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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2호] 201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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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통신] 日, 한국 제재 방안 이미 마련

“기업 철수 이미 시작… 금융도 고민”

유민호  퍼시픽21 소장 

▲ 지난 2월 10일 자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는 아베 총리. photo 뉴시스
“외교 관계에서 이심전심이 통하는 아시아의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었다. 중국은 원래부터 이심전심이란 세계관이 없는 나라다. 구체적인 말은 물론, 문서로 만들어 사방팔방 알려야만 하는 관계가 중국이다. 친일국가인 대만조차 이심전심과는 거리가 멀다.”
   
   최근 도쿄에서 만난 일본인 지인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이미 30년 전 중국에서 일본으로 귀화한 인물로, 중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한·중·일 삼국 비교분석에 능한 지식인이다. 그는 한국 덕분에 최근 강연 의뢰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심전심에 관한 얘기는 최근 일본을 방문한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들을 수 있는, “도대체 한국이 왜 그러느냐?”는 질문과 함께 시작됐다.
   
   “비슷한 문화적 배경 때문이겠지만 척 보면 마음이 통하는 나라가 한국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달라졌다. 이심전심은커녕 말로 표현하고 문서로 만들어 세계에 알려도 아무 소용이 없다. 똑같은 주문을 반복하는 입만 있을 뿐, 귀와 머리가 없는 것 같다. 일본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민주주의 선진국이다. 앞으로 한국이 다른 서방 선진국들과 국제협약을 맺을 경우 제3, 제4의 약속과 보장을 요구받을 것이다. 1 대 1 관계가 아니라 다자간 협약 속에 넣어 나중에 딴소리 못하게 만드는 식의 외교가 이뤄질 것이다.”
   
   생존을 중시하는 일본은 ‘돈’을 나라를 지키는 현실적 요소로 받아들인다. ‘과거사’에 무게중심을 두는 한국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돈’에 대한 불합리한 제재나 장벽은 그냥 참지 않는다. 현재 서울에서 벌어지는 역사 ‘재재판(再裁判)’을 바라보는 일본인의 시선에도 ‘돈’이 중심에 있다. 일본에서는 한국의 과거사 문제가 뭔지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도, 알고 싶어하는 사람도 극히 드물다. 독도 레이저 조준 사건에 이르기까지 합의는커녕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가 최근의 한·일 관계다.
   
   특히 지난 3월 25일 이뤄진 한국 법원의 판결은 돈에 관한 일본인의 ‘본능’을 자극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의 국내 특허권과 상표권에 대한 압류결정이다. 지난 3월 22일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자 4명이 제기한 미쓰비시중공업의 특허권 6건과 상표권 2건에 대한 압류명령 신청을 받아들인 판결이다. 원고 4명에게 돌아갈 특허권·상표권의 총 채권액은 8억400만원이라고 한다. 아직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남아있지만 1965년 6월 한·일기본조약의 근간을 무너뜨린, ‘돈’에 관한 구체적인 강제조치다. 미쓰비시는 물론, 한국 내 일본 기업 전체가 이 판결의 파장을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고 있다. 경계용 비상등 수준이 아니라 적색 경보음이다.
   
   그동안 일본은 위안부, 징용 등 과거사에 대한 한국 측 조치가 국제법에 어긋나는 불법이란 점을 반복해서 밝혀왔다. 국제사법재판소(ICJ)를 향해 한국이 약속위반국이란 점을 어필해왔다. ICJ 제소에 앞서, 3월 14일 서울에서 한·일 외교관 사이의 논의가 있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일본의 ICJ 단독 제소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한국에서 주목하는 것은 앞으로 일본의 대응, 정확히 말해 보복 카드다. 필자가 일본에 머무는 동안 주목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어떤 분야에 보복 조치가 취해질지 정확한 정보가 거의 없다. 대부분은 ‘카더라’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본 정치와 외교가 그러하듯, 의도적으로 흘리지 않는 한 밖으로 새나가지 않는다. 그러나 주변 얘기와 일본 내 분위기, 일본의 과거 행태 등을 종합해보면 어떤 식의 대응, 보복이 이뤄질지 전망이 가능하다.
   
