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크로폴리스에서 열린 '조국 교수 STOP! 제3차 서울대인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9월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크로폴리스에서 열린 '조국 교수 STOP! 제3차 서울대인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photo 뉴시스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강행은 문재인 정권 ‘3년차 증후군’의 시작이 될까. ‘3년차 증후군’이란 정권의 명운을 갈랐던 이슈 대부분이 집권 3년차에 불거졌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집권 3년차는 대통령 임기 5년 중 절반이 지나는 시점이면서 ‘레임덕’이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박근혜 정권 3년차(2015년)에는 ‘십상시 문건 파동’, 이명박 정권 3년차(2010년)에는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 노무현 정권 3년차(2005년)에는 ‘행담도 게이트’와 부동산 시장 폭등이 있었다.

문 정권 3년차 역시 만만치 않게 시작한 것이 사실이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폭로(2018년 12월)와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2019년 1월)가 잇따라 터졌다. 하지만 이 사건들을 두고 ‘3년차 증후군’이라 하기에는 그 파장이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정권 핵심부를 뒤흔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집권 초기 80%를 넘나들던 지지율이 2019년 초 40~50%대로 주저앉았지만, 역대 다른 정권의 3년차에 비하면 ‘무난한 지지율’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조국 사태’는 인화성이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조국 장관 임명 반대 여론이 절반을 넘은 데서 보듯이 반발 여론이 광범위하게 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9일 오후 12시, 문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8월 9일 지명 이후 딱 한달 만의 일이었다. 그 한달 동안 조 장관 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사노맹 활동, 사모펀드, 웅동학원, 위장 이혼, 위장 거래, 위장 전입, 입시 특혜, 허위 스펙, 문서 위조, 증거인멸)들이 쏟아져 나왔다. 조 장관이 현 정권의 ‘상징적 인물’이라 여겨져 왔던 만큼 야권의 검증은 혹독했고 여권의 방어는 필사적이었다. 분노한 대학생들이 촛불을 들었지만 이 정권 지지자들은 그들을 향해 ‘한국당 세력’이라 불렀다.

여야가 사활을 건 듯한 ‘조국 대전’의 키는 결국 윤석열 검찰총장이 쥐게 됐다. 8월 27일 검찰의 압수수색 직후 청와대와 여권은 담담한 척했지만 마음 속 분노를 오래 참지는 못했다. 9월 5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직접 나서 조 후보자를 비호하며 검찰 수사를 비판했고, 국회에 나온 이낙연 총리는 검찰을 향해 “정치하겠다고 덤빈다”며 대놓고 경고했다. 9월 6일, 검찰은 조 후보자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기소했다.

결과적으로 조국 장관은 아내가 수사받는 와중에 법무장관직에 임명되었고, 법무장관직 수행 와중에 가족들이 검찰 조사 받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초유의 법무장관이 되었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는 ‘문재인 지지’와 ‘문재인 탄핵’이 오르내리며 맞서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 정도로 나라가 두 동강 난 적이 있었나”하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 장관 임명 강행이 문재인 정부 ‘레임덕’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무엇보다 특정인을 향한 대통령의 집착이 정권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과거의 사례 때문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 지지율에는 아직 큰 변화가 없다. 한국갤럽이 지난 9월 3일~9월 5일(조국 장관 임명 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도는 43%로 나타났다. 그 전주보다 1%포인트 떨어진 정도다.

청와대와 여권이 집권 3년차의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반대 여론이 높았던 조국 장관 임명을 밀어붙인 데에는 한국당의 ‘일조’가 한몫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리가 어떻게 해도 표가 한국당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여권 내부에 퍼져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한국당의 정당 지지율은 ‘조국 사태’ 속에서도 별다른 반등을 이루지 못하며 20%대에 머물렀다.

조국 장관 임명 강행으로 인해 당분간 정국은 ‘청와대 VS 검찰’ 구도로 흘러갈 전망이다. 정권의 상징적 인물을 향해 칼을 빼든 검찰이 그 칼을 어떻게 휘두를 지 주목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현 정권에 검찰의 칼이 예리하게 파고들 수 있을지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 청와대가 조국 장관에게 ‘검찰 개혁’이라는 칼도 쥐어줬기 때문이다.

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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