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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6호] 201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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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갑질’ ‘뇌물’ 무혐의 받은 박찬주 전 육군 대장

軍은 정치에 흔들려선 안 돼 “원칙을 말했는데 비판으로 들으면 문제”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아이고 선배, 저도 안 우는데 왜 선배가 우십니까.”
   
   마주 앉아 있는 동안 그의 휴대폰은 쉴 새 없이 울렸다. 걸려오는 전화마다 수화기 너머로 ‘고생했다’는 위로를 건네고 있었다. 전화를 건 사람에게 도리어 ‘괜찮다’고 다독이는 사람은 박찬주(61) 전 육군 대장이었다. 그는 공관병 갑질 파문과 뇌물수수 의혹으로 인해 ‘나락’까지 떨어졌다 최근에 전부 혐의를 벗었다. 충남 계룡역으로 기자를 직접 마중 나온 박 전 대장이 몰고 온 차는 경차 ‘모닝’이었다. 키는 170㎝ 남짓이었지만 다부진 그가 경차를 운전하는 모습이 어색했다. 박 전 대장은 서른 살 넘게 어린 기자에게 허리 숙여 악수를 청했다.
   
   지난 4월 26일 박 전 대장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2017년 7월 말, 박 전 대장 부부가 공관병으로 근무하는 병사들을 비인격적으로 대했다는 ‘갑질’ 폭로가 나왔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군 내 갑질문화를 뿌리 뽑아야 한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군 검찰은 박 전 대장을 속된 말로 ‘탈탈’ 털었다. 처음 논란이 된 ‘갑질’과는 상관없는 뇌물수수 혐의로 박 전 대장을 기소했고, 그는 같은해 9월 구속됐다. 육사 출신 4성 장군을 망신 주기 위한 별건 수사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박 전 대장은 헌병대 지하영창에 4개월 가까이 갇혀 있어야 했다. 지난 5월 2일, 박 전 대장을 만나 사건이 벌어지고 난 후 지난 1년9개월간의 소회를 물었다.
   
   “현역대장의 신분으로 포승줄에 묶여 국방부 헌병대의 지하영창에 수감되었을 때가 가장 충격이었다. 구속되던 날은 마침 열흘간 추석연휴가 시작되던 때였다. 휴일에는 면회가 안 된다. 열흘간 독방에서 지내며 적응하기 위해 애썼다. 왜 이렇게 된 건지, 여기는 어디인지, 나는 누구인지…. 하나하나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박 전 대장은 처음 논란이 됐던 공관병 갑질 사건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리됐고, 뇌물수수 사건은 무죄를 받았다. 다만 그의 아내는 여전히 폭행 및 감금 혐의로 불구속기소 상태다.
   
   “당시 기소 내용은 2작전 사령관 시절도 아닌 그 이전 중장 시절 공관에서 있었던 일을 일방적 진술에 의해 작성한 것이었다. 아내의 일 역시 무엇이 진실인지 재판을 통해서 밝혀지리라 본다. 당시 폭로에 나섰던 공관병은 공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개인 잘못으로 영창에 가기도 했다. 그래도 따듯하게 품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내 덕(德)이 부족했던 탓이다. 다만 공관이란 공간은 단순한 가정집이 아니라 비밀통신시설과 이동수단을 갖추고 24시간 돌아가는 군사시설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세계적으로도 평시 ‘데프콘4’ 상태를 유지하는 군대에서는 부대 내에 공관을 운영하고 있다. 내가 일으킨 물의로 인해서 (공관병을 없앤다는 등) 전투 지휘관들의 초기상황 대응능력을 약화시키는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
   
   박 전 대장의 ‘갑질’ 논란은 여론재판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지만, 한편에서는 우리 군의 장성들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한 탓이라는 지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군 장성들이 국민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기 위해 더욱 분발할 여지가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한편으로는 군 장성들이야말로 어느 조직보다 청렴성, 애국심, 건전성 등에서 가장 신뢰성 있는 집단이다. 중장급 이상은 재산내역을 공개하는데, 그것만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군 조직 특성상 지휘관은 강력한 지휘권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다 보니 일부 오해와 편견도 생길 수밖에 없다. 권위적인 것은 나쁘지만 권위 자체가 없으면 안 되지 않겠나.”
   
   박 전 대장은 재판 기간 후배들과의 연락을 피했다. 자신과 연락하는 것만으로도 후배들에게 피해를 끼칠까봐 두려운 마음에서였다.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후 뒤늦은 전역사를 작성해서 함께 근무했던 후배들에게 메일로 보냈는데, 그게 조선일보에 보도될 정도로 화제가 됐다. 그는 ‘뒤늦은 전역사’에서 ‘정치지도자들은 인기영합적 선택을 해도 군은 거기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박 전 대장에게 그게 무슨 의미인지 물었다.
   
   “전역사에서는 군이 지켜야 할 원칙과 기본을 말하려고 했다. 현 정부를 비판하거나 평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내가 현 정부를 ‘작심하고 공격했다’고 하던데, 그런 취지는 결코 아니었다. 우리 군만큼은 정권의 이념과 정치 성향을 떠나 흔들리지 않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지극히 원칙적인 내용이었다. 다만 그 원칙 자체가 현 정부를 비판하는 것처럼 보였다면, 현 정부도 한번 되돌아볼 여지가 있다고 본다.”
   
