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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1호] 201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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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공수처 모델 중국 국가감찰위는 어떤 곳?

▲ 지난해 3월 국가감찰위원회 현판식에 참석한 자오러지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 서기(왼쪽)와 양샤오두 국가감찰위원회 주임(오른쪽). photo 바이두
지난해 12월,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으로 한 명의 범죄자가 송환됐다. 올해 나이 62세인 야오진치(姚錦旗)란 인물로, 저장성 일개 현의 부(副)현장으로 있으면서 무려 5200만위안(약 85억원)의 막대한 뇌물을 받고 2005년 해외로 도주한 인물이었다. 이후 13년간 6개국을 떠돌며 해외에서 도피생활을 하다가 불가리아에서 영주권까지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새로 출범한 중국의 고위공직자 대상 반부패 감찰조직인 국가감찰위원회에 덜미가 잡혔다. 이 조직 출범 이후 해외도피 공직자 체포를 역점 추진하면서 법망에 걸려든 것이다.
   
   중국의 고위공직자 대상 반부패 감찰조직인 국가감찰위원회의 위력은 막강하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국가감찰위가 출범한 지난해 3월 이래 조사한 각종 비리사항은 모두 63만8000여건으로, 이 중 62만1000명이 각종 처분을 받았다. 기율위반을 인정해 자수한 사람만 무려 2만7000명이다. 중국 공직사회가 국가감찰위원회로 인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최고인민검찰원 에이스 102명 차출
   
   국가감찰위원회는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설립을 추진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모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한국의 검찰에 해당하는 중국의 인민검찰원과 별도로 존재하는 감찰기구이기 때문이다.
   
   국가감찰위원회는 지난해 출범 당시 최고인민검찰원(대검찰청에 해당)의 반탐(反貪)총국 에이스요원 102명을 차출해 만들었다. 인민검찰원이 중국에서 ‘파리’로 통칭되는 잡범들을 잡아넣는다면, 국가감찰위원회에 걸려드는 사람들은 모두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인사들이다.
   
   국가감찰위 홈페이지에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사항이 줄줄이 나온다. ‘피의자 인권보호’ 같은 원칙은 온데간데없고, 단지 감찰위의 조사대상에 올랐을 뿐인데 대상자의 이름과 직위가 모두 나온다. 중국화전그룹 부서기,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정협 주석, 하이난성 하이커우시 서기, 창춘시 공안국 국장 등이 올라 있다.
   
   조사 결과 처분을 받은 공직자의 비리사항도 구체적으로 적시된다. 중국남방전력 당위원회 서기 겸 회장(동사장)은 프라이빗클럽 출입, 관용차 부당사용, 뇌물수수 등이 드러나 당적은 유지하되 2년간 관찰 처분을 받았다. 국유상업은행인 중국공상은행의 충칭시 부행장 역시 규정에 어긋나는 선물과 접대를 받고 관용차를 무단사용하고 불법적으로 영리활동에 종사했다는 이유로 당적 박탈 처분을 받았다.
   
   
   당원에서 비당원으로 감찰대상 확대
   
   수십, 수백억원대 비리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중국 공직사회에서 국가감찰위의 순기능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크게는 일당 독재체제인 중국공산당, 작게는 시진핑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안정적 통치를 위해 걸림돌을 사전제거하는 도구로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국가감찰위의 감찰대상 자체가 중국공산당 기율검사위원회(기검위)의 감찰대상을 공산당원에서 비(非)당원으로까지 확대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 기검위와 국가감찰위의 인적 구성 등을 비교해보면 대부분 겹치는 쌍둥이 조직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중국공산당 기검위와 국가감찰위원회는 베이징 시청구(西城區) 핑안리시다졔 41호에 있는 동일한 청사를 사용한다. 기관의 홈페이지 역시 공동 사용한다.
   
   현재 당 기검위를 지휘하는 인물은 시진핑 집권 2기에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입성한 당 서열 6위 자오러지(趙樂際) 당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다. 그 아래에는 8명으로 구성된 부서기단이 있는데, 양샤오두(楊曉渡) 수석부서기가 국가감찰위의 수장인 감찰위 주임을 겸하고 있다. 양샤오두는 정치국 위원으로 정치국 상무위원(자오러지)보다 한 단계 아래다. 감찰위 부주임단 5명은 모두 기율위 부서기단에 포함돼 있다.
   
