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광역시장 ⓒphoto 뉴시스
오거돈 부산광역시장 ⓒphoto 뉴시스

오거돈 부산광역시장의 요즘 화두는 ‘부산 대개조’다. 지난 2월 문재인 대통령이 옛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를 찾았을 때도 오거돈 시장은 ‘부산 대개조’란 푯말을 함께 들었다. 하지만 ‘부산 대개조’란 미명하에 김해신공항 백지화, 2030 부산엑스포 개최장소 변경 등 기존 정책을 뒤엎는 일이 잦아지면서 지역 사회의 우려가 나온다. 침체된 제2도시 부산을 ‘대개조’하면 좋겠지만, “시장 임기가 불과 3년밖에 안 남았는데 바람만 잡다가 아무것도 못하는 것 아니냐”는 염려다. 행정연속성을 중시하는 관료사회에서는 “부산시 기획관리실장, 정무부시장, 행정부시장, 시장 권한대행까지 지낸 행정가 출신 맞느냐”는 지적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대표적인 것은 김해신공항 백지화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총대를 메고 송철호 울산광역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지자체장 주도로 만든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단장 김정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24일 국토교통부의 김해신공항 건설 방침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급기야 같은 당 소속 김현미 의원이 장관으로 있는 국토부는 같은 날 이례적으로 장문의 반박자료를 냈다. “사실관계 확인이 부족함에도 부울경 검토의견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국민들에게 혼란을 초래했다” 같은 강한 표현도 나왔다. 이에 오거돈 부산시장을 비롯한 부울경 단체장들은 “신공항 문제를 국무총리실로 이관해 재검토하자”고 주장하면서 소모적인 논쟁이 그치지 않고 있다.

오거돈 시장을 필두로 한 부울경 단체장이 반기를 들면서 김해신공항은 ‘2021년 착공, 2026년 완공’이란 당초 시간표를 맞출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의 경우 저가항공사(LCC) 취항 증가 등으로 인해 첨두시간대 포화상태가 심각하다. 공항주차장은 만성 포화로 공항 진입로에 늘어선 불법주차 차량은 통제하기 힘들 정도다. 국토부의 시간표에 맞춰도 오는 2026년까지 앞으로 7년이나 기다려야 한다.

김해신공항 차질 빚으면 부산엑스포 빨간불

만약 재검토가 이뤄지면 부울경 지역 공항 이용객들은 언제까지 불편을 감내해야 할지 기약조차 하기 힘들다. 부산시 신공항추진본부의 한 관계자는 “국토부 계획대로라도 지난해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을 끝냈어야 하는데, 2026년 완공은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김해신공항 적기 완공에 차질이 생기면서 오는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030년 부산엑스포는 유치에 성공하면 기존 대전엑스포(1993), 여수엑스포(2012)와 같은 전문박람회(인정엑스포)가 아닌 국내에서 처음 치러지는 종합박람회(등록엑스포)가 된다. 국토부 시간표에 맞춰 2026년까지 김해신공항 확장을 끝내야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 시 제대로 행사를 치러낼 수 있다.

오 시장 측이 미는 가덕도신공항의 경우 사실상 무(無)에서 국제공항을 만드는 사업이라서 언제 완공할 수 있을지조차 가늠하기 힘들다. 부산시 측은 “늦어도 올 추석 전까지만 (가덕도)신공항이 결정되면 오는 2028년까지 신공항을 완공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지만, 공항과 연계되는 도로, 철도 등 인프라를 처음부터 새로 깔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

김해신공항의 경우 서쪽으로 남해고속도로, 북쪽으로 중앙고속도로, 동쪽으로 부산 제2도시고속도로(동서고가로)와 곧장 연결된다. 내년 6월 완공 예정인 부전(부산)~마산 복선전철이 개통되면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가덕도신공항의 경우 공항과 연결되는 고속도로를 새로 건설해야 하고, 부산 시내와 연계교통망도 구축해야 한다. 기존 김해공항도 2011년 부산김해경전철과 연결되기 전까지 부산 시내 연계교통망 미비로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 2028년을 목표로 착공에 들어간다고 해도 자칫 한두 해 늦어질 경우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에 필수적인 공항인프라를 못 만들어낼 우려가 있다.

