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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66호] 2019.07.15

여야 ‘러브콜’ 김동연의 선택은?

▲ 지난 5월 24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한국장학재단 창립 10주년 심포지엄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사령탑을 지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영입하려는 여야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9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어려운 경제 상황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김 전 부총리 본인도 요즘 페이스북 등을 통해 국민들과의 접촉을 늘리면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얼마 전 교육 현안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5월 24일 한국장학재단 창립 10주년 심포지엄에서 ‘대한민국 교육의 유쾌한 반란’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전 부총리는 7월부터 한국장학재단이 주관하는 ‘꿈 사다리 장학사업’ 장학생 선발 및 관리위원장도 맡았다. 김 전 부총리는 이에 대해 페이스북을 통해 “무보수 명예직으로 1년에 두세 차례 회의를 진행하는 정도라니 큰 부담이 되는 일은 아니다”라며 “어려운 학생들에게 계층이동 사다리를 놓는다는 사업취지와 제 평소 생각이 맞는다는 점 때문에 맡게 됐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부총리가 어느 당이 됐든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런 관측에는 그가 최근 제주도에서 ‘출사표’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그는 지난 6월 29일 제주 서귀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9 중소기업 리더스 포럼’ 폐회식 강연자로 참석해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큰 것 중 두 가지가 정치와 교육”이라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날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의 권유로 행사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5개 정부에서 중용된 독특한 이력
   
   김 전 부총리를 향한 러브콜은 현재 여야 모두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총선 프레임으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 실정론’과 ‘경제 심판론’에 대해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소득주도성장의 효과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라도 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민주당의 한 싱크탱크 관계자는 “김 전 부총리는 경제전문가인데다가 충북(음성) 출신이라는 점에서 확실히 매력적인 카드”라며 “(김 전 부총리는) 본인 의사는 있는 것 같은데 아직 영입위원회가 뛰지 않아 현재는 응수 타진 정도만 하는 상황으로 안다”고 했다. 민주당은 7월 말에서 8월 초부터 인재영입위원회가 전국을 돌면서 총선을 앞둔 인재들을 공식적으로 영입할 예정이다. 이해찬 대표가 위원장을 맡는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구축 중인 ‘경제정책 네트워크’도 김 전 부총리 영입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역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을 국민에게 알리고 집권 대안 세력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김 전 부총리와 같은 무게감 있는 경제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6월 황교안 대표가 출범시킨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가 경제 전문가 영입의 중심에 있다. 한국당은 2016년 4월 총선에서 참패한 뒤에도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김 전 부총리 영입을 시도한 적이 있다. 같은 충청 출신으로 그와 친분이 두터운 정진석 의원은 당시 “이 나라를 위해, 우리 아이들을 위해 김 부총리의 지혜를 빌려 달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여야 모두 그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는 배경에는 그의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그는 김영삼·김대중·이명박·박근혜·문재인 5개 정부에서 중용된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김영삼·김대중·이명박 3개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고, 박근혜 정부 때는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을, 문재인 정부 때는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냈다.
   
   김 전 부총리가 지닌 개인적 스토리도 유권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다. 김 전 부총리가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읜 뒤 판자촌에서 성장해 주경야독 끝에 행정고시와 입법고시를 패스해 고졸신화를 쓴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아주대 총장으로 근무하면서는 ‘애프터 유(After you·나보다 너 먼저)’라는 해외연수프로그램을 만들고 연봉의 절반을 기부했다. 이 프로그램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우선 선발해 미국·중국 등 해외 대학에 파견하고 비용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애프터 유’는 김 전 부총리가 현재까지 활용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계정명이기도 하다.
   
   김 전 부총리는 공직에서 물러난 뒤 개인 페이스북 페이지를 주 소통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근무하던 2017년 7월부터 운영해온 페이지다. 아주대 총장 시절부터 김 전 부총리와 함께해온 그의 비서는 전화통화에서 “(김 전 부총리가) 현재 특별한 소속이 없다 보니 대부분 페이스북으로 소통을 하신다”며 “대부분 메시지는 직접 읽고 답장을 하신다”고 했다. 기자는 지난 7월 10일 김 전 부총리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그가 해외에 있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중소기업, 교육 통해 존재감 드러내
   
   노무현 정부와는 인연이 없던 김 전 부총리가 진보 정치권에서 주목받은 것은 그가 세월호 참사 한 달 뒤인 지난 2014년 5월 중앙SUNDAY에 ‘혜화역 3번 출구’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한 뒤부터다. 아들을 잃은 자신의 경험으로 자식을 잃은 다른 이들의 슬픔을 담담히 위로한 이 글은 읽는 이들의 심금을 울린 명문(名文)으로 지금까지 회자된다. 김 전 부총리의 큰아들 덕환씨는 지난 2013년 급성백혈병으로 28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당시 국무조정실장으로 근무하던 김 전 부총리는 아들에게 자신의 골수를 이식하던 날에도, 끝내 아들이 숨진 날에도 주위에 알리지 않고 출근했다. 자신이 맡은 일을 끝낸 뒤에야 자식을 떠나보냈다는 것을 알게 된 주변 사람들은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김 전 부총리가 신임 부총리로 임명될 당시 부인 정우연씨를 함께 청와대로 초청해 직접 꽃다발을 선물하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는 “배우자에게 꽃다발을 주는 것은 기존 임명장 수여식에 없던 문 대통령의 특별한 배려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후 이어진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시절은 그에게 고난의 연속이었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그는 전례가 없는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이는 청와대와 사안마다 충돌했다. 특히 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갈등설이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김&장 갈등설’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다 지난해 11월 끝내 함께 경질됐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이 한계에 부딪히고 국가 경제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이때 드러낸 김 전 부총리의 소신은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김 전 부총리가 최근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식이 명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가 최근 참석한 행사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주최했다. 중소기업 관련 분야는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꼽히는 경제 분야면서도 정부 역시 4선 의원 출신의 중진 박영선 의원을 장관으로 임명해 챙기는 분야다. 재벌에 편중된 우리 경제 의존도를 줄이고 중소기업의 혁신을 지원하자는 정책 방향에는 국민 대다수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보수든 진보든 사안을 바라보는 방향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김 전 부총리가 위원장직을 맡은 한국장학재단의 ‘꿈 사다리 장학사업’ 역시 교육을 통해 계층이동을 강화한다는 취지에는 진영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공감한다.
   
   정치권의 러브콜에 대한 답신이 늦어질수록 그의 ‘몸값’은 더 치솟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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