   당 중앙군사위원회와 국가중앙군사위원회가 사실상 껍데기만 다를 뿐 동일한 조직인 것처럼 국가감찰위 역시 당 기율검사위와 껍데기만 다를 뿐 사실상 쌍둥이 조직인 것이다. 당이 정부를 영도하는 ‘이당영정(以黨領政)’의 조직원리에 따라, 당 기검위가 국가감찰위원회를 이끄는 구조로 되어 있다.
   
   감찰위를 출범시키며 감찰대상을 비공산당원으로 대폭 확대한 기검위는 그간 ‘시진핑의 잘 드는 칼’로 쓰여왔다. 실제 시진핑 총서기는 지난 2012년 당 총서기에 취임한 이래 기검위를 활용해 전례 없는 친정 체제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집권 1기 때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기검위를 이끈 왕치산(王岐山) 현 국가부주석과 ‘시왕(習王)동맹’ 체제를 구축해 다른 상무위원들을 사실상 무력화시킨 것이다. 그 공으로 1948년생인 왕치산은 관례적으로 내려온 인사원칙인 ‘칠상팔하(67세 아래면 유임, 68세 이상이면 은퇴)’를 깨고 시진핑 집권 2기 때 비록 정치국 상무위원에서는 물러났지만 국가부주석으로 유임됐다.
   
   반면 전임 총서기인 후진타오(胡錦濤)나 전전임인 장쩌민의 경우 집권 초 기검위를 확고히 장악하지 못했다. 후진타오 전 총서기의 경우 현재 7인보다 2명이나 많은 9인의 상무위원 체제에서 기검위 서기와 정법위 서기가 별도로 있어서 발언권이 약했다. 전전임 장쩌민 총서기의 경우 비록 7인의 상무위원 체제였으나 임기 초반 본인보다 당 경력이 앞서는 챠오스(喬石)와 그 측근인 웨이젠싱(尉健行) 계열 인사들이 기검위를 장악하면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시진핑은 집권 초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법위 서기를 숙청하면서 정법위를 정치국원이 관리하는 조직으로 격하시키고, 측근인 왕치산을 기검위에 배치하면서 사정기구를 장악하고 집권기반을 다졌다.
   
   현재 기검위와 감찰위 양대 사정조직을 이끌고 있는 자오러지 서기 역시 시진핑의 최측근이다. 당 중앙조직부장 출신으로 시진핑 집권 2기에 정치국 상무위원에 발탁됐다. 칭하이성 서기와 산시성 서기를 거쳐 중앙에 들어왔는데, 산시성 서기로 있을 때 산시성 푸핑(富平)에 있는 시진핑 총서기의 부친 시중쉰(習仲勛)의 묘소와 옛 집을 성역화하는 데 각별한 공을 들였다.
   
   결국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되고, 좋은 뜻에서 출범한 반부패 기구라도 집권자가 마음먹기에 달린 셈이다. 실제 중국에는 당 기율검사위, 국가감찰위, 정법위, 인민검찰원, 심계서(회계감사) 등 무수한 반부패 기구가 있지만, 최상위층인 정치국 상무위원이 부정부패로 조사받고 실제로 처벌된 경우는 저우융캉 전 정법위 서기 한 명에 그친다.
   
   시진핑 총서기의 누나 치차오차오(齊橋橋)의 수백억원대 홍콩 부동산 투기 의혹, 왕치산 국가부주석 일가의 하이난항공 실소유 여부, 원자바오 전 총리 부인 장베이리(張培莉)의 해외보석 구매 등에 관한 의혹은 심각한 수준으로 제기됐으나 한번도 제대로 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
   
   오히려 미국에서 왕치산 일가의 부정축재 의혹을 줄기차게 폭로 중인 부동산재벌 궈원구이(郭文貴) 정취안홀딩스 회장은 송환요청 대상이 됐다. 베이징에 있는 그의 5성급 호텔 등 부동산도 압류됐다. 중국의 한 변호사는 “대부분의 대통령을 감옥으로 보낸 한국은 오히려 반부패 모범국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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