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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5호] 201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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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김정은 체제 붕괴 막는 5대 근로단체 최초 분석

▲ 북한의 집단체조 공연 ‘인민의 나라’. 집단체조 ‘아리랑’의 최신판이다. 10만여명이 동원된다. photo 연합
북한은 언제 붕괴할까. 1994년 김일성 사망 이래 계속 제기되어온 질문이다. 고난의 행군, 김정일 사망, 황장엽 등 고위인사 탈북 등 북한 정권이 고비에 처했을 때마다 전 세계 북한 연구자들이 제기한 이 질문은 이젠 약간 바뀌었다. ‘북한은 과연 붕괴할까.’
   
   최근 북·중 접경지대 등에서 북한 주민들을 접촉한 복수의 인사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북한 내부는 큰 흔들림이 없다. 대북 경제 제재도 큰 영향력은 없는 듯하다. 2005년 즈음부터 북한은 이미 15년 가까이 강도 높은 제재 속에서 살아왔다. 어떤 상황에서든 살아만 있다면 가혹한 환경에도 적응하는 셈이다. 북한 주민들은 제재 속에서 버티며 살아가는 데 이골이 났다고 봐야 한다.
   
   평양 출신의 소위 상류층 출신 탈북자들이 기자에게 공통적으로, 반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북한은 북한의 눈으로 봐야 한다.” 아사하면서도 수령과 노동당 만세를 부르고, 집에 불이 나면 뛰어들어가 김일성 3부자의 초상화를 꺼내오는 행동은 민주주의에서 살고 있는 이들의 시각으론 전혀 이해할 수 없다. 학문의 대상으로 봐도 마찬가지다. 주로 미국에서 연구된 정치·사회 이론의 틀로 북한을 분석해서는 제대로 된 예측으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얘기다.
   
   수백만 명이 아사하고 실질적인 무역 봉쇄 상태가 이어져도 체제가 강고한 이유는 뭘까. 두 가지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첫째, 정보 통제 때문이다. 바깥세상이 어떤지 북한 주민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집단 봉기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추측이다. 과연 그럴까. 탈북자들은 평양은 물론 다른 지역의 북한 주민들도 남한이나 다른 나라의 사정을 대략이라도 알고 있다고 얘기한다. ‘노트텔’ 같은 중국제 소형 전자기기로 한국 드라마를 보는 주민들도 많다. 가정용 태양열 발전기가 보급되면서 가정 단위의 전력 사정도 좋아졌다. 북한에 거주할 때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얘기하는 탈북자는 거의 없을 정도다. 또 북한을 탈출해 중국이나 한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로부터 정보가 추가로 흘러들어간다. 탈북자들이 중국 거주 브로커들을 통해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 전화통화를 하고 생활비를 보내는 건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정보 통제 때문에 북한 사회가 안정됐다고 보기는 힘들 듯하다.
   
   두 번째는 노동당의 강고한 조직 장악력 때문에 체제가 붕괴되지 않는다는 가설이다. 일단 평양에 한해 본다면 맞아떨어진다. 평양의 성인 인구를 대략 380만명으로 잡는다. 이 중 약 100만명이 노동당원이다. 당원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후보 당원 등을 고려하면 평양의 성인 인구 3명 중 1명은 노동당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평양의 거의 모든 가정이 노동당원의 가정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평양 이외의 지역이 평온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여기에 단서를 줄 수 있는 논문이 최근 발표됐다. ‘북한 5대 근로단체조직의 운영체계와 역할 분석’. 탈북자 정후남씨가 썼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북한의 5대 근로단체를 정밀 분석했다. 경기대 북한학과 석사 논문이다. 정씨는 함경남도 회령 출신으로 2009년 탈북했다. 북에선 농장원, 즉 농민이었다.
   
