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재보선에서 승리한 자유한국당 정점식 당선자(왼쪽)와 정의당 여영국 당선자. ⓒphoto 뉴시스
4·3 재보선에서 승리한 자유한국당 정점식 당선자(왼쪽)와 정의당 여영국 당선자. ⓒphoto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번 4·3재보궐 선거에 많은 공을 들였다. 3월 21일부터는 아예 창원에 있는 원룸을 임대해 셋방살이를 하며 선거운동을 했다. 그는 창원에 몰려 있는 원전 업체 사무실로 아침마다 출근인사를 다녔다. 주말이면 다른 지역 원내외 당협위원장들에게까지 지원유세를 지시했다. 이들은 창원 성산 내지 통영·고성에 내려가 지원유세를 한 후 인증샷까지 찍어 당에 제출해야 했다.

황 대표의 이러한 노력은 선거 운동 기간 막판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선거 전 마지막 조사(3월 26~27일)였던 MBC경남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영국 정의당 후보와 강기윤 자유한국당 후보 간 지지율은 각각 44.8%와 35.7%였다. 9.1%포인트 격차는 여론조사 오차범위 밖 수치였다. 게다가 이 여론조사는 여 후보가 민중당 손석형 후보와 범진보 단일화에 실패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이 때문에 여 후보의 넉넉한 승리가 예상됐다. 개표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여 후보는 불과 504표의 차로 강 후보를 가까스로 눌렀다. 득표율로 따지면 0.54%포인트 차이. 여 후보는 여론조사 지지율(44.8%)과 다르지 않은 득표율(45.75%)을 얻었는데, 강 후보는 여론조사(35.7%)보다 10%포인트 정도 높은 45.2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막판 민심이 강 후보에게 몰렸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자유한국당 한 의원은 “황 후보가 원룸 생활을 시작하고 본격적인 지원유세를 펼치면서 지지층이 빠르게 결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신인 황교안의 지나친 의욕이 오히려 ‘클러치 에러’가 됐다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 실책이 바로 경남FC 홈경기장 내에서 했던 선거운동이다. 황 대표와 강 후보는 3월 3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과 대구FC의 K리그(1부리그) 경기장을 찾아 경기장 내에서 금지된 선거 유세를 펼쳤다. 이것이 발단이 되어 경남FC는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제재금 20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이번 재보선에서 강 후보가 여 후보에게 진 표차를 생각하면 이번 사건은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엔 뼈아프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 있다. 당시 황 대표 일행과 함께 있던 관계자는 “황 대표도 그렇고 분위기가 너무 흥분된 상황이어서 현장에서 연맹 규칙 등을 따질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너무 의욕이 앞선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당의 화력을 창원 성산에 집중시키면서 의도치 않았던 또 하나의 변수는 바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말실수였다. 오 전 시장은 유세 과정에서 창원 성산을 지역구로 뒀던 노회찬 전 의원에 대해 “돈을 받고 목숨을 끊은 분”이라며 “자랑할 바 못 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런데 창원 성산은 진보 정치의 오랜 텃밭이다. 따라서 이런 발언은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더 결집하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황 전 대표는 ‘절반의 성공’이라는 성적표를 이번 선거를 통해 받게 됐다.

황교안, 절반의 성공

그래도 황 대표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에 비하면 안도의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이해찬 대표는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기초의원을 포함해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평소에 ‘집권’이란 단어를 즐겨 쓰고, ‘선거의 달인’이란 평가를 받는 이 대표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만한 결과다. 사실 후보단일화를 했던 창원 성산은 둘째 치고 통영·고성 지역구는 해볼 만한 싸움이란 전망이 많았다. 통영·고성의 경우 보수정당 국회의원만 배출된 ‘보수텃밭’이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두 곳 모두 민주당 소속 기초자치단체장이 당선됐기 때문이다. 통영·고성은 13대 때 지역구가 합쳐진 이후로 단 한 번도 고성 출신이 당선된 적이 없다. 통영시 인구가 13만명으로 고성(5만명)의 2배가 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는 고성 출신이고 민주당 양문석 후보는 통영 출신이다. 통영 출신인 민주당 양문석 후보를 꺾을 수 있겠냐는 시선이 많았다. 게다가 황교안 대표의 측근으로 불리는 검사 출신 정점식 후보는 공천과정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조직을 관리하며 재보궐 선거를 오래 준비해온 다른 후보들이 정 후보의 공천에 반발했고, 정 당선자 캠프 쪽에서 지역지 기자에게 돈봉투를 준 사실이 드러나며 선거 막판 쟁점화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점식 후보가 59.56%를 득표하며 36.28%에 그친 양문석 민주당 후보를 압도적으로 제쳤다. 민주당으로서는 그야말로 ‘참패’였다. 당장 민주당에 대한 PK지역 유권자들의 경고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당장 내년 총선을 대비해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할 판이다.

손학규 대표도 체면을 구기기는 마찬가지다. 손 대표는 창원 성산 지역구에 후보를 내며 일부 당내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자신의 SNS에 “(문재인) 심판선거로 가는데 (후보를) 내서 지지율이 굉장히 낮게 나올 것”이라며 “후보도 그렇고 국민이 봤을 때 오히려 힘 빠지고 굉장히 와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 정권을) 심판하는 데 작지만 힘을 보태야지 몇 프로 받으려고 훼방 놓는 것밖에 안 된다”며 “손학규 대표가 완전히 벽창호고, 최고위원들도 (후보 내지 말자고) 강력히 반발한 것으로 아는데…. 선거 결과에 따라서 손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실제 창원 성산에서 표차가 500여표에 불과했고, 바른미래당 후보가 3334표를 얻었다. 바른미래당 이외에도 민중당, 대한애국당 후보들도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바른미래당 후보의 표 일부만 자유한국당으로 갔어도 선거 판세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이언주 의원의 지적이 선거 결과에 반영된 셈이다.

이번 선거는 결과적으로 고(故) 노회찬 전 의원만 승리한 선거가 됐다. 여 후보는 출마의 변으로 “노 전 의원이 못다 이룬 꿈을 실현하기 위해 아픈 마음을 다잡고 다시 창원 성산 구민들과 함께 대한민국 개혁의 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후 권민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단일화 경선을 벌였고, 경선에서 승리해 여권 단일후보가 됐다. 하지만 막판 자유한국당 지지층이 급속하게 결집하면서 가까스로 당선됐다. 정의당은 개표 막판 “우리의 힘이 부족해 승리를 안겨 드리지 못해 죄송할 뿐”이라며 낙선 사례까지 기자들에게 보냈다가 이를 번복하는 해프닝까지 벌였다.

박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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