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치에서 당분간 물러나겠다고 밝힌 안철수 전 대표. ⓒphoto 뉴시스
지난해 7월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치에서 당분간 물러나겠다고 밝힌 안철수 전 대표. ⓒphoto 뉴시스

바른미래당 창당을 이끌었던 안철수 전 대표 복귀설이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4·3 보궐선거에서 손학규 대표가 현장에 상주하다시피하며 ‘올인’했던 경남 창원 성산 선거에서 바른미래당 이재환 후보가 3.57% 지지율로 4위에 그치면서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최근 선거제 개편안 패스트트랙을 놓고 당이 내분에 휩싸인 상황도 안 전 대표의 정계 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안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은 “아직 안 전 대표는 귀국할 계획이 없다”고 말한다.

위기마다 나오는 안철수 복귀설

안 전 대표는 작년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낙선한 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었다. 그리고 3개월 뒤인 9월 독일로 출국했다. 뮌헨에 있는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초청연구원 자격으로 머물고 있는 중이다. 이곳은 노벨상 수상자 30여명을 배출한 저명한 국책 연구소다. 안 전 대표는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각지를 돌며 정치·경제·문화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는 출국 직전 가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잇따른 선거 패배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면서도 “한국 정치에 다당제 구도를 다시 확립했다는 점은 인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복귀 시점에 대해서도 모호하게 말했다. “언제 돌아올 것이냐”는 질문에 “명확한 기한은 없다”며 “정치에 입문하고 5년9개월여간 늘 전면에 있었다. 나도 그렇지만 국민도 길었다고 느끼실 것 같다. 성찰하고 비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 전 대표의 비자가 1년이라는 점에서 당내에서는 결국 오는 9월을 전후해 한국으로 오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비자 기한 연장을 위한 일시적 귀국이 될 수도 있다.

당내 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안 전 대표의 조기 복귀설은 당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지지율 답보 상태가 계속됐던 지난 1월에는 안 전 대표가 ‘3월쯤 돌아올 것’이라는 말이 당내에서 돌았다. 그러다가 패스트트랙으로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이 되자 안 전 대표의 ‘6월 복귀설’이 다시 확산되기 시작했다. 4·3 보궐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이런 목소리는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안 전 대표와 가까운 일부 인사들이 국회 앞에 사무실을 얻었다는 말도 나왔다. 바른미래당 핵심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돌아와 당의 분위기를 쇄신해줬으면 하는 바람들이 작용하는 것 같다”며 “안 전 대표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당내에서 6월 복귀설이 돌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안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안 전 대표의 복귀 시점은 정해진 게 없고 개인적 판단으로는 6월에 복귀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정치적 상황이 워낙 역동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2~3달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이를 두고 안 전 대표가 어떤 판단을 할지는 열어두고 생각할 필요는 있다”고 했다.

4·3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환 후보(오른쪽) 지원 유세를 벌이고 있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photo 뉴시스
4·3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환 후보(오른쪽) 지원 유세를 벌이고 있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photo 뉴시스

‘중도정치’ 공간 찾기 쉽지 않아

바른미래당의 현재 상황은 어렵다. 4·3 보궐선거 이후 손학규 대표 체제는 위기에 직면했다. 이언주 의원은 선거 전 손 대표를 향해 “이번 창원 성산 보궐선거에서 본인 약속대로 득표율 10%를 얻지 못하면 즉각 물러나라”고 했었다. 손 대표에게 ‘찌질하다’고 말해 당원들로부터 당 윤리위에 제소당한 이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권 심판선거이므로 5%도 얻지 못할 거라 본다”며 “이제는 본인 스스로에게 정치적 징계를 해야 할 때”라고 했다. “창원에서 바른미래당 후보의 지지율이 1% 오를 때마다 범여권 후보가 당선될 확률은 그만큼 높아지고 있는데 지금 당신은 무엇을 위해 누굴 위해 창원에 가 있는 건가”라며 “이것이 찌질한 게 아니면 뭐겠나”라고도 했다. 문제는 손 대표가 적극 지원한 이재환 후보 득표율이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손 대표로서는 당 내부의 책임론에 직면하게 된 상황이다. 선거제 개편안 패스트트랙 상정 논란 속에 분열상을 보인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반목이 더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바른미래당 한 의원은 “손 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됐다”며 “의원들의 집단적 반발 목소리가 터져나올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흔들리는 당을 수습하기 위해 안 전 대표를 찾는 목소리는 더 늘어나고 있다. 안 전 대표와 가까웠던 김성식 의원이 오는 6월 원내대표 경선에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것도 이런 상황과 연관돼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김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해 당선될 경우 안 전 대표가 자연스럽게 당에 복귀해 다시 정치를 재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4·3 보궐선거를 통해 타격을 입은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정계 개편 바람에 휩쓸리기 전에 안 전 대표가 선제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바른미래당 핵심 관계자는 “재보선 참패로 인해 안 전 대표로서도 국내 정치 상황을 본격적으로 돌아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과거 자신과 가까웠던 의원들과 의견을 교류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의 정치 재개가 더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국내 정치 상황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기 때문에 섣불리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한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경제·안보 정책이 난맥상을 보이면서 이른바 ‘반문’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맞다”며 “문제는 이번 보궐선거에서도 드러났듯이 자유한국당 지지층도 결집하는 등 정치 환경이 양극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안 전 대표식의 중도정치가 들어설 공간이 좁다는 것”이라고 했다.

안 전 대표와 함께 바른미래당 창당의 주역으로 나섰던 유승민 전 대표가 최근 공개 행보에 나선 것에 대한 관심도 높다. 작년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공식활동을 중단했던 유 전 대표는 최근 이재환 후보 지원을 위해 창원 성산에 내려갔다. 선거제 개편안 패스트트랙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선 의원총회에 참석해 “선거법과 국회법은 지금보다도 훨씬 다수당 횡포가 심했던 과거에도 숫자의 횡포로 결정한 적 없다. 패스트트랙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도 참석했다. 최근 동료 의원은 물론 언론인들과도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재보선 참패로 당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결국 당의 창업주이자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유 전 대표나 안 전 대표가 어떤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문제는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가치관이나 지향점이 차이가 커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안 전 대표와 유 전 대표가 생각하는 정계개편의 방향은 서로 다를 가능성이 크다”며 “두 사람이 총선을 앞두고도 계속 같은 당에 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했다.

최승현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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