   
   김정은 시대 들어 단체대회 연이어 열려
   
   북한의 5대 근로조직은 다음의 단체들을 뜻한다. 조선소년단,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 조선직업총동맹, 조선민주여성동맹, 조선농업근로자동맹. 이 조직들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렇다. 북한 주민들은 만 7세, 즉 소학교 2학년이 되는 순간 이 5대 근로조직에 속하게 된다. 특권층으로 태어났다면 노동당원이 되어 근로조직에서 빠지겠지만 비특권계층 출신이고 특출한 재능이 없다면 근로조직 중 하나에 속해 평생을 살아간다. 북한의 인구 통계는 정확하지 않지만 대략 2400만명으로 추산한다. 이 중 절반 이상인 1530만명이 5대 근로단체 소속이다. 여기에 소속되지 않은 사람들은 노동당원 300만명과 만 6세까지의 어린이, 70세 이상의 노인, 정신질환 환자들뿐이다. 북한 정권이 5대 근로단체를 통해 주민들을 통제한다는 얘기다.
   
   주민들의 결속력은 다시 노동당의 안위로 이어진다. 김일성은 생전에 이런 말을 했다. “복숭아씨를 당이라고 하면 거기에 붙어 있는 살은 근로단체다. 복숭아가 잘 크고 맛있게 익어야 안에 있는 씨가 잘 보호되고 실속 있게 여무는 것처럼 근로단체들이 일을 잘해야 대중을 당의 주의에 튼튼히 묶어세울 수 있으며 당을 힘 있는 당으로 만들 수 있다.”
   
   흥미로운 건 김정은이 이 5대 조직의 활용도와 중요성을 정확히 포착했다는 점이다. 김정은은 집권 후 본격적으로 자신의 뜻을 펴기 시작하며 당대회와 근로단체대회들을 연이어 열었다. 당대회는 원래 4년마다 한 번씩 열려야 하지만 김정일 시대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근로단체대회도 마찬가지다.
   
   2016년 5월 6일 조선노동당 제7차대회를 열었다. 2016년 8월엔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제9차대회를 열었다. 이때 단체의 이름을 바꿨다. ‘사회주의’를 빼고 ‘김정일주의’를 넣었다.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이 됐다. 이 변화를 어떻게 봐야 할까. 김일성 집권기의 구호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위업의 완수를 위하여’였다. 김정일이 집권하며 ‘공산주의’라는 말을 뺐다. 조선말사전에서도 없앴다. 그의 아들 김정은은 ‘사회주의’를 뺀 것이다. 마르크스와 레닌을 사상적 족보에서 지워버렸다는 얘기다.
   
   2012년 발표한 노작에서도 김정은은 “조선노동당의 지도사상은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입니다”라고 말했다. 현 북한은 김일성-김정일주의 국가, 이른바 왕조국가다. 북한을 잘 아는 학자인 박한식 조지아대 명예교수도 유사한 분석을 했다. 박 교수는 1990년부터 북한을 50여차례 방문했다. 그는 북한을 김일성교를 믿는 ‘신정국가’로 본다. 실제로 북한에선 이렇게 선전한다. ‘부모가 준 육체적 생명에는 한도가 있지만 수령과 노동당이 준 정치적 생명은 영원히 죽지 않는다. 5대 근로단체조직도 수령이 준 정치적 생명이기에 영생불멸한다.’
   
   
▲ 2017년 6월 조선소년단 8차대회가 열렸다. 어린이들이 소년단의 상징인 붉은 스카프를 매고 있다. photo 연합

   월급 2% 회비, 소득 없어도 10원씩
   
   이 5대 근로단체들은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없다. 노동당 근로단체부의 지시에 따를 뿐이다. 종교단체를 떠올리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를테면 천주교를 생각해 보자. 모든 성당이 같은 교리를 배운다. 외딴섬에 있는 성당이라도 독자적인 교리를 펼 수 없다. 신자회도 마찬가지다. 주어진 교리를 공부할 뿐 독자적인 해석은 절대 불가하다. 실제로 김일성-김정일 우상화물엔 기독교의 교리가 상당부분 스며들어 있다고 탈북자들은 말한다. 처음 읽는 성경이 익숙하다고도 말한다.
   
