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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68호] 201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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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한·일 갈등에 맞설 싸움의 기술

장부승  관서외국어대 교수·존스홉킨스대 박사 

한·일 갈등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한·일 갈등의 여파가 동아시아 전체에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제 한·일 간에 일정한 충돌이 벌어지는 것은 기정사실화되어가고 있다. 한·일 간 외교전이 불가피하다면 우리는 국제무대에서 이 외교전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가? 국제정치 전문가이자 전직 외교관인 관서외국어대학 장부승 교수가 대일 외교전 수행을 위한 ‘싸움의 기술’을 제시했다. 기고문에서 장 교수는 총 7가지 ‘기술’을 제시하고 있다. 제한된 지면을 감안하여 두 개의 기술을 먼저 다루고 나머지 기술들과 기술들의 조합으로서의 결론은 다음주에 싣는다. <편집자주>
▲ 지난 7월 24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 회의장에 한국 팻말과 일본 팻말이 나란히 배치돼 있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논의한다. photo 연합
지난 7월 1일 일본 정부가 한국의 핵심산업에 사용되는 부품 소재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한 이후 온 나라가 한·일 갈등으로 술렁이고 있다. 정부는 물론이요 언론, 여론도 한·일 갈등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와중에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에 구체 피해가 발생할 경우, 상응조치에 나서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한·일 갈등은 이제 확전 양상이다. 손자가 말했듯이 싸우지 않고 일본을 이기면 제일 좋겠지만, 싸움이 불가피하다면 우리 정부는 어떤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할까? 대략 7가지 대안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이 대안들은 서로 배제적인 것은 아니다. 복수의 대안을 섞어서 동시에 혹은 순차적으로 사용하는 여러 조합도 가능할 것이다.
   
   첫 번째 대안은 외교 협상을 통한 타협이다. 양국 정부가 일종의 절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위자료를 일본 기업들이 전액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주체들이 분담하는 것이다. 가령 한·일 기업이 각각 절반씩 액수를 부담하는 1+1 안이라든가, 일본 기업, 한국 기업, 한국 정부(또는 일본 정부)가 각각 공동 부담하는 1+1+1 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 대안은 청구권 문제 관련 당사자들이 위자료를 공동 부담한다는 점에서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한·일 양국이 현재까지 펼쳐온 주장을 살펴볼 때 최소한 단기적 대안으로는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
   
   이 문제 관련 일본 측 주장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3조의 3 규정을 그 문장 그대로 해석하자는 것이다. 3조의 3 규정은 아래와 같다.
   
   “… 일방 체약국 및 그 국민의 타방체약국 및 그 국민에 대한 모든 청구권으로서 동일자 이전에 발생한 사유에 기인하는 것에 관하여는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
   
   일본 측 의견은 이 3조의 3 규정을 문장 그대로 해석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강제동원 문제 역시 ‘모든 청구권’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에 한국 대법원 판결에서 명하는 강제동원 피해 위자료 역시 청구권 자금에 이미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일청구권협정 3조의 3규정
   
