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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차 미·북 정상회담] 하노이서 멈춘 비핵화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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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47호] 201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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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미·북 정상회담]하노이서 멈춘 비핵화 시계

1차 미·북 정상회담 이전으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월 28일 하노이 메트로폴호텔에서 단독회담을 마치고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photo 뉴시스
‘시작이 반’이라는 우리 속담보단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란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선수 명언이 더 어울리는 회담 결과였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2월 27일부터 이틀간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차 미·북 정상회담은 아무 소득 없이 끝났다. 회담 중반까지도 이어지던 장밋빛 전망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이로써 한반도의 비핵화 시간표는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미·북 정상회담 이전으로 되돌려졌다. 그동안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물밑 조율을 해온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도 빛이 바랬다.
   
   미국과 북한은 싱가포르에서 첫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한 지난해 5월부터 이번 하노이 회담까지 9개월간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왔다.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한 경제제재 완화가 최대 화두였다. 수면 아래에서 양국 실무자들은 물론이고, 때론 문 대통령까지 나서서 사전조율을 했다. 이렇게 밥상이 차려지면 미·북 정상이 다시 만나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최종 합의를 하자는 모양새였다. 두 정상은 지난해 6월 1차 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에 합의한 바 있다. 2차 정상회담에서는 이것보다 진전된 성과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회담을 일주일 남겨놓고는 ‘종전선언’까지 거론됐다.
   
   1박2일간 열린 2차 회담의 둘째 날 오전까지도 양측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확대 정상회담장에서 ‘비핵화 준비가 됐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의지 없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답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답이다”라고 답한 데 이어 “저것은 최고의 답일 것 같다”고도 화답했다. 김 위원장에게 북한 인권문제를 묻는 외신기자들의 민감한 질문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나서 답을 하는 배려까지 했다.
   

재회… 그리고 21시간 만에


   이런 분위기는 확대 정상회담이 길어지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확대 정상회담은 예정된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길어졌고, 이후 두 정상은 오찬과 공동합의문 서명식도 취소하고 회담장을 떠났다. 회담장을 떠나는 두 정상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어떤 이유로 합의도출에 실패했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으로 봤을 때 애초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에는 미국과의 인식 차이가 너무 컸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봤을 때 두 정상에게 가장 이견 차이가 컸던 부분은 비핵화 속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기간 내내 수차례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란 식의 언급을 했다. 반대로 김 위원장은 “이제 보여줄 때다”라며 ‘속도’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로 속도가 중요했던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국내 선거일정 등을 고려하면 이번 회담에서 눈에 띌 만한 성과를 내야 했다. 그에게 시간이 많지 않았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눈에 띄는 성과란 북한 핵시설에 대한 ‘원샷’에 가까운 비핵화 조치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월 28일 오후 2시 확대 정상회담을 마친 뒤 “양 정상이 많은 진전을 이뤘지만 미국이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김 위원장에게 더 많은 비핵화 조치를 요구했지만, 김 위원장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트럼프가 원하는 비핵화 속도가 김 위원장이 생각하는 속도보다 빨랐다는 것이다.
   
   반면 김 위원장에게 미·북 정상회담은 시간을 끌기 위한 수단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외신들과 가진 인터뷰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는 지난 1월 3일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을 버리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핵을 포기한 김 위원장과 누가 상대하려고 하겠는가”라며 핵 폐기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태 전 공사는 정상회담 직전이었던 2월 27일 보도된 제인 펄리즈 NYT 베이징지국장과의 인터뷰에서도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목적은 첫째 시간을 벌고, 둘째 제재 해제를 얻어내는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그는 핵보유국 지위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하면 누가 상대하겠냐”는 발언은 이번 회담이 결렬된 상황에서 상당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 지난 2월 28일 오전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호텔에서 열린 미·북 확대 정상회담. photo 뉴시스

   물론 양측 정상이 다시 만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이 끝난 후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김 위원장을 비롯해 북한과 계속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은 외교적 수사일 뿐 현실적으로 보면 두 정상이 다시 만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에 재선을 위한 선거를 앞두고 있다. 올 중반이 넘어가면 사실상 국내 정치에 전념할 수밖에 없다. 미·북 정상이 1차 회담 이후 다시 만나는 데 8개월 정도 소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초 미국 대통령선거 전까지는 사실상 두 정상 간 만남은 불가능해 보인다.
   
   미국 국내 정치 사정도 트럼프 대통령이 외치(外治)에 전념하기 어렵게 흘러가고 있다.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기간 동안 미 의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폭로가 계속 이어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변호사이자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마이클 코언이 의회 청문회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사기꾼이다.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500번에 가까운 협박과 거짓말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번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아무 성과 없이 끝남에 따라 가장 난처하게 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종전선언까지 염두에 두고 양국 사이에서 끊임없는 물밑작업을 해왔다.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문 대통령의 진의까지 의심받지는 않겠으나, 국내 정치현실을 봤을 때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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