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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59호] 2019.05.27

510조대 수퍼예산, 독인가 득인가?

▲ 지난 5월 16일 세종시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photo 뉴시스
2019년이 채 반년도 지나지 않은 5월이지만 벌써부터 청와대 주도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2020년 정부 예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내년에 500조원이 넘는 정부 예산 편성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수퍼예산’이라는 기록 뒤에 ‘국가채무 증가’와 ‘재정건전성 악화’ ‘국민 조세부담 급증’이라는 불안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2019년 정부 예산도 사상 최대 규모인 469조6000억원이었다. 2018년 예산 428조8000억원보다 9.5%나 급증한 규모로, 2010년 이후 최근 10년 사이 가장 큰 증가율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본예산은 469조6000억원이지만, 이미 지난 4월 정부가 국회에 본예산 이외에 추가경정예산(추경안) 6조7000억여원을 더 신청해놓은 상태다. 이 추경예산안까지 더해지면 2019년 한 해 정부 예산은 476조3000억원을 넘게 된다. 이런 가운데 급기야 내년 정부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어설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2020년 사상 첫 500조 돌파 유력
   
   정부 예산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집권 후 빠른 속도로 증가해왔다. 2010년 292조8000억원이었던 예산(본예산 기준·이하 동일)은 2011년 309조1000억원으로 300조원을 넘어섰다. 이것이 이후 가파르게 늘어 2017년 400조5000억원으로 단숨에 400조원을 돌파했고 올해 469조6000억원까지 증가한 것이다.
   
   급증하는 정부 예산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이 ‘증가율’이다. 10년 전인 2010년부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전 확정된 2017년 예산까지 증가율을 살펴보면 최소 2.9%(2010년과 2016년)에서 최대 5.5%(2011년과 2015년) 사이에서 유지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랬던 정부 예산 증가율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2017년 5월 출범 후 사실상 첫 번째 편성인 2018년 정부 예산은 직전 연도인 2017년보다 7.1% 가까이 증가한 428조8000억원이었다. 2019년의 경우 증가율이 더 커져, 2018년 대비 9.5%를 넘었다. 문재인 정부 만 2년 동안을 따지면 예산 규모가 무려 17.25% 이상 증가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등 청와대의 재정 확대 의지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이런 증가율 추세라면 2020년 정부 예산은 500조원을 가뿐히 넘어서게 된다.
   
   당장 본예산을 기준으로 올해보다 7%만 증가해도 내년 정부 예산은 502조4700억원을 넘어서게 된다. 그런데 실제 내년도 정부 예산이 이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편성될 가능성도 크다. 2018년 8월 기획재정부가 만든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자료에는 ‘2020년 국가 재정지출을 2019년 대비 7.3% 증가시키겠다’는 계획이 명시돼 있다.
   
   사실 2017년만 해도 기재부가 계획한 2020년 재정지출 증가율은 5.2%에 불과했다. 그랬던 기재부가 불과 1년 만에 2020년 정부 재정지출 증가율을 기존보다 무려 2.1%포인트 높게 상향한 것이다. 기재부의 이 계획대로라면 내년도 정부 예산은 앞선 계산보다 많은 504조원에 이르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 “재정지출 확대” 직접 강조
   
   내년도 정부 예산이 기재부의 이 계획보다도 더 커질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지난 5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2019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재정 확대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또 “국가채무비율 40%대(로 관리하겠다는) 근거가 무엇이냐”며 홍남기 기재부 장관에게 묻는 등 사실상 지금보다 국가채무비율이 악화되더라도 재정의 확대 편성을 요구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재정 확대 의지를 공개적으로 말한 만큼 내년 정부 예산은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제시된 증가율 7.3%보다 더 높게 수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소 올해 수준의 재정지출 증가율(9.5%)만 적용해도 2020년 정부 예산은 기재부가 계획한 504조원을 넘어 무려 514조원대까지 급증할 수 있다. 2020년 정부 예산이 510조원을 넘는, 말 그대로 초대형 ‘수퍼예산’으로 편성될 가능성이 매우 커진 것이다.
   
   문제는 재정지출 확대를 이유로 정부 예산을 단기간에 천문학적 규모로 부풀렸을 때 이를 무리 없이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정부의 재정 능력이 충분하냐는 것이다. 당장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급증 가능성이 부담스럽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2018년 8월 이후 기재부는 2020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40.2% 입장을 보여왔다. 그런데 정부 예산이 504조원을 넘어 510조원대로 증가하게 되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0.2% 관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수치가 최소 41% 이상으로 뛰어오르게 된다.
   