   반면, 우리 측 주장은 (1)한·일청구권협정에서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이 인정된 바 없기 때문에 불법적 식민지배로 초래된 피해에 대한 위로는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된 바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2)개인의 청구권을 국가가 소각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인 개인이 법원에 제소하여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을 한국 정부가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3)대한민국 헌법의 삼권분립 원리상 대통령은 법원이 일본 기업에 위자료 지급을 명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측이 이같은 입장을 유지하는 한 한국 정부나 기업이, 일본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위자료 일부를 분담한다 해도 일본 정부로서는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우리 측 입장에 따르면 1910년부터 1945년까지의 일제 식민통치 기간 중 일제에 자발적으로 협력한 조선인을 제외하고, 조금이라도 식민통치의 강제성을 느꼈다고 하는 사람은 모두 일정한 피해를 입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강제로 우리말을 못 쓰게 했다거나 일왕에 대한 경례를 강요했다거나 곡물을 강제공출한 것 역시 모두 불법적인 식민지배로 인한 피해로 볼 수 있으며, 이에 대해 현재의 일본 정부 또는 일본 국민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든 사안에 대해 개별적으로 한국 법원에 소를 제기할 경우, 2018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불법적인 식민지배를 저지르거나 혹은 거기에 가담한 피고 측에 대해 위자료의 지급을 명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우리 측이 이 문제에 대한 외교적 협상을 요구할 경우, 상기 우리 3개 입장의 변경 여부를 물을 것이고, 우리 측이 3개 입장 변경은 불가능하다고 한다면 협상에 응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양자 차원의 협상이 단기적으로 진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다자 차원으로 나가 보아야 한다. 우선 WTO(세계무역기구)를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지난 7월 24일(현지 시각) 우리 정부가 WTO 일반이사회(general council)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거론한 것도 넓게 보면 WTO 활용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WTO 활용 방안은 여론전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우선 WTO 일반이사회는 외교가의 용어를 빌리자면 ‘토크숍(talkshop)’이다. 쉽게 말해 각자 자기 입장을 밝히는 자리이지 어떤 강제조치를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다. WTO 일반이사회의 결정은 만장일치 룰을 따른다. 일본도 WTO 일반이사회의 일원이니, 일본을 강제하는 조치가 WTO 일반이사회에서 채택되지 않을 것이다.
   
   WTO 일반이사회를 일본에 대한 국제 여론 조성의 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일본 역시 WTO 일반이사회를 우리에 대한 반대 여론 조성의 장으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통상 국제무대에서 양자 갈등 사안의 경우 제3국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한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나고르노-카라바흐 문제로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터키와 그리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간에도 외교 갈등이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 대부분이 이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도 없다. 마찬가지로 한국과 일본간의 양자 갈등에 대해 WTO 일반이사회 회원국인 다른 나라들이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WTO를 활용한다면 WTO 분쟁해결기구에 일본을 제소하는 것이 정석이다. WTO 분쟁해결절차는 2심제로서 2심이 최종심이다. 일본을 WTO 분쟁해결절차에 제소하면 1심 성격의 패널이 설치되며, 패널에서 패소한 측은 2심 성격을 갖는 상소기구에 상소할 수 있다.
   
   WTO 제소의 문제점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2심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는 데 대략 2~3년 정도가 걸린다. 만약 일본의 수출 규제가 현실화된다면 당장 우리 핵심산업에 직접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2~3년이면 이미 피해는 모두 입은 다음이다. 그때 가서 승소해도 상처뿐인 승리가 될 수 있다.
   
   WTO 제소의 두 번째 문제점은 오히려 우리의 손발이 묶일 수 있다는 점이다. WTO 분쟁해결절차는 분쟁해결양해(Dispute Settlement Understanding)라는 규정을 따르도록 되어 있다. 이 분쟁해결양해 23조는 회원국이 일방적으로 피해 발생 여부를 판단하거나 일방적인 복구조치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보복조치를 한다 해도 WTO 분쟁해결절차를 통해 하라는 것이다.
   
   
   우리 손발 묶을 수 있는 WTO 제소
   
   따라서 WTO에 일본을 제소하면 우리는 WTO 절차가 결론이 날 때까지 일본에 보복조치를 취할 수가 없다. WTO 규정에 따른 분쟁해결을 WTO에 요구하면서 동시에 WTO 바깥에서 보복조치를 취한다면 일본으로부터 논리적 모순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으며, 오히려 일본이 우리를 상대로 WTO 분쟁해결절차에 제소할 수도 있다.
   
   WTO 제소의 세 번째 문제점은 비용 대비 효과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만약 2~3년 후 우리가 승소하면 우리가 얻는 것은 일본을 상대로 보복할 권리이다. 이 경우 WTO는 일본을 상대로 상계관세를 매기거나 기타 맞대응 성격의 보복조치를 허용할 것이다. 물론 이 경우 WTO는 무제한 보복을 허용치 않으며, 피해 가액만큼만 보복을 허용한다.
   
