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국민소환제 관련 토론회를 열었다. ⓒphoto 뉴시스
지난 6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국민소환제 관련 토론회를 열었다. ⓒphoto 뉴시스

“대통령도,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도 소환할 수 있는데 유독 국회의원만 소환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은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6월 12일 복기왕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촉구 청원에 응답한 내용이다. 이 청원에는 2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당시는 선거법 개정 패스트트랙과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을 두고 여야 간 대립 격화로 국회가 공전하고 있을 때였다. 이에 대해 민경욱 당시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청와대가 삼권분립을 침탈하면서까지 야당 탄압의 주문을 외우며 사실상 국민 선전선동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도 “행정부가 국민청원이란 홍위병을 동원해 입법부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국민소환제 국민청원에 응답한 뒤 같은 달 26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한국당을 겨냥해 “자기 역할을 팽개치고 당리당략하는 국회의원에 대한 소환제를 도입할 때가 됐다”고 했다. 지난 7월에는 이인영 원내대표 역시 “일하는 국회를 위한 국회법 개정을 진지하게 논의해나가자”며 국민소환제 도입을 제안했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는 그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80% 안팎의 높은 지지를 얻어왔다. 국민소환제 도입 여론이 높은 까닭은 국회의원들의 특권이 많은 데다 국회가 열리지 않아도 모든 권한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국회가 열리지 않아도 연 1억5000만원 안팎의 세비를 받고, 모든 의전과 권한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하려면 헌법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 헌법 42조는 ‘국회의원 임기를 4년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국민소환제 도입은 개헌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못 박았다. 문 의장은 지난 7월 17일 제헌절 경축사에서 “정치권이 국민소환제 도입 주장에 진정성을 담으려면 개헌 논의가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한다”며 “개헌을 논의하지 않고 국민소환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공허한 주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소환제 자체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국당은 정적 제거 등에 악용될 우려를 들어 반대하는 입장이다. 김명연 한국당 신임 수석대변인은 전화통화에서 “(국민소환제 도입 주장은) 일 안 하는 국회에 대한 국민의 경고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하지만 악용될 소지도 다분하다”며 “지역구에서 발생하는 모든 민원을 총력을 다해 들어줘야 한다면 어떻게 일을 하겠나”라고 했다. 그는 “제한적으로 의원평가제 등을 도입하는 방안도 있다”고 했다.

20대 국회에서도 국민소환제 도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20대 국회 회기가 300일도 남지 않았다. 추석을 앞두고 국회가 사실상 총선 체제로 접어들면서 각 당 의원들 간 이합집산도 이미 시작됐다.

국민소환제 도입을 당론으로 정했던 민주평화당은 최근 비(非)당권파 의원들이 대거 탈당하면서 목소리가 약해졌다. 바른미래당 역시 극심한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국민소환제가 악용될 경우 행정 독주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며 “먼저 국회의원들이 자율과 소신, 양심에 따라 말할 수 있는 의회 구조를 만들고 나서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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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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