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조선 리더인 에이드리언 홍 창(오른쪽).
자유조선 리더인 에이드리언 홍 창(오른쪽).

지난 2월 22일 오후 5시(현지시각)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에 자신의 이름을 ‘매튜 차오’라고 밝힌 한 남성이 찾아와 서윤석 3등서기관(경제담당)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이 남성이 자신을 ‘배런 스톤 캐피털’ 회사 직원이라고 소개하며 서윤석 서기관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다른 9명이 북한대사관 건물에 진입해 총기(모형으로 밝혀짐), 칼, 쇠파이프 등으로 직원들을 위협하고 테이프로 결박하였다. 이 와중에 대사관 직원 한 명이 탈출하여 지나가던 행인에게 구조를 요청하면서 경찰에 신고하였다. 출동한 경찰이 대사관 초인종을 누르자 김정은 배지를 단 사람이 나와 자신을 대사관 고위인물이라고 밝히며 출동한 경찰을 되돌려 보냈다.

이들은 4시간 넘게 대사관 직원들을 억류하며 여기저기를 수색하고 컴퓨터 2대, USB, 외장하드 2개, 휴대전화 1대, 문서 등을 챙겼다. 오후 9시40분경 이들은 4개 그룹으로 나누어 대사관 차량 3대를 몰며 정문으로 빠져나갔다. 매튜 차오와 다른 한 명은 콜택시를 대사관 뒷문 쪽으로 불러 유유히 떠났다. 이들은 마드리드에서 즉각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이동한 후 미국 뉴욕행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일행 중 한 명이 스페인 북한대사관에서 입수한 관련 자료를 FBI에 전달했다.

이는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을 재구성한 것으로 이른바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장면이다. 지난 3월 26일 스페인 고등법원 판사가 경찰이 제출한 수사보고서의 일부를 공개하면서 이 사건의 윤곽이 밝혀졌다. 이 사건의 결정적 단서는 이들이 떨어뜨린 위조된 이탈리아 운전면허증이었다. 10명의 용의자 중 3명의 신원도 공개되었는데, 에이드리언 홍 창(Adrian Hong Chang), 한국계 미국 국적자 샘 류(Sam Ryu), 한국 국적의 이우란(Woo Ran Lee) 등이다. 10명이 모두 20~30대이며, 이 중 5명은 한국 국적자로 밝혀졌다. 이 사건의 주모자로 알려진 에이드리언 홍 창은 한국계 멕시코 국적의 미국 거주자로 밝혀졌다. 자신을 북한대사관 직원에게 ‘매튜 차오’라고 소개하고,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을 되돌려 보낸 인물이다. 그는 북한대사관에서 입수한 관련 자료를 FBI에 전달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사건은 발생 당시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했다. 그러나 3월 26일 스페인 고등법원이 이른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의 윤곽을 밝힌 직후 ‘자유조선(Free Joseon)’이란 단체가 웹사이트를 통해 ‘facts about Madrid’라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자유조선은 이 사건을 자신들이 자행했고 특히 “FBI와 비밀 유지 합의하에 막대한 잠재적 가치가 있는 특정 정보를 공유했다”고 밝혀 세계 유수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자유조선이란 단체가 최초로 알려진 것은 2019년 3월 1일(한국시각)이다. 이날 자유조선은 웹사이트와 유튜브 계정을 통해 7분35초 분량의 영상과 ‘자유조선을 위한 선언문’이란 글을 발표했다. 자유조선이란 이름의 임시정부를 선포한 것도 이 글을 통해서다. 자유조선은 선언문에서 “자유조선의 건립을 선언한다. 이 임시정부는 인권과 인도주의를 존중하는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근간을 세우고 모든 여성과 남성, 아동의 존귀하고 분명한 존엄성을 존중한다. 이 정부가 북조선 인민을 대표하는 단일하고 정당한 조직임을 선언한다”라고 밝히며 새 조선을 위한 길을 준비하겠다고 선포하였다.

이를 기점으로 단체 이름을 기존의 ‘천리마민방위(Cheollima Civil Defense)’에서 ‘자유조선(Free Joseon)’으로 바꾸었다. ‘천리마민방위’는 2017년 3월 7일 웹사이트를 통해 ‘북조선 사람들에게’라는 성명을 발표하며 북한 사람들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가도록 탈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메일 주소와 재정지원을 위한 비트코인 주소를 공개하면서 그 존재가 알려졌다. 특히 자신들이 김한솔(김정남의 아들)을 비롯한 김정남 가족의 탈출을 도왔다고 주장하고 김한솔의 동영상을 올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후 산발적으로 북한 탈출과 관련한 당부의 글과 한국 문재인 정부의 비협조에 대한 유감의 글 등을 올리면서 활동상을 알렸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가 이번 사건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소재 회피 위해 클라우드플레어 이용

당시 천리마민방위(현 자유조선)의 실체에 접근하기 위한 유일한 단서는 공개된 이메일 계정, 비트코인 결제 주소 및 웹사이트 등인데 모두 추적이 어렵게 되어 있었다. 이메일(CCDjoin@protonmail.com)은 스위스의 암호화 서비스를 사용해 추적이 불가능하며, 비트코인 결제 주소(134ytYQnZVAEVV6YZVfx1NBUGc9GY45FBm)도 추적 자체가 원천적으로 어렵다. 웹사이트(www.cheollimacivildefense.org)는 2017년 3월 4일 도메인이 개설됐는데 2018년 11월 29일 업데이트됐다. 도메인 만료일은 2021년 3월 4일로 되어 있다. 확인 결과 도메인 등록은 미국 호스팅사(NameCheap.Inc.)를 이용하였는데 등록지는 러시아로 되어 있다. 하지만 언제든지 위장등록을 할 수 있어 진짜 등록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IP주소 대역이 104.31.80.0/20인데, 서버 소재를 회피하기 위해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를 이용하는 등 고단위의 사이버 보안정책을 사용하여 추적 자체가 어렵게 되어 있다.

