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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73호] 20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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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불공정 학종에 치인 20대 조국에 폭발하다

▲ 지난 8월 28일 서울대에서 열린 ‘조국 교수 STOP! 제2차 서울대인 촛불집회’에 참석한 학생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문재인 대통령 취임사)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그 가족을 둘러싼 논란에는 ‘평등하지 않고, 불공정하며, 정의롭지 않은 사회’의 핵심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바로 교육 문제다.
   
   2년 전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거듭 말씀드린다”며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적폐청산, 검찰개혁 같은 과제를 들고나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의 적임자가 될 것이라 꼽았던 조국 후보자가, 알고 보니 사회의 불공정함을 보여주는 사례였다는 사실은 역설적이기까지 한 일이다. 알고 보면 사회의 불공정함은 검찰이나 여의도 국회가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 교육 현장이 공정함을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원인의 가장 큰 부분은 대학입시, 그중에서도 우리가 흔히 ‘학종’이라고 줄여 부르는 학생부종합평가 전형에 있다.
   
   학종을 왜 불공정하다고 할까. 먼저 학종에 대해 아는 것이 필요하다. 학종은 이제 대학입시의 주된 전형 방식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자료를 보면 2020학년도 대학입시에서 학종 전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24.6%로 네 명 중 한 명의 학생이 학종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수준이다. 그러니 학생부가 고등학교 생활의 중심이 되는 상황은 당연해 보이기까지 한다.
   
   학종은 2015년부터 도입되었다. 예전에 있었던 입학사정관제를 손봐 만들어진 것이다. 학종에서는 크게 네 가지를 본다. 수상경력과 진로희망사항, 교과학습발달상황, 독서활동상황 같은 것들이 적힌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학교소개자료다. 종종 학종과 특기자 전형이 혼동되곤 하는데, 학종은 기본적으로 토플이나 토익 같은 공인 어학성적이나 교외 수상실적을 드러내지 못하게 돼 있다.
   
   반면 교외 수상실적을 인정해주는 것은 갖가지 이름으로 진행되는 특기자 전형이다. 조국 후보자의 딸 조민씨는 고려대의 특기자 전형 중 하나인 세계선도인재 전형으로 입학했고 국정농단 사태를 일으킨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는 이화여대 체육특기자 전형으로 입학했다.
   
   두 전형이 서로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이현 우리교육연구소 소장의 설명이다.
   
   “가장 큰 공통점은 두 전형 모두 부모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학생부를 잘 적을 수 있는 능력, 교외 수상실적을 쌓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학생은 본인의 능력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의 네트워크와 경제력, 정보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공통점이 있다면 정성평가, 좋은 말로 ‘종합적 평가’가 이뤄진다는 겁니다. 누가 왜 붙는지, 떨어지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죠.”
   
   

   ‘셀프 학생부’와 다수의 소외감
   
   학종은 말 그대로 학생부에 쓰인 내용만으로 대학 입학을 결정하는 전형이기 때문에 학생부를 얼마나 잘 적느냐가 중요하다. 다시 말하자면 학생부를 쓰는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이 된다.
   
   부산에서 5년째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A 교사는 요즘 교사들에게 필요한 능력이 딱 두 가지라고 잘라 말했다.
   
   “관찰 능력 그리고 서술 능력입니다. 얼마나 잘 가르치느냐, 학생들을 잘 지도하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학교 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은 다 학생부를 적기 위한 것입니다.”
   
   교사는 수업시간이나 학급활동 중에 학생이 어떻게 참여하고 있는지를 잘 관찰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의 개성을 살려 학생부에 적어야 한다. 이 문제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제가 어떻게 25명의 학생을 일일이 다 관찰하고 다 다르게 쓸까요. 결국은 학생이 저에게 ‘어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될성부른 학생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고요. ‘셀프 학생부’는 이제 그냥 평범한 일입니다.”
   
   학생이 직접 학생부에 적힐 내용을 적어 제출하는 학교는 수없이 많다. 학생이 먼저 교사에게 ‘학생부 가이드라인’을 잡아주는 학교도 많다. A씨의 학교에서는 매 학기 초에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둘러앉아 학생부 내용의 기초를 잡는 회의를 한다. 이런 ‘셀프 학생부’의 수혜를 받는 학생은 정해져 있다. 지난해 서울 강남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에 입학한 B씨가 그렇다.
   
