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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74호] 201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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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4조7000억 ‘김경수 KTX’ 내년부터 돈 쏟아붓는다

▲ 경북 김천~경남 거제 간 남부내륙철도 개통 시 이용객 급감이 우려되는 경부고속선상의 김천(구미)역.
기획재정부가 지난 8월 29일 2020년 정부 예산안을 발표했다. 올해(469조원) 대비 9.3% 증가한 513조5000억원 규모로 정부 예산이 5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 중 ‘토건예산’으로 불리는 국토교통부 예산은 모두 49조8000억원이 편성됐다. 이번 예산안에는 지난 1월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선정한 15개 주요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사업도 당초 99억원에서 1878억원으로 대폭 증액돼 반영됐다. 기재부는 지난 1월 도로·철도·공항 등 23개 사업(국도는 일괄 포함)을 예타면제 대상으로 선정했는데, 총사업비 규모만 24조1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총사업비만 4조7000억원으로 예타면제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큰 남부내륙철도 사업도 내년 예산에 설계비 150억원이 반영됐다. 경북 김천에서 경남 진주를 거쳐 거제까지 이어지는 총 연장 172㎞의 남부내륙철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의 역점사업으로 ‘김경수 KTX’라고 불린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인 거제와 김경수 지사의 고향인 고성을 서울과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철도다. 남부내륙철도 관련 예산은 올해 12억원에 불과했는데, 내년에는 150억원으로 10배 이상 대폭 증액됐다. 하지만 경제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이유로 추진되는 사업이라 두고두고 부담을 남길 것으로 우려된다.
   
   
   2017년 경제성, 재무적 타당성 없음
   
   남부내륙철도는 2017년 5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했을 때 ‘경제성 없음’ ‘재무적 타당성 없음’으로 이미 낙제점을 받은 사업이다. 하지만 김경수 경남지사가 추진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게다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경북과 경남의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과 이철우 경북지사(자유한국당) 등 지자체장도 적극적으로 거들고 있어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제대로 걸러질 가능성은 적다. 이미 남부내륙철도가 지나가는 경북과 경남의 농촌지역에서는 남부내륙철도 역사(驛舍)를 자기 지역에 유치하겠다는 유치전이 과열 양상을 띨 정도다.
   
   하지만 2017년 예비타당성조사 당시와 여건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당시 조사 때 남부내륙철도 역이 들어서기로 한 곳은 김천·합천·진주·고성·통영·거제의 6개역이다. 김천시의 인구는 14만명에 불과하고, 합천군은 4만5000명, 진주시는 34만명, 고성군은 5만4000명, 통영시는 13만명, 거제시는 25만명이다. 직접 수혜 지역 인구를 다 합쳐도 100만명이 채 안 된다. 일부 지역은 인구가 계속 줄어들어 2017년 예타조사에서도 해마다 이용객이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거제·통영 등은 조선업 불황으로 사업 여건도 좋지 않다.
   
   반면 실제 추진 과정에서 중간역이 우후죽순 추가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경북 성주군, 고령군, 경남 의령군 등에서는 자기 지역에 중간역을 만들어달라고 각각 군청 홈페이지에 커다란 배너광고를 걸고 전방위적인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경북 성주군은 인구 4만5000명, 고령군은 3만3000명, 경남 의령군은 2만7000명에 불과하다. 성주군의 한 관계자는 “당초 계획에 보면 김천에서 합천 사이 65㎞ 구간에 열차가 교행가능한 신호장을 만들려는 계획이 있다”며 “이를 역으로 성주에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라고 했다.
   
   고령군 역시 일찍이 역사 유치 군민결의대회를 가지고, 지난 7월 23일 곽용환 고령군수(자유한국당)가 직접 국토부를 찾는 등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성주군과 고령군의 남부내륙철도 유치경쟁은 과거 천안과 아산, 김천과 구미 간에 KTX 정차역 유치경쟁을 방불케 할 정도다. 정차역이 추가되면 사업비 부담도 늘고, 휘어진 노선과 잦은 정차로 철도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져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다. 남부내륙철도는 100% 국고로 사업비가 집행되는데, 결국 막대한 국가예산이 토지보상금과 건설비로 풀리면서 땅부자와 토건족들의 배만 불리는 셈이다.
   
