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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74호] 2019.09.09

그들만의 ‘조국’, 그들만의 리그

▲ 지난 9월 2일 오후 국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photo 연합
지난 9월 2일 3시30분 국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는 약 3시간 전인 12시경 기자들에게 통보됐다. 갑작스럽게 마련된 ‘기습 기자회견’이었다. 국무위원 후보자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것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었던 만큼, 간담회가 열리기 전부터 여론 전환을 위해 여권이 조 후보자에게 ‘특혜’를 주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여당의 전폭적인 화력 지원 또한 특혜 시비를 부추겼다.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자 재선의원인 홍익표 의원은 사회자로 나서 무려 11시간 동안 선 채로 간담회를 진행했다. 집권여당 수석대변인이 국무위원 후보자의 기자회견에 사회자로 나선 것 역시 희귀한 광경이었다. 이에 대한 언론의 지적이 이어지자 홍 대변인은 지난 9월 4일 직접 나서 “마치 의원과 후보자의 관계를 상하관계, 종속관계처럼 그렇게 비틀어서 기사를 쓰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것”이라고 반박했다.
   
   바른미래당은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를 국회에서 개최한 것을 두고 ‘김영란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조 후보자와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국회 내규에 따르면 국회 회의장 신청권자(국회의원 및 교섭단체 대표위원)가 타인을 위해 대리로 신청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는 그 자체로 편법 또는 특혜성 시비를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누려온 갖가지 특혜와 편법 때문에 장관 자격을 의심받는 조 후보자가, 장관이 되는 과정에서까지 특혜와 편법을 누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 후보자는 기자간담회 동안 여러 답변에서 “지난날 가진 자의 혜택을 받으며 살아온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는 말을 줄곧 반복했다.
   
   
   장관 되는 과정도 특혜와 편법 시비
   
   이날 오후 3시30분에 시작한 기자간담회는 다음 날 새벽 2시15분이 되어서야 끝났다. 11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조 후보자가 내놓은 답변은 크게 3가지로 나뉘었다. “몰랐다(최근에 알았다)” “딸 말고 나를 비난해 달라”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임무를 완수하겠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는 ‘최근에 들어서야 알았고 알았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명이 사실상 대부분이었다. 딸에 대한 취재를 자중해 달라는 발언을 할 때는 눈물을 흘렸다. 모든 비난과 책임은 본인이 지겠다고 했다. 다만 법무부 장관이 되어 할 수 있는 일은 끝까지 하겠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 기자간담회를 두고 지난 9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 후보자는 그의 흉측한 삶의 궤적 그대로, 반칙·편법·위선·날림으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며 비판했다.
   
   반면 청와대와 여권 지지층은 기자간담회가 ‘성공’에 가까웠다고 자평하는 모양새다.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9월 3일 “언론에서 제기했던 의혹들을 해소하지 못한 부분은 없다”며 청와대가 조 후보자 임명을 끝까지 강행할 뜻을 내비쳤다. 청와대와 여권은 여러 차례 그래왔듯 여론조사에 기대고 있다. 기자간담회 이후인 지난 9월 4일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조사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는 ‘반대 51.5%’ ‘찬성 46.1%’가 나왔다. 오차범위 이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9월 4일 국회에서 “여론조사 결과 임명 동의 여부가 1.5%포인트 차이로 좁혀서 조 후보자 임명에 대한 의견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이 여론조사는 당내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자간담회 실시 이전인 8월 27~29일 여론조사(한국갤럽)에서는 조 후보자 임명 반대가 57%, 찬성이 27%였다.
   
   기자간담회는 조 후보자에게 쏟아졌던 의혹들이 핵심 쟁점이었지만, 온라인상에서 그에 못지않게 주목받은 것은 한국 기자들의 질문 수준이었다. 소위 ‘친문’ 지지자들은 조 후보자에게 질문한 기자 한 명 한 명의 사진을 캡처해 여러 커뮤니티로 공유하며 조롱했다. 질문에 참여했던 한 기자에게는 문자와 소셜미디어로 욕설을 보내기도 했다. 기자간담회가 진행되던 9월 2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실시간 검색어 1위는 ‘한국기자질문수준’이었다.
   
   조 후보자가 맞고 있는 화살을 뽑아 그것을 날린 언론에 되돌려줘야겠다고 마음먹은 듯한 열성 지지자들은 연이어 ‘검색어 캠페인’을 벌였다. 9월 3일에는 ‘근조한국언론’을 검색어 상위권에 올렸다. 조 후보자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도 ‘검색어 화살’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근조한국언론’과 ‘보고있다정치검찰’ 키워드가 이날 계속해서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다퉜다. 친문 네티즌들은 9월 5일 언론과 검찰을 아예 한데 묶어 ‘언론검찰광기’를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렸다.
   
