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창당을 이끌었던 안철수 전 대표 복귀설이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4·3 보궐선거에서 손학규 대표가 현장에 상주하다시피하며 ‘올인’했던 경남 창원 성산 선거에서 바른미래당 이재환 후보가 3.57% 지지율로 4위에 그치면서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최근 선거제 개편안 패스트트랙을 놓고 당이 내분에 휩싸인 상황도 안 전 대표의 정계 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안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은 “아직 안 전 대표는 귀국할 계획이 없다”고 말한다.
위기마다 나오는 안철수 복귀설
안 전 대표는 작년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낙선한 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었다. 그리고 3개월 뒤인 9월 독일로 출국했다. 뮌헨에 있는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초청연구원 자격으로 머물고 있는 중이다. 이곳은 노벨상 수상자 30여명을 배출한 저명한 국책 연구소다. 안 전 대표는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각지를 돌며 정치·경제·문화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는 출국 직전 가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잇따른 선거 패배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면서도 “한국 정치에 다당제 구도를 다시 확립했다는 점은 인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복귀 시점에 대해서도 모호하게 말했다. “언제 돌아올 것이냐”는 질문에 “명확한 기한은 없다”며 “정치에 입문하고 5년9개월여간 늘 전면에 있었다. 나도 그렇지만 국민도 길었다고 느끼실 것 같다. 성찰하고 비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 전 대표의 비자가 1년이라는 점에서 당내에서는 결국 오는 9월을 전후해 한국으로 오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비자 기한 연장을 위한 일시적 귀국이 될 수도 있다.
당내 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안 전 대표의 조기 복귀설은 당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지지율 답보 상태가 계속됐던 지난 1월에는 안 전 대표가 ‘3월쯤 돌아올 것’이라는 말이 당내에서 돌았다. 그러다가 패스트트랙으로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이 되자 안 전 대표의 ‘6월 복귀설’이 다시 확산되기 시작했다. 4·3 보궐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이런 목소리는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안 전 대표와 가까운 일부 인사들이 국회 앞에 사무실을 얻었다는 말도 나왔다. 바른미래당 핵심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돌아와 당의 분위기를 쇄신해줬으면 하는 바람들이 작용하는 것 같다”며 “안 전 대표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당내에서 6월 복귀설이 돌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안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안 전 대표의 복귀 시점은 정해진 게 없고 개인적 판단으로는 6월에 복귀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정치적 상황이 워낙 역동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2~3달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이를 두고 안 전 대표가 어떤 판단을 할지는 열어두고 생각할 필요는 있다”고 했다.
‘중도정치’ 공간 찾기 쉽지 않아
바른미래당의 현재 상황은 어렵다. 4·3 보궐선거 이후 손학규 대표 체제는 위기에 직면했다. 이언주 의원은 선거 전 손 대표를 향해 “이번 창원 성산 보궐선거에서 본인 약속대로 득표율 10%를 얻지 못하면 즉각 물러나라”고 했었다. 손 대표에게 ‘찌질하다’고 말해 당원들로부터 당 윤리위에 제소당한 이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권 심판선거이므로 5%도 얻지 못할 거라 본다”며 “이제는 본인 스스로에게 정치적 징계를 해야 할 때”라고 했다. “창원에서 바른미래당 후보의 지지율이 1% 오를 때마다 범여권 후보가 당선될 확률은 그만큼 높아지고 있는데 지금 당신은 무엇을 위해 누굴 위해 창원에 가 있는 건가”라며 “이것이 찌질한 게 아니면 뭐겠나”라고도 했다. 문제는 손 대표가 적극 지원한 이재환 후보 득표율이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손 대표로서는 당 내부의 책임론에 직면하게 된 상황이다. 선거제 개편안 패스트트랙 상정 논란 속에 분열상을 보인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반목이 더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바른미래당 한 의원은 “손 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됐다”며 “의원들의 집단적 반발 목소리가 터져나올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흔들리는 당을 수습하기 위해 안 전 대표를 찾는 목소리는 더 늘어나고 있다. 안 전 대표와 가까웠던 김성식 의원이 오는 6월 원내대표 경선에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것도 이런 상황과 연관돼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김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해 당선될 경우 안 전 대표가 자연스럽게 당에 복귀해 다시 정치를 재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4·3 보궐선거를 통해 타격을 입은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정계 개편 바람에 휩쓸리기 전에 안 전 대표가 선제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바른미래당 핵심 관계자는 “재보선 참패로 인해 안 전 대표로서도 국내 정치 상황을 본격적으로 돌아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과거 자신과 가까웠던 의원들과 의견을 교류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의 정치 재개가 더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국내 정치 상황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기 때문에 섣불리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한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경제·안보 정책이 난맥상을 보이면서 이른바 ‘반문’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맞다”며 “문제는 이번 보궐선거에서도 드러났듯이 자유한국당 지지층도 결집하는 등 정치 환경이 양극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안 전 대표식의 중도정치가 들어설 공간이 좁다는 것”이라고 했다.
안 전 대표와 함께 바른미래당 창당의 주역으로 나섰던 유승민 전 대표가 최근 공개 행보에 나선 것에 대한 관심도 높다. 작년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공식활동을 중단했던 유 전 대표는 최근 이재환 후보 지원을 위해 창원 성산에 내려갔다. 선거제 개편안 패스트트랙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선 의원총회에 참석해 “선거법과 국회법은 지금보다도 훨씬 다수당 횡포가 심했던 과거에도 숫자의 횡포로 결정한 적 없다. 패스트트랙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도 참석했다. 최근 동료 의원은 물론 언론인들과도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재보선 참패로 당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결국 당의 창업주이자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유 전 대표나 안 전 대표가 어떤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문제는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가치관이나 지향점이 차이가 커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안 전 대표와 유 전 대표가 생각하는 정계개편의 방향은 서로 다를 가능성이 크다”며 “두 사람이 총선을 앞두고도 계속 같은 당에 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