   도쿄 총리 관저에 근무하는 한 관료의 얘기에서부터 단서를 찾아보자. 총리 관저는 한국의 청와대에 해당하는 곳으로, 아베의 등장과 함께 파워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총리 관저는 미국의 트럼프 체제가 2024년까지 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미디어나 지식인들의 트럼프에 대한 반감도 있지만, 적어도 일본의 중추는 ‘아메리카 퍼스트’가 곧 끝날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올림픽 이후인 2021년 9월에 끝날 아베 자민당 총재 임기를 한 번 더 연장하자는 4선 장기집권론도 그 연장선에서 나온 얘기다. 한국에 대한 대응은 트럼프 체제 장기화를 배경으로 생각해야 한다. 트럼프와의 관계를 전제로, 장기전으로 갈 것이다.”
   
   
   오사카 G20서 한국 무시 작전?
   
   이 관료는 이미 모든 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된 상태라고 전했다. 일본 재계와 문화계 의견을 모아 상향식 논의가 이미 끝났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시행할 경우 맞부딪칠 손익계산을 면밀히 살펴본 뒤의 방안인 셈이다. 일본 내 일부 미디어를 통해 반도체 관련 핵심부품 수출 금지나 비자면제 보완과 같은 방안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 비자 문제의 경우, 한국인 전체가 아닌 일본 내 한국인 불법체류자나 특정인을 상대로 한 조치가 고려되고 있다. 특히 대북 유엔결의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는 인물에 대한 독자적 차원의 비자면제 조치를 구상 중이다.
   
   앞으로의 대응방안과 관련해 60대 일본 언론인의 전망도 새겨들을 만하다. 필자와 20년 이상 교유한 이 국제정치 전문가는 크게 봐서 두 가지 차원의 대응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 기업 차원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정부 차원은 외교무대다. 한국에 대한 무시작전이 한·일 관계만이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될 것이다. 오는 6월 말 오사카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가 한 예다. 한국 대통령도 오겠지만, 아마 존재감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일본이 상대를 하지 않을 것이고, 다른 나라들도 일본과 행보를 맞출 것이다.”
   
   일본 언론인은 한국 외교의 영향력이나 수준을 1970년대 일본 외교 정도로 분석한다. 오사카에서의 차가운 현실을 피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방일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한다.
   
   “일본은 기업 철수와 금융 부문에서의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다. 기업 철수는 2012년 반일 시위 이후의 중국에 비견될 수 있다. 별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반일 시위 이후 일본 기업의 상당수가 중국을 떠났다. 껍데기만 남겨둔 채 인도·동남아·유럽·남미 등으로 빠져나갔다. 일본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이 아니면 안 되는 산업은 없다. 일본 기업의 재산 압류가 법적으로 보장되는 상태에서는 한국에 남을 이유가 없다. 기업 철수는 이미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 금융의 경우 한국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이뤄질 것이다. 한국에서는 잘 모르는데 일본은 제조업이 아니라 금융으로 돈을 버는 나라다. 경상수지 흑자의 3분의 2 정도가 금융에서 나온다. 제조업이나 기업 철수보다 한층 더 한국에 부담을 주는 강력한 대응이 될 것이다. 결코 일본이 원치 않는 행보지만, 필요하다면 취할 수밖에 없다.”
   
   일본으로부터의 단기차입은 한국 기업이 선호하는 주된 자금조달 방안이다. 이자가 높지만 미국이나 유럽에 비하면 빠르고도 안전한 조건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드러났지만, 한국 기업이 부담해야 할 대일 단기채무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알아내기가 불가능하다. 기업비밀인 데다 오늘 빌려 내일 갚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지난해 일본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직접투자 이익과 채권·증권을 통한 이익은 19조932억엔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상품 수출을 통한 무역수지 흑자는 1조1897억엔에 불과했다. 흑자의 60% 정도가 금융을 매개로 한 셈이다.
   
   “일본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을 적으로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일본의 대응상대는 한국, 한국인이 아닌 좌파 이념과 내셔널리즘으로 무장한 청와대다. 과거사 이전에, 이성에 기초한 국제현실을 지켜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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