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 직후인 2월 7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각각 37.8%와 29.7%로 차가 8.1%포인트였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10%포인트 내로 좁혀졌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해 10월 초 민주당 지지율(46.6%)이 자유한국당(19.3%)의 두 배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판세가 크게 달라졌다.

자유한국당이 2016년 10월 탄핵 정국에서 민주당에 지지율 선두를 내준 이후 2년 반 만에 추격 가시권에 들어선 것에는 20대 민심의 변화가 미친 영향이 컸다. 리얼미터의 지난 1월 28~30일 조사에서 20대는 민주당(40.8%)과 자유한국당(14.5%) 지지율 차가 컸지만, 설 연휴 직후 조사에선 민주당(27.8%)과 자유한국당(27.6%)이 초접전으로 급변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1월 30일 드루킹 댓글 사건으로 김경수 경남지사가 법정 구속된 것이 여당에 타격이 컸다”며 “공정성에 관심이 큰 20대에서 대선 불공정 논란을 자초한 여권에 실망감이 컸던 것 같다”고 했다. 지난 2월 6일 실시한 알앤써치 조사에서는 김 지사의 법정 구속에 대해 국민 다수(51.9%)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20대에서도 절반가량(48.0%)이 ‘동의한다’며 김 지사에게 비판적이었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32.0%에 머물렀다.

올해 들어 자유한국당 지지율 상승은 김 지사의 1심 재판 결과뿐 아니라 여권에서 동시다발로 터져나온 여러 악재(惡材)들이 주요 원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연말부터 민주당은 손혜원 의원 투기 의혹, 서영교 의원 재판 청탁 의혹,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 등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일자리 문제와 분배 악화 등 민생·경제에 대한 불만이 치솟으면서 야당에 관심을 보이는 국민이 점차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줬다. 작년까지 자유한국당은 ‘반사이익도 못 누리는 정당’이란 오명(汚名)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여권의 잇단 대량 실점으로 혜택을 보기 시작했다.

30% 벽이 한계인가

하지만 최근엔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30% 벽이 한계”란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리얼미터의 2월 11~13일 조사에선 민주당(40.9%)이 5주 만에 40%대를 회복했고 4주 연속 상승하던 자유한국당(25.7%)은 하락세로 반전했다. 30%에 근접했던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다시 20%대 중반으로 가라앉은 것은 최근 쏟아진 자유한국당발(發) 악재의 여파로 해석된다. 5·18광주민주화운동 폄하 발언, ‘옥중 박심(朴心·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중)’ 논란, 전당대회 연기를 둘러싼 파열음 등이다. 이에 대해선 “자유한국당이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만 빼고 전멸하다시피 참패한 직후 국회의사당에서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지만 벌써 기억에서 사라지고 긴장이 풀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고 국정 운영을 ‘잘못한다’는 반대층이 50%에 육박하자 이들이 모두 자유한국당을 지지해줄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갤럽이 2월 초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정적이면서도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는 경우는 42%로 절반에 못 미쳤다. 문 대통령 반대층 중에서도 다수(58%)가 자유한국당을 외면하고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파로 머물거나 여전히 민주당 또는 정의당 지지자로 남아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얼마 전 비대위 회의에서 “당의 현재 상황은 중환자실 환자가 산소호흡기를 떼고 일반 병실로 옮기는 수준인데 우리 스스로 경계심이 약화되고 국민 정서에 반하는 의견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조일상 메트릭스 대표는 “특정 정당의 지지율 상승은 자력(自力)이 아니라 타력(他力)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반면 지지율 하락은 자멸(自滅) 행위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했다. ‘자책골’인 5·18 폄하 논란으로 인해 어렵사리 오르기 시작한 지지율에 타격을 줬다는 것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난데없이 부각된 ‘옥중 박심’ 잡기 경쟁에도 의아해하는 국민이 많다. 자유한국당이 지난 총선 패배에서 교훈을 전혀 얻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016년 총선은 당시 야당이 문재인당과 안철수당으로 분열하면서 여당이던 새누리당이 ‘지려야 질 수 없는 선거’란 전망이 많았지만 이른바 ‘진박(眞朴·진짜 친박)’ 논란의 후유증으로 패했다.

핵심 지지층 결집만 노리는 무리수

자유한국당이 집권을 노리는 제1야당으로서 여당을 넘어 지지율 선두에 오르기 위해선 ‘5·18 폄하’나 ‘옥중 박심’ 잡기 경쟁처럼 핵심 지지층 결집만 노리는 무리수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 전체로 외연을 확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30%에 근접했던 2월 7일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중도층의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26.8%에 그쳤다.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율은 자유한국당보다 높은 35.9%였다. 자유한국당이 선두에 오르기 위해선 중도층에서 우위를 점해야 하지만 계속 열세에 놓여 있다. ‘확장성의 한계’ 극복이 시급한 과제란 것이다.

특정 정당에 대한 선호를 좌우하는 주요 요인으로 ‘정책과 인물’을 강조하는 견해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경제 운용 능력과 관련해선 정부·여당뿐 아니라 야당에 대해서도 의구심의 시선이 적지 않다”며 “자유한국당은 정부 정책을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일자리가 늘고 분배 악화를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국민에게 “우리가 집권하면 달라질 것”이란 믿음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인물 요인과 관련해선 “현재 차기 대권 물망에 거론되는 후보군 중에는 야당에 비해 여당 소속 인물이 더 많다”며 “야당은 참신한 인재 양성과 영입을 통해 인물 경쟁력을 높여야 하고 대권 잠재 주자들도 분발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로선 보수 대통합이 쉽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진 않지만 여야 정치권에서는 보수진영 통합에 대한 관심과 견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리얼미터 2월 7일 조사에서는 자유한국당(29.7%)과 바른미래당(6.8%) 지지율 합(合)이 36.5%로 민주당(37.8%)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지난 연말 쿠키뉴스 여론조사에서도 보수 대통합이 ‘필요하다’(44.0%)가 ‘필요하지 않다’(38.2%)보다 높았다. 이양훈 칸타퍼블릭 이사는 “시장경제와 국가안보를 굳건히 지켜주는 유능한 보수정당이 필요하다는 국민이 적지 않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범보수 단일 정당이 출현한다면 내년 봄 총선은 예측불허의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

키워드

#정치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 전문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