투자하겠습니다’ 하면 누가 선뜻 허락하겠나. 사업하다 좀 안 된다고 사람 자르면 누가 도전하겠나. 한 방에 뭔가를 뒤집는 건 없다. 계속 조그맣게 변이를 만들고 시도하면서 고쳐나가는 게 혁신이다. 대기업은 내부에서 많은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스스로 신진대사를 할 수 있는 생태계를 꾸려야 한다. 조그만 시행들이 끊임없이 생겨야 한다.”
   


   - 중소기업은 어떻게 해야 하나. “안타까운 얘기지만 중소기업은 명멸(明滅)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에는 사회를 종합주가지수처럼 꾸려야 하고, 명멸한 건 사회적으로 기록을 남겨야 한다. 다만 중요한 건 사람이 죽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연대보증 등으로 인해 사람까지 일어설 수 없게 만들면 안 된다. 그래서 사회안전망이 중요하다. 옆 회사가 시도한 것을 보고 다시 딛고 일어나야 한다. 1999년 나온 우리나라의 아이러브스쿨은 망했지만 이후 비슷하게 만든 미국의 페이스북은 성공하지 않았나. 실리콘밸리는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다. 생태계 안에서 실패하더라도 사람들은 옆 회사로 가서 다른 사람들과 결합한다. 사람만 살아 있다면 시행착오의 경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교수는 ‘IT(닷컴) 버블’ 때처럼 ‘버블이 생기면 어쩌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버블이 생겨도 괜찮다고 본다”며 “지금은 3차 버블(외환위기 이후·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버블에 이은)을 일으켜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버블이 꺼지면서 수많은 회사들이 망했지만 그때 살아남은 게 네이버를 필두로 한 IT기업들이다. 뭔가 자꾸 복작복작 일어나야 하고, 시도하고 실패하면 다시 일어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 박근혜 정부 때 설립된 전국 10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어떻게 보나. 문재인 정부도 없애지 않고 꾸준히 이어가는데. “다양한 변이가 생긴다는 측면에선 의미가 있다. 하지만 아이디어만 있어서는 혁신이 안 된다. 스케일업(아이디어를 혁신으로 이어가는 수많은 시행착오 과정)을 위한 든든한 후방기지가 받쳐줘야 한다. 그래서 중국 선전(深圳)시를 잘 봐야 한다. 앞부분만 보면 단순히 아이디어가 많은 곳인데 그 뒤에 수만 명의 기술자들이 깔려 있는 스케일업 기지가 있다. 실리콘밸리도 마찬가지다. 독일·일본 경제가 여전히 든든한 이유도 제조업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아이디어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든든한 테스트베드(시험무대)가 받쳐준다. 중요한 건 스케일업 역량과 어떻게 연결할 거냐다. 그게 떨어져 있으니까 조그만 휴대폰게임밖에 나올 수가 없고, 지방에 가면 향토 된장 고추장밖에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아이디어만 있어서 될 게 아니라 후방 산업단지와 연결이 돼야 한다.”
   
   - 기업들이 베트남 등으로 제조업 생산기지를 옮기는 것은 어떻게 보나. “제조업의 경우 공장이 하나 있다는 건 하나의 가치사슬(value chain)이 생겨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 공장을 예로 들어보자. 자동차 공장이 있으면 거기에 들어가는 윤활유, 볼트·너트 등을 공급하는 업체들이 함께 수없이 생긴다. 그런 공장 하나가 해외로 간다는 건 단순히 물건 하나를 생산할 기지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이런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이 실험해볼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꾸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만 바라보는데, 그건 사후적 결과다.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혁신을 해볼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공장은 베트남으로 가도 된다. 비용이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해외로 나가는 게 맞다. 근데 문제는 테스트를 해볼 수 있는 공간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위 첨단을 걷는, 미래를 볼 수 있는 그런 물리적 공간은 있어야 한다. 이게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이 리쇼어링(reshoring·제조업의 본국 회귀)으로 선회하는 이유다.”
   
   - 우리의 경우 테스트베드는 어느 지역이 적합하다고 보는가. “우리가 국민소득 1인당 3만달러를 달성할 동안 쌓은 게 제법 된다. 부산·울산·경남의 산업기반도 있고 시화·안산·반월공단, 대덕 등 연구단지도 소중한 테스트베드다. 축적된 공유자산을 지닌 곳들은 모두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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