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의 주요 변수 중 하나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소를 꼽는다. 박 전 대통령이 형 집행정지 후 출소해 정치행위를 재개할 경우 보수통합 등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 일각의 시선이다. 그렇다면 대통령 탄핵 여론을 주도했던 수도권 유권자들은 박 전 대통령의 출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일단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 집행정지 및 석방’에 대해 ‘반대하는’ 응답자(63.2%)가 ‘찬성하는’ 응답자(33.1%)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아직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도권 민심이 싸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형 집행을 정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았다. 20대(19세 포함)의 경우 형 집행정지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7.5%에 불과했지만 60대 이상에서는 63.4%나 됐다. 30대는 찬성 비율이 14.7%, 40대는 24.4%, 50대는 45.5% 등이었다.

정치성향별로 보면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68.8%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형 집행정지 및 석방에 찬성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13.2%), 정의당(12.1%) 등에서는 찬성 여론이 극히 낮았다. 자유한국당과 박 전 대통령 탄핵 인정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바른미래당 지지층에서는 형 집행정지 찬성(37.3%)보다 반대(62.7%) 여론이 훨씬 더 높았다. 이념성향별로 보면 박 전 대통령 형 집행정지에 대한 찬성 여론은 보수층(55.2%), 중도층(30.5%), 진보층(12.4%) 순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형 집행정지 및 석방 시 내년 총선에 얼마나 영향이 있을지’를 묻는 질문에는 과반이 넘는 54.2%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16.8%는 ‘매우 영향이 있을 것이다’라고 답했고, ‘다소 영향이 있을 것이다’라고 답한 사람은 37.4%였다. ‘전혀 영향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19.5%에 불과했다.

‘총선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대답은 지지 정당 여부를 떠나 다 높았다.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는 영향이 ‘있을 것’, ‘없을 것’이라는 답이 각각 57.2%, 35.1%였지만,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이 수치가 51.9%, 43.2%로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답이 더 높았다. 이른바 ‘보수 분열’을 노리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공화당 지지층에서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답이 90%나 됐다.

현재 우리공화당의 경우 박 전 대통령 석방을 기점으로 지지율 반등을 꾀한다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반면, 자유한국당은 또다시 ‘탄핵심판론’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내년 총선을 ‘정권 심판’ 구도로 이끌어가고 싶은 한국당 입장에서는 박 전 대통령 석방이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큰 반면 여권 내에서는 올 연말 박 전 대통령 출소 카드를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질 수도 있다.

조사 어떻게 했나

주간조선은 창간 51주년을 맞아 여론조사 전문기관 ‘메트릭스코퍼레이션’에 의뢰해 내년 4월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서울·인천·경기) 민심을 들어봤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인 지난 10월 16~17일 수도권 거주 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80%)와 집전화(20%) 임의전화걸기(RDD)를 활용해 전화면접원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은 2019년 9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로 비례할당 추출했다(셀가중).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 응답률은 11.2%다.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곽승한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