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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6호] 2019.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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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PK의 심판 4월 재보선이 시작이다

이상일  입소스코리아 본부장 sangil.lee@ipsos.com

▲ 지난 2월 18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남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김경수 지사 구속, 동남권 신공항 재검토, 민주당 예산정책협의회 첫 회의, 4월 재보선…. 요즘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이 이슈들의 공통분모는 ‘경남’ 혹은 ‘부산·경남’이다. 김경수 지사는 경남의 도지사이고, 신공항 후보지로 거론되는 가덕도는 행정구역상 부산이지만 부산과 경남 거제 사이의 경계에 자리하고 있다. 또 민주당은 17개 시도 예산정책협의회 첫 회의를 지난 2월 18일 경남 창원에서 개최했다. 오는 4월 재보선이 확정된 국회의원 지역구도 경남 창원시 성산구와 경남 통영·고성이다. 어느 지역이라고 이슈와 뉴스가 없을 리 없지만 최근 PK(부산·울산·경남)가 화두가 된 뉴스들이 뚜렷하게 많아졌다.
   
시계를 2016년 4월 총선과 지난해 5월 지방선거로 되돌려보자. 2016년 4월 총선 당시 PK에서 새누리당은 27석, 더불어민주당은 8석을 차지했다. 정의당 고(故) 노회찬 후보가 단일 후보로 나서 당선된 창원 성산구 1석을 합치면 진보 진영에서 9명의 당선자를 배출한 셈이었고 진보 성향 무소속 당선자들도 있었다. 단순 성적표상으로는 보수당의 승리였지만, 진보의 약진은 대서특필될 만한 성과였다. 4년 전 19대 총선에서 PK의 성적표가 36(새누리당) 대 2(민주당)였던 것과 비교하면 민주당의 남동진(南東進)은 놀랄 만한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결과는 더 충격적이었다. PK에서 민주당은 부·울·경 3곳의 광역단체장을 싹쓸이했고 부산 기초단체장 16석 중 3석, 울산 5석 전석, 경남 18석 중 7석을 차지했다. 이번 4월 재보선이 열리는 지역구가 포함된 창원시장, 통영시장과 고성군수 모두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차지였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를 거치며 영남권 교두보를 착실히 다져오던 여권에 최근 적신호가 켜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를 바탕으로 PK 입지를 강화해가던 중 ‘대통령의 사람’으로 자타가 공인하던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사건에 발목이 잡혀 구속된 것이 가장 큰 타격이다. 상급법원의 최종 판단이 끝나지 않았지만 ‘대통령의 사람’이 ‘댓글조작 사건’에 연루되어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파장은 만만치 않다.
   
   
   김경수 구속으로 동남권 약진에 적신호
   
   경제는 지금 전국적인 이슈지만 PK 지역경제 역시 다른 지역과 비교해 상대적인 체감온도가 한층 더 낮다. 조선업과 제조업 악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PK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보냈던 기대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4월 재보선이 치러지는 두 지역이 공교롭게도 모두 경남이 돼버린 것이다.
   
   이런 비상한 상황 속에서 민주당과 현 정부는 김경수 지사의 구속으로 도정 공백 이슈가 불거진 경남과, 민심이반 우려가 높아진 부산 챙기기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10여년간 영남 5개 광역단체를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넣었던 동남권 신공항은 2016년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 바 있는데 이 이슈까지 다시 헤집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심각한 지역갈등 때문에 세계적 수준의 외국 전문가들까지 참여해 종지부를 찍은 김해공항 확장 결론에 다시 불을 붙인 건 다름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다. 지난 2월 13일 ‘부산 대개조 비전선포식’에 참석했던 문 대통령은 경제인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김해 신공항 검증 결과에 대한 5개 광역자치단체의 뜻이 다르면 부득이 총리실 산하로 승격해 논의를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신공항이라는 단어 언급만으로도 영남은 물론 정치권 전반이 들썩이자 청와대는 “여론수렴 차원”이라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다시 불붙은 신공항 논란과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밀양과 가덕도 두 신공항 후보지를 놓고 오랜 기간 부산·경남과 반목해온 대구·경북(TK) 지역은 문 대통령의 언급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대통령의 진의(眞意)가 무엇인지 따져묻고 있다. 그러나 ‘대구통합공항’ 이슈가 걸려 있는 터라 예상보다 반발의 강도는 약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최근 라디오 방송에서 “동남권 관문공항에 대해 (대통령이)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반색하는 한편 한술 더 떠 “대구통합신공항 성공을 기원한다”는 덕담까지 보탰다.
   
   대통령의 동남권 신공항 재검토 시사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정통성 논쟁까지 유발한 예비타당성(예타) 면제와 맞물려 파장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현재 예타 면제 사업에는 부산신항~김해고속도로 사업과 경남 남부 내륙철도 사업이 포함돼 있다. 예타 면제 사업은 전국적으로 23개, 24조1000억원 규모라고 한다. 이미 각 지자체마다 균형발전 명목으로 예타 면제 선물을 한보따리씩 받은 상황에서 ‘신공항’이라는 또 다른 선물이 PK에 주어진다면 다른 지역들도 이에 상응하는 추가 선물들을 요구하고 나설 공산이 크다. PK 특혜 논란을 의식해서든, 각 지역을 근거지로 둔 여당 의원들의 민원 때문이든 총선을 앞두고 ‘추가 선물’을 마련해야 한다는 압력이 점점 가중될 것이다.
   