   국가 수입을 좀 더 늘리고 기존 국가 채무를 조정하는 방법을 강구한다면 정부 예산이 504조~510조원대로 증가해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기재부의 계획대로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재정지출과 재정수입 실태를 살펴보면 이는 사실상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장 2020년 정부가 벌어들인 돈인 ‘재정수입’이 쓰는 돈인 ‘재정지출’보다 적어지는 상황을 맞는다. 이른바 적자재정이 예상되는 것이다.
   
   정부의 재정수입은 2018년 447조2000억원(본예산 기준·이하 동일)이었고, 올해는 481조3000억원으로 전망된다. 올해 정부 예산이 469조6000억원이고, 추진 중인 추경(안)을 더해도 총 476조3000억원임을 감안하면 올해의 재정수입은 지출보다 11조7000억원(본예산 기준) 내지 5조원(추경 감안)이나 많다. 추경을 더 늘린다 해도 문제 될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2020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2018년 기재부가 작성한 중기 재정 전망에 따르면 2020년 재정수입은 504조1000억원이다. 기재부의 계획처럼 재정지출을 7.3%만 늘려도 2020년 정부 예산은 504조6000억원이다. 수입이 지출보다 5000억원이나 적어지는 ‘적자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 확대를 주문하고 있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다면, 2020년 정부 예산은 기재부 계획보다 더 증가할 수 있다. 올해 수준인 9.5% 정도의 예산 증가율만 결정돼도 2020년 정부 예산은 514조원을 넘게 된다. 재정수입이 재정지출보다 약 10조원 이상 적어지는 재정적자 상태가 된다.
   
   문제는 이런 재정적자 추세가 2020년 이후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2021년과 2022년 재정수입을 각각 525조4000억원과 547조800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기재부가 제시하고 있는 2021년과 2022년 재정지출 규모는 535조9000억원과 567조6000억원이다. 이렇게 되면 2021년 10조5000억원, 2022년 19조8000억원으로 재정적자의 폭이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지게 된다.
   
   
   재정적자 해법 ‘국채 발행과 증세(稅)’?
   
   재정적자의 폭이 커진다는 것은 국가가 버는 돈보다 써야 하는 돈이 지속적으로 더 많아진다는 의미다. 가계든, 기업이든, 국가든 이런 적자 상태의 지속은 건전성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재정 확대와 급증하고 있는 정부 예산 규모 논란에서 ‘재정건전성 우려’가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정부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이론상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좀 더 걷거나, 기금 수익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정부의 수입과 지출 간 균형을 맞출 수는 있다. 그런데 현실이 이론과는 상당히 다르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상태로까지 추락하는 상황에서 기금 수익률을 지금보다 더 끌어올리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다. 2018년 8월, 기재부는 2018년부터 2022년 기금 수입 증가율이 연평균 4%라고 전망했다. 이마저도 사실은 2017년 연평균 4.2%라고 제시했던 기금 수입 증가율보다 0.2%포인트 낮게 수정한 것이다.
   
   세금 수입을 더 늘리는 방법도 있다. 이것은 ‘국민에게 부과되고 있는 조세 부담률을 지금보다 더 높인다’는 의미다. 정부가 선뜻 택하기 부담스러운 방법이다. 물론 청와대와 정부의 재정 확대 기조가 지금보다 더 강해진다면 문재인 정부가 ‘증세’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이것 외에 현실적 방법으로 거론되는 게 국채 발행이다. 국채를 발행해 이를 판 돈으로 재정적자를 메우는 것이다. 부족해진 재정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빚을 내는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급격한 재정 확대 기조와 정부 예산 급증 추세가 계속되면서 시장에서는 이런 ‘적자 국채 발행’ 가능성이 꾸준히 나돌고 있다.
   
   
▲ 지난 4월 18일 올해 추경예산 당정협의에 참석해 발언하는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photo 뉴시스

   국가채무비율 40% 논란
   
   이렇게 되면 다시 국가채무비율이 언급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논쟁이 커지고 있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0%’나 ‘국가채무비율 증가 추세’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올해 731조8000억원, 2020년 781조7000억원, 2021년 833조9000억원, 2022년 888조7000억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재정지출 확대와 정부 예산 증가로 재정적자는 더 확대될 가능성 크다. 이런 재정적자를 보충하기 위해 적자 채권이 발행되면 국가채무는 훨씬 더 증가하게 된다. 국회예산처는 지난해 12월 말, ‘2019~2050년 NABO 장기 재정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가채무가 2030년 1240조9000억원, 2040년 1930조8000억원, 2050년 2863조8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전문가들과 경제학자들은 현재 불거지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재정 확대 기조와 예산 급증, 이로 인한 국가채무 증가 추세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을까.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진보와 보수, 여·야 정치권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는 국가채무비율 40%를 둘러싼 논란을 키울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40%라는 숫자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국가채무비율 40%는 경제학적 근거나 이론에 의한 것이 아니다. 어떤 준칙에 의한 것도 아니다. 그동안의 재정 운영 경험이 반영된 일종의 ‘관례적 수치’인 게 사실이다.
   
