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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55호] 2019.04.29

‘투사 황교안’ 총선에 독일까 약일까

최승현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vaidale111@naver.com

▲ 지난 4월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장외집회에서 연설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photo 뉴시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연일 강경 대여(對與) 투쟁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다. 지난 4월 20일에는 취임 후 첫 장외투쟁을 광화문 일대에서 대규모로 개최했고,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상정을 합의하자 청와대를 항의 방문한 뒤,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철야농성을 시작했다. 한국당이 여권과 ‘강대강’으로 대치하면서 당 지지율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지층이 본격적으로 결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황 대표의 강경 기조가 총선 승부를 가르는 중도층 포섭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독재 투쟁 시작”
   
   황 대표는 지난 4월 22일 여야 4당 원내지도부가 한국당을 제외한 패스트트랙 합의를 발표한 뒤, 강하게 여권을 비판했다. 4월 23일 의원총회에서 “우리 당과 ‘일대일’ 승부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으니 2중대, 3중대, 4중대를 만들어 들러리를 세워 친문(親文) 총선연대를 하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심판을 회피하기 위한 악법으로 총선 결과까지 조작하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또 “패스트트랙은 경제·민생·안보를 망쳐놓고 국민의 분노가 차오르니 이 국면을 전환해보겠다는 치졸한 발상”이라며 “소위 바른 보수를 지향한다는 정당까지도 당리당략에 매달려 집권여당의 꼼수에 동조하고 민생을 외면하고 있는데 국회가 이래서 되겠나”라고 했다. “이들이 국회를 지배하면 반기업규제법안, 귀족노조 우대법안, 원전폐기법안 등 경제를 망치는 이념 법안들이 일사천리로 통과될 것”이라며 “국가보안법 등 체제수호법안이 줄줄이 폐기되고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가 없어지며,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개헌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도 했다. 공수처법에 대해선 “공수처까지 생긴다고 하면 정권에 반대하는 야당 국회의원들, 바른 생각을 갖고 대한민국을 지키려고 하는 공무원들에 대해 없는 죄까지 만들어 옥죄고 죄다 잡아넣으려고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황 대표는 이날 저녁 당 소속 의원 100여명을 이끌고 청와대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고 이후 국회로 돌아와 본회의장 앞에서 철야농성을 이어갔다. 당내에서는 “아무리 총리를 지냈다고 해도 정치인으로서는 초보인 황 대표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장외투쟁을 이끄는 모습이 놀랍다” “전반적인 국회 상황이 한국당에 점점 불리해지고 있기는 하지만 황 대표가 임기 초반 지지층 결집을 이끌어내는 데는 오히려 더 유리한 상황이다” 등의 평가가 나왔다.
   
   황 대표는 철야농성 다음 날에도 문재인 정권을 향해 강하게 날을 세웠다. 국회 앞 로텐더홀에서 개최한 비상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정권이 악법 날치기를 철회하고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사과함으로써 정말 바뀐 것으로 볼 때까지 우리는 끝까지 싸우고 투쟁할 것”이라며 “지금 이 순간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무너진다”고 했다. “이 정권이 끝내 독재의 길을 고집한다면 우리 국민께서 직접 나서고, 청와대까지 달려가서 문 대통령의 항복을 받아낼 것이라 확신한다”고도 했다.
   
   황 대표는 지난 4월 20일에는 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를 슬로건으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었다. 집회 후엔 황 대표가 행렬을 이끌며 당원들과 함께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여야 4당 패스트트랙 합의가 진행되기 전인 당시에는 주식 투자 관련 각종 의혹을 받았던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의 임명 강행이 투쟁의 명분이었다. 붉은색 점퍼와 넥타이를 매고 단상에 오른 황 대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피 끓는 마음으로 이곳에 나왔다”며 “문재인 정권의 좌파독재가 끝날 때까지 결코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 제가 선봉에 서겠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경제 살리는 외교는 전혀 하지 않고 김정은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다”며 “대북 제재를 풀어달라고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구걸하고 다니는데, 대한민국 자존심을 어디다 팔아놓았나”라고 했다. “힘도 없는 지난 정권 사람들을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아무리 큰 병에 시달려도 감옥에 가둬놓고 있다”고도 했다.
   
   이날 장외투쟁은 황 대표가 강하게 주장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아직 대규모 장외투쟁을 감행할 만한 조직력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우려를 황 대표에게 전달했으나, 황 대표가 투쟁 동력을 점검해보는 차원에서라도 감행해야 한다며 지도부 의원들을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지도부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데 이어 더 심각한 논란이 불거진 이미선 헌법재판관도 기어코 임명하면서 당내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강했던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대부분의 의원들이 장외투쟁에 익숙하지 않아 주저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황 대표가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취임 초에 비해 황 대표의 정치적 자신감이 대폭 확장됐다는 말이 나온다. 직접적인 요인은 4·3 보궐선거의 성과다. 경남 통영·고성 승리는 물론, 진보 정당의 아성이었던 경남 창원 성산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접전을 펼치면서 “이 정도면 총선과 대선에서 해볼 만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보궐선거를 앞두고 창원에 원룸을 얻어 아내와 함께 기거하며 선거운동을 현지에서 지휘했다.
   
   
   중도확장은 어떻게 할 것인가?
   
   황 대표의 대여 강경투쟁은 현재까지 지지층 결집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당 안팎의 분석이다. 여론조사 전문회사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4월 22〜24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08명에게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율은 그 전주에 비해 0.8%포인트 오른 32.1%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고치다. 민주당 지지율도 지난주 대비 0.8%포인트 오른 38.6%로 집계됐다. 집권여당과 제1야당의 강경 대치로 양쪽 지지층이 뭉치는 흐름이다. 한국당 한 중진 의원은 “당분간은 지속적으로 문재인 정권의 정치·경제·안보에 관한 실정(失政)을 부각시키면서 당세를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수도권과 충청권 의원들 사이에선 올해 하반기부터는 실질적인 총선 승리를 위한 중도확장 전략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 대안세력으로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 대한 잔상이 남아 있는 유권자들 사이에서 한국당이 적극적인 선택을 받기가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특히 정치·사회적 상황에 따라 표심이 요동치는 수도권과 충청권 유권자들을 설득하기에는 강경 대여투쟁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 지지율 상승과 함께 안정적 기반을 되찾고 있다고 판단하는 영남권 의원들과, 여전히 내년 총선이 어려운 승부라고 여기는 수도권·충청권 의원들 간 현실 인식의 격차가 크다는 말도 나온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여권의 폭압적인 정치적 행태와 각종 정책으로 민심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지금은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야 할 시점이 맞다”면서도 “당 한쪽에서는 세심한 중도층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우리의 대안 정책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현재 정치적 상황은 황 대표가 결기 있는 투쟁을 이어가고 당 내부에서 큰 실수만 나오지 않으면 지지율이 어느 수준까지 계속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황 대표의 진정한 과제는 그 이후에 ‘우리가 집권하면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라는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부터 그 부분에 당력을 상당히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부산 지역 한 의원은 “총선이 다가올수록 공천을 둘러싼 당내 분쟁이 커질 수밖에 없으며 각 지역 의원들 간 현실 인식의 격차가 큰 것도 내분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황 대표가 이런 부분을 잘 조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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