   
▲ 지난 8월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에서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photo 연합

   친문 지지자들의 ‘마실’
   
   검색어에서 드러나듯 열성 지지자들의 최근 ‘관심사’ 중 하나는 검찰, 그중에서도 윤석열 총장이다. 검찰은 지난 8월 27일부터 조 후보자 딸이 다니는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아내가 교수로 있는 동양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이어나가고 있다. 불과 50여일 전이던 7월 25일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며 “살아 있는 권력에도 똑같이 공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총장님”이란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 조 후보자와 관련한 검찰의 수사가 속도를 내자 윤 총장 사무실에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보낸 것으로 보이는 대량의 ‘엿’ 소포 상자까지 배달되고 있다. 친문 지지자들은 온라인상에서 이제 윤 총장을 향해 ‘검새’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기에 윤 총장을 지지했지만 ‘문 대통령’에게는 충성하기를 바란 까닭에 여권의 배신감이 더욱 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되기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국당 입장에서 대통령 문재인, 법무부 장관 조국, 검찰총장은 윤석열이라니 상상만 해도 죽고 싶을 것”이라는 말들이 친문 커뮤니티 등에 돌았다.
   
   친문 지지자들은 친정권 성향 커뮤니티와 대통령 팬카페, 트위터 등을 통해 온라인상의 ‘화력’을 모은다. 조 후보자와 관련된 새로운 의혹 또는 비판조의 기사가 포털 뉴스창에 올라오면 곧장 ‘좌표’를 공유한다. ‘좌표’란 해당 기사의 링크를 뜻한다. 조 후보자에 비판적인 기사와 댓글에 ‘싫어요’를 누르고, 우호적인 댓글을 달아 ‘좋아요’를 몰아준다. 이들은 이러한 일련의 행위를 ‘마실’이라고 표현한다. “네이버 마실 가요. ㅠㅠ 급해요. 일베충들 몰려왔어요” 하는 식이다. 이 ‘마실’은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24시간 이뤄진다.
   
   해당 기사에서 조 후보자에 대한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노력도 한다. 조 후보자 관련 의혹 기사에 “한국당 의원들 자녀들도 털어보자”는 댓글을 다는 식이다. 친문 지지자들 사이에서 조 후보자 사태를 두고 최근 자주 언급되는 것은 ‘논두렁 시계’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의혹 보도, 당시 검찰의 피의사실 유출 등을 거론하며 조 후보자가 ‘논두렁 시계 시즌2’를 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노 전 대통령을 언론으로부터 ‘지켜내지’ 못했다는 친문 지지자들의 부채의식이 10년이 지난 지금 문 대통령과 조 후보자에게 투영되고 있다는 것이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40%’ 권력의 확증편향
   
   한때 80%에 가까운 지지율을 보였던 문재인 정부지만, 대선 직후로 돌아가보면 당시 문 대통령은 ‘40-40 대통령’이었다. 40%대(41.1%)의 대선 득표율과 40%(128석)의 여당 의석수 때문이다. 득표율만 놓고 보면 당시 국민 10명 중 6명은 문 대통령을 뽑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필요할 것으로 여겨졌던 것이 ‘협치’ ‘통합’ ‘소통’ 등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문 대통령은 오히려 ‘일방통행’ ‘편 가르기’ ‘불통’의 통치 행태를 보여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협치, 통합, 소통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이 조 후보자 임명 강행으로 인해 절망감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조 후보자와 관련되어 나오는 모든 의혹들을 ‘가짜 뉴스’ 취급하고 실시간으로 ‘실검 전쟁’까지 벌이는 열성 지지자들의 ‘확증편향’ 또한 결국 중도층의 거부감을 사고 있다는 분석이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실검 전쟁을 통해 확증편향을 유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전략적으로 그 방법이 종종 먹힐 수 있다. 다만 어떤 현안이 터졌을 때 여론의 흐름은 크게 관심-매력-호감이라는 3단계로 진행되는데, 친문 지지자들의 실검 전쟁은 관심은 샀지만 매력으로 이어지지 않고 혐오로 가는 역효과만 내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조 후보자 임명 강행이 현 정권의 명운을 가르는 첫 번째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론에 대한 무시, 특정인에 대한 집착, 대통령 주변 참모들의 득세(비선실세) 중 하나라도 대중의 눈앞에 드러날 경우, ‘레임덕’이라는 변곡점으로 꼬꾸라지는 전철을 역대 정권 모두 유사하게 밟아왔다는 것이다.
   
   조 후보자는 기자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제가 후보자로 지명 받고 세운 기준은 오른쪽이나 왼쪽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입니다”라고 다짐했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양상으로는 조 후보자 임명 이후 한국 사회 민심이 양극단으로 더욱 갈라져 치닫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8월 28일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열린 조 후보자 사퇴 촛불집회에서 서울대 16학번 한 학생이 앞으로 나와 마이크를 잡았다. “조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는 요구는 우리가 보수화·우경화되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이념이 아닌 지성과 이상이 곧 우리의 무기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검찰 개혁을 위해 조 후보자라는 ‘상징’을 내세웠다면, 그 상징이 상징으로서 도덕성과 윤리에 흠결이 드러난 만큼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합니다. 정부 정책을 이행해나갈 만한 정권 내 전문가가 조 후보자 한 명뿐이라면 무능이고, 문제를 알면서도 임명을 강행한다면 기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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