   
▲ 남부내륙철도 분기역으로 예정된 경북 김천시 김천역.

   ‘김천(구미)역’ 수요 반토막으로
   
   4조7000억원이 투입되는 남부내륙철도가 기존 인프라의 존립 기반을 흔들 염려도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경부고속선상에 있는 ‘김천(구미)역’이다. 국내 고속철역 가운데 (괄호)를 병기하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김천(구미)역’은 2010년 경부고속철 2단계(동대구~부산) 개통과 함께 대전역과 동대구역 사이의 중간 정차역으로 들어선 역이다. 김천과 구미 간의 위치와 명칭 다툼으로 인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지만, 영업을 시작한 지 10년 가까이 된 지금까지도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역 가운데 하나다.
   
   지난 8월 29일,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발표한 ‘2018 철도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김천(구미)역 이용객은 231만명에 불과했다.(SRT 이용객 포함) 경부고속철 역 가운데 이용객이 가장 적은 신경주역(188만명) 다음으로 저조한 숫자다. 옛 경부선(재래선)상에 있는 인근의 김천역(197만명)보다 약간 많은 수준으로, 구미역(512만여명)에는 훨씬 못 미쳤다.
   
   김천(구미)역은 남부내륙철도 분기점이 같은 김천시 관내에 있는 옛 경부선상의 김천역으로 정해지면서 기존 수요마저 두 동강 날 판이다. 김천역은 새마을과 무궁화만 정차하는 역으로, 주변에서 이용객이 가장 적다. 남부내륙철도가 최초 거론될 당시는 경부고속철과의 연계를 고려해 김천(구미)역에서 분기해 진주, 거제로 향하는 노선이었다. 하지만 2016년부터 기존 경부선상에 있는 김천역에서 분기하기로 하면서 일이 꼬였다. 국토부 철도건설과의 한 관계자는 “예비타당성조사 때 김천으로 바뀌었다”며 “사업비 부담 때문에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김천을 지나는 경부고속선에서 옛 경부선상에 있는 김천역으로 이어지는 3.2㎞의 연결선을 만든 뒤 김천역에서 진주, 거제로 내려가게 한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남부내륙철도 분기역 변경에는 박근혜 정부 당시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낸 김천 지역 현역 의원인 송언석 의원(초선·자유한국당)이 상당한 힘을 쓴 것으로 알려진다. 송 의원은 올 초 남부내륙철도 분기역이 될 김천역 바로 앞에 4층 상가건물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 남부내륙철도 개통과 함께 KTX가 정차할 예정인 구미역.

   KTX 구미역 정차도 기정사실화
   
   이렇게 되면 인구 14만명에 불과한 김천시에 KTX가 정차하는 역이 2곳(김천역, 김천(구미)역)이나 생겨나 기존 김천(구미)역의 이용객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김천(구미)역의 최대 수요층인 구미를 오가는 승객들이 김천(구미)역을 외면할 가능성도 높다. 경부고속선이 김천역 인근에서 옛 경부선과 연결되면 구미를 오가는 승객들은 옛 경부선을 타고 구미역까지 곧장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 역시 남부내륙철도 연결선 개통 시 KTX 구미역 정차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실제 구미시는 구미역에 KTX를 정차시켜달라는 요구를 꾸준히 해왔다. 지난해 12월 이낙연 국무총리가 구미를 방문해 “KTX 구미역 정차를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발언에 김충섭 김천시장(무소속)은 기자회견을 열어 “KTX의 구미역 정차를 정치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정부에 대해 15만 김천시민과 함께 분노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KTX가 구미역에 정차하게 되면 전용철로에서 일반철로로 변경해 운행하는 것에 따른 운행시간 증가와 고속철도 효용성 저감으로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고 발끈했다.
   
