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서해 함박도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관리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주간조선>은 지난 6월과 7월에 걸쳐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97’ 주소로 등록되어 있는 함박도에 북한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을 연속 보도한 바 있다.(주간조선 2019년 6월 24일자 2563호, 7월 22일자 2567호, 7월 29일자 2568호 참조)

최초 보도 당시부터 국방부의 공식 입장은 “함박도는 NLL 이북의 북한 땅이 맞으며, 대한민국 주소 등록은 국토부의 단순 행정상 오류”라는 것이었다. 정경두 국방부장관 역시 지난 8월 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함박도에 대해 “국토부의 지형 정보와 토지이용규제정보 자료가 잘못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고, 9월 2일 국방부 최현수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함박도는 북방한계선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도서가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함박도는 현재 국방부의 ‘군사시설보호구역’에 포함되어 있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1972년 12월 26일 ‘군사시설보호법’이 제정됨에 따라 국방부는 인천 강화군 서도면 일대를 ‘제한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이어 1973년 5월 2일에는 ‘통제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통제보호구역은 군사시설보호구역과 사실상 같은 의미다. 국방부는 이 내용을 2007년 10월 4일자 관보 ‘국방부 고시 제2007-40호(군사시설보호구역 등 지형도면)’에도 고시했다.

함박도가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97’ 주소로 처음 등록된 시점은 1978년으로, 서도면 일대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후다. 즉 1972~1973년 ‘강화군 서도면 일대’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함박도가 서도면 주소로 등록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함박도도 군사시설보호구역에 포함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군사시설보호법시행령에 따르면 군사보호구역 지정 및 해제의 최종 결정권자는 국방부장관이다.

국방부 해명대로 함박도에 대한 대한민국 주소지 등록이 국토부의 단순 행정 오류라면, 국방부는 지난 41년 동안 왜 함박도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관리해온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행정 주소 수정 등과는 달리 군사시설보호구역은 국방부장관의 권한으로 언제든지 해제 또는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의 설명대로라면 우리 군(軍)은 ‘북한군이 주둔하는 북한 땅’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켜온 셈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9월 2일 통화에서 “국방부가 직접 함박도를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정전협정 이후 함박도가 NLL 이북의 북한 영토인 것을 확실히 알고 있는 군이 그랬을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관할 지자체인 강화군청과 논의해봤지만 당시 서도면 일대가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함박도가 어떻게 포함된 것인지 그 배경은 현재로서는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함박도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 9월 2일 국방부와 국토부, 산림청은 “행정주소 수정 작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행정주소 수정 작업 역시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행 법령상 행정 주소의 말소는 해당 토지가 없어진 경우, 또는 주소가 이중 등록되어 있어 하나의 주소를 삭제해야 하는 때만 가능하다. 함박도의 경우 섬이 바다에 잠겨 아예 없어지지도 않았고, 다른 주소가 이중 등록되어 있지도 않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주소를 말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국토부 관계자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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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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