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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76호] 20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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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강원도청 유치전… 춘천 사수 VS 원주 이전

▲ 강원도 원주의 강원감영 선화당.
강원도 원주시 한복판에는 강원감영이 있다. 조선 왕조 500년간 강원도를 다스리던 관찰사(감사)가 머물던 곳으로, 관찰사 집무실인 선화당(宣化堂)을 비롯해 감영의 정문에 해당하는 포정루(布政樓) 등이 남아 있다. 도심 한복판에 고색창연한 기와집이 펼쳐져 있어 난개발이 일상화된 지방도시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을 만들어낸다. 지난해에는 옛 기록을 근거로 강원감영 복원사업을 마치고 선화당 뒤편에 관찰사가 외빈들과 함께 거닐던 후원을 복원하는 등 규모를 더욱 키웠다.
   
   강원감영을 품고 있는 원주는 강원도청 이전도 꿈꾸고 있다. 원주시의회가 춘천에 있는 강원도청의 원주 이전을 공론화하고 나서면서다. 원주시의회는 지난 9월 16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정희 시의원의 발의로 ‘강원도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균형 발전을 위한 도청 이전 건의안’을 채택했다. “도청사는 특정지역의 전유물이 아니므로 도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식의 공정하고 투명한 이전 절차가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사실상 도청의 원주 이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원주시의회, ‘도청 이전 건의안’
   
   원주가 강원도청 이전을 요구하는 나름의 역사적 근거도 있다. 서울과 남한강 물길로 연결되는 원주는 통일신라의 ‘5소경(小京)’ 중 하나인 ‘북원경(北原京)’이 있던 곳으로 줄곧 이 일대 행정중심이었다. 8도 체제가 형성된 조선시대 강원도 관찰사는 봄·가을·겨울에는 원주와 춘천, 여름에는 강릉과 삼척을 순회하면서 머물렀다. 조선 현종 때인 1665년부터 강원도 관찰사는 아예 원주에 터를 잡았다. 선화당을 비롯 총 57개동의 건물이 원주 강원감영 터에 들어선 것도 이때라고 한다.
   
   반면 강원도청이 춘천에 자리 잡은 것은 구(舊)한말 갑오개혁(1895) 이후부터다. 갑오개혁 때 전국의 행정구역을 ‘8도(道)’에서 ‘23부(府)’ 체제로 전면 개편하면서다. 23부 체제 개편 때 강원도는 각각 ‘춘천부’와 ‘강릉부’로 태백산맥을 기준으로 영서와 영동으로 쪼개졌고, 춘천 봉의산 자락에 있는 고종 임금의 별궁인 ‘춘천이궁(離宮)’ 자리에 춘천부청이 자리 잡았다. 당시 강원감영이 있었던 원주는 강원도가 해체되면서 ‘충주부’로 떨어져 나갔다.
   
   23부 체제를 시행한 지 불과 1년 만에 13도 체제로 환원하며 강원도가 되살아난 직후에도 강원감영은 춘천에 계속 남았다. 이는 일제강점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광복 후에는 한국전쟁 때 원주로 잠시 옮긴 것을 제외하면 춘천에 계속 머물렀다. 지금의 강원도청은 한국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춘천부청 터에 1957년 준공한 건물이다. 좌우대칭의 전형적인 근대식 관공서 건물로, 전면 기둥에 고대 그리스의 코린트양식이 가미되는 등 뒤편에 있는 봉의산과 어우러져 그 위세가 자못 당당하다.
   
   하지만 1957년에 지은 건물이라 내진설계가 제대로 안 돼 있는 등 노후하고 업무공간과 주차공간이 절대 부족했다. 이에 지난 수십 년간 본관(금강관) 바로 옆에 별관(태백관), 뒤편에 신관(설악관) 건물을 계속 증축, 확장하는 식으로 대응해왔다. 이마저 부족해 강원도는 현재 도청을 신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상태다. 이 과정에서 강원도청을 현 위치가 아닌 춘천역 옆 반환 미군기지인 ‘캠프 페이지’ 등지로 이전 신축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는데, 여기에 원주가 돌연 가세한 것이다.
   