   B씨는 중학교 때 공부를 썩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한 반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간신히 들던 그가 연세대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부모 덕분이다. B씨의 아버지는 수도권 4년제 대학의 교수다. 어머니 역시 지방 사립대에서 교수 생활을 하고 있다.
   
   “아버지는 제가 고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진로 계획을 문서로 만들어서 저에게 줬어요. 1학년 때는 뭘 하고, 2학년 때는 어떤 대회에 나가고, 그런 게 정리된 문서였죠. 아버지, 어머니 주변의 사람들이 조언해준 내용들이 꽉 차 있었어요. 저는 그대로 따라갈 뿐이었고요.”
   
   예를 들어 B씨가 내세운 활동 내역 중에 교내 토론 동아리를 만들어 좌장을 맡은 경험이 있었다. 지도력을 보여주기 위한 활동이었는데 막상 동아리 부원을 모집한 사람은 B씨의 어머니였다.
   
   “친구 어머니들에게 부탁을 해서 동아리를 같이 하고 서로 번갈아가면서 부장을 맡기로 타협한 것은 어머니였고요. 매번 커리큘럼을 만들어서 읽을 책을 정해준 것은 아버지였어요.”
   
   B씨처럼 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때로 교육 현장에서 소외된다. 거의 모든 학교 활동이 학생부에 적기 위해 이뤄지는 상황에서 학생부를 관리할 능력이 있거나 관리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학생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학생부를 애써 관리하는 것도 나름의 능력에 달린 일이다. 이 부분에서 교실의 불공정함이 가장 잘 드러나는데, 대개는 학생부의 서술이 학생 본인의 능력이 아니라 부모와 주변 인물의 능력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도 교육열이 높은 편인 양천구에서 20년 가까이 교사로 일해온 C씨가 든 사례가 있다.
   
   “경제학과에 진학하고 싶은 두 학생이 있었습니다. 한 학생의 부모는 입시열이 높았어요. 처음부터 경제학도가 읽을 법한 책을 골라 독서활동 내역을 적고 관련 활동을 만들어냈지요. 다른 학생은 평범하게 선택과목을 경제로 하고 교내 동아리를 경제 계열로 드는 정도의 활동만 했어요. 결론적으로 앞의 학생은 유명 사립대 경제학과에 붙었고 뒤의 학생은 수능 점수로 평범한 4년제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그는 대학입시가 날이 갈수록 불공정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종의 성패(成敗)를 판가름하는 것은 더 이상 학생 본인의 능력으로는 안 되는 일입니다. 교사와 학부모가 들러붙어 학생부를 만들어냅니다. 학생은 여기저기서 조언을 많이 받아야 하고요. 지방 학교라고 다를 것 없습니다. 오히려 정보력이 부족하고 학부모의 교육열이 떨어지는 지역에서는 몇몇 학생만 집중적으로 관리받고 나머지 학생들의 학생부는 적당히 만들어내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이 소외감과 불공정함을 학생들은 2015년부터 일상적으로 내내 겪어왔다.
   
   

   학종 세대가 꼽는 인생 성공 요인은?
   
   20대가 특히 불공정함에 민감한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지난 8월 29일 출판사 메디치미디어가 세대 간 차이를 살펴보기 위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여론조사와 한국종합사회조사(KGSS)를 비교 발표한 자료에 눈에 띄는 결과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 성공의 요인을 무엇으로 생각하는지를 세대별로 물어보았다. 40대, 1970년대생은 ‘노력’과 ‘학력’을 다른 세대보다 중요하게 꼽았다. 그러나 20대, 1990년대생은 ‘부유한 집안’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고, 그 중요도 또한 다른 세대에 비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결과를 곧바로 입시제도와 연결하기에는 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1970년대생이 학력고사를 막 벗어나 수능이 시작될 무렵에 대학에 진학했다는 사실, 1990년대생은 입학사정관제와 학종의 영향이 점점 커지는 시기에 학교를 다녔다는 사실을 놓고 보면 이들의 차이가 어디에서 기원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강태중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역시 “20대가 다른 무엇보다 불공정함을 참지 못하는 데는 학교 현장에서 보고 겪은 바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강 교수는 오랫동안 교육 개혁 문제에 몰두해온 전문가다. 그는 교육의 공정성이 새로 정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는 공정한 입시제도를 만들겠다면서 이 제도를 조금 고치고, 저 제도를 도입하는 식으로 땜질 처방을 해왔습니다. 그 결과 생겨난 것은 어느 쪽도 공정하지 않다는 ‘불신’입니다.”
   