   김정일이 사망해 김정은이 ‘최고 존엄’이 된 건 2011년이다. 당대회, 근로단체대회를 연이어 연 것은 2016년부터다. 약 5년간 김정은은 노동당과 군 장악에 힘을 쏟았고, 본궤도에 오른 후 외곽 조직 정비에 나선 걸로 읽힌다. 김정일의 선군정치에서 한층 더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근로단체에 소속되면 매주 주생활총화와 학습회, 강연회에 무조건 참가해야 한다. 주생활총화는 매주 한 번 조직생활, 사생활, 공중도덕 등에서 잘못한 걸 고백하고 반성하는 모임이다. 매달 월급의 2%를 회비로 낸다. 소득이 없는 이도 10원씩 매달 내야 한다.
   
   정후남씨의 논문을 바탕으로 5대 단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조선소년단이다. 만 7세부터 13세의 소년은 누구나 활동해야 하는 첫 기층 조직이다. 속한 아동 수는 약 400만명으로 추산된다. 1946년 발족했다.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싸운 항일아동단의 전통을 이어받은 아동조직이라고 북에선 선전한다.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의 직접 지도를 받는다. 상징은 붉은 스카프다. 외국 정상이 북한을 방문하면 붉은 스카프를 맨 소년이 공항에서 꽃다발을 건네는 장면이 흔히 연출된다. 실제 외국 정상 꽃다발 영접은 조선소년단의 주요 과제 중 하나다. ‘꼬마계획’이란 활동도 한다. 폐고철 등 재활용품을 모아 수매증과 돈을 조직에 바치는 행위다. 범죄를 저지르거나 소년교화소에 가면 소년단에서 쫓겨난다. 규율을 반복해 지키지 않을 경우에도 소년단 스카프를 회수했다가 다시 입단시킨다.
   
   입단할 때는 이런 선서를 해야 한다. ‘나는 자애로운 할아버지 김일성 대원수님께서 세워주시고 경애하는 아버지 김정일 대원수님께서 빛내여 주시는 영광스러운 조선소년단에 입단하면서 언제 어디서나 대원수님들과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의 가르치심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주체의 혁명 위업을 빛내여 나가는 사회주의 건설의 믿음직한 후비대로 억세게 자라날 것을 소년단 깃발 앞에 굳게 맹세합니다.’
   
   김정은은 어린이 교육을 꽤나 강조하는 모양새다. 2017년 북한은 무료의무교육제를 도입했다. 이른바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이다.
   
   둘째,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이하 청년동맹)이다. 1946년 발족했다. 14세부터 30세까지의 남녀라면 무조건 가입해야 한다. 청년동맹 활동을 해야 노동당 입당 자격을 얻는다. 500만명이 속해 있다. 노동당의 외곽 단체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조선공산주의청년동맹’의 후신단체라고 북한 정권은 선전한다.
   
   청년동맹 중앙위원회는 실질적으로 ‘작은 노동당’이다. 조직부, 선전선동부, 국제부, 간부부, 소년단사업부, 학생청년부, 총무부, 체육부, 노동청년부, 재정경리부, 사적자료부, 청소년 과외교양지도국 등의 부서를 갖췄다. 청년동맹에서 노동당 생활을 모의체험하는 셈이다.
   
   
   맨손으로 고속도로 건설한 청년돌격대
   
   청년돌격대 생활도 해야 한다. 집단생활을 하며 발전소 건설, 간석지 개간 등에 참여한다. 무상 착취다. 2009년 완공된 평양-남포고속도로는 3년 동안 청년돌격대원들이 건설했다. 도로건설용 운전기재 하나 없이 마대자루로 자재를 운반하고 곡괭이와 삽으로 건설했다고 한다. 청년동맹을 두고 북한에선 이렇게 말한다. “조선노동당이 불씨라면 청년동맹은 불길이고 당이 조국과 인민을 위해 사회주의 건설의 결사전으로 부르면 청년들은 앞장서서 당의 영도를 받들어나가고, 그 길에 삶의 영광이 있다. 육체적 생명은 죽어도 정치적 생명은 죽지 않고 당과 함께 영생한다.”
   