   이런 사정이 있기 때문에 2년 전 중국의 사드 보복 당시 민변 통상위원장이었던 송기호 변호사는 “(WTO에) 제소해 승소한다 해도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건 중국산 김치 수입관세율 인상처럼 중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물리거나 한국인의 중국 관광 금지 같은 맞대응 경제보복조처를 허가받는 정도”라고 했다.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었던 김현종 현 국가안보실 2차장도 “WTO에 제소만 하면 뭐하나? 승소한다면 다음 단계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반문한 바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현실화됐을 경우 한국 경제가 입게 될 피해의 규모나 긴급성을 감안했을 때, 그리고 2~3년이라는 소송 기간을 볼 때 별 실효적 조치를 얻는 것이라 보기 어렵다.
   
   WTO 제소의 네 번째 문제점은 WTO 분쟁해결절차가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2심제인 WTO 분쟁해결절차의 강제력은 2심 상소 승리에서 나온다.
   
   WTO 상소기구의 위원 정족수는 7명이다. 이들 위원 임명은 WTO 회원국 만장일치로 결정된다. 그런데 미국이 WTO 자체에 강한 불만을 표하면서 상소위원 임명을 보이콧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 상소위원은 3명에 불과하다. 상소기구에서는 1건의 통상 분쟁해결을 3명의 상소위원이 맡는다. 따라서 현재 WTO 상소기구는 간신히 목숨만 부지하는 형국이다. 그런데 이들 3명의 위원 중 2명의 임기가 올해 말 종료된다. 올해 말이면 WTO 상소기구는 미국이 원하는 바대로 무력화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일본을 WTO에 제소해도 결국 아무 결론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즉 일본을 제소하여 패널을 설치해도 결국 이 패널은 국제 여론전을 위한 장소 이상의 의미는 갖지 못할 수도 있다.
   
   
▲ 청와대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 7월 1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이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강제징용 관련 일본 입장을 전달한 것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러 들어가고 있다. photo 뉴시스

   일본이 들고나올 GATT 21조
   
   마지막으로 WTO 제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가 1심 패널에서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가 일본을 WTO에 제소하면 일본은 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WTO 규정의 일부를 구성한다) 21조 안보적 예외 조항을 들고나올 공산이 크다.
   
   
   <GATT 21조 안전보장을 위한 예외>
   
   본 협정의 어떠한 규정도 다음과 같이 해석되어서는 아니된다.
   
   (a) …
   (b) 체약국이 자국의 안전보장상 중대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다음의 어느 조치를 취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
   (i) 핵분열성물질 또는 이로부터 유출된 물질에 관한 조치,
   (ii) 무기, 탄약 및 전쟁기재의 거래 및 군사시설에 공급하기 위하여 직접 또는 간접으로 행하여지는 기타의 물품 및 원료의 거래에 관한 조치,
   (iii) 전시 또는 기타 국제관계에 있어서의 긴급 시에 취하는 조치,
   (c) …
   
   
   현재까지 드러난 일본의 입장을 볼 때, 일부 정치인들의 발언에서는 마치 이번 수출 규제 조치가 한국 측의 약속 위반에 대한 대응인 것처럼 말하지만 정부 공식 문건에서는 단지 바세나르 체제 운용과 관련한 한국에 대한 우대 조치의 철회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전략적 모호성 전술이다. 중국 역시 사드 보복 당시 똑같은 전술로 나왔다. 겉으로는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서 관광 규제 등이 실시되는 것처럼 냄새를 피우면서도 공식적으로는 연관성을 부인한 채 그저 자국법상 통상적인 규제 조치를 국내적 필요에 따라 강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정당화했다.
   