   유럽연합(EU)이 국가채무비율 60%를 권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과거 기존 회원국들이 비회원국의 EU 가입 시도 시 국가채무비율 60%를 평가에 반영한 것이 근거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기존에 고수해온 국가채무비율 40%를 무시한 재정지출 확대와 정부 예산 급증을 용인해도 된다는 의미일까.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부 교수는 “국가부채 관리와 재정 운영에 정말 중요한 건 40% 수치가 아니라 ‘재정을 어떻게 운영하겠다’고 하는 분명하고 합리적인 ‘재정 운영 준칙’이 존재하느냐”라고 했다. 재정지출 확대 시 국가부채비율이 어떤 형태로 얼마나 상승할지 정확한 전망 능력이 있는지, 실제 재정 문제가 발생했을 때 검증된 위기 해소 능력은 있는지 등 구체적인 재정 운영 계획들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40%를 넘어도 되니 가보자’라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며 “충격과 논란을 최소화하면서 재정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우리 경제와 정부의 능력이 재정지출 확대를 어느 수준까지 용인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을 마친 후 재정 확대에 나서는 게 기본”이라고 했다. 이런 기본 준칙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재정 확대에 나서면 결국 논란을 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정 확대 피하기 힘든 게 현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성균관대 김경수 교수 역시 “정부가 버틸 수 있는 임계치를 신흥국의 경우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로 본다”며 “중요한 것은 이 수치보다 상승이든 하락이든 채무비율이 어떤 방향으로 지속되는지 그 추세가 핵심”이라고 했다. 국가채무비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재정 확대 기조가 뚜렷한 최근 우리 추세가 좋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견해다.
   
   익명으로 취재에 응한 한 금융사 관계자는 “최근의 재정 확대 논란에서 국가채무비율 수치보다 더 중요한 건 사실 재정관리 주체가 권력과 외압, 또 정치적 논란에서 벗어나 얼마나 독립적으로 재정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느냐 여부”라며 “이런 독립성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는 재정을 확대하든 축소하든 늘 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이것이 지금 우리 실태에 가까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취재 중 만난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사실 지금 한국 상황에서 재정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데 동의했다. 재정 확대에 나서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1분기 확인된 마이너스 경제성장률과 얼어붙은 노동시장, 가라앉은 내수 경기, 생산력 추락, 빠른 인구 노령화와 출생률 감소가 미래 성장 동력까지 훼손하는 상황에서 재정지출 확대와 정부 예산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사실 전문가들은 재정지출 확대와 국가부채비율 40% 그 자체보다는 “그동안 확대 기조 아래 투입된 천문학적 규모의 정부 재정이 과연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제대로 편성되고 투입돼왔는지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 예산과 재정지출이 매년 천문학적 규모로 확대되고 있지만, 정부가 이렇게 쓰고 있는 돈이 정말 필요한 곳에 사용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늘어난 재정 눈먼 돈 안 되려면
   
   김경수 교수는 “정부가 저성장 극복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는 건 당연한 부분”이라면서 “그러나 지금 같은 형태의 재정 확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라고 했다. 확대되고 있는 재정지출 상당수가 성장 회복과 생산 확대, 지속적 분배와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먼 일회성 비용으로 소비돼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핵심 재정지출 사업 중 하나인 일자리 예산을 예로 들며 “공공영역에서 일회성 인턴과 단순 공공근로를 무작정 늘리는 게 과연 일자리 예산을 더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학 경제학 전공 교수는 “재정 확대에는 국가 재정 운영 방향, 성장 모델, 미래 비전 같은 뚜렷한 ‘목표’가 있어야만 기대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최근 나타나고 있는 재정지출 확대 추세와 예산 급증 실태에서는 그런 목표성을 찾기가 힘들다”고 했다. 그는 “정책적 필요와 관점, 또 효율 분석보다 오히려 정치적 계산이 앞선 느낌”이라며 “재정지출 확대 필요성이 분명해진 지금 상황에서, 복지든 경제든 정말 필요한 곳에 재정이 제대로 투입될 수 있는 장치부터 찾아야 한다”고 했다.
   
   성태윤 교수는 “(재정지출의 기초인) 예비타당성 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전국 대형 사업들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게 지금 실정”이라며 “이제라도 재정 확대를 두고 논쟁하기보다 재정이 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는지부터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막대한 세금을 부담하고 있는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또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넘겨주지 않아도 되는 재정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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