   문 대통령의 신공항 발언에 정치적 고려가 개입되었는지 아닌지를 가려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현재 TK의 두 단체장은 한국당 소속이고 PK의 세 단체장은 민주당 소속이다. 현 상황과 반대로 TK 단체장들이 민주당, PK 단체장들이 한국당 소속이었어도 대통령이 ‘국익과 경제’ 관점에서 동남권 신공항 재검토를 언급했을까. 이 질문에 답이 숨겨져 있을 테지만 답안지를 펴볼 방법은 없다.
   
   이런 여권의 눈물겨운(?) 노력은 PK 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두 번의 선거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뒀지만 영남의 보수세는 여전히 강한 편이다. 반면 진보 진영은 아직 이 지역에 깊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여권으로선 PK가 2020 총선의 핵심 승부처다. PK에서 승리해야 여소야대를 넘어서서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쥘 수 있고 2022 대선 가도도 활짝 펼쳐진다. 결국 당장의 논란을 감수하고라도 PK 민심 회복에 여권이 올인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처럼 보인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TK라는 지역 테두리 속으로 기반을 좁혀간 지금이 민주당으로서는 ‘기회’가 될 수밖에 없다.
   
▲ 자유한국당 경남 창원시의회 의원들이 지난 2월 14일 창원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경수 경남지사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창원 성산구 진보 단일화 쉽지 않아
   
   오는 4월 재보선은 이 중요한 싸움의 시작점이다. 현재 4월 재보선이 치러지는 지역구 중 가장 관심이 뜨거운 곳은 창원 성산구다. 이 지역은 비교적 진보 색채가 짙은 지역으로 여권의 승리 가능성이 있지만 구도가 걸림돌이 되어 있다. 역대 총선에서도 진보 진영 단일화 여부에 따라 승부가 갈렸기 때문이다. 이번 재보선에서 단일화 전망은 밝지 않다. 20대 총선에서 후보를 완주시키지 못한 민주당, 고 노회찬 의원 지역구를 지켜야 하는 정의당, 노동계 지지기반 결집으로 세력을 확인시키려는 민중당 모두 양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으로선 실리와 명분 사이에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재보선 지역구인 통영고성 지역은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약진하긴 했으나 보수표 분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번 재보선에서 민주당은 과거처럼 이 지역을 맥없이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영남권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신공항 발언이 당장 재보선을 겨냥한 것은 아니더라도 지역에서는 충분히 이슈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지역에 대한 배려로 보는 쪽은 대통령의 발언에 긍정적일 것이고, 정부가 원칙을 저버리고 선심공세에 나섰다고 보는 쪽은 부정적일 것이다.
   
   문제는 유권자의 선택지다. 재보선 지역주민 입장에서는 지역선거이긴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총선 예비선거’처럼 간주되는 재보선에서 정당 변수를 무시하기도 어렵다. 각 정당이 모두 총력전을 펼치는 분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경제능력이나 지역경기 침체 등에 대한 비판적 평가에 무게중심을 두면 다른 대안이 마땅치 않으므로 한국당 후보를 택해야 한다. 하지만 그 선택의 대상이 되어야 할 한국당은 5·18 망언으로 당 안팎을 쑥대밭으로 만들며 모처럼 상승하던 지지율마저 스스로 까먹었다. 전당대회에서는 강경 우익보수 세가 확연해지는 등 보수 진영 내에서도 우려가 제기될 만큼 민심과 더 동떨어진 곳으로 향하고 있다.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김경수 지사 구하기에 올인하며 사법부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등 ‘법치 부정’ 행태까지 드러내고 있다.
   
   결국 한 정당을 선택해야 하는 재보선 지역구 주민들로서는 답답한 노릇일 것이다. 어느 쪽이든 핵심 지지층의 선택은 별 고민이 없겠지만 항상 선거의 큰 흐름은 말없는 다수의 결정이 승부를 갈랐다. 이번 재보선에서 말없는 다수는 ‘현 정부·여당 심판론’과 ‘보수 심판론’ 중 어느 쪽을 택할까. 지금으로선 예측을 해볼 자료나 근거가 충분치 않다.
   
   
   재보선 승리 땐 여야 모두 오판 가능성
   
   하지만 이후 흐름은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재보선에서 한국당이 승리한다면 한국당은 지금 보이고 있는 강경보수화 흐름을 멈추거나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다. 진보·여권의 위세가 비등한 상황에서 몇 년 만에 맞보는 승리가 될 것이므로, 당이 제대로 방향을 잡고 전당대회를 통해 거듭났음을 입증한 결과로 과대포장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민주당이 재보선에서 승리하거나 무승부 결과를 얻는다면? 역시 오판의 기제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지역마다 예타 면제 사업을 선정하고 과거 그토록 비판하던 ‘토건정부’의 모습을 답습한 것이 결국 표심으로 연결된다는 확증을 주게 될 것이다. 개혁과 민생이라는 큰 틀의 의제를 접어도 이길 수 있다는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
   
   여권이나 자유한국당이나 멀어져가는 민심을 잡아보려는 노력이 언뜻 보면 애처롭게도 보이지만 정작 애처로운 당사자는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이다. 강경보수파에 밀려 왼편을 바라보면서도 오른쪽으로만 게걸음 치는 보수야당이나, 원칙은 점점 희미해지고 눈앞의 정치적 이익에 자꾸 무릎을 꿇는 진보여권이나 정을 주기가 점점 어려워만 보이니 말이다. 4월 재보선이든 내년 총선이든 직면한 승부에만 눈이 멀면 원칙과 기본에서 궤도를 이탈하기가 쉽다. 민주당은 촛불민심을 구현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언했고, 자유한국당은 건강한 보수로 거듭나겠다고 누차 다짐해왔다. 지금 두 당의 모습에서 그런 초심은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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