   자국의 무역 보복이 실질적으로는 정치적인 이유에서 비롯되었다 해도 그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 향후 국제무대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상기 GATT 21조가 보여주듯 국제무역 체제에서 안보적 목적에 근거한 무역제재는 원칙적으로 주권국가의 자기 판단에 맡겨져 있지만 주권국가에 무제한적 재량권이 주어진 것은 아니다. 그래서 중국, 일본 모두 실질적으로는 정치적 목적의 무역 제재를 가하면서도 공식적으로는 그러한 목적을 철저히 부인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WTO에 제소된다면 아마도 일본은 GATT 협정 21조 b항 (ii)를 이용해 방어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부품 소재 수출 규제의 근거로서 원용하고 있는 바세나르 체제는 무기 혹은 무기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물자, 부품의 수출을 통제하는 체제이다. 바세나르 체제는 1996년에 출범했으며 현재 한국, 일본은 물론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등(중국은 불참) 세계 거의 모든 산업 국가들을 망라하는 42개 회원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얼핏 보기에 바세나르 체제는 WTO 규정에 어긋난다. 물자와 부품의 자유로운 무역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세나르 체제는 독재국가 등에 전쟁물자가 수출되거나 특정국가에 민감한 전략물자가 과도하게 축적되는 것을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WTO 체제의 예외로서 인정되어왔다. GATT 협정 21조 b항 (ii)에서도 무기와 관련된 물품, 원료의 거래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더욱이 바세나르 체제의 경우에는 조약에 의해서 성립된 것이 아니라 회원국 각국의 자발적 참여에 근거하고 있다. 바세나르 체제의 여러 합의 내용이 모두 신사협정에 불과하며 강제성이 없는 것이다. 바세나르 체제를 개별 회원국이 어떻게 운용하든 그 자체만으로 국제법 위반이라고 하기 어려운 것이다.
   
   일본은 이러한 WTO 규정의 맹점을 최대한 활용하려 할 것이다. 자신들의 수출 규제 조치는 어디까지나 바세나르 체제하에서 취하는 조처로서 WTO 규정의 예외로 오랫동안 허용되어온 것이라 주장하면서, 바세나르 체제는 그 자체가 조약이 아니라 그저 자발적 약속에 불과하기 때문에 바세나르 체제상의 수출 관리를 어떻게 운용하는지는 GATT 21조 b항 (ii)에 근거하여 전적으로 자기들의 주권 사항에 속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러시아의 손을 들어준 WTO
   
   이에 대해 WTO 패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예단하긴 어렵다. 그러나 최근 판례를 보면 WTO 패널 전문가들은 상당히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껏 GATT 21조에 대한 공식 해석을 제공한 WTO 패널 판정은 없었으나 지난 4월 5일 역사적인 최초 판례가 형성되었다.
   
   2014년 이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정치적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이 와중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간의 무역을 봉쇄하자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WTO에 제소하였다. 러시아는 GATT 협정 21조 b항을 들어 안보상 예외를 주장하였고, 동 조항에 근거하여 ‘무엇이 러시아의 안보상 문제인지’에 대한 판단은 오로지 러시아만이 할 수 있다면서 WTO의 관할권을 부인하였다.
   
   WTO 패널은 지난 4월 5일 GATT 21조 안보상 예외에 대한 패널의 공식 해석을 담은 역사적인 판정을 내렸다. WTO 패널은 ‘무엇이 GATT 협정 21조상의 안보적 예외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WTO 패널의 권한에 속한다고 해석하면서도 결론에 있어서는 러시아의 손을 들어줬다. 러시아의 무역 제한 조치가 WTO 규정상 허용된다고 본 것이다.
   
   사실 이번 패널 판정은 WTO 패널 전문가들의 고심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아마도 WTO 패널이 러시아에 불리한 판정을 내린다 해도 러시아는 상소하거나 혹은 그냥 무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러시아 주장처럼 WTO 패널이 아니라 러시아가 WTO 규정에 대한 최종 해석권을 갖는다고 인정할 경우 WTO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결국 패널은 WTO 규정의 최종해석권은 WTO에 속한다고 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러시아의 손을 들어주는 묘수를 둔 것이다.
   
   GATT 21조가 갖는 이러한 정치적 배경을 볼 때, 우리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WTO에 제소하면 반드시 승리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사실 이러한 승소 가능성의 불명확성이 우리 정부가 사드 보복 당시 중국을 WTO에 제소하지 못한 중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양자 협상과 WTO 제소 이외에도 다섯 가지 추가적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여러 대안들을 어떤 원칙과 방향성에 따라 어떤 식으로 조합하고 활용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이러한 사항들은 다음 호에 실릴 2부에서 다뤄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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