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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가덕도가 불러낸 新지역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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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64호] 20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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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가덕도가 불러낸 新지역감정

패싱 논란 열 받은 TK

▲ 지난 5월 11일 대구 달성동 문화예술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대구·경북 지역 규탄대회. photo 뉴시스
지난 6월 24일 대구공항 1층에는 항공사 발권창구와 무인발권기 앞으로 10m 넘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무인발권기 뒤로 놓여 있는 대합실 의자에는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대기할 곳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캐리어를 의자 삼아 걸터앉거나 바닥에 주저앉아 있기도 했다. 대구공항은 대구·경북(TK) 지역의 유일한 국제공항이다. 대구공항의 이용객 수용 한계치는 375만명이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대구공항 국제선 취항이 늘면서 지난해 406만명이 대구공항을 찾았다. 대구공항의 수용한계치(375만명)를 넘어서는 수치다. 올해 이용객도 500만명이 넘을 전망이다. 하지만 국제공항으로 부르기는 시설이 초라하기 짝이 없다. 대합실 공간도 부족하고 공항 내에는 식사가 가능한 식당도 두 곳밖에 없다.
   
   대구공항 외곽 이전 사업도 원활하지 않다. 대구공항은 대구 도심과 금호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척에 위치해 있다.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F-15k가 주둔하는 K-2 공군기지와 활주로를 함께 쓰고 있어 전투기 소음과 안전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대구시는 군공항과 민간공항을 시 외곽으로 통합이전하면서 2.3배 규모로 키울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대구공항을 외곽으로 이전한다는 방침만 결정됐을 뿐 아직 어디로 이전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경북 군위군과 의성군이 공항 부지 선정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군공항을 함께 받아야 하는 터라 그 열기가 뜨뜻미지근하다. 박근혜 정부 당시 확장 또는 신설이 결정된 김해신공항, 제주 제2공항에 비해 속도가 지지부진하다.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있는 그 흔한 예상 조감도조차 볼 수 없다. 비좁은 공항을 써야 하는 대구 지역 주민들로서는 속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TK 홀대론 부른 ‘김해신공항’ 재검토
   
   지난 6월 20일에는 끓어오르는 대구 지역 주민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일이 또 벌어졌다. 오거돈 부산광역시장, 송철호 울산광역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부산·울산·경남 지자체장들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박근혜 정부 때 ‘영남권신공항’으로 결정된 김해신공항 확장 방안을 국무총리실 산하로 이관해 재검증하기로 합의하면서다. 이미 결정된 사안을 무효로 되돌리고 ‘가덕도신공항’을 밀어붙이겠다는 속내를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다.
   
   ‘가덕도신공항’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과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두 차례에 걸친 신공항 사전타당성조사 당시 대구, 경북에서 가장 반대해왔던 안(案)이다. 대구·경북 지역과 거리가 멀어 영남권 전체를 포괄하기에는 입지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 주된 반대 이유였다. 대구·경북에서는 그나마 가까운 경남 밀양을 영남권신공항 후보지로 밀었다.
   
   자연히 가덕도신공항이 다시 거론되자 대구·경북에서는 “2016년 당시 5개 지자체(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가 승복하기로 합의한 사안을 이제와 뒤집는 이유가 정치적 논리 말고 무엇이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 통합신공항건설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인표 대구시의원은 “2016년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김해공항 확장을 결정했을 때도 2위는 밀양이었고, 가덕도는 3위에 불과했다”며 “겨우 이룬 합의를 깨고 밀어붙이겠다는 건 정치적 논리 말고는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대구·경북 민주당 의원들의 ‘반기’
   
