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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0호] 201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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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박찬주의 총선 출사표 “軍다운 軍을 위해서”

▲ “군생활 40년은 보람과 감사의 연속이었다.” 4성 장군 군생활의 마지막을 헌병대 지하 영창에서 보냈지만 그는 여전히 군을 사랑한다고 강조했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박찬주(61) 전 육군대장이 내년 4월 총선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지난 10월 22일 충남 계룡에서 만난 박 전 대장은 “오랜 고민 끝에 최근 결심을 굳혔다. 나라가 이렇게 가는 것을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뭐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결심을 세운 이상 겁먹거나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장군이 출마를 결심하기까지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설득이 주효했다고 한다. 박 전 대장이 황 대표를 만난 건 지난 5월 말. 전국을 순회하며 장외 투쟁을 이어가던 황 대표가 직접 박 전 대장에게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와 대전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당시 황 대표는 박 전 대장에게 “힘을 보태달라”는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이후 박 전 대장은 한국당의 인재영입 대상으로 꾸준히 거론되어왔다. 한국당 측에서도 수개월에 걸쳐 박 전 대장 설득 작업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대장은 “4성 장군까지 해본 내가 무슨 더 큰 욕심이 있어서 정치를 하겠나. 다만 우리 군(軍)이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며 “군대다운 군대를 만들기 위해 정치에서 내 역할을 찾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장은 현재 부인과 함께 충남 계룡에서 살고 있지만 그의 고향은 충남 천안이다. 천안에서 태어나 초·중·고교를 모두 천안에서 다녔다. 그가 거주하는 계룡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군사도시’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어서 그동안 계룡 출마를 권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박 전 대장은 전했다. 현재 계룡(논산계룡금산 지역구)의 현역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다.
   
   하지만 그가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지역구는 고향인 충남 천안을이다. 재선에 성공한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의 지역구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박 의원이 당내 경선에서도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당에서는 이 지역에서 박 전 대장을 비롯해 신진영 당협위원장, 김원필 충남도부위원장 등이 출마할 것으로 거론되어왔다. 한편 충남 천안갑에서는 이완구 전 총리가 한국당 후보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충청 지역에서는 박 전 대장의 21대 총선 출마 가능성이 물밑에서 꾸준히 거론되어왔다. 그때마다 박 전 대장은 “아직 고심 중에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장이 비례대표를 받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박 전 대장은 기자와 만나 “꽃길을 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싸워야 할 때는 싸울 것”이라며 의지를 피력했다.
   
   박 전 대장에게는 한국당뿐만 아니라 여러 야당에서도 러브콜을 보냈다고 한다. 박 전 대장이 현 정권의 ‘적폐청산’과 ‘육사 누르기’의 대표적 피해자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현 정권 출범 이후 국정과제 1호로 꼽힌 ‘적폐청산’을 향해서는 무리한 수사와 여론 재판이라는 비판이 많았는데 그가 이의 대명사처럼 돼버렸다.
   
   
▲ 지난 5월 2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은 박 전 대장은 먼저 세상을 떠난 이재수 장군의 묘역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꽃길 걸을 생각 없다”
   
   2017년 7월 말 박 전 대장 부부가 공관병으로 근무하는 병사들을 비인격적으로 대했다는 이른바 ‘갑질’ 폭로가 나왔고,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까지 ‘군 내 갑질문화를 뿌리 뽑아야 한다’며 호응한 후 그는 큰 고초를 치렀다. 군 검찰은 애초 논란이 된 ‘갑질’이 아닌 뇌물수수 혐의로 군 영창에 수감돼 있던 박 전 대장을 2017년 10월 기소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갑질’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는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박 전 대장은 민간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겠다며 전역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도 않았다. 일각에서는 ‘현역 4성 장군이 포승줄에 묶인 모습을 연출하기 위한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박 전 대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헌병대 지하 영창에 수감 중이던 시기에 포승줄에 묶여 군 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헌병이 내 양팔을 붙잡고 범죄자 압송하듯 끌고 갔는데, 주변에서 나를 바라보던 병사들의 눈빛이 지워지지 않는다”고 회상했다. 박 전 대장은 지난 4월 말 뇌물수수 사건과 관련한 2심 재판에서도 무죄를 받았다. 박 전 대장은 최근 본인의 재판과 관련해 대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그가 제2작전 사령관에서 물러난 2017년 8월 9일자로 민간인 신분이 되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박 전 대장은 군 검찰이 민간인을 구속하고 군사법원에 기소한 것이 헌법 27조와 충돌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고 한다.
   
   박 전 대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친동생 박지만씨의 육사 동기(37기)이면서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이른바 ‘독사파’ 직속 후배로 알려진 인물이다. 육사에서 독일로 유학을 다녀온 군인들끼리 ‘독사파’라는 자기들만의 사조직을 결성했다는 소문이 군 안팎에서 돌기도 했다. 박 전 대장은 군생활 중 총 8년을 독일에서 근무했다. 김 전 실장은 ‘독사파’의 존재를 부인했지만, 박 전 대장이 그가 아끼던 후배였다는 사실만으로 이 정권의 ‘적폐’로 찍혔다는 말들이 많았다.
   
   “나만큼 국가의 혜택을 많이 받은 군인이 있을까 싶다. 흔히 군 내부에서 나는 독일통으로 분류되는데, 군생활 동안 독일에서 4차례 군사교육을 받을 기회를 가진 덕분이다. 독일군의 어느 장성은 공식석상에서 나를 두고 ‘독일군보다 독일군을 더 잘 아는 한국군 장교’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가 현 정권 출범 이후 군 내 ‘적폐’로 찍힌 배경에는 사드(THAAD) 배치의 총책임자였기 때문이라는 말도 군 안팎에서 나왔다.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 제2작전사령관을 맡아 사드 배치를 진두지휘했었다.
   
   
   현 정권이 ‘적폐’로 찍은 인물의 도전
   
   앞서 그의 육사 동기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은 세월호 기무사 사찰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다가 지난해 12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군 인사(人事)의 대부’로 잘 알려진 이 전 사령관의 장례식장에 현역 군인들이 조문을 오지 않았고, 조화를 보내온 군 장성조차 없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현역 군인들이 정권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박 전 대장은 “적폐청산이 조직적인 국가권력의 남용임을 알려야 한다. 나 또한 절망의 강을 이미 한 번 건너온 사람이다. 나의 동기 이재수 장군의 몫까지 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 내 대표적 ‘전략통’으로 꼽혔던 4성 장군 출신의 야권 입성은 현 정권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현 정권은 ‘조국 사태’와 경제 실정, ‘짝사랑’ 평가를 듣는 대북정책의 난조 등이 이어지면서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30%대까지 하락했다. ‘레임덕’이 머지않았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국방부는 각종 사안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나서 ‘북한 대변인’이라는 비판까지 듣는 상황이다.
   
   박 전 대장은 총선 출사표를 밝히면서 무엇보다 현 정권의 ‘무장해제’를 염려했다. “대통령으로서 외교적인 제스처와 군 통수권자로서의 태도는 분리되어야 한다. 북한과의 평화적 외교를 추진하면서도 군을 강력하게 훈련시키는 것에는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의 지위를 스스로 포기한 것 아닌지 의심이 들 때가 많다.”
   
   그는 여전히 군인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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