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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47호] 201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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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황교안의 첫 시험대

4월 재보선 앞둔 창원 민심을 만나다

▲ 지난 2월 25일 창원국가산단의 한 공장 꼭대기에서 바라본 산업단지 풍경. 이 일대가 모두 성산구에 속한다.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자유한국당 신임 당대표에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선출되면서 7개월간 이어진 한국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끝났다. 오는 4월 3일 2곳(창원 성산, 통영·고성)에서 치러지는 재보궐선거는 황교안 대표 체제를 시험하는 첫 무대가 될 전망이다. 특히 창원 성산구는 대표적인 진보 정치인 중 한 명이었던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지역구인 데다 PK지역에서 ‘진보정치 1번지’로 기능해왔기에 승부 결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당이 이길 경우 ‘진보의 아성’을 무너뜨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황교안 체제가 힘을 받을 전망이다. 반면 여권과 진보 진영으로서는 어떻게든 지켜내야 할 지역구다.
   
   지난 2월 27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에이스빌딩 10층 강기윤 한국당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소. 한 층을 통째로 쓰는 선거사무소였지만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대부분의 근무자들이 이날 경기도 일산에서 열린 전당대회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만난 권재욱 캠프 공보국장은 “정의당은 중앙당이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우리 당은 지금 중앙당 차원의 지원이 부족하다”며 “오늘 전당대회가 끝나면 아무래도 조직이나 인력의 지원이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론조사가 거듭될수록 강 후보와 다른 후보들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 긴장하고 있다”고 했다.
   
   경남도청 소재지인 창원은 현재 정치권의 ‘태풍의 눈’이다. 이번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차기 친문 대선주자로 꼽히던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1월 30일 ‘드루킹 댓글조작’ 혐의로 법정구속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상급심 판단이 남았지만 현직 도지사의 구속은 민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여권 입장에서는 악재다.
   
   
   “유권자 제조업 노동자 절반, 자영업자 절반”
   
   이를 의식하듯 황교안 대표는 후보 시절부터 경남을 집중 공략해왔다. 황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 후 첫 주말인 지난 2월 16일 창원 경남도청 앞에서 열린 ‘댓글조작 민주주의 파괴 김경수 규탄대회’에 참석했다. 황 대표는 이 자리에서 “착한 척, 깨끗한 척, 정의로운 척을 누가 하고 있냐”며 “김경수 댓글조작 사건은 문재인 정권이 과연 어떠한 정권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이 자리에는 오세훈·김진태 당시 당대표 후보도 참석했었다. 황 대표는 2009년 창원지검장을 지내 창원과는 인연이 깊다. 당시 창원시장이 박완수 현 한국당 의원이었다. 입당 43일 만에 당대표가 됐지만 본인의 선거를 치러본 적이 없는 황 대표가 이곳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대어를 낚는 셈이다.
   
   이에 맞서는 여권 역시 경남에 전폭적 지원을 보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창원 방문에 이어 올 2월에는 부산을 방문했고, 이낙연 국무총리도 최근 경남 산청군을 방문했다. 민주당도 새해 중앙당 차원에서 정부 핵심 과제와 관련한 주요 회의를 창원에서 열었다.
   
   민주당과 한국당 거대 양당이 맞붙는 타 지역의 선거 구도와 달리 창원 성산구 재보궐선거 구도는 한국당 강기윤 예비후보와 정의당 여영국 예비후보의 양강 체제다. 지난 2월 15일부터 17일까지 창원 KBS의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창원 성산구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국회의원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강기윤 예비후보가 26.6%를, 여영국 예비후보가 25.3%를 얻었다. 더불어민주당 권민호 예비후보가 7.1%, 민중당 손석형 예비후보가 7.0%, 바른미래당 이재환 예비후보가 1.0%로 뒤를 이었다.
   
   강 예비후보 측은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로 인한 지역경기 침체라는 현안에 집중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정책 등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로 인해 경남 경제가 망가진 상황”이라며 “특히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각에서 ‘여영국은 노회찬 정신’ ‘강기윤은 박근혜 정신’이라고도 하는 걸 보면 실소가 나온다”며 “언제까지 이름에 묻어가는 정치를 할 건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여영국 후보 측도 지역의 경기 활성화라는 현안에 집중하기는 마찬가지다. 여 후보 선거사무소에 따르면 성산구 유권자는 제조업 노동자와 자영업자가 대략 반반의 비율을 차지한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제조업 노동자와 자영업자 다 같이 소득이 떨어지지만, 소득 격차는 더 벌어진다는 것이 캠프 관계자의 설명이다. 캠프 관계자는 “제조업은 고용불안은 있지만 임금 수준은 어느 정도 유지되는 반면 도·소매 숙박업이나 1인 자영업자는 소득 수준 자체가 낮아진다”고 말했다.
   
   때문에 여 후보 측은 제조업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을 함께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제조업 노동자를 위해서는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고 노동자 생존권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자영업자들을 위해서는 지역사랑 상품권을 지급할 계획”이라며 “지역의 돈이 중앙으로 유출되지 않고 지역에서 돌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이번 선거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이번 선거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중앙당의 지원을 보면 알 수 있다. 최근 이정미 대표는 아예 창원에 오피스텔을 구해 내려왔는데, 4월 선거 때까지 여영국 후보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월 25일에는 김종대 의원도 창원을 방문해 여영국 후보를 지원사격했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연루돼 전국구급 스타 정치인인 노회찬 의원을 잃은 정의당에는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복원하기 위해서라도 지역구 하나가 중요한 상황이다.
   