   이러한 반발 움직임에는 대구·경북 지역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앞장서고 있다.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소속 의원은 김부겸 의원과 홍의락 의원 2명이다. 대구·경북 지역의 총 의석수 25석 중 2석에 불과하지만, 여권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TK 지역에서 선출된 두 의원의 존재감은 다른 의원들 이상이다. 그 외에도 경북 구미에서 주로 활동하는 김현권 의원(비례대표)도 요즘 부쩍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중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도 거명되는 김부겸 의원(4선·대구 수성갑)은 지난 6월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무총리실에서 ADPi라는 세계적 인증기관을 넘어선 실력 있는 검증단이 꾸려지는지 들여다보겠다”면서 “기존에 5개 지자체(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가 합의한 사안을 3개 지자체(부울경)끼리 합의해서 재검토하겠다는 건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18대 국회까지 경기도 군포에서 3선을 지낸 김부겸 의원은 지역구도를 허물겠다며 대구에 내려가 3수 끝에 지난 20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내며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지금 그가 느끼는 지역구 민심은 지난 20대 총선 때와 판이하게 다른 ‘위기’ 그 자체다. 김 의원에게 지역구 민심을 묻자 “문재인 정부가 하는 모든 정책에 불만을 갖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많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부산·울산·경남, 소위 ‘PK’를 확실하게 챙겨 내년 총선에서 승리한다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 내에서 ‘TK는 어차피 버리는 카드’란 말까지 나온다는 것이 민주당 안팎의 관측이다. 자연히 대구·경북 지역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내년 총선에서 역풍을 염려할 수밖에 없다. 19대 국회에서 민주당 비례대표를 지내고 지난 20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다가 민주당으로 복당한 홍의락 의원(2선·대구 북구을) 역시 마찬가지다. 홍의락 의원은 지난 6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울경에서 총선용으로 김해신공항 문제를 이슈화하고 민주당 지도부가 이것을 이용한다면 엄청난 역풍을 맞게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며 “형식적 절차도 깔아뭉갠 처사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이런 것을 밀실정치라고 한다”고 적었다.
   
   대구·경북 지역 자유한국당 의원들 역시 김해신공항 문제의 총리실 이관 합의에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대구경북발전협의회(회장 주호영 의원) 소속 의원들은 지난 6월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위한 부산·울산·경남의 시·도지사와 지역 정치권의 터무니없는 주장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부산·울산·경남 단체장과 지역정치권의 이와 같은 움직임이 영남권 전체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앞으로 가덕도신공항 문제가 다시 거론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권영진 대구광역시장도 지난 6월 25일 윤종진 경상북도 행정부지사와 함께 총리실을 방문해 정운현 국무총리 비서실장에게 김해신공항 재검토에 대한 유감의 뜻을 전했다. 2015년 5개 지자체 합의 당사자인 권영진 대구시장은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과 김해신공항 수용 합의가 국가와 영남권에 미치는 파장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김진상 대구시 신공항추진본부장은 전화통화에서 “김해신공항 확장안은 영남권 지역의 1300만 시민들을 위해 결정된 사안”이라며 “이걸 재검토하겠다면 소음이나 안정성, 확장성 등만 보완하면 된다. 입지 자체를 무산시키고 다시 정하겠다는 건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지난 6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대구경북발전협의회 의원들이 가덕도신공항 재추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제조업 불황의 한파 덮친 구미
   
   지난 1월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예타) 면제 사업 발표는 대구·경북의 서운함을 한 번 더 부추겼다. 경남에서 흔히 ‘김경수 KTX’로 불리는 남부내륙철도 사업(4조7000억원)을 포함, 부산·울산·경남 지역에는 약 7조원이 들어가는 사업이 예타 면제를 받았다. 반면 대구·경북의 예타 면제 사업은 대구 산업선 철도 사업(1조1000억원)과 경북의 동해선 단선 전철화(4000억원) 등 1조5000억원으로 부산·울산·경남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여권에 대한 대구·경북 지역의 실망은 여론조사로도 나타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9대 대선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모두 득표율 50%를 넘기지 못했다.(대구 45.3%, 경북 48.6%) 반대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구·경북에서 얻은 득표율은 모두 20%가 넘었다.(대구 21.7%, 경북 21.7%) TK 지역에서 현 여권(민주당 계열) 후보가 20% 이상의 득표율을 얻은 건 19대 대선이 처음이었다. 19대 대선 선거유세 마지막 날 대구를 찾은 문재인 당시 후보는 중구 동성로의 대구백화점 앞에서 “저 문재인은 특정 지역 대통령, 국민 반쪽 대통령이 아니라 모든 지역의 대통령,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될 것이다”라며 “대구가 일어서면 역사가 바뀐다, 대구가 일어서면 세상이 디비진다”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대구·경북 지역의 여론은 싸늘하게 식었다.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6월 4주 차 기준으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대구·경북 지역의 긍정평가는 31.5%로 부정평가(63.4%)를 한참 밑돌았다. 전년도 같은 기간에는 긍정평가 67.0%, 부정평가 27.8%에 달했는데, 1년 사이 대구·경북 지역의 여론이 정반대로 뒤집힌 것이다.
   