   몇 가지 엇갈리는 연구 결과가 있다. 서울대가 수능 점수로 학생을 선발하는 정시 전형 비중을 높이자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출신 입학생이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이 결과를 보도한 언론에서는 “정시 확대가 오히려 강남권 학생들에게 유리한 전형이라는 게 입증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고 썼다.
   
   그런데 한국 교육은 늘상 이런 줄다리기를 반복해왔다. ‘줄세우기식’ 수능이 사교육 시장을 키워 공정한 경쟁을 못 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입학사정관제가 등장했다. 그러자 입학사정관제가 이른바 금수저에게 유리한 전형이라는 지적이 계속되면서 수능을 중심으로 한 정시 확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태중 교수는 “문제를 잘못 짚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이 공정한 교육이고 공정한 입시일까요. 교육의 목표가 한 개인을 인간답게 키워내는 것이라면, 그 목표를 다 하는 게 공정한 겁니다. 대학에 진학시켜 지식인을 만들어야 한다면, 지식인을 만드는 데 몰두해야 하고요. 사회인으로 키워내야 한다면 제대로 키워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거기에는 학교 밖의 어떤 경제적·정치적·문화적 권력이 끼어들면 안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입시제도를 평가하면서도 경제적 가치와 정치·문화적 기준을 들이댄다. ‘강남권 학생이 더 많이 입학했으니 불공정한 입시전형이다’라는 식이다. 그게 아니라 이 전형을 통해 입학한 학생들이 제대로 된 지식인으로 성장했는지, 교육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평가해본 적이 없다.
   
   말하자면 우리는 지금까지 공정한 교육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정의 내린 적 없다. 적당히 공정해 보이는 제도를 만들어낸 다음 그 안에서 벌어지는 불공정한 상황을 목격하면서 자랐을 뿐이다.
   
   
   ‘관리받은’ 학생과 ‘관리 못 받은’ 학생
   
   광주광역시에서 20년 가까이 교사로 일해오며 10년이나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을 맡은 적 있는 교사 D씨는 학교와 학급 내에서 끊임없이 불공정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저희 학교는 광주에서도 평범한 서민 동네에 있어서 ‘잘나가는’ 학생의 부모라고 해도 대단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다만 어떻게 되었든 간에 정보력이 남들보다 뛰어나고 잘사는 사람이 있기는 하죠. 그런데 그게 권력으로 작용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학교에서 권력은 지금 학생부에 달려 있는데 목소리 크고 속된 말로 ‘설치는’ 학부모와 학생의 학생부가 더 잘 기재되고 관리됩니다.”
   
   D씨가 직접 겪은 일이 있다. 영어교사인 D씨는 영어 작문 과제를 내곤 한다.
   
   “요즘 들어 저는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가 아니라 제출한 작문 과제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잘 써줄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대개는 학생들이 직접 자신의 과제를 평가한 글을 보고 참고하는데, 영어 작문을 잘 못해온 학생이, 자신의 평가는 그럴듯하게 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영어 실력과는 별개로 학생부는 잘 만들어지지요.”
   
   학생이나 교사 모두 ‘허탈감’을 느낄 만하다는 것이 D씨의 말이다. 이런 D씨의 말에는 지난 8월 26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모교이자 일터인 서울대 총학생회에서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며 내놓은 입장문에서 발견되는 몇 가지 단어들과 겹치는 것이 많다. 서울대 총학생회 입장문을 살펴보자.
   
   “청년들이 허탈감을 느끼는 것 또한 당연하다.… 정의와 공정을 말하던 공직자의 모순된 모습에 배신감을 느끼는 국민의 목소리를 뒤로한 채, 조국 후보자는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사회적 부조리와 비상식에 대한 학생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은 총학생회의 당연한 책무이다.”
   
   공정·부조리 문제를 짚으며 허탈감을 이야기하는 것이 20대 청년들의 목소리라는 점을 눈여겨보자. 교사 D씨가 낸 영어 작문 과제처럼, 자신의 능력을 키운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들은 안다.
   