   하지만 지난 1월, 남부내륙철도가 예타면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구미 지역의 정치권은 KTX 구미역 정차를 기정사실화하며 일제히 환영 입장을 냈다. 구미 지역구 의원인 자유한국당 소속의 백승주(초선·구미갑)·장석춘(초선·구미을) 의원은 “김천~거제 간 남부내륙철도 사업 때 경부고속선(김천보수기지)~경부선(김천역) 간 3.2㎞를 연결해 KTX 구미역 정차가 가능하게 됐다”며 “남부내륙철도 사업이 진행되면 자연스럽게 구미의 숙원사업인 KTX 구미역 정차가 이뤄진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이런 결정에는 김천역이 경부선과 경북선(김천~영주)이 만나는 철도분기점이고 향후 중부내륙선(이천 부발~문경)과도 이어져 경부선·중앙선에 이어 한반도 제3 종관(縱貫)철도를 만든다는 계획도 고려됐다. 하지만 이 방안은 국가 최상위 철도인 경부고속철과 환승이 안 되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일례로, 합천에서 남부내륙철도를 이용한 승객은 동대구나 신경주 방면으로 가기 위해 경부고속철로 바꿔 탈 수 없다. 경부고속철을 이용하려면 환승이 되는 대전역까지 가서 다시 동대구나 신경주 방면으로 내려가야 한다.
   
   국토부 철도건설과의 한 관계자는 “진주 등 남부지역에서 올라온 승객은 김천역에서 구미역으로 향하는 기존 경부선에 투입하는 KTX를 바꿔 타고 동대구 방면으로 가면 될 것”이란 입장이다. 결국 총사업비 20조원을 들인 ‘단군 이래 최대 역사’ 경부고속철과, 4조7000억원을 투입하는 남부내륙철도를 놓고도 여전히 구한말인 1905년 개통한 옛 경부선에 KTX를 투입할 수밖에 없는 최악의 방안인 셈이다. ‘경부고속선=여객전용, 경부선=화물전용’이란 경부고속철의 최초 도입 취지와도 어긋난다.
   
   
   노무현 유산, 김천혁신도시의 위기
   
남부내륙철도와 경부고속선의 자유로운 환승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제기되자, 여권 일각에서는 구미와 가까운 경북 칠곡군 북삼읍에 가칭 ‘북삼역(신구미역)’을 신설해 이곳을 남부내륙철도의 분기점 또는 환승역으로 삼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 형편이다. 북삼역 신설은 민주당 소속 장세용 구미시장의 선거공약이고, 민주당 TK(대구경북)특위 위원장으로 구미을 지역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현권 의원(초선·비례대표) 역시 북삼역 신설 및 환승을 주장하고 있다.
   