   박 전 대장은 전역사에서 ‘정치가들이 평화를 외칠 때 군인은 더욱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지금 군은 GP 철수부터 한·미 연합훈련까지 중단하며 사실상 ‘무장 해제’를 하고 있다는 평도 받고 있다.
   
▲ 박찬주 전 대장(오른쪽 두 번째)이 2작전사령관 시절이던 2016년 6월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 격려 오찬에서 한·미 연합군 주요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photo 연합

   “그런 평을 받고 있다는 것은 물론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은 군 스스로 ‘한반도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 같은 해명들이다. ‘견인’이라는 것은 앞에서 이끌어나가는 것인데, 군은 힘을 바탕으로 뒤에서 ‘서포트’하는 집단이지 어떤 의제를 앞에서 끌어나가는 집단이 아니다. 그 발상은 잘못됐다.”
   
   박 전 대장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군 고위직 중에 첫 번째 타깃이 된 것은 그가 사드 배치의 총책임자였기 때문이란 말도 군 내에선 나왔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 눈엣가시나 다름없던 사드의 배치를 진두지휘하며 온갖 고생을 했다.
   
   “장비와 인력은 겨우겨우 성주기지 안에 반입을 했는데, 시위대가 모든 차량의 출입을 차단해 안에 있는 미군 장병들이 매일같이 전투식량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민간인이 군 차량을 검문검색하고 출입을 통제하는 기이한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었고…. 한국 장군으로서 미군 장병들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 미군 장병들도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 하는 반응이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맡은 임무를 두고 정치권에서 싸움이 일어나다 보니, 제대로 된 지원이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정치적 레벨에서 정리가 되지 않으면 현장의 일선 군사들은 ‘생고생’을 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남북 간 화해무드가 조성됐고,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져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한층 커졌다. 미국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작 훈련의 주체이자 방위의 주체인 군인들보다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박 전 대장에게 미군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물었다.
   
   “현재의 한·미 연합방위체제를 종속적 관계로 보는 것은 연합방위체제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군들은 실제로 한국군을 세계적 강군으로 인정하고 있다. 일본이 미국과 ‘일대일 병렬형’ 방위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자주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한·미와 같은 연합방위체제를 구축할 자체적인 능력이 뒷받침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미국과 1:1로 연합군사령부를 구축하여 전구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과 영국, 독일뿐이라고 본다. 전작권 전환은 한·미 연합군의 지휘체계의 조정에 관한 것이지 종속에서 벗어난다는 정치적 개념이 아니다. 미군들은 전작권 전환을 군사적 문제로 보는데 우리만 이를 정치적·이념적 문제로 보고 있다. 미군 장성들이 늘 이 점을 의아하게 생각하더라.”
   
   문재인 정부에서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홀대받는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군 장성급 인사를 보면 ‘육사 누르기’란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박 전 대장도 그 희생양이란 말도 있었다. 그는 “개인적 견해로는 그런 부정적 평가를 받기에 충분한,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를 하고 있다고 본다”며 “모든 인사의 제1원칙은 ‘능력위주 적재적소’인데 군 내부에서도 그런 공감을 못 얻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장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육사 37기다. 육사 37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의 육사 기수로 지난 정부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다는 오해가 있었다. 특히 최근 육사 37기인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주변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37기는 생도 1학년 시절부터 많은 주목과 동시에 질타를 받아왔다. 우리를 두고 정치적인 해석들도 많았지만, 37기에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포진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고 이재수, 신원식 전 장군을 비롯해서 각자가 자기 분야에서 상당한 두각을 보였다. 특히 신원식 장군은 스스로 인정하는 지상작전과 합동작전의 대가(大家)다. 군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은 신원식 장군 말이라면 일단 맞는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고 이재수 전 육군 중장 장례식에 현역 장성들이 아무도 오지 않아 논란이 됐었는데 그는 이 부분에서 목소리에 힘을 줬다.
   
   “동기 이재수가 그렇게 유명을 달리한 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었다. 성품이 정말 좋고 유능한 친구였는데…. 당시 장례식장에 조화를 보내야 하는지 여부를 놓고 군 수뇌부가 고민하며 회의까지 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것만큼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인터뷰를 마치고 박 전 대장과 함께 국립대전현충원을 들렀다. 그는 이재수 전 육군 중장의 묘역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박찬주 전 육군대장 주요 이력
   
   1958년 충남 천안 출생
   1977년 육군사관학교 입학(육사 37기)
   1998년 국방부 정책기획국 안보정책담당
   2004년 육군 제11사단 9기계화 보병여단장
   2005년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부 군사전략과 과장
   2007년 합동참모본부 전시작전권추진단 단장
   2009년 합동참모본부 전작권 전환 추진단장
   2011년 육군26기계화보병사단장
   2013년 육군 제7기계화군단 군단장(중장)
   2014년 육군 참모차장(중장)
   2015년 육군 제2작전사령부 사령관(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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