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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59호] 2019.05.27

황교안의 민생투쟁 득실

최승현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vaidale111@naver.com

▲ 지난 5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국민 속으로 민생투쟁 대장정’ 출정식에 참석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photo 뉴시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5월 7일 부산에서 시작한 ‘민생투쟁’ 일정을 25일 마무리한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의 선거법 개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 지정 과정에 항의해 장외투쟁을 시작한 황 대표는 지난 2주일간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을 현장에서 강력하게 비판하며 지지층을 결집시켜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외연 확장 측면에선 여전히 과제가 많다는 점도 드러냈고, 비판에 치중한 나머지 정책 대안 제시에는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일 정권 향해 강성 비판
   
   황 대표는 전국을 돌며 경제·외교·안보 등 국정의 전 분야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했다. 지난 5월 22일에는 경기도 남양주 한 중소기업을 찾았는데 작업장을 둘러보며 직원들과 대화를 나눈 뒤 가진 지역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정부가 경제를 살릴 정책이 아닌 경제가 망가질 수밖에 없는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52시간제와 최저임금 인상을 지적한 것이었다. 황 대표는 자신의 총리 시절을 언급하며 “지난 정권 총리 재직 당시 검토한 최저임금 인상률의 마지노선은 6〜7%였다”며 “이것이 제가 볼 때는 시장경제가 견딜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했다. 이어 “현 정부가 2년 사이 최저임금을 29.1% 올린 것은 과도하다”며 “올해 말이 되면 정말 29.1%의 고통이 가중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 참석자가 “지방에서는 일할 청년을 구하기 어렵다”고 하자, 황 대표는 “젊은이들이 다들 대기업을 가거나 공무원이 되려 하니 지방 중소기업은 안중에 없는 것”이라며 “청년층 인식 개선과 함께 청년을 유인할 문화적 환경을 가꿔야 한다”고 했다. 황 대표는 간담회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지방도 어렵고 힘든데 수도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며 “우리 경제가 ‘폭망’ 단계에 들어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 5·18 행사에서 나왔던 문재인 대통령의 ‘독재자의 후예’ 발언을 놓고도 황 대표는 강하게 반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18일 광주(光州)민주화운동 39주기 기념식에서 한국당을 겨냥해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가 없다”고 했다. 황 대표가 참석해 있는 상황에서였다. 그러자 21일 황 대표는 인천 자유공원을 찾아 맥아더 장군 동상에 헌화한 뒤 “진짜 독재자의 후예는 김정은 아니냐. 세습 독재자 아니냐”며 “문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김정은에게 ‘독재자의 진짜 후예’라고 말씀해달라”고 했다. 황 대표는 “제가 왜 독재자의 후예냐. 황당해서 제가 대꾸도 안 한다”며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대변인 짓을 하고 있지 않느냐”고도 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말은 그 사람의 품격을 나타낸다는 말로 논평을 갈음하겠다”고 했다. 고 대변인은 “연일 정치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키고 국민을 편 가르는 발언이 난무하고 있다”며 “하나의 막말이 또 다른 막말을 낳는 상황”이라고 했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아무도 한국당과 황 대표를 콕 집어 ‘독재자의 후예’라고 말한 적이 없는데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라며 “‘대변인 짓’이라는 발언이 공당의 대표가 할 짓인가”라고 했다. 그러자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독재자의 후예’ 타령은 문 대통령을 향한 ‘독재자’라는 비난이 그만큼 뼈저리다는 자기 고백”이라며 다시 반박했다.
   
   
   외연 확장은 숙제
   
   황 대표가 민생투쟁을 벌이는 동안 한국당 지지율은 소폭이지만 상승세를 유지했다. 당내에서는 국회가 멈춰 있는 상황에서 황 대표가 전국을 돌며 각종 이슈에 관해 현 정권을 비판하는 강성 발언을 이어가면서 지지층들의 관심을 하나로 모으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대표 취임 초기 맞았던 4·3보궐선거 당시와 비교하면서 황 대표의 대중 연설 실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말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최근 황 대표의 일정을 따라갔던 적이 있는데 보궐선거 당시와 비교해 유창하면서도 강조점을 확실하게 두면서 연설을 하니까 대중들의 호응도가 높아졌다”며 “민생투쟁 과정에서 정치인으로서 황 대표의 능력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황 대표 측은 이번 민생투쟁의 성과가 상당했다는 내부 평가 속에 이른바 ‘민생투쟁 시즌2’를 계획하고 있다. 한 지도부 의원은 “5월 25일에는 ‘시즌1’이 끝나는 것이고 잠시 휴식 기간을 가진 뒤 바로 ‘시즌2’에 들어갈 것”이라며 “황 대표의 방문을 바라는 전국 각지의 현장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동력은 충분한 상황”이라고 했다. 황 대표는 5월 23일에도 페이스북에 “최악의 경제를 만든 문재인 정권은 최악의 정권”이라며 “국민들의 온몸에 박힌 가시들을 하나하나 뽑으며 끝까지 걸어가겠다”고 했다. 또 “국민과 함께 대안을 만들며 최악의 정권을 넘어 새로운 미래로 전진하겠다”고 했다.
   
   당내에선 황 대표의 민생투쟁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외연 확장과 정책대안 제시 등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바른미래당, 대한애국당 등 보수 성향 정당들과의 통합 또는 연대를 고민해야 하며, 중도 성향 유권자 공략 방안에 대한 전략적 검토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5월 1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중도’라고 밝힌 응답자들 가운데 한국당을 지지한 비율은 20%로 민주당 지지율 39%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황 대표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강경하게 정권을 비판하면서 지지층은 대부분 결집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제는 중원에서 우리 영역을 얼마나 확장할 수 있을 것이냐가 내년 총선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거친 발언이 ‘막말’ 논란을 빚는 것이나, 5·18 폄훼 발언 의원들에 대한 징계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도 좀 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황 대표가 당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도 엄정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중도 성향 국민들이 눈길을 주게 될 것”이라며 “결국 선거에서는 어느 당이 더 적극적으로 자신을 쇄신하려고 하느냐를 보면서 표심이 움직이지 않냐”고 했다.
   
   황 대표가 그간 정권 비판에 ‘올인’했다면 이제는 당 정책위 등이 적극적인 작업을 해서 수권 정당으로서 정책대안을 마련해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경제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제1야당으로서 ‘우리가 정권을 잡으면 나라 경제를 어떻게 이끌어가겠다’는 명확한 청사진을 보여줘야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당 정책위 핵심 관계자는 “다음 총선은 문재인 정권 심판론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지만 그것만으로 선거에서 이기기는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정책위를 중심으로 각 상임위 핵심 의원들과 상의해가며 한국당만의 새로운 경제 담론을 만들기 위해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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