   경부고속선상에 북삼역(신구미역)을 만들어 이곳에서 남부내륙철도를 분기시키거나, 김천역에서 분기한 남부내륙철도를 북삼역까지 끌고 가 경부고속선과 환승시킨 뒤 다시 거제로 내려보내자는 구상이다. 인구 12만명으로 이 일대에서 가장 큰 군(郡)인 칠곡군 역시 자기 관내에 남부내륙철도를 유치할 욕심에 북삼역 분기 및 환승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남부내륙철도의 분기역이 김천역이 됐든, 북삼역이 됐든 김천(구미)역은 모든 논의에서 원천 배제돼 있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김천(구미)역은 오는 2020년 신경주역이 동해선 복선화와 함께 경주역(95만명)의 여객업무를 넘겨받고, 동해선·중앙선과 연결돼 환승역으로 탈바꿈하면 경부고속선상에서 이용객이 가장 적은 역이라는 오명을 달게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자연히 ‘김천(구미)역’은 이용객이 줄며 KTX 정차횟수마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고속철역이 ‘동네역’으로 전락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반면 국토부는 “김천(구미)역은 혁신도시 수요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김천(구미)역의 위기는 곧 김천혁신도시의 존립과도 이어진다. 한국도로공사·교통안전공단·한국전력기술 등 12개 공공기관들이 이전해온 김천혁신도시는 노무현 정부 때 지정한 내륙 혁신도시 중 가장 최초인 2007년 기공식을 했다. 당시 기공식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서 힘을 실었다. 2010년에는 김천(구미)역까지 들어서면서 전국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고속철 역사도 가지게 됐다. 김천(구미)역 건립에는 국비 1435억원을 포함해 총사업비로 1486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기존 철도와 상호 환승이 안 되는 김천(구미)역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김천혁신도시는 준공된 지 이미 10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미완성인 상태에 있다. 지난 9월 2일 이곳을 찾았을 때는 여전히 군데군데 노는 땅들이 많이 보였다. 김천(구미)역 앞 상가 곳곳은 공실로 남아 있었고, 공공기관 직원들이 떠나는 주말이면 유령도시로 변한다고 했다. 김천(구미)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백년 대계를 꿈꾸는 경북 김천혁신도시’라는 거대한 비석이 무색할 정도다. 소위 ‘김경수 KTX’가 불러온 김천(구미)역의 위기는 노무현의 유산인 김천혁신도시에도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대삼선’ vs ‘김삼선’ 어느 쪽이 빠를까?
   ‘김삼선’ KTX, ‘대삼선’ 고속도로 비해 경쟁력 약해
   
▲ 1966년 김삼선(김천~삼천포) 철도 기공식. photo 진주시

   남부내륙철도는 우리의 철도건설사에 비춰보면 노선 자체의 경쟁력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에서 진주를 최단 거리로 연결하겠다는 계획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있어왔다. 경부선과 호남선이 분기하는 대전에서 삼천포(지금의 사천)를 연결하는 총연장 212㎞의 ‘대삼선(線)’ 철도계획이 대표적이다. 대삼선은 1941년 노반공사에 착수해 1943년 공사를 끝냈지만 태평양전쟁 막바지인 1944년 물자부족 등으로 끝을 보지 못했다.
   
   박정희 정부 때는 ‘대삼선’ 계획을 경북 김천에서 삼천포로 연결하는 ‘김삼선’으로 바꿔 1966년에 박 대통령 주재하에 기공식까지 열었다. 당시 김삼선은 김천 출신으로 조선총독부 철도국과 광복 후 부산철도국 운수과장을 지낸 백남억 공화당 당의장과 진주 출신 구태회 공화당 의원(LG그룹 창업주 구인회의 동생)이 힘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김삼선’은 난공사에다 자금부족으로 2년 만에 포기하고 사업을 백지화했다.
   
   일제강점기 때 세운 ‘대삼선’ 계획은 비록 철도로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2001년 진주대전고속도로 개통으로 사실상 다시 살아났다. 가장 교통수요가 많은 서울에서 대전을 거쳐 진주를 연결하는 노선이다. 노래 제목으로도 나왔던 “진주라 천리길”이란 말이 사라진 것도 이 고속도로 완공과 함께다. 진주대전고속도로는 2005년 통영까지 연장되면서 ‘통영대전고속도로’로 이름을 바꿨고 향후 거제까지 추가 연장될 예정이다.
   
   서울까지 가장 직선에 가깝다는 점에서 ‘통영대전고속도로’는 김천을 우회하는 남부내륙철도에 비해 상당한 노선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KTX가 남부내륙철도를 타고 진주까지 들어오면 속도 면에서는 KTX가 우위를 보이겠지만, 김천을 비스듬히 우회하는 탓에 고속도로에 비해 경쟁력이 압도적이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호남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논산천안고속도로로 인해 충북 청주 오송역을 비스듬히 우회하는 호남고속철이 압도적 경쟁력을 점하지 못하는 것과 유사하다. 통영대전고속도로는 남부내륙철도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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