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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66호] 201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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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드]낡은 이념의 홍(紅)에서 전문 지식의 전(專)으로

박승준  아시아 리스크 모니터 중국전략분석가 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 sjpark7749@gamil.com

중국의 대표적인 작가 중 한 명인 위화(余華)는 1960년생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닐 때 벌어졌던 문화혁명을 어린 눈으로 지켜본 세대다. 1966년부터 1976년 사이 10년 동안 중국대륙 전역에 불었던 문화혁명이라는 태풍은 마오쩌둥(毛澤東)이 국내 정치에서 불리한 입장으로 몰리자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벌인 사실상의 정치투쟁이다.
   
   마오쩌둥은 중고교생들과 대학생들에게 ‘홍위병(紅衛兵)’ ‘혁명의 순수성을 지키는 전위대’라는 이름을 붙여주면서 기성 권위를 때려부수도록 부추겼다. 기득권자들을 때려 죽여도 되는 신나는 권한을 부여해줌으로써 중국 전역을 죽음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문화혁명은 1976년 9월 9일 마오쩌둥이 여러 가지 성인병이 겹쳐 사망함으로써 종결됐다.
   
   1977년에 중학(우리의 중고교)을 졸업한 위화는 1994년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정신으로 쓴 소설 ‘살아간다는 것(活着)’을 발표했다. 1978년 12월 권력을 장악한 실용주의자 덩샤오핑(鄧小平)이 마오가 추구하던 혁명정신(紅)보다는 전문지식(專)을 중시하는 세상으로 중국을 바꾸어놓은 지 15년쯤 됐을 때였다. 어린 위화가 지켜본 문화혁명이 극사실적으로 묘사된 이 소설은 개혁개방 시대를 대표하는 영화감독 장이머우(張藝謨)에 의해 영화화됐고, 우리 나라에도 ‘인생’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됐다.
   
   
   영화 ‘살아간다는 것’의 광경
   
   영화 ‘살아간다는 것’에는 말 못하는 벙어리 딸을 둔 아버지 얘기가 나온다. 이 아버지는 비록 절름발이기는 하지만 붉은 완장을 찬 사위를 맞아 딸이 임신하는 기쁨을 맞본다. 하지만 출산을 위해 병원에 입원한 딸은 출산 도중 출혈을 막지 못해 목숨을 잃는다.
   
   장이머우의 영화에서는 기가 막힌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산부가 출혈을 하는데 이를 막을 만한 의학지식을 갖춘 의사는 없고, 혁명정신에 투철한 애송이 의사들만 나와 안절부절못한다. 딸의 출혈이 계속되자 아버지는 “진짜 의사 선생님은 안 계시냐”고 소리를 지른다. 그러자 젊은 혁명가 의사들이 원로 의사를 집에서 데려오지만 그는 일주일째 굶은 상태였다. 우선 먹을 것을 주어야 진료가 가능하다는 걸 알고 딸의 아버지가 거리로 뛰어나가 만두를 사오지만 만두를 급히 먹던 원로 의사 역시 목이 막혀 죽는다. 이런 어처구니없고 안타까운 광경이 영화 ‘살아간다는 것’에 그려져 있다.
   
   지난 7월 9일 ‘민간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발표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표정은 언제나처럼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서울 아파트 가격과 씨름을 벌이는 과정에서 느끼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매사에 열심이고 진지한 성격일 것으로 보이는 김현미 장관의 프로필을 보면 1962년생이다. 50대 후반인 김 장관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와 언론홍보대학원을 수료하고 정치 경력의 대부분을 언론과 홍보 담당자로 일해왔다.
   
   김 장관은 2015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 2016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비로소 예산과 재정 문제를 다루게 된, 결코 ‘국토교통 문제 전문가’라고 할 수 없는 프로필을 갖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왜 김 장관에게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국토교통부 장관이라는 직책을 맡겼을까. 3할 이상의 여성 장관을 기용하겠다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 그것도 ‘제대로’ 지키기 위해 국토교통 분야 비전문가인 김 장관에게 중책과 함께 당혹감을 안겨준 것일까.
   
   전주의 자사고인 상산고의 일반고 전환 문제와 서울의 13개 자사고 가운데 8개 자사고의 일반고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유은혜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 역시 1962년생으로 50대 후반의 비(非)교육전문가이다. 성균관대 동양철학과와 이화여대 공공정책학 석사 학력을 갖고 있는데, 54세 때인 2016년 20대 국회 재선의원으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이 되면서 교육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교사나 교수 경험은 물론 교육학 박사 학위를 갖고 있지 않은 교육부 장관으로, 그 역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비슷한 당혹감을 많이 느꼈을 것으로 추측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왜 교육 비전문가인 유은혜 장관에게 국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로 표현되는 교육문제를 맡겨 당혹감을 안겨주고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노영민 현 청와대 비서실장을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임명했을 때 중국에 사는 한국교민들은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다. 노동운동의 수단으로 딴 자격증이기는 했겠지만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전기공사기사와 위험물처리기능사 자격증을 가진 전기회사 사장 출신의 노 실장 프로필 어디에도 중국대사직 수행과 관련된 경력이 발견되지 않아서였다. 노 실장 역시 중국대사직을 수행하면서 곤혹감과 당혹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적폐 청산이 아니라 주류 청산”
   
   공관병 갑질 의혹으로 옷을 벗은 예비역 육군 대장 박찬주씨는 법원 2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춘천지법원장이던 사람이다, 대법관도 안 거쳤다, 외교부 장관은 과거에 통역사였고, 민정수석도 검찰 출신이 아니다, 모두 비주류다, 적폐 청산이 아니라 주류 청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장의 이 말은 이들이 비주류이기 이전에 비전문가들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마오쩌둥은 모두가 평등하게 사는 사회주의 대동(大同) 사회를 추구하다가 중국을 세계 최빈곤국의 대열에 빠뜨렸다. 전문지식은 무시하고 혁명성만 따지다 보니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끊이질 않았다. 참새가 곡식 낟알을 주워 먹는다고 인민들에게 참새를 모조리 잡으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 한 예다. 그 결과 해충이 만연해져 중국은 기근에 빠졌고 수천만 명이 아사했다. 인민들의 힘으로 3년 만에 영국보다 강철 생산량을 높이려다가 중국 삼림의 많은 부분을 황폐화시키기도 했다.
   
   그런 사회에서 눈물로 참고 지내던 덩샤오핑은 마오가 죽자 1978년 12월 당 중앙위 전체회의에서 ‘사상해방’과 ‘실사구시’를 당의 강령으로 채택했다. 논리적 근거가 없는 마오의 비과학적 사상과 마오가 살아서 한 지시와 결정에서 벗어나 현실을 보고 정책 판단을 하는 합리적 사고를 하라고 전체 중국공산당원에게 촉구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1970~1980년대의 낡은 운동권 이념에 집착하는 홍(紅)에서 이제 그만 벗어나 전문가와 전문지식을 중시하는 전(專)의 시대로 정부 분위기를 전환해줄 것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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