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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73호] 20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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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학종의 황금비율은 있을까?

박대권  명지대학교 교수·EBS ‘대학입시의 진실’ 토론자 

▲ 김영란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8월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공론화위원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번 정부 들어서 매년 여름은 입시 문제로 뜨거웠다.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에는 EBS 6부작 ‘대학입시의 진실’이 도화선이 되었다. 공영방송 최초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대표되는 수시 중심 입시의 문제점을 제기하였다. 이 방송 이후 문재인 대통령 취임 초 개설되었던 온라인 소통 광장인 ‘광화문1번가’에는 학종 폐지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쇄도했다. EBS의 토론회에는 방송 자막을 만드는 프롬프터가 소화하기 힘든 시간당 1000개 넘는 시청자 의견이 밀려들었다.
   
   지난해 여름은 대입 공론화위원회로 뜨거웠다. 이는 2017년의 업보였다. 2017년 8월 교육부가 2022학년도 수능개편안 마련을 1년간 유예하면서 생긴 일이다. 일명 ‘김영란 법’으로 유명한 김영란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가 꾸려졌고, 갑론을박 끝에 2022학년도부터 수시 비율을 70%로 줄일 것을 각 대학에 권고하는 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해 여름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입학 논란으로 시끄럽다. 대입제도가 아니라 한 학생의 입시 의혹을 가지고 이렇게 시끄러워진 것은 3년 전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시 논란 이후 처음이다. 3년 전에는 체육특기생의 특례 입학이 관심사가 되었던 것이 이번에는 다시 수시와 학종으로 옮겨 붙었다.
   
   수시의 한 종류인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2007년 참여정부 마지막 해에 도입되어 이명박 정부 때 확장된 입학사정관제가 그 모체다. 2007년 수시 모집 비율은 51.5%였지만 올해 입시에서는 77.3%나 된다. 2009학년도 16곳에 그쳤던 입학사정관제 실시 대학 역시 2010학년도에는 49곳으로 늘었다.
   
   
   시험으로 못 뽑는 특별한 학생 얼마나 될까?
   
   입학사정관제는 이명박 정부 때 무리하게 확대하면서 부작용도 많았다. 이에 따라 2011학년도부터는 교과와 관련된 교외 수상경력에 대한 학생부 기재를 금지하였다. 2012학년도에는 공인어학성적, 해외봉사활동, 교외체험학습활동, 교외 수상경력도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게 되었다. 요즘 논란의 핵심이 되는 학회지 등재 논문은 2014년 실시된 2015학년도 입시부터 기재가 금지되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입학사정관제를 학생부종합 전형으로 변경하면서부터다. 이와 함께 도서 출간도 기재가 금지되었다. 학생부 기재요령은 점점 더 엄격해져서 2019학년도부터는 학생부 기재금지 내용은 자기소개서에도 기재할 수 없게 되었다.
   
   특별한 규제가 없었던 입학사정관제 도입 초기에는 허용되던 각종 활동들이 점점 금지되는 쪽으로 제도가 바뀌고 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영향력을 감소시키자는 것이 주 내용이고 목표다. 즉 그동안 논란을 일으키며 문제로 지적되어온 것들을 조금씩 고쳐나가면서 지금의 ‘수시 선발 80% 체제’를 만든 것이다. 그런데 조 후보자의 딸이 그동안 꾸준히 지적되었던 문제를 다시 압축적으로 보여주면서 수시와 학종이 또 도마에 올랐다.
   
