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이 6개월 남짓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계개편을 위한 물밑작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반문(反文) 연대를 기치로 내건 보수 정치권에서의 재편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는 모양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바른미래당의 창당 주역이자 지난 대선에서 20%가 넘는 지지를 받았던 안철수 전 의원의 거취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일각에서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안 전 의원의 정계 복귀 여부를 타진해왔으나 그는 정치권과 거리를 둔 채 몇몇 측근들과만 소통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심화되고 있는 바른미래당의 분열과 현 정권의 지지율 하락이 안 전 의원 정계 복귀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안 전 의원은 지난 9월 30일 자신의 신간(‘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 발표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안 전 의원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지난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에서 연거푸 3위를 한 그의 효용가치가 더 이상 없다는 이른바 ‘비관론’이 우선적으로 존재한다. 반면 20%가 넘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았고, 국민의당을 창당해 38명에 달하는 의원을 데리고 양당체제를 다당제로 바꿔놓은 저력은 여전히 있다는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안 전 의원을 바라보는 정치평론가들의 전망은 어떨까? 주간조선은 국내 정치전문가 7명의 분석을 들어봤다.

일단 안 전 의원이 올해 안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모든 전문가들이 대체로 동의했다. 김병민 경희대 객원교수는 “안 전 의원이 차기 대권에 뜻이 있다면 이번 총선 전에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며 “총선에서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면 다음 대선에서 기회를 가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설사 아직까지 안 전 의원이 복귀할 생각이 없더라도 야권이 복귀하게끔 만들어야 한다”며 “단순히 누가 나오냐 안 나오냐 문제를 넘어서 총선에서 ‘야권의 판’을 키운다는 생각으로 안 전 의원을 끌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열망 과거에 비해 크지 않다”

전문가들은 안 전 의원이 ‘언제 복귀하느냐’보다 더 큰 과제는 ‘복귀해서 뭘 할 수 있는지’라고 평가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안 전 의원이 과거 새정치민주연합의 친문패권에 반발하며 탈당하고 ‘광야에 나서는 심정’이라며 국민의당을 창당하지 않았나. 어떠한 형태의 ‘패권정치’에도 몸담지 않겠다는 건 안 전 의원의 진심”이라며 “최근 많은 사람들이 친문패권에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에 안 전 의원이 가지고 있는 ‘제3지대’라는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미 창당도 한 번 했고, 대선 출마도 했고, 서울시장 선거까지 나갔던 상황에서 안 전 의원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과거에 비해 그리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치러진다면 안 전 의원 입장에서는 ‘승산이 있다’는 계산을 할 수 있겠지만, 현재 이 정권에 실망하는 국민들이 점점 늘어가는 현실 속에서 ‘안철수는 뭐하고 있었냐’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지금 국민들 중에 안 전 의원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정말 안철수가 희망이고 대안이라면 돌아오라고 부르짖는 목소리가 이 정도는 아닐 것”이라며 “정치가 잘 안 풀린다 싶으면 잠행하고 외국 나가는 행태로는 안 된다. 국민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해야 진정한 지도자”라고 비판했다.

지난 9월 30일 안철수 전 의원은 독일에서 마라톤을 통해 느낀 점들을 쓴 책을 출간했다.
지난 9월 30일 안철수 전 의원은 독일에서 마라톤을 통해 느낀 점들을 쓴 책을 출간했다.

“가치 앞세워 새 인물 끌어모아야”

안 전 의원이 정계 복귀 후 보여줄 수 있는 행보가 ‘유승민+안철수’ 정도라면 파괴력이 반감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유승민 의원과 안철수의 결합이라는 정치실험은 이미 한 번 실패한 일”이라며 “중도보수층을 끌어안을 수 있는 길로 가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기존 정치권 바깥에 새로운 빅텐트를 친다는 각오로 가치를 앞세워 개혁적 성향의 인물을 끌어와야 한다”며 “홍정욱 전 헤럴드경제 회장 또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범보수연대’ ‘반문연대’에 안 전 의원이 동참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다양한 전망이 나왔다. 윤태곤 더모아정치분석실장은 “안 전 의원이 반문연대에 동참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제3세력을 지지하는 무당층을 먼저 공략해야지, 굳이 한국당과 손을 잡을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황교안 대표가 체질을 조금 바꿨다고 하지만 한국당은 기본적으로 ‘박근혜 정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거대 양당 체제를 뛰어넘어 보고자 나온 안 전 의원이 한국당에 동참할 리는 없다”고 전망했다. 반면 신율 교수는 “범여권이라는 희한한 현상이 존재하듯 ‘범야권’도 있어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야권이 서로 협조관계에 있어야 할 필요는 있다”고 진단했다.

당장은 각자의 정치적 지향점보다 대여(對與) 투쟁이라는 명분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김병민 교수는 “안 전 의원과 가깝다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의 경우 한국당 연찬회에서 강연도 했다”며 “큰 틀에서 안 전 의원 역시 한국당과 손을 잡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범보수통합이라는 큰 덩어리에 몸을 던져 힘을 싣는 형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안 전 대표의 복귀 자체가 현 여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에 대체적으로 동의했다. 의견을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현재 여권은 제1야당인 한국당을 오히려 ‘방파제’로 생각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조국 사태’에서 드러나듯, ‘우리가 어떻게 해도 한국당에는 표가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중도층, 무당파의 여론이 ‘중도’를 지향하는 안 전 의원에게 지지를 보낼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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