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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81호] 2019.11.04

사면초가 이해찬

▲ 지난 10월 30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회의실에서 이해찬 대표가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여당 일 못하고 정부 보좌도 못하고 막말만 일삼고 징계하라고 하면 안 하고 외국은 그네(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쏘다니고 중요한 시기에 잠수 타는 당 대표 해임안을 상정합니다. 당원이 투표했으니 당원 손으로 잘라야 할 권리도 있지 않겠습니까?”
   
   지난 10월 24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홈페이지의 당원게시판에 올라온 ‘이해찬 해임안 상정’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자신을 ‘강원도 청년당원 오모씨’라고 밝힌 이가 쓴 이 글에는 약 일주일 동안 1004개의 추천, 1475개의 댓글이 달렸다. 최근 두 달 내 게시판에 올라온 글 중 추천수와 댓글수가 가장 많다. 이 글에 추천이나 댓글을 달려면 당원 인증을 해야 한다.
   
   이 글을 쓴 사람이 진짜 강원도에 사는 민주당 당원일까. 민주당 강원도당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작성자가 실제로 당원으로 가입했는지 여부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면서도 “중앙당이 관리하는 홈페이지라 도당에서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글을 쓰고 추천한 이들은 스스로를 ‘문파’로 칭하는 강성 친문 당원들로 보인다. 기자가 ‘이해찬 해임안 상정’ 글에 소개된 단톡방에 들어가자 안내방에 네이버 밴드 모임이 떴다. 이 밴드 모임에 가입을 시도하자 ‘더불어민주당순수문파권리당원’이라는 이름으로부터 초대장이 날아왔다. 이들은 스스로를 “본 밴드는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중 문프(문재인 대통령), 조국 지지자모임이자, 더불어민주당의 비공식밴드”라고 밝혔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이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당원 게시판에서 친문 강성 지지자들의 사퇴 요구가 이어지는 데다 인지도가 있는 초선 의원들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비문 중진들도 불만을 드러내는 등 사방에서 공격을 당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찬 대표는 사퇴 요구를 일축하면서 내년 총선을 자신의 주도로 치르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대표를 필두로 한 민주당 지도부가 비판에 직면한 결정적 계기는 ‘조국 사태’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상식선의 비판이 당내에서도 들끓었지만 이를 묵살하고 조 전 장관을 옹호한 것이 더 큰 비판을 불렀다.
   
   하지만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조 전 장관 사퇴 이후에도 ‘구렁이 담 넘듯’ 아무 입장 표명 없이 ‘조국 정국’에서 빠져나가려 했다. 급기야 이철희·표창원 두 초선의원이 “차기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며 공식적으로 지도부에 문제제기를 하고 난 뒤에야 입장 표명에 나섰다. 결국 조 전 장관이 사퇴한 지 보름 이상이 지난 10월 30일 이해찬 대표는 국회 본관 더불어민주당 대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개혁이라는 대의에 집중하다 보니 청년들이 느꼈을 불공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헤아리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를 앞둔 오전 국회에서는 민주당 의원총회도 열리기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일주일 뒤로 미뤄졌다. 이와 관련해 한 기자가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져 의원총회를 미룬 것 아니냐”고 묻자 이해찬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이 소천하셨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의총을 미뤘다”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이날 사과를 표명하면서도 “인적 쇄신은 없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당원 게시판의 사퇴 요구에 대해서도 “게시판에 사퇴를 외치는 당원들이 2000명 정도인 것으로 파악하는데 우리 권리당원은 70만명이 넘는다”며 일축했다.
   
   사실 ‘조국 사태’를 거쳐오면서 이해찬 대표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지도부는 유달리 ‘단일대오 유지’를 외쳐왔다. 내년 총선 공천권을 쥔 이해찬 대표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단일대오 유지’를 강조하면서 조국 사태 와중에 은근히 소속 의원들 ‘군기’를 잡아왔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 초기 반(反)노무현 의원들이 대거 탈당하면서 당이 쪼개진 ‘아픈 기억’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어쨌든 민주당 의원들은 두 달이 넘는 ‘조국 정국’ 기간 동안 공개적인 언론 인터뷰에 좀처럼 나서지 않았고, 혹 인터뷰를 하더라도 익명 뒤에 숨는 경우가 많았다. 그 기간이 ‘지옥 같았다’고 표현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장관직에서 물러나고,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구속되면서 잠재돼 있던 당내 갈등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15일 비례대표인 이철희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고, 며칠 뒤 표창원 의원(용인시정) 역시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철희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한 뒤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해찬 대표와 당 지도부를 공개 비판했다.
   
   두 ‘스타급’ 초선의원들이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비문 중진들도 이해찬 지도부 리더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 10월 16일 3선의 정성호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국은 갔다. 후안무치한 인간들뿐이니 뭐가 달라지겠는가”라며 “책임을 통감하는 자가 단 일 명도 없다. 이게 우리 수준”이라고 했다. 386세대 대표주자로 꼽히는 송영길 의원은 이해찬 대표를 비방하는 지인이 보낸 메시지가 자신의 휴대전화에 담긴 장면이 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송영길 의원실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그런 취지가 아닌데 언론에 그렇게(이 대표에 반발하는 모양새로) 비쳐서 최근 언론 인터뷰를 삼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내부 파열음 단속 나서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는 여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당의 ‘조국 사수’ 입장이 이해찬 대표의 책임만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당시 ‘조국 사수’가 의원들의 다수 의견이었는데 이제 와서 지도부 책임으로만 돌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백혜련 의원은 지난 10월 30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조국 정국의 문제가 누구 개인의 책임으로 치부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이해찬 책임론에 대해 선을 그었다.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는 전화통화에서 “12월 초에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 신설 등 중요 개혁과제가 있고 총선을 앞둔 만큼 이 대표 사퇴 의견이 다수의 의원들이나 당원들 사이에서 나오지는 않는 것으로 안다”며 “당원게시판에 오가는 성토는 지난 당 대표 선거와 경기지사 선거의 후유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에 불출마 선언을 한 이철희 의원과 표창원 의원은 모두 ‘친문’계로 분류된다. 이 의원은 민주연구원 부원장직을 맡고 있고, 표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를 하던 시절 ‘1호’로 영입된 외부 전문가 출신이다. 실제로 조 전 장관이 사퇴하기 전까지는 두 의원 모두 조 전 장관을 적극 방어하기도 했다. 이들이 당 지도부를 비판하면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진짜 이해찬 대표 체제를 흔들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오히려 민주당 내부에서는 총선을 앞둔 내부 파열음을 잠재우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최근 경기도 수원 모처의 식당에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모습이 공개돼 화제가 된 것도 역시 다가올 총선에서 친문-비문 간 ‘원팀’을 강조하고 당내 갈등을 조기에 봉합하려는 노력으로 읽힌다. 양 원장과 김 지사는 대표적인 ‘친문’ 인사고, 이 지사는 대표적인 ‘비문’ 인사로 꼽힌다.
   
   민주당은 현재 윤호중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총선기획단을 설치하면서 본격적인 총선 체제로 들어선 상황이다. 차기 총선의 관건이 될 인재영입위원회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백원우 부원장이 실무를 맡아 청년 대표자 등 다양한 인사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재영입위 위원장은 이해찬 대표가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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