   거기다 이제는 학창 시절의 결과물이 삶의 질을 결정하곤 한다. 주간조선이 최근 3년 사이 대학을 졸업한 학생 중 입학사정관제·학종·특기자 전형 등으로 입학했던 학생과 고등학교 시절 그만한 관리를 받지 못했다고 말하는 학생 10명의 진로를 조사해본 결과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6명의 ‘관리받은’ 학생들 중 3명은 로스쿨에 입학해 법조인의 꿈을 키우고 있었다. 1명은 미국 아이비리그의 대학원에 진학해 유학을 떠났고, 1명은 취업을 포기하고 창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1명은 아버지가 창업한 회사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었다.
   
   ‘관리받지 못한’ 나머지 4명의 학생 중 2명은 취업 준비생이었다. 1명은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1명은 유통계열 대기업에 합격했다. 이들이 고등학교 때 느꼈던 차이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이어졌다.
   
   이 중 경희대를 졸업하고 취업 준비 중인 E씨는 “고등학교에서 느꼈던 일을 대학에서 다시 반복해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 저는 제가 알아서 다 준비하는 편이었어요. 대입 정보도 제가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준비했습니다. 대학에서도 이렇게 했었는데, 그 결과는 아직 취준생인 모습이네요. 아버지가 대기업 임원인 대학 동기는 ‘우연하게도’ 그 대기업 계열사에 인턴으로 입사해 경험을 쌓고 그걸 바탕으로 다른 대기업에 합격했습니다.”
   
   조국 후보자의 딸 조민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기 전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적(籍)을 두었던 것은 ‘설계’된 진로였다. 애초에 그는 의대에 진학하지 않고도 의사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일찍부터 고민했을 것이다. 문과 학생이 대학 이과 전공을 선택해 의전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여러 난관이 있었겠지만 그것을 뚫은 것은 조민 본인의 능력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정보력과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던 조국 후보자 부부가 있었기에 설계에 맞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었다.
   
   
▲ 지난 3월 28일 열린 ‘정시확대, 학종비리 대학감사 실시 촉구’에 참석한 학부모의 모습. photo 장련성 조선일보 기자

   입시 위주의 고교 교육은 진짜 악인가?
   
   지난 몇 년간 불공정한 사회에 대한 분노가 촉발한 일이 대학입시와 관련된 문제에서 불거졌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를 사회적 문제로 키운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부정입학 문제가 그랬다.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의혹 중에서도 유독 딸의 부정입학 문제가 공분을 일으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가 암묵적으로 알고 있듯이 교육은 불공정한 사회를 가장 핵심적으로, 진하게 농축해놓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유라와 조민의 논란을 일으킨 특기자·학종 전형은 문제가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교육의 공정성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다른 무엇에 휘둘리지 않은 교육 그 자체의 공정성을 찾기 위한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 중에서도 이현 우리교육연구소 소장이 말하는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의 회귀는 귀담아들을 만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업을 준비하는 특성화 고교의 학생이라면 고등학교 2학년, 3학년 내내 취업에 필요한 교육을 받을 겁니다.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목표인 인문계 고등학교 학생들은 무슨 교육을 받아야 할까요. 대학입시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왜 우리는 그동안 ‘입시 위주의 교육’이 악(惡)인 것처럼 얘기해왔을까요?”
   
   이현 소장에 따르면 입학사정관제나 학생부종합평가 같은 입시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도 미국과 한국, 일본 정도로 손꼽힌다. 미국에서도 입학사정관제를 중요하게 활용하는 대학은 아이비리그의 사립대 몇 곳에 불과하다. 보통 선진국 교육제도를 참고할 때 많이 언급되는 핀란드나 프랑스에서도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한다.
   
   “핀란드의 대학입학 자격시험은 무척 어렵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2~3학년 내내 그 시험을 준비합니다. 프랑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랑스는 바칼로레아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대학입학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데 고등학교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그게 고등학교 교육의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간 교육학자들은 교육적 다양성에 대한 신화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고등학교에서도 학생들은 다양한 경험을 하고 정서적 발달을 이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걸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역설적으로 불공정한 사회를 학교에 끌어들이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불공정함을 일상적으로 경험한 청년들은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 분노하고 무력감을 느낀다.
   
   시작은 불공정 게임의 가장 핵심인 교육을 공정하게 되돌려 놓는 일부터다. 교육의 공정성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불공정한 사회가 교육에 영향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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