이렇게 천리마민방위의 존재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단체의 소재지, 구성원 등을 파악할 수 없었는데, 이번 스페인 북한대사관 침입사건을 계기로 제한적이나마 실체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자유조선은 3월 1일 ‘자유조선 선언문’을 통해 자신들이 북한 임시정부임을, 3월 28일 ‘우리 조직의 현재 입장’이란 성명을 통해서는 자유조선의 도움으로 북한을 탈출하여 세계 각국에 있는 동포와 결집한 탈북민의 조직임을 밝혔다. 향후 행동으로는 북한 내의 혁명 동지들과 함께 김정은 정권을 뿌리째 흔들 것이라 선언하며 조직의 위상과 목표를 명백히 했다. 3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자유조선에 대한 질문에 ‘실체가 있는 네트워크조직’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의 주모자로 부각되고 있는 에이드리언 홍 창은 만 35세의 한국계 멕시코 국적의 미국 거주자이다. 미 예일대 역사학과 재학 시 북한 인권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북한의 참혹한 인권 실상을 깨닫고 2014년 3월 27일 비영리 북한 인권운동 단체인 LINK(Liberty In North Korea)를 설립했다. 이후 LINK는 미국, 유럽, 중국, 동남아 각국에 구조팀과 사무실을 두고 현재까지 1000여명의 탈북민을 구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인권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강연투어’ ‘캠페인’ 및 탈북민들과 함께하는 ‘장마당’ 등의 토론회도 개최해왔다.

자유조선이 지난 3월 1일 유튜브 계정 등을 통해 ‘자유조선을 위한 선언문’을 발표했다.
자유조선이 지난 3월 1일 유튜브 계정 등을 통해 ‘자유조선을 위한 선언문’을 발표했다.

에이드리언 홍은 CIA의 공작 대행자?

2008년 여름 에이드리언 홍은 LINK 대표직을 사임하고 새로운 형태의 북한 인권운동을 전개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미 CIA(중앙정보국)와 한국 정보기관과 관계를 맺은 것으로 보인다. 통상 정보기관은 비밀공작(covert action) 수행 시 해당 공작관(agent handler or case officer)이 외부의 공작대행자(agent)를 통해 공작업무를 실행한다. 정보기관의 공작관은 공작대행자와 비밀 계약관계를 맺고 공작관의 지시와 통제를 받도록 공작라인을 구축한다. 이는 공작의 성공률을 높이고 공작 실패 및 노출 시 정보기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현 상황에서는 에이드리언 홍 창이 미 CIA의 공작관에 의해 고용된 공작대행자(agent)이며 그가 이끄는 자유조선은 공작대행사(agency)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유조선(구 천리마민방위)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한국의 국정원과도 공작대행 관계를 맺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한솔 구출작전 등은 순수 민간단체가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천리마민방위가 스스로 밝혔듯이 미국, 중국, 네덜란드, 무명의 국가(한국?) 등의 외교·정보라인에 의한 지원을 받아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유조선은 이렇게 정보기관과의 관계 속에서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등의 활동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고 보여진다. 에이드리언 홍 창은 북한대사관에서 획득한 자료를 먼저 CIA에 전달하고 후에 일부 자료를 FBI에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탈북민이 포함된 북한 인권운동이 탈북민 구출과 북한 인권 실상 폭로 단계를 넘어서 북한 김정은 정권 축출이라는 북한 해방운동으로 질적 변화를 보여주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제한적이지만 조직 실체가 노출된 상태에서 3월 31일 ‘우리의 조직’이란 성명에서 밝힌 것처럼 향후 ‘준비하고 있는 큰 일과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 이유는 정보기관의 공작대행자와 대행사는 비밀유지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 매달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정보기관이 연루되었다고 보도된 이 사건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지 내부적으로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자금과 기술 등 각종 지원이 제한된 공작은 성공할 수 없다.

자유조선은 향후 제대로 된 활동을 하려면 노출된 에이드리언 홍 창 등이 배제된 상태에서 새로운 조직을 결성하여 비밀 활동을 하든지, 아니면 공개조직으로 전환해 LINK와 같은 수준의 활동을 해야 할 것이다. 노출된 조직은 활동 반경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대한민국의 헌법체제상 자유조선의 활동을 마냥 환영할 수도 없다. 그 이유는 자유조선의 망명정부 수립 주장 때문이다. 특히 그들은 북한 해방이 한국과는 관련이 없으며 자기들 주도하에 새로운 조선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대한민국 헌법체제를 부정하는 주장이다. 북한은 헌법과 실정법상 ‘독립된 국가’가 아니라 ‘반국가 불법단체’에 불과하며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원칙하에 해방시키고 통일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전술적 측면에서 일단 반(反)김정은 기치를 든 자유조선의 활동을 따듯한 눈으로 봐주어야 할 것이다.

자유민주연구원이 추적해본 ‘천리마민방위’(자유조선 전신) 웹사이트 정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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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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