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5일 대구에서 열린 대한애국당의 125차 태극기집회. ⓒphoto 뉴시스
지난 5월 25일 대구에서 열린 대한애국당의 125차 태극기집회. ⓒphoto 뉴시스

4·3 창원 성산 보궐선거는 권영길·노회찬 전 의원 등을 배출했던 진보 강세 지역에서도 보수가 힘을 합치면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진영이 풀어야 할 과제가 ‘통합’이란 것이다. 당시 진보 진영은 더불어민주당과 단일화를 한 정의당(45.7%), 민중당(3.8%) 등의 득표율 합(合)이 49.5%였다. 보수 진영은 자유한국당(45.2%), 바른미래당(3.6%), 대한애국당(0.9%) 등의 득표율 합이 49.7%로 진보 진영보다 0.2%포인트 많았다. 득표수로 보면 보수 진영(4만6331표)이 진보 진영(4만6203표)보다 128표 많았지만 후보 간 대결에선 결국 패했다. 범여권 단일 후보에 비해 0.5%포인트 차로 낙선한 한국당으로선 얼마 전까지 동지였던 바른미래당과 대한애국당이 가져간 표가 패인(敗因)이었다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차기주자 뚜렷하지 않아 내년 총선도 곳곳 초박빙

내년 4월 총선도 창원 성산 보궐선거처럼 여야(與野)의 초박빙 승부가 전국 곳곳에서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7개월째 찬반(贊反)이 팽팽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에서 보듯이 내년 총선도 유권자 표심(票心)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선거 전문가들이 많다. 여야 접전 구도에선 여권 또는 야권의 분열 여부가 승부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2016년 총선도 0.1%포인트 차로 승부가 갈린 지역이 전체 지역구 중에서 2곳이었고 1000표 차 미만으로 당락이 결정된 지역은 13곳에 달했다. 특히 부산·경남 지역은 전체(40개) 지역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0곳에서 3%포인트 이내로 승부가 갈렸다. 박승열 케이스탯리서치 회장은 “선거를 주도할 여야의 스타, 즉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가 아직 뚜렷하게 부각된 게 아니라서 전국적으로 접전 승부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내년 총선을 전망한 여론조사에서도 친여(親與) 성향과 친야(親野) 성향 유권자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디오피니언이 6월 1~2일 ‘내년 총선의 의미’를 물어본 조사에서 ‘정부·여당의 국정운영을 심판하는 선거’(39.0%)와 ‘개혁을 발목 잡는 보수 야당을 심판하는 선거’(40.0%)란 응답이 거의 같았다. 한국갤럽은 6월 4~5일 조사에서 ‘내년 총선에서 어느 쪽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하는가’란 질문을 던졌다. 이 조사에서도 ‘정부에 힘을 보태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47%)와 ‘정부의 잘못을 심판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40%)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특히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월부터 6월까지 37→39→40%로 계속 높아졌다. 최근 각 조사회사의 정당 지지율 조사에선 민주당이 한국당을 10~15%포인트 앞서고 있지만, 총선에서 여야 맞대결을 가상한 질문에선 접전이 예상된다는 조사 결과다. 전체 유권자 중에서 여야 지지세가 비슷한 것은 6월 6~7일 한국리서치가 ‘다음 대선에서 여당 재집권 또는 정권 교체를 원하는지’ 물어본 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조사에서 ‘집권 여당을 한 번 더 밀어줘야 한다’며 여당의 재집권을 지지하는 의견(45.8%)과 ‘정권 교체를 하는 것이 좋다’며 야당의 정권 탈환을 지지하는 의견(45.8%)이 소수점까지 똑같았다.(‘모름·무응답’ 8.4%)

‘강성 친박’ 나가면 ‘반문 연대’ 가속화될 수도

역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내년 총선도 여야의 치열한 승부가 예상되기 때문에 현재 세 갈래로 나뉜 보수 야권의 통합 여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최근 보수 분열이 다시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6월 17일 강성 친박(親朴)계인 4선 홍문종 의원의 한국당 탈당이 계기가 됐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모시고 내년 총선을 치르겠다”며 조원진 의원의 대한애국당에 합류했다. 당명도 박정희 정부 때 여당인 공화당의 이름을 따서 ‘신(新)공화당’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친박 신당의 재탄생을 예고한 홍 의원의 탈당으로 보수 분열이 심화됐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새누리당이 한국당, 바른정당, 대한애국당 등으로 쪼개진 이유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 차이 때문인데, 탄핵이 ‘불가피했다’는 바른미래당 내의 바른정당계와 ‘잘못됐다’는 대한애국당의 거리가 더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보수층 내에서도 보수 통합 방식과 관련해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 분위기다. 6월 14~15일 알앤써치 조사에서 전체 유권자 중에선 ‘자유한국당 중심의 보수 통합’에 찬성(43.6%)과 반대(44.2%)가 팽팽했다. 전체의 절반가량인 보수층은 보수 통합을 원하지만, 나머지 절반가량의 진보층은 지금처럼 보수가 분열된 상태로 남아 있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보수층이 원하는 ‘보수 통합 방안’은 ‘한국당·바른미래당·대한애국당 모두 통합’(46.6%),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통합’(26.8%), ‘한국당과 대한애국당 통합’(12.8%) 등의 순이었다. 보수 3당 통합을 원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 차선책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이었다.

실제로 홍 의원의 탈당이 오히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통합의 기폭제가 될 것이란 견해가 있다. 개혁 성향의 김용태 한국당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보수 세력이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통합이 절실한데 홍 의원 탈당이 보수 통합에 순풍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당이) 태극기부대와 기계적으로 통합하는 게 중요하지 않다”며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야권이 하나로 될 수 있는 기준을 갖고 보수 통합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강성 친박이 스스로 나가준다면 한국당 이미지가 쇄신되면서 ‘반문(反文) 연대’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홍 의원 탈당에 대해선 한국당의 친박계도 반응이 싸늘해서 친박 신당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조일상 메트릭스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통과된다면 보수 분열이 가속화될 수도 있지만, 보수층을 중심으로 ‘보수 분열은 필패(必敗)’란 인식이 확산된다면 친박 신당이 ‘반문 연대’와 손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최근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전의 새누리당 지지층 중에서 65%는 한국당 또는 바른미래당 지지로 돌아왔지만 35%는 복원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한국당의 통합 행보가 아직 보수 쪽으로 유턴하지 않은 ‘스윙 보수층’(정파성이 약한 보수층) 향방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리서치 측 설명에 따르면 스윙 보수층은 탄핵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유권자라고 한다. 탄핵 때 떠났던 스윙 보수층을 황교안 대표가 어떻게 재결집할 수 있을지 여부가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의 중요한 변수일 것이란 분석이다.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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