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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조국이 불붙인 20대의 ‘386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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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73호] 20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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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조국이 불붙인 20대의 ‘386 혐오’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논란은 조 후보자 개인을 넘어 ‘386 심판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 8월 21일 조 후보자가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의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8월 28일 저녁 서울대 아크로폴리스광장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800여명(주최 측 추산)의 서울대 학생 및 동문이 모여 촛불을 들었다. 이날 광장 뒤편에 나란히 앉아 촛불을 들고 있는 50대 남성 세 명이 보였다. 두 명은 서울대 졸업생, 한 명은 현직 서울대 교수였다. 익명을 요구한 이 교수는 “나이 먹은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나섰다. 여기에는 서울대 후배들뿐이지만, 결국 법과 공정이라는 원칙은 모든 젊은이들을 위해 지켜줘야 하는 것이다. 태어나서 처음 촛불을 들었다”고 했다.
   
   현장에는 집회를 영상에 담기 위한 보수 유튜버들의 모습도 적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 집회의 성격을 ‘정치적 집회’라고 평가절하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척’만 하는 ‘386 진보꼰대’
   
   ‘불법이 없었다’는 이유로 조국 후보자가 사퇴를 거부하면서 조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새로운 방향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조국 후보자 딸에게 상처받은 20대가 그동안 정의와 공정을 부르짖던 조국 후보자가 속한 세대 전반에 대해 회의와 비판의 시선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386세대 심판론’이다.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 학교를 다니며 운동권에 몸담았다는 경력이 발판이 돼 30대부터 사회 주류로 진출한 386세대에 대한 20대의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을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20대의 분노는 간단치 않다. 20대는 지금 조국 후보자로 대표되는 386세대가 여전히 1980년대 운동권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판단하고, 선악을 구분한다는 사실을 이번 논란을 통해서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을 쥔 386세대는 자신과 정치적으로 반대에 서 있는 세력을 기득권이라 공격하며 한편으로는 권력을 공유했다. 하지만 지금의 20대가 보기에 2019년 대한민국의 기득권을 갖고 있는 것은 그들이다. 대학가 집회에 나오고 있는 20대의 분노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386꼰대’는 전통적 이미지의 ‘꼰대’와는 결이 다르다. 전통적인 ‘꼰대’가 말 안 통하고 독단적이고 심술 가득한 독불장군의 이미지였다면, ‘386꼰대’는 말이 통하는 척하고 민주적인 척하고 정의로운 척하는 이중적 이미지를 지칭한다는 것이 20대의 지적이다.
   
   금융권 직장에 다니는 김모(29)씨는 “차라리 ‘나 꼰대야’라고 처음부터 티가 나는 상사는 미운 정이라도 간다. 앞에서는 ‘합리적인 척’ ‘말단사원들을 공감하고 위하는 척’하면서 뒤돌아서서는 딴짓하는 사람이 더 추해 보인다. 일상에서도 그런데, 그럴싸한 말로 대중들의 박수를 받아왔던 정치인들의 이중성에는 더욱 분노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2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최모(28)씨는 “솔직히 386이든 586이든 별로 관심이 없다. 언론에서 그렇게 이름 붙이니까 ‘그런가 보다’ 하는 거지, 단순히 무슨 세대이기 때문에 그들을 향해 분노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우리 또래가 가장 나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위선’이라고 보는데, 조국씨는 그 요소를 ‘정확하게’ 갖췄기 때문에 분노하는 것”이라고 했다.
   
   “단지 386이어서가 아니라 ‘위선’이 나쁘다”고 지적한 것이 최씨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출판가에서 386세대를 겨냥한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386세대유감’ ‘불평등의 세대’ 두 책은 각각 7월 초와 8월 초 서점에 처음 나왔다. 조 후보자가 지명되기 전이다. 두 책은 386세대가 어떻게 한국 사회 기득권을 쥐게 되었고, 이들에 대한 청년층의 분노와 불만이 왜 쏟아지고 있는지 분석했다. 이 책들은 출간 한 달여 만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민주’ 앞세우지만 결국 교조적
   
   CBS 기자를 비롯한 30대 중후반 3명이 함께 쓴 ‘386세대유감’이란 책의 한 대목은 386세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돌아간 전리품엔 민주주의뿐 아니라 교조주의가 포함돼 있다는 점은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민주적’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우고 싶어하지만, 실상은 교조적인 풍모를 감추지 못한다.”
   
   취재를 하며 만난 청년들은 ‘조국 사태’를 겪으며 하나 깨달은 게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선과 정의’를 내세우는 정치인에 대한 회의감이다. 이들이 이러한 회의감을 갖게 된 배경에는 현 정부의 ‘내로남불’ 행태 탓 역시 크다고 강조했다. 이화여자대학교에 다니는 정모(23)씨는 “예전에는 ‘내로남불’이라는 말을 농담 삼아 썼던 것 같은데, 정치인들을 보며 이렇게 많이 떠올릴 줄은 몰랐다”고 했다. 정씨는 20살이던 2016년 촛불집회에 나가면서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박근혜 정권은 ‘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치를 ‘선악’ 구도로 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386세대가 처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탄돌이’라고 불리는 30대 국회의원들이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거 정치권에 등장하면서부터다. 이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의 반작용에 힘입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당시만 해도 386세대는 세대교체나 정치혁신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정부 주요 요직에 앉은 그들을 10년 전과 같은 이미지로 대하는 시선들은 거의 없다. 하물며 노무현 탄핵 사태를 겪지 않은 지금의 20대에게 386세대는 기득권의 상징일 수밖에 없다.
   
   20대가 386세대에 막연하게 갖고 있던 부정적 인식은 조 후보자 사태를 통해 폭발했다. ‘조국 사태’는 그간 386세대 곳곳에서 나타났던 위선적 언행과 ‘꼰대력’이 한꺼번에 나타나면서 폭발력이 남달랐다. 딸과 관련된 ‘입시 특혜 의혹’은 청년층 분노에 기름을 끼얹기 딱 좋은 소재였다. 전 정부 인사들을 향해 ‘언어의 철퇴’를 내리던 조 후보자의 소셜미디어는 이제 조롱거리가 되었다. ‘조국의 적은 조국이었다’ ‘조가 국이에게’라는 힐난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386 세대론’의 성급함과 한계
   
   물론 386세대에 대한 공격이 20대 전체의 시각이라고 규정 짓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이번 사태 역시 결국 “똑같은 386세대 내의 정치적 세력 다툼”이라고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공기업에 다니는 백모(27)씨는 “386세대를 욕하는 게 전부 청년들인 것 같지만, 사실 누구보다 앞장서 이들을 비판하는 건 다른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는 같은 세대 사람들인 것 같다”며 이렇게 평가했다. “그 시절 운동권에 몸담지 않았던 이들 아니면 보수적인 정치 성향을 가진 이들이 ‘운동권 386’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평가절하하는 것이다. 당장 신문 칼럼만 보더라도, 운동권 386을 비판하는 언론인 역시 같은 386세대인 경우가 많다. ‘청년들의 분노’ 운운하는 건 그들의 주장 앞에 갖다 붙이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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