   입학사정관제나 학종과 같은 제도가 지닌 장점은 분명하다. 성적에 의한 한 줄 세우기를 지양하고 학생의 학습과 성장 자체에 초점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가 가르치고 학생이 배우는 교육의 핵심활동인 ‘교수학습활동’을 기록하고, 학생의 각종 재능과 성장 단계를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2018년 기준 전국의 고등학교 수가 2358개이고, 고등학생이 154만명에 이른다는 점이다. 공정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는 대입 학생 선발에서 이렇게 많은 학생에 대한 자료가 객관적 기준에 부합하느냐는 게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될 수밖에 없다. 친구들끼리야 수영을 할 때 어떤 영법을 해도 상관이 없지만, 전국 체전을 개최한다면 종목이 있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여러 과목으로 나누어진 수능시험이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제도로 선발할 수 없는 특별한 학생은 분명히 존재한다. 문제는 이 비율이다. 즉 시험으로 선발할 수 없는 특별한 학생이 얼마나 되며, 몇 명에게 이러한 제도를 적용하느냐다. 올 입시에서는 학종으로 24.5%를 뽑는다. 현 제도는 ‘시험으로 뽑을 수 없는 특별한 학생’이 4분의 1에 이른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여기에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문재인 정부에도 수시로 과도하게 편중된 입시제도를 수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바로 지난번의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였다. 당시 국민들은 대통령의 공약이 입시제도 단순화였기 때문에 정시 비율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는 석연치 않은 결론으로 끝났다.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 김영란 위원장은 2018년 8월 3일 공론화 결과를 발표하면서 시민참여단에 무한 감사를 표했다. ‘시민들의 지혜와 시민들의 정확한 판단’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당시 김 위원장의 발표문을 들으면 위원회의 발표와는 뭔가 맞지 않는다. 위원회는 “1안과 2안이 각각 1, 2위였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발표하며 답이 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1안은 정시 비중을 45% 이상으로 선발해야 하는 안이고, 2안은 대학 자율에 맡기는 안이었다. 5점 만점에 1위는 3.40점, 2위는 3.27점이었다. 각각의 지지 비율은 52.5%와 48.1%였다. 위원회의 발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지 않아서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는데, 위원장은 시민들의 지혜와 판단에 경의를 보낸 것이다.
   
   김영란 위원장이 소름이 돋은 이유는 아마 공론화위원회의 발표와는 거리가 있는 민의(民意) 때문이었을 것이다. 공론화 위원회는 수능 상대평가 유지와 절대평가 전환, 입시의 정시 확대와 수시 유지 및 확대 사이에 별 차이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숙의 과정에 참여한 시민의 뜻은 매우 달랐다. 보고서를 찬찬히 살펴보면 20% 남짓한 현행 수능 위주 전형(정시)을 찬성한 비율은 10%에 지나지 않았고, 68.5%는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즉 절대다수가 수능을 지금보다 더 많이 반영해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러한 결과를 당시 위원회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며 무시했다. 4.4%의 지지율 차이라는 민의를 반영하기보다는 ‘통계적 유의성’이라는 전문용어로 덮었다. 정시 확대를 어떻게라도 막아보려 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결정을 미루고 민의를 왜곡한 정부
   
   공론화위원회의 발표에 근거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은 거꾸로 국민을 소름 돋게 만들었다. 결과의 초라함 때문이었다. 2017년 8월 31일 교육부는 수능개편안 발표를 1년 뒤로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그 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론화위원회도 생겼고 국고와 국력도 소모하였다. 그런데 그런 소모전을 치른 결과가 ‘수능을 위주로 하는 정시 전형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을 대학에 권고하는 것’이었다. 교육부는 “권고가 가능하도록 대학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겠다”는 말을 재방송하듯 되풀이했다. 2018학년도 정시 전형의 비중이 23%였고, 2019학년도 정시 전형의 비중은 20.7%였다. 20.7%였던 정시 비중을 10% 정도 늘리는 결정을 하기 위해서 1년이 걸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한 번은 결정을 미루고, 두 번째는 민의를 왜곡했다. 문재인 정부 세 번째 해의 조국 후보자 딸 입시 논란은 이런 배경에서 촉발된 것 같다. 순한 국민이 ‘맹수’가 되는 것은 항상 정부가 문제를 풀지도 않고, 전문가들이 답을 가르쳐줘도 곧이곧대로 듣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은 조국 후보자 딸 입시 논란을 통하여 또다시 문제를 던지고 있다. 이는 정부가 직접 풀어야 할 어려운 문제다. 학생부에 기재하는 게 아니라 직접 풀어야 할 수능 문제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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