가덕도신공항의 경우 기존 김해공항과 기능을 나눌지, 아니면 김해공항의 민항기능을 폐쇄하고 가덕도신공항으로 통폐합할지를 놓고 논의도 해야 한다. 부산시 신공항추진본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계획대로라면 신공항에는 활주로 1본(本)이 들어선다”며 “김포공항과 인천공항 관계처럼 김해공항은 국내선, 신공항은 국제선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경우 광주공항(국내선), 무안공항(국제선) 사례처럼 어중간한 수요를 둘로 나눠 두 공항 모두 공멸하는 악수가 될 수도 있다.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 작업 역시 개최장소 변경으로 우여곡절을 거듭하고 있다. 부산시는 전임 서병수 시장 때부터 부산 강서구 맥도 일원에서 엑스포를 개최하려고 준비해왔다. 낙동강 하구의 하중도인 맥도는 김해공항과 불과 차로 10분 거리이고, 남해고속도로 서부산IC 바로 아래다. 시 외곽이라 교통체증, 주차문제 같은 걱정도 비교적 덜하다. 낙동강 우안(右岸)을 따라 이어지는 기존의 경부선 철도도 엑스포 기간에 맞춰 활용할 수 있고, 인근 대도시 창원의 인프라를 공유할 수도 있다.

오거돈 시장은 전임 시장이 엑스포 개최지로 낙점했던 맥도를 부산 북항 일대로 변경했다. 부산역 배후 해안을 매립해 개발한 북항 일대는 맥도에 비해 부산의 중심이라는 상징성은 강하다. 부산역,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과 연계도 좋다.

하지만 엑스포 같은 국제행사를 치러내기에 협소한 것이 문제다. 3개월간 열리는 전문박람회와 달리 종합박람회는 6개월간 열린다. 비좁은 도심이 사실상 반년 동안 마비되는 고통을 부산시민들이 감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2030년 엑스포에 앞서 치르는 2025년 오사카엑스포도 오사카 도심과 떨어진 인공섬 유메시마(夢洲)에서 열린다.

북항 매립지가 엑스포장으로 적당한가 의문

부산시 측은 “북항 매립지(1단계)에 자성대부두, 우암부두, 신감만부두를 모두 활용하면 너른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엑스포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현재 사용 중인 자성대부두, 우암부두, 신감만부두를 부산신항 등 외항으로 이전해야 한다. 북항 부두의 기능을 모두 흡수할 수 있을 만큼 부산신항의 추가 확장을 요하는 부분이다. 부두를 통째로 옮기는 작업은 맥도의 비닐하우스를 밀어내는 작업보다 훨씬 어렵다. 국내 첫 컨테이너 부두인 자성대부두는 지금도 폐쇄를 앞두고 항만공사와 외국계 운영사가 갈등을 벌이고 있다.

북항 일대에서 엑스포를 치러낸다 해도 전시관 건물의 사후처리 역시 상당한 골칫거리가 될 전망이다. 부산의 자매도시인 상하이의 경우 2010년 상하이엑스포 때 전시관으로 지은 가건물 중 10년 가까이 철거나 재활용을 결정하지 못한 것들이 아직도 상당하다. 그나마 전시장이 모두 도심과 조금 거리가 떨어진 황푸강 양안(兩岸)에 있어 화급을 요하지는 않는다. 부산 북항의 경우 예정대로 2030년 부산엑스포를 개최한 뒤 10년 이상 도심 한복판에 가건물을 방치할 경우 지역여론이 가만있을지 의문이다.

해당 부지는 한반도 유사시 미군 보급물자 증원통로인 ‘제8부두’, 군수창고인 ‘55보급창’ 같은 핵심 군사시설을 포함하고 있어 국방부 및 주한미군 측과 협의도 필요하다. 부산시 2030엑스포추진단의 한 관계자는 “8부두와 55보급창 문제로 국방부와 협의를 했는데 엑스포 부지에서 빼달라는 입장”이라며 “추후 다시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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