   대구·경북 지역의 민심 이반은 결국 먹고사는 문제로 이어진다. 경북 구미시 원평동의 구미종합터미널 인근은 구미에서도 가장 번화한 지역 중 하나다. 하지만 지난 6월 25일 찾아간 이곳은 불경기의 한파를 정면으로 맞고 있었다. 한 상가 건너마다 ‘임대’ 딱지가 붙여진 공실(空室)이 보였다. 구미종합터미널 인근 한 생선구이집에는 점심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손님이 딱 1명뿐이었다. 이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김민정(58)씨는 “여기 사람들은 이제 대통령 욕도 안 한다”라며 “욕하기도 지쳐서 ‘포기했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구미 경기가 확 꺾인 것은 지난 1~2년 사이의 일이다. 김씨는 “구미국가산단에서 근로자들이 빠져나가 버리니 유동인구 자체가 줄어들어 장사가 더 안 된다”며 “3~4년 전만 해도 손님이 꽤 많은 편이었는데 최근 상황은 정말 심각하다”고 말했다.
   
   
   구미 실업률 5.2%, 전국 평균 상회
   
   구미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장세용 시장을 뽑았다. 박정희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구미는 ‘보수의 심장’과 같은 곳이었다. 역대 민선 구미시장(김관용·남유진) 모두 현 야권에서 배출했다. 김관용·남유진 전 구미시장은 각각 내리 3선 시장을 지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장세용 당시 민주당 후보가 이양호 자유한국당 후보를 꺾고 구미시장에 당선되자 자연히 지방선거 최대 이변으로 회자됐다. 대구·경북 지역의 유일한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이었다. 그만큼 구미시민들이 민주당 소속의 새 시장에게 거는 기대도 내심 컸다.
   
   하지만 그 기대는 구미를 덮친 불황과 함께 처참한 숫자로 되돌아오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구미국가산단의 지난 1분기 가동률은 65.9%였다. 전국 평균 76.9%보다 10%포인트 이상 떨어진 수치로 전국 최하위권이다. 중소업체(50인 미만 사업장)의 가동률은 지난 3월 기준 34.8%였다. 한때 주요 수출기업들이 자리했던 구미 지역의 수출액 역시 감소 추세다. 2018년 4월 1929만달러였던 수출액은 올해 같은 기간 1696만달러로 감소했다.
   
   공장가동률과 수출이 급감하면서 2018년 4월 9만1104명이었던 구미국가산단의 근로자는 올해 4월 8만6246명으로 1년 사이 5000여명이 감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연말 기준 구미시의 실업률은 5.2%에 달했다. 인근 대구(4.4%)는 물론 전국 평균 실업률(3.4%)를 훨씬 웃돌았다.
   
   구미를 덮친 불황은 부동산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구미국가산단 인근에서 부동산중개소를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최모(50)씨는 곧 중개소를 처분할 예정이다. 최씨는 “아파트 값도 79㎡(24평) 기준 3000만~4000만원, 원룸 월세는 20%가량 떨어졌다”고 말했다. 구미에서 30년 이상 살았다는 최씨는 “아파트나 상가는 지금 최저 중의 최저가를 찍었지만 팔리지도 않는다”며 “사려고 해도 주택대출 규제 때문에 돈을 끌어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비명’을 지르고 있는 구미가 그나마 기대를 걸고 있는 있는 건 LG화학의 ‘구미형 일자리’다. 최근 LG화학은 구미에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짓는 일명 ‘구미형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약 5000억원을 투자해 2021년부터 가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구미형 일자리’는 현대차의 ‘광주형 일자리’에 이어 나온 것으로, 이 정부의 지역 일자리 정책 중 하나다. 구미시에서는 약 1000여명의 직접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북 구미에서 민주당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현권 의원(비례대표)은 통화에서 “아무래도 지역경제가 어렵다 보니 지역을 살려줄 인물을 찾겠다는 지역민들의 목소리가 크다”면서 “경제에 책임을 지고 있는 집권 여당이나 정부가 날카로운 시선을 받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영호남 간의 갈등이 이제 겨우 해소되어가고 있는데 TK와 PK가 지역 갈등으로 갈라서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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