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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44호] 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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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제2차 미·북 정상회담 최악의 거래 가능성

‘영변 폐기’ ‘ICBM 반출’과 종전선언 맞바꾸나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 지난 1월 18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등 북한 대표단을 접견하고 있다. photo 백악관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에 있는 동창리 미사일 기지는 그동안 주로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시험 발사가 실시된 곳이다. 4억달러를 투입해 2009년 건설된 이곳은 ‘서해위성발사장’이라고도 불린다. 실제로 동창리 미사일 기지는 위성 발사용 은하 3호 로켓을 비롯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되는 액체연료 엔진의 성능 실험을 위해 사용돼왔다. 이곳에는 높이 67m인 미사일 발사대를 비롯해 연동시험장, 종합지휘소, 원격관측소, 엔진연소시험장, 연료 및 산화제 저장소 등이 있다. 특히 2017년 3월 18일 이곳에서 ‘백두산 엔진’이라 불리는 신형 미사일 엔진 연소 실험이 성공하자, 이를 지켜본 김정은이 현장에서 개발자를 업어주기도 했었다. 화성-14·15형 등 ICBM에 탑재된 백두산 엔진의 추력은 80tf(톤포스·1t 중량을 위로 밀어올리는 힘)나 된다. 북한은 2017년 11월 29일 백두산 엔진을 탑재한 화성-15형을 시험 발사했다. 김정은은 지난해 9월 19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동창리의 미사일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할 것을 약속했다. 김정은이 이런 약속을 한 것은 동창리 기지가 북한의 ICBM 개발에 더 이상 효용이 없는 곳이 됐기 때문이다. 화성-14·15형의 액체 엔진을 개발한 북한으로선 동창리의 미사일 엔진시험장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또 동창리의 미사일 발사대도 이동식 발사대(TEL)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철거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 북한이 2017년 11월 29일 동창리 미사일 기지에서 화성-15형을 발사하고 있다. photo KCTV

▲ 김정은이 비밀 미사일 기지에서 ICBM인 화성-15형을 둘러보고 있다. photo 노동신문

   우선 순위 밀린 ‘포괄적 신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이 제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효성이 있는 합의를 도출할지 여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스티브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월 31일 스탠퍼드대 월터 쇼렌스틴 아·태연구소(소장 신기욱)가 주최한 북한 관련 강연과 일문일답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해 밝혔다. 비건 대표는 “김정은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지난해 10월 4차 방북 당시 북한의 플루토늄 및 우라늄 농축시설들에 대한 폐기 및 파괴를 약속했다”며 “김정은이 ‘그리고 더(and more)’라는 말도 했다”고 밝혔다. 비건 대표는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은 영변뿐만 아니라 그 이외의 시설단지까지 포함하는 관련 프로그램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부연설명했지만 ‘+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언론들은 그동안 ‘+α’는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되고 있는 ICBM 폐기 또는 해외 반출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해왔다.
   
   비건 대표는 핵시설 폐기의 다음 단계로는 ‘포괄적 신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비건 대표는 “비핵화 단계가 최종적이 되려면 그전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프로그램 전모를 파악해야 하며 그러려면 북한의 포괄적인 핵 신고 목록을 ‘어느 시점’에서는 반드시 받을 것”이라면서 “국제기준에 따른 주요 시설에 대한 전문가 방문 및 검증도 합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신고와 사찰 및 검증이 2단계라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비건 대표는 이어 마지막 단계로 “모든 핵물질과 핵무기, 미사일과 발사대 및 다른 WMD 보유고의 제거와 파괴 등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상응조치로 비건 대표는 종전선언과 평양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언급했다. 비건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 침공이나 정권 전복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건 대표는 이어 “비핵화와 함께 우리의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해줄 외교(관계)를 개선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비건 대표는 “비핵화 완성과 더불어 북한 주민이 이웃국가처럼 부를 누릴 수 있는 경제적 참여를 유도할 최선의 방법을 모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한국과 일본 정부와의 협의를 거친 뒤 북한에 ‘에스크로 계좌(escrow account)’, 즉 제3국이 보증을 서는 계좌에 비핵화 대가를 현금 등으로 예치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건 대표는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완화에 대해서는 “북한 비핵화가 완료되기 전 대북 제재 완화는 없을 것”이란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렇다면 비건 대표의 이런 방안들이 북한과의 실무협상을 통해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까. 이번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선 무엇보다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 전체의 폐기 및 파기’와 ‘플러스알파(+α)’ 및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를 주고받는 퍼즐 맞추기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비건 대표의 발언처럼 김정은이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 전체의 폐기 및 파기’를 약속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실제로 평양공동선언문 5조2항을 보면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라고 명시돼 있다.
   
