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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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지지율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다시 10%대로 하락했다.(한국갤럽 8월 9일 여론조사) 지난 상반기 장외투쟁으로 지지층 결집 효과를 본 한국당 지도부는 지난 8월 24일 상경 집회를 시작으로 다시 장외투쟁을 준비하고 있지만, 장외투쟁이 얼마나 효과적일지에 대해서는 당 안팎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8월 21일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김세연 의원(3선·부산 금정구)을 만나봤다. 비박(非朴) 당직자로 분류되는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은 최근 친박계의 사퇴 압박에 시달리기도 했다.

김 원장은 7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 전망에 대해 “80석 나오기 쉽지 않다고 본다”며 “TK정서 말고 보편적인 시각에서 보는 의원들은 컨센서스(consensus·의견 일치)가 거의 그렇게 맞춰져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 ‘조국 사태’를 거치며 민주당이 많이 망가져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직전 단계에서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특히 수도권에서 어려운 싸움이 예상된다”고 했다.

“수도권서 어려운 싸움 예상”

여의도연구원은 총선을 대비해 후보 공천의 기준이 되는 여론조사를 수행한다. 이 조사 결과는 외부에 공표되지 않는다. 현재 한국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 대해 묻자 김 원장은 한숨을 쉬더니 “현재 지지율 추세가 바뀌었다는 것은 유권자들이 우리에게 거는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라며 “그 지점이 어디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데 그간의 당내 사정상 근본적인 성찰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유권자들로부터 ‘민주당이 너무 싫은데 그렇더라도 한국당은 못 찍겠다’는 반응을 너무나 많이 접한다. 민주당이 정말 싫지만 한국당은 아예 상종을 하고 싶지 않은 집단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젊은 세대로 갈수록 비토 정서가 더 강하다.”

김 원장은 한국당 내에 얼마 남지 않은 ‘소장파’ 중진 의원이다. 황교안 대표가 주요 당직에 임명한 유일한 비박계 의원이기도 하다. 지난 3월 그가 여의도연구원 원장에 임명되자 “당 중도층 확장을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최근 한국당 일각에서는 “여의도연구원장이 국회 상임위원장을 맡았던 적이 없다”며 김 원장을 상대로 ‘둘 중 하나를 포기하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 원장은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장도 겸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지금까지 3선이 여의도연구원장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상임위원장을 할 일도 당연히 없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회 상임위원장은 관례상 3선 이상의 중진 의원이 맡는다. 김 원장은 “내가 상임위원장을 맡기로 했던 건 작년에 20대 후반기 원 구성할 때부터 의원총회에서 합의가 돼 있던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국당 내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에서는 상근부원장직을 신설해 원장을 보좌하도록 만든다는 보도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친박계 의원들의 ‘여의도연구원장 힘 빼기’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이에 대해 “당시 외부 위원회가 마련한 안이 별다른 검증 없이 들어갔었다고 들었다”며 “여의도연구원의 현실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안이라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신정치혁신특위의 다른 개혁 방안에 대해서는 “전폭적으로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김 원장은 다시 시작되는 당 지도부의 장외투쟁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우려하신 점이 있다. 일단 결정된 이상 예정에 따라 잘 해야 할 것이지만 이 같은 방식(장외투쟁)의 효과성과 유용성에 대해서는 폭넓게 의견들을 수렴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당 내에 잠재한 계파갈등과는 별개로 추석을 앞두고 보수통합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8월 20일 김무성 한국당 의원은 ‘대한민국 미래와 보수통합’을 주제로 한 ‘열린토론, 미래: 대안찾기’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김 의원을 향해 “우리 다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받은 것 아니냐. 김 의원 당신은 앞으로 천 년 이상 박근혜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김 원장은 최근의 보수통합 움직임에 대해 “지금 탄핵 책임 여부를 가리기보다는 (황교안) 대표가 언급한 원칙 중에 ‘헌법 가치를 공유하면 누구나 함께할 수 있다’는 점에 가장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본다”며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그보다 하위에 있는 차이를 키워서 나라를 더 어렵게 만들기보다는 지금은 대동단결해야 할 시기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보수통합 대상에 대해서는 “자유주의와 보수주의라는 두 가치하에서 헌법 가치를 함께한다면 개별 정책에 대한 관점이 어느 정도 다르더라도 그 안에서 공감대를 이룰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김 원장은 다가오는 총선의 최대 승부처로는 수도권을 지목했다.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의석수도 그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우리 당을 좀 더 지지해주시는 분들은 TK, PK에 계시지만 수도권에서 제대로 의석을 얻지 못하면 전체 결과가 좋을 수 없다”며 “영·호남에 비해 특정 정당을 안정적으로 지지하기보다는 선거 때마다 현안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유권자들의 비율이 높은 곳이 더 중요한 승부처라고 본다”고 말했다.

여의도연구원은 총선을 앞두고 20대에서 30대 초반까지의 소위 ‘밀레니얼 세대’의 표심을 얻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국의 유권자를 기준으로 세대별 지지 현황을 보면, 한국당은 60대 이상의 유권자에게는 공고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40대에서는 가장 낮은 지지를 받고 있고, 30대 후반과 50대로부터도 40대와 비슷하게 낮은 지지를 받는 상황이다.

“사회구조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 서울의 가구 중에 1인가구가 50%를 넘어섰고 유권자 비중이 20대, 30대 합치면 34%다. 이 세대의 감정과 시각을 정책에 담아낼 수 있도록 보다 생활에 밀접한 이슈들을 발굴하고 정책화하고 있다.”

“보수당은 집단주의로부터 개인 지킬 책무”

‘밀레니얼 세대’ 표심 공략과 관련해 그는 “밀레니얼 세대는 30대 후반 이후의 세대와는 자라온 환경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며 “이들은 이기주의와는 다른 개인주의 성향이 처음부터 체화되어 있다. 보수정당이 앞으로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 가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김 원장은 “보수정당은 가장 앞장서서 집단주의로부터 개인들을 지켜야 할 책무가 있는데 그간의 한국당, 새누리당 후반기에 보인 행태 때문에 유권자들이 완전히 등을 돌린 상황”이라며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저희가 거듭 태어난다는 각오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지난 8월 7일 ‘대학생 기자단’을 발족하기도 했다. 전국 21개 대학에서 모집한 학생 53명은 20~30대 청년들의 목소리를 취재해 내년 총선 공약에 반영할 청년 정책을 마련 중이다. 여의도연구원은 지난 4월부터 두 달 동안은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의 서울 여의도 사무실 하나를 빌려 매주 6명씩 순환근무를 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현재 20~30대가 창업을 하고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고 생활하는지를 체험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20대 후반부터 30대에 이르는 상대적으로 젊고 연차가 적은 연구원들은 그간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에 머물러 있었지만 지금은 가장 막내인 연구원까지도 TF(태스크포스)의 리더를 맡고 있을 정도로 연구원이 수평적이고 자기주도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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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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