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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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황교안 대표 체제의 자유한국당은 총선 준비를 위해 신정치특별혁신위원회(혁신위)를 구성했다. 공천 개혁을 통해 지난 총선에서 겪었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혁신위 산하엔 ‘공천혁신소위원회’ ‘당혁신소위원회’ ‘정치혁신소위원회’ 3개 소위원회를 설치했고 총 23명의 위원을 선임, 공천심사 기준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혁신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상진 의원(4선·성남시중원구)은 최근 ‘현역 의원 물갈이’를 예고하면서 당 안팎으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천룰 관련 발언에 대한 내부 반발도 적지 않다. 신 의원은 6월 중으로 공천룰 작업을 마무리 지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 6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 위원장을 만나 최근 발언에 대한 속내와 자유한국당의 공천 전략 등을 물었다.

- 혁신위 위원장으로 임명될 때 황교안 대표의 특별한 당부가 있었나. “황 대표가 나를 혁신위 위원장으로 임명한 건, 계파나 사천(私薦)에 휩쓸리거나 공천 싸움에 연루된 적 없는 지난 이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당시 황 대표는 당이 어려우니 당의 변화와 혁신을 도모해달라고 말했다. 새 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달라는 의미였다. 나 스스로도 혁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참이었기에 위원장직을 흔쾌히 수락했다.”

- 황 대표가 꾀하는 ‘신정치’란 정확히 무엇인가. “과거 정치에서 나타났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고 헌법에 명시된 민주적 가치를 존중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치를 펼쳐나가는 것이다. 가령 공천을 둘러싼 당론 결정, 운영을 좀 더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어나가고 국회의원들이 갖는 면책특권, 불체포특권 등의 권리는 내려놓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답습해오던 잘못된 관행부터 고쳐나가는 것이다.”

- 당장 내년 총선이 신정치 실현의 첫 과제로 보인다. 총선 공천룰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기본적으로 투명성, 공정성을 담보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국민들로부터 지탄받을 만한 병역기피, 음주운전, 세금탈루 등 각종 부적절 행위를 공천심사 요건에 포함할 예정이다. 막말 등 부적절 발언을 한 의원에 대해선 불이익을 줄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인재를 대폭 끌어올 수 있도록 선거 경험이 없는 신인들에겐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 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공천룰은 6월 안으론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 당내에선 막말 의원 감점 발언을 두고 “야당이길 포기하는 행위”라는 반발이 나온다. 막말과 야당 의원으로서의 쓴소리를 구분할 수 있겠나. “이를 구분 짓는 기준은 국민의 시선이다. 국민들 입장에서 부적절하다고 평가되는 언행은 엄격히 제재할 것이다. 그래야 본질에 대한 비판이 늘고 야당으로서의 영향력도 커질 수 있다. 정부, 여당을 향해 비판하고 싸울 수 있는 언어는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이라고 아무 말이나 다 하면 안 되지 않겠는가. 공천혁신소위원회에선 막말 ‘삼진아웃제’를 검토 중이다. 다만 당내 의원들의 합리적 비판을 외부에서 막말이라고 치부하는 등 흠집 내기엔 휩쓸리지 않을 것이다.”

- 최근 공천과 관련해 “탄핵에 책임 있는 현역 의원을 물갈이하겠다”는 발언이 당 안팎에 파문을 일으켰다. 비슷한 시점에 홍문종 의원은 탈당까지 했다. 발언 의도가 무엇인가. “친박 의원들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렇지 않다. 탄핵 등 자유한국당 상황이 어렵게 된 것과 관련해 자유한국당의 모든 현역 의원들이 크든 작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런 측면에서 다음 총선 물갈이 폭은 예년보다 조금 더 클 것이란 이야기다. 과거에도 현역 의원들의 30~40%는 항상 물갈이돼왔다. 어느 계파를 두고 발언한 것도 아니거니와 ‘친박이 책임져라’ 등의 표현을 한 적도 없다. 판단이야 국민들이 하겠지만 지금 나오는 이야기들은 외부에서 내놓은 추측일 뿐이다. 홍문종 의원의 경우 단순히 내 발언 때문에 나갔다고 보긴 어렵다. 스스로 나름의 정치적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나로선 홍 의원 속내를 알 수 없다.”

- “지난 20대 공천은 ‘막장 공천’이라 불리는 비공감 공천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는 발언은 정권을 빼앗기고 탄핵이 일어난 원인이 지난 총선 공천 파동에 있다는 의미인가. “지난 총선 공천 파동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는 있겠으나 개별 사안들로 따지고 분석해야 한다. 공천 파동은 일부 인사들의 공천 전횡과 제대로 확립되지 못한 당 체계에 있었다. 이를 이후 사태들과 연관 짓는 것엔 공감하지 않는다. 큰 틀에선 앞에서도 말했듯 현역 의원 모두의 잘못이다. 공천에서 칼을 휘두른 사람, 탄핵에 앞장선 사람, 반대한 사람 등 모두 말이다. 다 함께 이를 성찰해야만 정치 혁신도 시작할 수 있다고 본다.”

- 이와 관련한 황교안 대표의 입장은 무엇인가. “황 대표와는 이런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다. 홍문종 의원은 황 대표와 내가 교감을 나누는 것처럼 표현하는데, 사실과 다르다. 이런 판단과 추측은 자유 우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위원장으로서의 개인적 판단과 발언을 이어나갈 뿐이다.”

- 대구·경북(TK)에서도 신 위원장의 물갈이 발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물갈이 했다 하면 TK가 첫 본보기가 되니 힘 있는 의원은 없고 매번 역차별당한다” 등의 반응이다. “TK 물갈이 여부 등은 정해진 사안이 아니다. 혁신위의 업무는 공천이 체계화된 시스템을 통해 이뤄질 수 있도록 공정한 공천룰을 만드는 것뿐이다. 특정지역 배제, 전략공천 여부 등은 우리의 업무 소관이 아니다. 룰을 만들면 추후 공천관리위원회가 당무감사, 현역 의원 평가 등을 통해 실질적 작업을 행할 것이다. 그때 가서 제기될 이야기다. 외부에선 내가 상당한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처럼 비치다 보니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 황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작다 보니 총선룰이 황 대표의 당내 영향력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과거 사천이나 계파 갈등에 의한 공천으로 후유증이 많았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다음 총선 공천은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투명한 시스템을 통해서만 행할 계획이다. 황 대표도 이런 방향에 동의하고 있다. 일각에선 황 대표가 자기 사람을 심을 거란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런 증거나 의심은 전혀 나온 것이 없다.”

- 선거제 논의가 지속되는 만큼 비례대표 공천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비례대표 후보를 뽑는 기준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 “청년층과 여성, 장애인, 탈북민 등 사회·정치적 약자의 목소리가 국회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계층에서 인재를 끌어올릴 생각을 하고 있다. 기존에는 윗선의 짬짜미로 비례대표 의원 후보가 결정되곤 했다.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확립해나갈 것이다.”

- 혁신위 위원장으로서 개인적 목표가 있다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공천룰을 만드는 것이 당장의 목표이며 장기적으론 당원이 주인이 되는 민주적 시스템, 기틀을 마련하고자 한다. 나의 오랜 꿈이기도 하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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