▲ 영변 5MW급 원자로의 모습. photo 위키피디아

   비밀 HEU 제조시설 최대 10곳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북한은 실무협상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만을 주장하면서 이에 따른 상응 조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목할 점은 영변 핵시설은 핵폭탄 제조용 핵물질을 생산하는 곳이지 핵물질이나 핵무기 자체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핵물질과 핵무기는 당장 없애는 것이 가능하지만 영변 핵시설 폐쇄는 몇 년이 걸릴지 몇십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이 기간에 북한이 기존 핵무기를 계속 보유하고 있으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영변 5㎿ 원자로는 이미 낡고 오래됐기 때문에 북한이 더 이상 이곳에서 플루토늄을 생산하기는 어렵다. 물론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시설을 폐쇄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북한은 영변 이외에도 ‘강선’ 등에 비밀 HEU 제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 외에도 비밀 시설로 알려진 ‘강선’을 포함해 최대 10곳에 이르는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1월 22일자) 때문에 영변 이외의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까지 폐기 대상에 넣어야 북한 핵물질 생산 중단의 완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 북한은 비밀 HEU 제조시설에서 핵물질을 계속 생산해 핵무기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북한이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을 순순히 ‘신고’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건 대표는 핵 신고서 제출 시기를 지금 당장이 아닌 미래의 ‘어느 시점’으로 미뤘다. 미국이 고수해온 선(先) 핵 신고를 우선순위에서 뒤로 돌린 것은 ‘오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미국이 언젠가 북한이 핵 신고를 할 것이라고 믿고 영변 핵시설 폐기만을 수용해 그에 대한 상응조치로 종전선언 등을 대가로 내준다면 엄청난 ‘실패’가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은 한번 선언해버리면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김정은이 성의(?) 표시로 ICBM 폐기 카드를 꺼내면서 상응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그동안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ICBM을 상당한 위협이라고 간주해왔다.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한 데 이어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까지 확보했을 경우 미국 본토를 향한 핵공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1월 1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어떻게 미국 국민에 대한 위협을 줄일 수 있을지를 논의하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는 미국 국민의 안전이 목표”라고 밝혀 북한의 ICBM 폐기가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분명하게 강조한 적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월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선(先) 신뢰 구축, 후(後) 핵 신고’의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신뢰를 쌓기 위해 북한이 취할 비핵화 조치의 예로 ICBM과 IRBM(중거리탄도미사일) 폐기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월 28일 한·미·일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은 북한의 ICBM 계획 폐기와 북한이 표명했던 핵·미사일 관련 시설의 폐기를 1단계 조치로 요구했다”며 “북한은 그에 대한 상응조치로 석유수출 제한 및 금융제재의 완화와 남북 경제교류의 제재 예외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북한은 미국이 상응조치를 하면 영변에 대한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을 포함해 미국의 1단계 요구를 대체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며 “미국은 신뢰구축 대책의 하나로 평양 내 연락사무소 설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ICBM 중국으로 반출 가능성
   