   매해 보름 이상 군사훈련을 받는다. 이때 실제 실탄 사격도 해본다. 매주 청년학습 시간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따라 배우기 혁명력사 학습’을 한다. 매주 강연회, 기술학습을 하는데 눈에 띄는 건 문답식으로 학습한다는 점이다. 두 팀으로 나눠 서로 논쟁을 하며 배우는 일종의 토론학습이다. 북한이 국제 협상장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는 데는 어릴 때부터 대중 앞에서 토론 대결을 하며 자란 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부위원장과 이하 말단 초급단체의 단체장은 선거로 선출한다. 여러 명이 출마해 그중 한 명을 뽑는 식이 아니다. 당 조직이 정한 한 사람을 놓고 무조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선거엔 무조건 참가해야 한다. 10대 시절부터 ‘북한식 민주선거’에 단련된다는 얘기다. 만약 반대표를 던지면 부모들이 ‘자녀교양부족’으로 처벌을 받는다. 당의 일심단결을 훼손하는 가족주의, 개인이기주의라는 종파주의를 처벌하기 위해서다.
   
   셋째, 조선직업총동맹(이하 직맹)이다. 노동자 조직이다. 노동자, 일반사무원들이 30세까지 노동당에 입당하지 못하면 이후 자동적으로 직맹 소속이 된다. 군인과 농민이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모두 직맹 소속이라 보면 된다. 300만명이 소속되어 있다. 북한판 새마을운동인 ‘천리마운동’ ‘만리마운동’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넷째, 조선민주여성동맹(이하 여맹) 이다. 1945년 11월 18일 북조선민주여성동맹으로 결성되었다가 1951년 1월 남한의 여성단체와 통합해 조선민주여성동맹으로 발족했다고 북한 정권은 선전한다. 김일성의 어머니 강반석과 김정은의 어머니 김정숙을 일종의 롤모델로 삼는다. 200만명가량의 여성이 소속되어 있는 걸로 추산된다. 노동당에 입당을 못 했고, 결혼해 직업이 없는 여성이라면 모두 여맹 소속이 된다. 여맹 소속이었다가 만약 출근을 하게 되면 바로 직맹 소속으로 옮겨진다. 한국의 아파트 부녀회 정도로 보면 안 된다. 엄연한 정치 조직이다. 김정은은 2016년 11월 17일에 열린 여맹 제6차대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성동맹은 일반적으로 여성들이 모여 윷놀이나 하고 웃음마당이나 펼치는 모임이 아니라 조직생활을 하며 조직에 철저히 의거하여 생활하는 사상교양사업의 거점인 정치적인 조직이다.”
   
   3월 8일은 북한의 국제부녀절이다. 이날 여성들은 쉴 수 있다. 북한에서 여성의 지위는 여전히 낮다. 좀 심하게 표현하면 조선시대가 그대로 이어져오고 있다고 보면 된다. 조선시대에 양반 계층의 부녀자가 천민 계층의 부녀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대우를 받았듯, 평양의 특권계층에선 여성 차별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반면 그 외의 지역에선 봉건 잔재가 상당히 남아 있다. 임신한 부인을 남편이 상습적으로 폭행해도 ‘배만 안 때리면 된다’며 별 문제를 삼지 않는 식이다.
   
   다섯째, 조선농업근로자동맹(이하 농근맹)이다. 이름 그대로 농민 조직이다. 1945년 전국농민조합총연맹으로 출발해 1951년 남로당 외곽 단체였던 전국농민조합총연맹과 통합했다고 북한 정권은 선전한다. 현재 130만명이 소속된 걸로 추산된다. 북한 표현에 따르면, 전쟁 직후 농업협동화 시절에는 농민들 사이에 개인주의가 많이 남아 있었다.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공산주의 구호 아래 일치단결하여 개인자산이 많든 적든 농업협동조합에 바치고 집단농사를 지어 일한 만큼 분배를 타먹어야 하는 사회주의 사상으로 개조하는 게 농근맹의 목표과제였다.
   
   이렇듯 북한 주민들은 전 생애 동안 소속 단체를 옮겨가며 집단생활을 한다. 10만명이 참여하는 집단 공연 ‘아리랑’이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 붕괴를 논하기 전에 근로단체를 들여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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