   강원도청이 있어 강원도의 ‘수부(首府)도시’를 자처해온 춘천은 도청이 원주로 떠나면 도청을 신축하는 것만 못한 결과가 된다. 갑오개혁 이래 도청이 춘천을 떠난 것은 6·25전쟁 당시 인민군이 춘천을 일시 점령했을 때가 유일하다. 당시 강원도청은 임시수도 부산을 거쳐 원주에서 잠시 피란생활을 했다. 이런 역사를 내세워 춘천을 지역구로 하는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재선)은 같은 당 소속 춘천시의원들과 함께 지난 9월 19일 ‘강원도청 타 지역 이전 절대 불가’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 강원도 춘천의 강원도청 본관(금강관). photo 이동훈 기자

   김진태 의원, “최문순 지사 입장 밝혀라”
   
   김진태 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원주가 지금처럼 발전하고 있는 배경에는 2005년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동시 선정이 있었다”며 “춘천을 비롯한 도내 다른 지역민들의 눈물과 양보로 이루어진 것인데 도청까지 가져가겠다는 것은 과욕”이라고 했다. 여기에 더해 김진태 의원은 원주시의회의 ‘도청 이전 건의’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의 주도로 발의된 점을 겨냥해 민주당 소속 최문순 강원지사의 입장과 민주당의 당론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재수 춘천시장과 원창묵 원주시장도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도청 위치를 둘러싼 갈등은 내년 총선과 맞물려 춘천과 원주 간 소지역 갈등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춘천과 원주는 전통의 라이벌이다. 1995년까지만 해도 춘천과 원주 인구가 23만명으로 같았으나, 지금은 원주 인구가 34만명으로 춘천(28만명)을 추월한 상태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광주~원주 고속도로’ ‘강릉선 KTX’가 모두 원주를 지나면서 수도권과 왕래도 편해졌다. 내년 중앙선 복선전철사업(원주~제천)이 완료되면 청량리~원주 거리가 37분으로 단축되면서 사실상 수도권에 편입된다.
   
   원주에 비해 시세가 상대적으로 위축된 춘천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강원도청만은 사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강원도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춘천이 지리적으로 중심이고, 남북통일 후에 북측에 남아 있는 강원도 일부 지역의 편입까지 고려하면 춘천만 한 곳이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분단 직후 철원에 우리의 도청에 해당하는 도 인민위원회를 두었으나, 1946년부터 함경남도에 속해 있던 원산을 강원도에 편입시켜 현재 원산에 강원도 인민위원회를 두고 있다.
   
   춘천과 원주의 도청 다툼에 입장이 난처해진 것은 강원도다. 강원도 측은 일단 도청을 신축해도 “춘천 밖으로 이전은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최문순 강원지사의 고향이 춘천이란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강릉이 본관인 최문순 강원지사는 춘천에서 태어나 춘천에서 초·중·고, 대학(강원대)까지 마쳤다. 강원도의 한 관계자는 “도청 소재지 변경은 사실상 불가하다”며 “내년에 도청 신축 타당성 조사를 통해 현 위치에 신축을 할지 이전 신축을 할지부터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도청이 있는 곳이 ‘조선이궁’ 터라, 현 위치에 도청을 신축할 경우 문화재가 대거 쏟아져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강원도청 바로 옆에는 춘천이궁의 유적인 ‘조양루(朝陽樓)’와 ‘위봉문(威鳳門)’이 남아 있다. 도청 바로 위에 있는 춘천세종호텔의 경우 일제강점기 때 ‘강원신사(神社)’, 광복 후에는 미군 공보원이 있었던 곳이라 이것저것 고려할 사항도 적지 않다. 강원도의 한 관계자는 “관련 절차가 복잡해 오는 2024년께나 돼야 공사발주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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