   미국 전직 외교·안보 관리들도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조치보다 ICBM 폐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미국이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ICBM 폐기를 우선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면서 “폼페이오 장관의 최근 발언을 볼 때 ICBM 폐기 문제를 먼저 다루는 것이 가능하다는 신호를 읽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도 “미국이 가장 바라는 것은 북한에서 ICBM을 폐기하거나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수미 테리 전 CIA(중앙정보국) 북한분석관도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 대신 ‘미국에 대한 위협 제거’란 표현을 쓰고 있다”면서 “달성하기 어려운 비핵화 목표 대신 ICBM 제거 쪽으로 대북정책이 수정된 게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트럼프 정부의 이런 의도를 간파하고 있는 김정은으로선 이미 약속한 동창리 미사일 기지 폐쇄와 함께 ICBM 일부를 폐기하거나 해외로 반출하는 것을 ‘프런트 로딩(초기 조치)’으로 제시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스웨덴 싱크탱크인 안보개발정책연구소(ISDP) 이상수 한국센터 소장은 “북한이 미국에 ICBM 중국 반출을 제안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국 정부도 북한 ICBM을 본토로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해외 반출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측면에서 수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일각에서도 김정은이 상징적으로 ICBM 5개 정도를 미국의 참관단 앞에서 해체하거나 아니면 중국으로 반출하겠다고 제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본토에 대한 북한의 ICBM 위협 문제만 해결되면 북한과의 합의를 수용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북한이 현재 ICBM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를 한국은 물론 미국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 한·미 정보당국이 그동안 파악해온 북한 ICBM 제조의 대표적인 장소로는 평양시 외곽에 자리 잡은 산음동 병기연구소를 들 수 있다. 이곳은 2009년까지만 해도 황무지였지만 현재는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생산하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북한은 이곳에서 화성-14·15형 ICBM 등을 제작해왔다. 대규모 조립 라인과 연구동 등 10여개의 관련 시설에서 최소 수백 명의 과학자와 기술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이곳에선 각 비밀 공장에서 생산된 엔진과 항법장비 등 탄도미사일의 주요 부품과 동체들이 최종 조립된다.
   
   북한은 이곳을 건설하는 데 1억5000만달러를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지금까지 ICBM을 비롯해 각종 미사일을 계속 개발·생산해왔다. 미국 미들버리국제연구소의 북한 미사일 전문가 제프리 루이스 박사와 데이비드 슈멀러 박사는 1월 1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 관영매체가 보도해온 김정은의 시찰 및 현장지도 장소 중 6곳이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기지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김정은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북한 북서쪽 지역의 기계공장을 다섯 차례 현지 지도했는데, 이곳은 2017년 2월 IRBM인 북극성-2형과 같은해 5월 IRBM인 화성-12형을 시험 발사한 장소라고 지적했다. 김정은은 또 평안북도 방현의 기계공장을 2017년 7월 방문했는데, 당시 ICBM인 화성-14형의 시험 발사를 참관했다. 김정은은 비밀 미사일 시설들을 빈번히 방문해 시험발사를 감독하고 무기개발 담당 관리와 기술자들에게 영웅 칭호를 부여하고 파티를 열어주는 등 격려했다고 한다.
   
   트럼프 정부가 미국 국민의 안전 최우선을 내세워 ICBM 일부 폐기에 집중하며 영변 핵시설 폐기 등을 북한과 합의할 경우 한국은 북한의 핵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이 경우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게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들어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의혹 수사에 따른 탄핵 가능성을 비롯해 각종 섹스 스캔들 등 대통령직의 명예 실추, 멕시코 국경 장벽건설 예산 문제를 놓고 야당인 민주당과의 대립 등으로 정치적 곤경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종의 위기 탈출용으로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어떻게든 합의를 성사시키려 할 경우 자칫하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물 건너갈 수 있다. 게다가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 폐쇄와 ICBM 폐기 등을 이끌어내 자신의 업적을 과시해야 할 입장이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정치적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식으로든 모종의 승부수가 필요하다”면서 “이 때문에 북한과 자칫하면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나쁜 거래(bad deal)’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무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만이 한반도 평화의 유일한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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