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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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앵커였던 배현진(36) 자유한국당 송파을 당협위원장은 뉴스메이커가 됐다. 그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글 한 줄 한 줄이 뉴스가 된다. 그와 관련한 뉴스에 좋은 반응도 나쁜 반응도 있다. ‘무플보단 악플’이 낫다는 말처럼 정치인이 대중의 주목을 받는 것은 나쁘지 않다. 배 위원장이 이런 과정을 겪으며 정치권에 몸담은 지도 어느 새 1년이 넘었다.

그는 지난해 3월 9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며 정치권에 발을 들여놨다. MBC에서 8년 가까이 메인뉴스 앵커로 일했던 그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잘 알려진 얘기지만 그가 정치에 발을 들이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젊음을 바쳤던 조직에서 그는 배신자가 되어 있었고, ‘언젠가 자유한국당에 갈 줄 알았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다. ‘양치대첩’ ‘피구대첩’이라고 불리는 사건은 지금도 배 위원장에게 꼬리표처럼 달라붙어 있다. MBC 사내 체육대회에서 배현진을 공으로 맞혔다가 원치 않는 부서로 쫓겨난 동료들이 있다는 뒷담화와 비판이 꼬리를 물었다.

그는 MBC 메인뉴스 아나운서라는 후광 덕분에 정치권 입문과 동시에 송파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나설 수 있었다. 배 위원장은 여당 중진인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맞붙어 두 배 가까운 득표 차이로 낙선했다. 그때만 해도 배 위원장이 정치권에서 오래 못 버틸 것이라는 시선이 많았지만, 그는 여전히 정치권에 몸담고 있다. 3월 19일 서울 신문로의 한 식당에서 만난 배 위원장은 “내년 총선에도 꼭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판에 들어와 이 바닥을 떠나고 싶을 정도로 지친 적은 없었는지 묻자 의외로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전혀 없었다.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었다면 지금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항상 노련하고 관록 있는 선배님들에게 배우는 마음으로 일하려 하고, 오히려 MBC에 있을 때보다 마음이 더 편하다. 주변에서도 얼굴 좋아졌다고 그런다.”

현재 그가 집중하는 일은 홍준표 전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홍카콜라’의 제작이다. 배 위원장이 건넨 명함에는 ‘홍카콜라 제작자’라는 직함이 적혀 있었다. 배 위원장은 “그동안 여러 방송국에서 예능프로그램이나 시사토크쇼에 패널로 나와달라는 제의를 여러 번 받았다. 고마운 제안이었지만, MBC에 있는 동안 진을 다 뺀 탓일까. 항상 해보고 싶었던 일에 도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배 위원장이 제작하는 유튜브 채널 ‘홍카콜라’는 최근 누적 조회수 1000만을 기록했다.

하지만 제작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유튜브를 통한 모금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배 위원장은 선관위에 불려가 반나절 조사를 받아야했다. 그는 “조사받은 지 2주가 지났는데 아직 선관위로부터 답을 못 받았다.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존중해야 하지만, 누군가를 표적으로 지목해 편향된 잣대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정치인 배현진에게는 ‘홍준표의 사람’ 딱지가 붙어 있다. 지난해 한국당에 입당할 당시 당 대표가 홍 전 대표였고, 지금도 유튜브 채널을 함께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 전 대표가 유튜브를 하고 싶어했는데 만들 줄은 모르니 내게 제안을 했다. ‘대표님, 그럼 제가 하자는 대로 해주셔야 합니다’라고 말했는데 수긍했다. 나이 차도 나고 공직생활도 30년 넘게 하신 분인데 나를 포함해 젊은 스태프들이 요구하는 내용을 그대로 수용하는 편이다. 이분이 무슨 사회적인 물의를 빚으신 것도 아니고, 내가 보기에는 훌륭한 지도자가 될 자질을 갖추셨다.”

배 위원장은 26살이던 2008년 MBC에 입사, 2018년까지 10년을 다녔다. MBC에서의 10년 동안 그는 많은 내공을 쌓은 것처럼 보였다. ‘정치에 들어와서 상처받은 적은 언제인가’는 질문에 배 위원장은 “상처는 MBC에서 워낙 많이 받아서, 이제 웬만한 일에 상처받지 않는다.(웃음) 악플은 아직도 적응이 안 되긴 하지만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 시청률 1%를 기록한 MBC가 안타깝다고 글을 남겼는데, 그걸 조롱했다고 보더라. 조롱은 절대 아니었다. ‘다시 좋은 친구 MBC’가 되겠다고 타이틀을 걸었는데 오히려 전보다 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예전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으면 ‘그래도 잘됐다’ 했을 것이다. 요즘 보면 ‘저 정도밖에 못하려고 사람들에게 그토록 잔인하게 굴었나’ 싶다. 회사 안에서 노조원들이 나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문을 퍼뜨리는 걸 보면서 ‘고소할까’ 생각도 여러 번 했다. 그런 것에서 벗어난 게 가장 홀가분하다.”

한국당에 대해 나름 ‘불만’도 있다고 한다. 배 위원장은 “대체로 너무 점잖으시다는 게 장점이면서도 단점이다. 의원님들이 좀 더 행동력 있게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좋겠다. 선출해준 국민을 위해서 투쟁할 때는 강력히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도 굉장히 투쟁적인 사람인데, 아직까지는 기회가 없어서…”라고 했다. 배 위원장은 스스로를 “어떤 일을 하면 굉장히 맹렬하게 해내는 스타일”이라고 표현했다.

배 위원장의 이력 중에는 ‘북한대학원 석사과정 수료’가 눈에 띈다. 어려서부터 북한 김일성 일가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원래 경력을 살려 방송에서 전문성을 키울 것을 추천하기도 했지만 배 위원장은 “능력이 된다면 국회로 들어가 국방위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했다. “안보가 우리 생활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며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전투기 같은 무기에도 관심이 많다”고 했다.

지난해 선거운동을 할 때만 해도 배 위원장이 보는 앞에서 명함을 찢어 던지던 유권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1년 사이에 지역구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선거운동 할 때 시장 가서 인사를 돌면 알은체도 안 하는 분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먼저 붙잡고 이야기 나누는 분들이 많아졌다. 너무 힘들다고, 좀 잘해달라고. 정말 절박하시구나 느낀다.”

‘무엇 때문에 분위기가 그렇게 달라졌다고 보느냐’고 묻자 배 위원장은 “결국 경제가 문제다. 뜻하지 않게 점점 ‘고난의 행군’을 향해 가고 있다. 힘들다고 모두가 아우성인데 정부가 탈출구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 지금 정부는 자신들과 다른 의견은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그는 “그렇다고 이 정부의 실책을 강조하며 반사이익만 바라고 있진 않다. 한국당 지지율이 오른 것도 아직 우리가 잘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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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한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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