   
▲ 지난 2월 27일 점심 무렵 창원 성산구 중앙동의 한 상가. 점심때지만 사람이 없어 휑하다.

   진보세 막강한 지역… 변수는 지역경제
   
   지난 2월 27일 창원 성산구 중앙동 평화오피스텔 상가. 이곳은 근처에 창원시청,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이마트 등이 모여 있는 번화가다. 상가에는 4층까지 층층마다 음식점이 들어차 있다. 여영국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소가 차려진 곳이 이 건물 11층이다. 하지만 점심시간 시작 시간인 12시가 넘었는데도 1층 점포 대다수는 썰렁했다. 일식집 한 곳은 불이 꺼져 있었고 유리문 너머 안쪽으로 ‘대출 서비스’ 전단지가 보였다. ‘임대’라고 쓰인 종이가 붙은 채 텅 비어 있는 점포도 있었다.
   
   같은 건물 안에 있는 카페에서는 중년 남성 둘이 마주 앉아 시국을 걱정하고 있었다. “경제를 살려야지. 여당은 경제도 모르는 사람들이 경제, 경제 하고 있는데 지금 야당은 뭐하는지 모르겠다.”
   
   창원 성산구는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곳이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를 꺾고 당선됐고 17·18대 총선에서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두 번 연속 당선됐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소속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이곳에서 61.3%를 얻었다. 경남 전체 득표율 52.8%에 비해 10%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반면 자유한국당 소속 김태호 후보는 이 지역에서 33.84%를 얻는 데 그쳤다.
   
   성산구의 진보 성향이 강한 이유는 이 지역에 창원국가산업단지가 있어 노동자들이 많은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제조업·자영업을 중심으로 한 이곳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민심은 급속도로 이반하고 있다. 창원국가산단 중심에 있는 SK테크노파크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수치화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공장 매매 거래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그나마 공장 임대는 조금 살아나는 추세지만 매매 거래는 끊긴 지 오래”라고 말했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부동산은 아파트형 공장을 주로 거래한다. 강민국 경남도의원(자유한국당)도 기자와 만나 “역대 도지사, 의원 선거를 통틀어 봐도 성산구에서는 보수 후보가 이긴 적이 거의 없다”며 “만약 여기서 한국당이 당선된다면 민심이 엄청 이반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974년부터 조성된 창원국가산단에는 현재 2700여곳의 기업이 모여 있는데 2~3년 전부터 제조업, 조선업 경기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이 일대 자영업자들도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제조업체 노동자들이 돈을 쓰는 대표적인 곳이 상남동과 중앙동 등 성산구 번화가 일대다.
   
   탈원전 정책 역시 이 지역 경기에 직격타를 가했다. 창원 성산구에 있는 대기업 중 한 곳이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발전설비와 기자재 생산을 주로 하는 두산중공업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혹시라도 재개된다면 큰 활력이 될 것”이라며 “창원 노동자들은 원전 건설 재개 여부가 제일 큰 관심 사안”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범여권 의원들이 과반을 차지하는 창원시의회도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 촉구 결의안’에 절반 이상이 찬성표를 보내 주목받기도 했다.
   
   
   진보 후보 단일화 가능할까
   
   이번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또 하나의 변수는 진보 진영의 단일화 여부다. 강기윤 후보와 여영국 후보가 현재 지지율 1% 안팎의 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진보 진영 후보들이 단일화를 성사시키면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19대 총선 때도 민중당 손석형 후보와 진보신당 김창근 후보가 선거를 완주하면서 표가 분산돼 새누리당 소속의 강기윤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었다. 반면 진보 진영 후보들이 노회찬 의원을 중심으로 단일화한 20대 총선 때는 노 의원이 강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진보 진영 후보들 간 단일화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정의당은 여론조사로 단일 후보를 결정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민중당은 민주노총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월 27일 만난 민중당 손석형 예비후보는 “지난 20대 총선 때 노회찬 의원과 단일화를 하면서 다음 총선 때도 민주노총 조합원 투표를 하기로 약속했었다”며 “정치는 신의고 약속인데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어떡하냐”고 말했다. 현재 정의당-민중당 후보 단일화 관련 논의는 이 지역 시민단체들로 이뤄진 경남진보원탁회의라는 단체가 주도하고 있다. 원탁회의는 지난 2월 25일부터 단일화를 논의하면서 중재안을 만들고 있다. 2월 28일 여영국 후보 측이 민주노총 조합원 대상 총투표를 통해 단일 후보를 결정하자는 손 후보 측의 제안을 받아들인 상태다.
   
   바른미래당 이재환 예비후보도 지지율은 낮지만 완주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28일에는 손학규 대표가 상남시장을 찾기도 했는데 손 대표는 이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3월 선거운동 기간 창원에 머물기로 했다. 이 후보는 올해 37세로 젊다.
   
   정의당과 민중당 후보 단일화 이후에나 논의될 수 있는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는 중앙당 차원에서 결정해야 할 몫이라는 것이 정의당 측 설명이다. 지난 2월 27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경남CBS라디오에 출연해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담판을 지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앞서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 지역에서 후보를 정의당에 양보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가 지역 당원들로부터 호되게 비판받고 사과하기도 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이번 선거의 의미가 어떤 건지, 그리고 여론조사에서 양강 구도가 확인됐는데 한국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가 누군지 유권자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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